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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4 화 : 혜민당 글로벌 R&D 센터 기공식

Auteur: YuIm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04 15:01:29

스위스 북서부 바젤(Basel), 세계 바이오 의약 산업의 심장부인 바젤 바이오 밸리.

라인강과 바젤의 연구단지를 배경으로 한 넓은 부지 위에 만국기와 함께 거대한 금빛 현수막이 바람을 타고 휘날리고 있었다. [혜민당 글로벌 천연물 신약 바이오 R&D 센터 기공식]. 스위스 연방 정부의 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 유럽 유수 대학의 석학들, 그리고 글로벌 제약사 CEO 500여 명이 자리를 빽빽하게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국의 오랜 전통 한의학이 최첨단 나노 바이오 기술과 융합하여 전 세계 난치병 치료의 새로운 중심지로 도약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행사장 전체에 웅장한 클래식 오케스트라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연구센터 사업을 함께 책임지는 공동 투자자의 차분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마이크 앞에 선 신채경 대표가 단호하고 기품 있는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 센터는 전통 처방을 신화로 포장하는 곳이 아니라, 성분과 기전을 검증하고 안전성을 확인하는 연구기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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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전담 한의사, 그가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제 60 화 : 사모님의 맥을 영원히 짚는 의원

    성북동 한옥 별채 연우재(然雨齋)의 고요하고 찬란한 가을 아침. 대나무 숲 사이로 맑은 가을 햇살이 부서져 내리며 창호지 문을 눈부신 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방 안에는 2년 전 첫 만남의 그날처럼, 은은하고 깊은 야생 쑥향과 청량한 박하 향이 향기롭게 감돌고 있었다. 옻칠 찻상 앞에 신채경과 백도현이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마주 앉았다. 창밖에서는 가을바람에 서걱거리는 대나무 잎 소리가 맑은 서정을 노래하고 있었다.처음 도현을 만났던 날, 남편 강시우에게 턱을 잡힌 채 차가운 놋그릇의 검은 탕약을 강제로 삼키던 바로 그 자리였다. 모욕과 학대로 영혼이 찢겨나가던 지옥 같던 방. 하지만 지금 찻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은 차가운 독약이 아니었다. 백두산 천종산삼과 녹용, 당귀를 오랜 시간 선별하고 정성껏 달여낸 황금빛 약선 보약이 투명한 백자 찻잔 안에서 모락모락 김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달콤하고 그윽한 보약의 향기가 채경의 가슴을 포근하게 적셨다.“사모님, 손목을 내어주시겠습니까.”2년 전 처음 들었을 때는 낯설고 차갑게 느껴졌던 목소리였다. 지금은 그 한마디만으로도 채경의 어깨에서 힘이 빠질 만큼 익숙했다. 도현의 눈빛도 오래된 집의 아침처럼 편안했다.손목의 멍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대신 아이를 안다가 생긴 작은 긁힌 자국 하나가 남아 있었다.도현이 천천히 손을 뻗어, 길고 단단한 세 손가락으로 채경의 촌관척(寸關尺) 맥문을 지그시 짚었다.화악—.2년 전 힘없이 뛰던 맥은 이제 고르고 단단했다. 특별한 기적이라기보다, 먹고 자고 웃고 화내며 살아온 시간의 결과에 가까웠다.도현의 입가에 눈부신 미소가 번졌다.“사모님의 맥은 이제 고르고 따뜻합니다. 정기검진 결과도 안정적이고요. 처음 만났을 때와는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도현 씨가 옆에 있어준 건 고마워요. 그런데 이제 알아요. 나를 살린 건 결국 나였다는 거.”도현이 잠시 말이 없다가 웃었다. “맞습니다. 제가 한 건 옆에서 맥 좀 본 것뿐이죠.” “좀 많이 봤죠.” 채경도 웃었다.

