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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백이겸은 예쁘고 당돌한 조가현의 사치한 생활이 싫었다.

은혜가 왜 자신과 조가현 사이를 엮으려고 하는지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어색한 사이가 싫은 백이겸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양휘성과 친구들의 흥을 깨고 싶지 않아 가겠다고 약속했다.

약속 장소는 별빛 레스토랑이었다.

양휘성은 재벌 2세인 하동하와 최호처럼 그녀들을 호텔 레스토랑에 데려가지 못했다.

이번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은 조가현과 서태호 외 기숙사 친구들과 백이겸의 기숙사 친구들, 구은혜가 전부였다.

기숙사에 다녀온 백이겸은 양휘성과 함께 출발하지 못했다.

“은혜 너와 양휘성 기숙사에 있는 5명과, 우리 12명이 함께 놀러가면 좋겠다!”

자리에 앉아 주스를 마시며 말하는 조가현의 말에는 다른 의미도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양휘성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의 부모님이 일반 중학교 선생님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인상은 아주 좋았다.

“음음, 맞아. 백이겸은 오지 말라고 해! 백이겸만 보면 그가 한 일들이 생각나서 웃겨 죽겠어!”

서태호도 농담처럼 덧붙였다.

“그만해. 너희 자꾸 이겸이 미워하지 마. 오래 지내보면 너희도 이겸이가 얼마나 좋은애인지 알게 될 거야!”

구은혜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백이겸 진짜 좋은 사람이야...”

양휘성도 백이겸의 편을 들어주며 말했다.

“좋은 사람? 진짜 좋은 사람이면 우리 12명이 지금 백이겸 한 사람을 기다린다는 게 말이 돼? 태호야 안 그래?”

조가현이 쌀쌀맞게 말했다.

“어! 이겸이 왔다!”

그때, 구은혜가 레스토랑에 들어오는 이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미안해. 기숙사에서 통화하느라 조금 늦었어!”

백이겸이 웃으며 말했다.

구은혜는 조가현이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것을 보고 백이겸을 자신의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백이겸, 너 여기 앉아.”

구은혜의 뜻을 알아차린 백이겸은 구은혜가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임윤하, 네가 내 자리에 앉아!”

백이겸이 자리에 앉자 조가현이 자신의 옆에 있는 친구를 보며 말했다.

“가현 언니, 저 가난뱅이랑 앉고 싶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보고 오해라도 하면 어떡해요!”

“왜? 백이겸이 남자친구인 게 싫어? 7000만 원 가방도 사는 사람인데!”

“윤하야 백이겸 같은 남자를 만나면 그냥 받아들여! 하하하!”

진한 화장을 하고 온몸에 명품으로 도배를 한 임윤하는 백이겸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친구들이 자신을 놀리는 모습을 보고 임윤하가 말했다.

“백이겸이 그렇게 마음에 들면 너희가 가지면 되겠네!”

“아! 투항 투항!”

그녀의 말을 들은 친구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백이겸이 자신의 남자친구가 된다는 말에 매우 민감한 태도를 보였다. 마치 백이겸이 자신의 남자친구가 되면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그들의 말을 들은 양휘성과 이무혁은 화가 났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백이겸은 조가현의 태도를 예상하고 있었다.

“은혜야, 나 끝에 앉아도 돼! 네가 여기 와서 앉아!”

백이겸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여자들에게 자신은 마치 역병 같은 존재였다.

1000만 원 갖고도 거들먹 거리는 사람도 있는데 더 많은 돈을 갖고 있는 자신은 왜 여학생들의 환영을 받지 못할까?

어떻게 하면 돈으로 환심을 사지?

어휴!

백이겸이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자리에 갔다.

구은혜는 자신과 친한 친구인 두 사람 사이를 풀어나가고 싶었다.

“가현이?”

이때, 조가현을 부르는 목소리가 백이겸이 있는 자리에 들려왔다.

큰 키에 다부진 몸매, 브랜드 캐주얼을 입은 남자가 그들의 앞에 다가왔다.

남자를 발견한 조가현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섞여 있었다.

“너 강윤?”

머리를 매만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조가현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안 본 사이에 많이 예뻐졌네 조가현. 하마터면 못 알아 볼 뻔했어!”

강윤이 웃으며 말했다.

“강윤, 너 유학 간 거 아니었어? 언제 귀국한 거야?”

“그저께 귀국했어. 네 연락처를 구하고 있었는데. 어제 제왕 KTV에서 있은 일 괜찮아? 김시우가 나에게 전화를 해서 나도 알게 됐어. 네가 곤란한 상화에 처했다며?”

깜짝 놀란 조가현이 입을 막았다. 조가현의 친구들도 그제야 깨달았다.

“아! 강윤 너야? 어제 네가 도와준 거야?”

조가현이 깜짝 놀라 물었다.

어제저녁, 강윤은 아버지에게 제왕 사장 이수홍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조가현의 말에 깊게 생각을 하지 않은 그가 말했다.

“응. 아빠한테 물어봐 달라고 했어.”

그의 말을 들은 조가현의 얼굴에는 교만한 기색이 여력 했다.

여자란, 세상에서 허영심이 제일 많은 사람일 것이다!

모든 궁금증이 풀렸다. 어제저녁 이수홍을 벌벌 떨게 만든 사람이 바로 어린 시절 함께 지내온 강윤이였다.

강윤의 아버지와 조가현의 아버지는 전우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사이가 매우 좋았다.

강윤집 사업이 잘 되면서 강윤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 연락을 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돌아온 강윤이 자신에게 이런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이수홍을 벌벌 떨게 만든 강윤집 세력은 점점 강해졌을 것이다.

“강윤 너무 고마워!”

조가현이 강윤에게 하는 행동을 한편에서 바라본 백이겸은 낯 뜨거워졌다.

휴, 이도혁을 제꼇더니 강윤에게 자신의 공로를 빼앗겨 버렸다.

백이겸은 자신이 도와준 것이라고 큰 소리로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조가현이 자신을 더욱 무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백이겸은 조가현과 더는 얽히고 싶지 않았다.

될 대로 돼라!

“응, 나 위층에서 고등학교 동창회를 하고 있어. 금방 내려올 테니까 네 친구들 좀 소개해 줘.”

강윤이 자리에 앉아 있는 조가현의 친구들에게 신사처럼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조가현의 친구들은 그런 강윤의 모습에 홀딱 반해버렸다.

와! 너무 멋져!

“가현아. 뭐야? 빨리 소개해 줘! 무슨 사이인거야?”

“여자친구는 있어?”

임윤하와 그녀의 친구들이 매우 궁금해했다.

조가현이 우쭐거리며 말했다.

“강윤, 엄청 대단한 집 아들이야. 화요미 회사라고 들어봤어? 요식업에서 알아주는 회사잖아?”

“어머, 우리나라에서 엄청 대단한 회사잖아! 실력이 어마어마해!”

그녀의 친구들이 대단하다며 칭찬했다.

“뉴스에서 화요미 비자금 문제로 떠들썩하던데?”

한편에서 그녀들이 하는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던 백이겸이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로 인해 뜨거웠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너 그게 무슨 뜻이야? 비자금 문제는 정상 아니야? 너 지금 질투하니?

“흥, 이렇게 남 잘 되는 모습을 못 보는 사람이 있어요. 역겨워 진짜.”

임윤하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백이겸의 말에 싸움이라도 날 것 같았다....

“가현아!”

그때, 강윤이 친구와 함께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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