  • 남편의 전담 한의사, 그가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제 59 화 : 혜민당 공동주재 서약식

    서울 종로구 북촌 혜민당(惠民堂) 본가 대종택, 수백 년 된 나무들이 둘러싼 대청마루와 사당 앞마당.이날 행사는 혜민당 재단의 새로운 공동주재 체계를 문중에 알리고, 채경이 의료재단 운영에 정식으로 참여하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집례관의 장엄하고 우렁찬 창홀(唱呼)이 북촌 하늘을 갈랐다.“대종부 신채경 입실!”채경은 긴장한 표정으로 인장을 받을 순서를 확인했다. 곁에 선 도현이 눈이 마주치자 아주 작게 웃었다.채경의 곁에는 짙은 감청색 단령에 사모관대를 갖춰 입은 백도현이 나란히 섰다. 두 사람은 사당 제단 앞에서 함께 향을 피우고 삼배를 올렸다. 절을 마치고 일어선 도현이 채경과 눈을 맞췄다. 오래 돌아온 사람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안도감이 그 눈에 있었다.혜민당 문중 최고 어른인 백경호 종친회장이 백발을 숙이며 떨리는 손으로 황금 보자기함을 높이 받들어 올렸다. 함 안에는 혜민당 300년 역사와 함께 전해 내려온 문중 보물 ‘비취 금보인(金寶印)’과 종가 재단의 주요 의사결정을 상징하는 인장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혜민당 재단의 주요 의사결정에 함께 책임질 공동주재자 신채경 이사께 이 인장을 전합니다.”종친회장이 무릎을 꿇고 보인을 바치자, 채경이 두 손으로 묵직한 옥새를 정중히 받아들었다. 차갑고 매끄러운 옥빛 보인이 손에 닿는 순간, 3년간 겪었던 모든 설움과 피눈물이 씻은 듯 녹아내리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벅찬 전율이 솟구쳐 올랐다.백도현이 돌아서서 마당의 문중 종친들과 전 세계 외신들을 향해 엄숙하게 선언했다.“오늘부로 종가 의료재단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종부 신채경이 공동 주재권을 갖습니다. 그리고 제 삶의 반려자는 앞으로도 오직 채경 한 사람뿐입니다.”박수가 이어졌다. 채경은 인장을 내려다보다 도현에게 작게 속삭였다. “이거 진짜 무겁네요.” “책임이 원래 좀 무겁습니다.” 둘 다 웃었다.행사 뒤 첫 재단 회의에서 채경은 곧바로 한 가지를 제안했다. 종손이나 종부라는 신분과 재단 경영권을 자동으로 연결하지 말고, 이사회와

  • 남편의 전담 한의사, 그가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제 58 화 : 알프스가 품은 영원한 안식처

    서울의 일정에서 잠시 벗어나 가족이 쉬기 위해 마련한 집이었다.이곳에서 채경은 오전 회의를 하루 두 시간으로 줄였다. 남은 시간에는 아이들과 산책하고, 낮잠을 자고, 도현과 장을 봤다. 처음 마트에 갔을 때 도현이 유기농 제품의 성분표를 지나치게 오래 읽는 바람에 채경이 카트를 밀고 도망친 적도 있었다.“도현 씨, 애들 과자 하나 사는데 논문 심사해요?”“당 함량이 높습니다.”“오늘 하루만 세상이 망하게 둬요.”결국 두 사람은 가장 작은 봉지를 하나 샀고, 도진과 서아보다 부모가 먼저 두 개씩 집어 먹었다. 그런 사소한 하루들이 채경에게는 어떤 해외 행사보다 더 귀했다.넓고 푸른 잔디밭 정원 위로 청량한 솔향과 알프스 고원 야생화의 달콤한 향기가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향기롭게 번져나갔다. 정원 한구석에는 채경이 아끼는 조선 백자와 전통 약초 화단이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잔디밭 위에서는 돌을 갓 지난 쌍둥이 남매, 도진이와 서아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고 있었다. 나비를 쫓아 통통한 다리로 뛰어가던 도진이가 엉덩방아를 찧자, 서아가 다가가 오빠의 손을 잡고 방긋 미소를 지었다.“넘어질라 조심해야지, 우리 예쁜 도진이와 서아.”상처의 흔적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가끔 검은 탕약 냄새와 비슷한 향만 맡아도 가슴이 철렁했다. 다만 이제 그런 날에도 돌아올 사람이 있었다.사각, 사각.정원 오솔길을 따라 갓 우려낸 탕약 주전자를 든 백도현이 걸어왔다. 편안한 리넨 셔츠의 소매를 걷어붙인 남자의 다부진 팔뚝과 훤칠한 피지컬이 가을 햇살 아래서 눈부시게 빛났다. 도현은 아이들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준 뒤, 채경의 곁으로 다가와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차 식어요. 오늘은 약재 세 개밖에 안 넣었습니다.”도현이 백자 찻잔을 건네며 채경의 차가워진 가느다란 손가락을 제 크고 뜨거운 손바닥으로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남자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묵직한 온기가 채경의 온몸을 노곤하게 감쌌다.“고마워요, 도현 씨…… 가끔

  • 남편의 전담 한의사, 그가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제 57 화 : 혜민당 왕실 비방의 완성과 글로벌 헌정

    쌍둥이 남매의 백일잔치가 끝난 뒤, 성북동 연우재 서고에 보관돼 온 조선 왕실 어의 비전 의서가 다시 연구실로 옮겨졌다.혜민당 연구진이 수년간 축적해 온 천연물 연구에 성운글로벌 R&D가 합류해 완성 단계에 들어간 면역질환 후보물질 ‘보생단(保生丹)’. 전통 처방에서 착안한 천연물 유래 성분을 현대적인 공정으로 표준화한 신경계 희귀질환 치료 후보물질이었다. 스위스 바젤과 서울의 임상기관이 참여한 다국가 3상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와 안전성 지표가 확인되자, 미국 FDA와 유럽 EMA의 우선심사 절차도 본격화됐다.“총괄대표님! 글로벌 제약사 여러 곳에서 선급금과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60조 원 규모의 공동개발·라이선스 제안서를 보내왔습니다!”제안 규모는 컸다. 하지만 계약 구조와 접근성 조항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약의 가격과 연구 지속 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무조건 무료로 풀면 다음 연구가 멈출 수도 있습니다. 돈만 보고 독점시키는 것도 답은 아니고요. 지속 가능한 구조를 같이 찾죠.”도현의 서늘하고 묵직한 한마디에 채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결재란에 서명했다.“독점 매각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여러 지역에 비독점 라이선스를 열고, 저소득국과 희귀질환 아동 지원 프로그램에는 무상 실시권을 제공하겠습니다.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구조와 접근성을 함께 잡겠습니다.”채경의 선택은 수익을 포기하는 선언이 아니라, 연구비와 접근성을 함께 확보하려는 조건부 개방 전략이었다.***일주일 뒤, 스위스 제네바 UN(국제연합) 본부 국제보건·치료 접근성 고위급 포럼. 회원국 대표들과 WHO(세계보건기구) 관계자, 각국 외교 사절단과 보건 전문가들이 회의장을 메우고 있었다.“대한민국 성운글로벌 신채경 총괄대표님과 혜민당 종손 백도현 회장님께서 입장하십니다!”웅장한 취주악과 함께 총회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단아한 짙은 감청색 실크 당의 한복 정장에 비취 옥비녀를 단정하게 꽂은 신채경이 당당하고 우아한 자태로 연단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의

  • 남편의 전담 한의사, 그가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제 56 화 : 쌍둥이의 삼칠일과 백일잔치

    삼칠일을 지나고 다시 시간이 흘러, 쌍둥이가 백일을 맞은 서울 성북동 한옥 연우재. 늦가을 하늘은 높고 맑았고, 연우재를 둘러싼 백 년 된 대나무 숲은 바람에 기분 좋은 파도 소리를 냈다. 솟을대문에서부터 안채 마당에 이르기까지, 정갈한 화문석 돗자리가 융단처럼 깔려 있었고 처마마다 내걸린 청사초롱과 백합꽃 화환이 명문 종가의 찬란한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오늘은 성운글로벌 신채경 총괄대표와 혜민당 종손 백도현 회장의 쌍둥이 남매, 백도진(白道振)과 백서아(白舒娥)의 백일잔치가 열리는 경사스러운 날이었다.백일잔치에는 양가의 가까운 가족과 회사 동료, 혜민당 문중 어른들이 초대됐다. 규모는 여전히 컸지만 아이들이 놀라지 않도록 행사는 차분하게 진행됐다.채경은 홍보팀이 준비한 행사안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포토월 촬영은 10분만, 아이들 얼굴 클로즈업은 금지, 수유 시간에는 행사를 멈추라는 조건을 달았다.“대표님, 내빈 인사가 조금 밀릴 수 있습니다.”“밀리면 밀리는 거죠. 애들이 백일잔치 때문에 굶을 순 없잖아요.”대답을 듣던 직원이 웃음을 참았다. 채경도 따라 웃었다. 예전 같으면 중요한 손님을 기다리게 한다는 말만 들어도 사과부터 했을 것이다. 이제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그녀였다.“신채경 대표님과 백도현 회장님께서 입장하십니다!”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안채 문이 활짝 열렸다. 장내에 모인 수백 명의 하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를 쏟아냈다. 순백의 실크 당의에 짙은 자줏빛 대란치마를 품격 있게 받쳐 입은 신채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아하게 올린 흑발에 꽂힌 비취 옥비녀, 그리고 가녀린 목선과 쇄골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귀한 자태는 보는 이들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그녀의 곁에는 짙은 감청색 전통 도포를 훤칠하게 차려입은 백도현이 단단한 어깨로 그녀를 호위하며 나란히 걸어 나왔다. 두 사람의 품에는 눈부시게 하얀 비단 배냇저고리를 입은 쌍둥이 남매가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안겨 있었다.마당 중앙에 마련된 거대한 백

  • 남편의 전담 한의사, 그가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제 55 화 : 남겨진 죗값과 각자의 형벌

    경북 청송교도소 중범죄자 폐쇄 병동.강시우는 이전의 뇌출혈 후유증으로 거동에 도움이 필요한 상태에서 교정시설 의료병동 치료를 받고 있었다.[속보: 성운글로벌 신채경 총괄대표, 300년 명문 혜민당 대종부로서 건강한 이란성 쌍둥이 남매 순산…… 성북동 연우재 금줄 걸려][재계 브리핑: 스위스 바젤 바이오 펀드 30조 원 규모 본계약 체결…… 신채경·백도현 부부, 글로벌 10대 바이오 제국 등극]화면 속 채경은 두 아이를 품에 안고 웃고 있었다. 강시우가 수없이 깎아내렸던 삶은 이제 그의 평가와 아무 상관없이 계속되고 있었다.“끄으윽…… 끄아아……!”그에게 남은 건 치료와 형 집행, 그리고 오래 미뤄온 책임뿐이었다.***같은 시각, 서울경찰병원 수용 병동 화상 접견실. 민영숙은 침대에 기대어 떨리는 손으로 화면 너머 국선 변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림막 너머의 국선 변호인이 건넨 서류를 확인한 노부인의 동공이 하얗게 풀려버렸다.“벼, 변호사 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시우가 받은 기존 징역 15년에 별건 횡령 사건 5년이 더해져 총 20년을 살아야 한다니?! 게다가…… 시우가 무정자증이라는 것도 사실이란 말이요?!”“예, 민영숙 씨.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정밀검사에서 강시우 피고인의 중증 무정자증이 재확인됐습니다. 그리고 신채경 대표에게 강제로 복용시킨 탕약에서는 처음 감정과 동일하게 천남성과 파두 성분이 확인됐고, 관련 상해·살인미수 혐의 재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아, 안 돼……! 시우가 정말 무정자증이었다고? 내가 멀쩡한 며느리한테 그 약을 먹였다고? 거짓말이야!”민영숙은 흥분해 목소리를 높였고 의료진이 곁에서 상태를 확인했다. 변호사는 마지막 서류를 화면에 보여줬다.“성북동 본가 대저택과 사학재단 관련 자산은 추징·경매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강치선 전 부회장을 포함한 방계 친족 10명도 각각 징역 5년에서 10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민영숙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민영숙의 호흡이 가빠지자 의료진이 접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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