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승주는 자신의 그 은밀한 곳에 민혁의 손가락이 완전히 닿아있는걸 알아차렸다. 분명 거부감이 들어야 정상인데
승주의 그 곳은 마치 민혁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어서...'
하마터면 입 밖으로 그 말이 나올뻔한 것을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참았다.
'절대, 내 입으로 그 말을 하긴 싫어.'
민혁은 승주의 클리토리스가 자신의 손으로 가득히 만질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러다 문득 그런 자신이 낯설었다.
평소라면 자신이 먼저 여자를 원한 적이 없었다.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드는 정명그룹의 후계자 태민혁이 아니던가.
자신을 애티게 찾는 수준급 이상인 여자들이, 항상 자신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승주는 민혁이 이제껏 만난 여자들 중 가장 몸을 많이 가린 여자였다.
민혁은 승주의 클리토리스안으로 네번째 손가락을 사이로 비집었다. 이미 물이 많이 나와 부드럽고 뜨거웠다.
언제부터 이 여자가 이렇게 달아올랐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얼굴을 들키기 싫어서라도, 죽을만큼 싫었다면 자신에게 이렇게 폭 안겨버리는건 있을수가 없을것이다.
민혁은 애써 자신을 원하지 않는 여자를 범한다는 죄책감과 자존심을 합리화했다.
승주의 클리토리스는 민혁의 손가락 애무로 더욱 젖어들어갔고, 처음에는 너무 탄력있고 좁았던 구멍이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민혁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구멍찾기는 처음이었다. 자신에게 먼저 다가온
여자들의 그 곳은 마치 자신을 봐달라 애원하며 활짝 열어 민혁의 성기를 갈구했지만, 승주의 그 곳은 몇 분을 달래서야 보일듯 말듯하게 민혁을 부르고 있었다.
"하아... 너 처음이야?"
민혁은 처음 느껴보는 그런 종류의 클리토리스에 격한 흥분감이 몰려왔다. 지금까지는 승주에게 주체할 수 없는 욕정을 느끼는 것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승주의 클리토리스를 만지고, 그 안에 들어갈 자신의 성기를 상상하자 승주를 완전히 독점하고 싶은 정복욕에 사로잡혔다.
"..!! 다, 당신이 알바 아니거든."
승주는 말로는 아무렇지 않은척 민혁에게 대답했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이 그녀의 처음이었음을, 그래서 흥분감과 함께 두려움도 함께 있음을 고백하고 싶었다.
만약 태민혁이 바로 자신의 그 곳에 성기를 삽입했다면 승주는 오히려 두려움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혁은 승주에게 여지를 주었고, 극도로 흥분한 상태인것을 승주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그녀에게 서두르지 않았다.
승주는 민혁이 자제력이 강한 사람이라 그런건지, 원래 남자들이 이렇게 여자들에게 대하는건지 전혀 감을 잡지 못 했다.
'그냥 빨리 끝내, 제발.'
승주는 민혁에게 무언의 메세지를 보내듯 민혁의 목을 끌어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민혁에게 완전히 메달리듯이.
민혁에게 자신의 온 몸을 맡긴 승주.
승주는 임무 중 이런 상황을 겪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생각과 함께 첫 섹스의 기대를 동시에 느껴서 괴로웠다.
'내 알바 아니라고? 방금 한 말은 후회하게 될거야.'
민혁은 겨우 찾은 승주의 질구멍 안으로 자신의 네 번째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아핫!!"
생전 처음 느껴보는 야릇한 통증에 승주의 입술에서는 노골적인 신음이 터져나왔다.
몸이 완전히 밀착된 채 승주가 메달려있는 상태라 그녀의 신음은 민혁의 귓가에서 그대로 전달되었고, 미세한 진동이 느껴질만큼 민혁의 귓볼을 뜨겁게 달궜다.
"천천히 하려고 했는데 미치겠군."
"닥쳐, 빨리 끝내."
"원한다면."
민혁의 네 번째 손가락만이 들어갔던 그 곳은 이미 하나만으로도 꽉차서 손가락을 단단히 조여왔지만,
아쉬운대로 손가락이 빠져나가고, 이번에 민혁은 손가락 두 개를 넣었다. 마음같아서는 지금 당장 수트를 모두 벗겨버리고 자신도 이미 앞섬이 젖어버린 팬티를 내려버리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은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승주의 좁은 그 곳만으로도 흥분감이 극에 달했다. 민혁은 자신의 성기가 아닌 그저 손가락이 승주의 그곳에 있었음에도 마치 실제로 삽입을 하고 있는 것처럼 흥분되었다.
"아흐응!!"
승주는 이전보다 더 강한 자극을 느꼈다. 분명 더 커졌다.
'이게 이 남자의 그것인가? 내 안에 들어온것 자체만으로도 미칠것 같아!"
민혁은 왼손으로는 승주의 젖가슴을,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그곳을 정신없이 탐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서로를 경계하며 누구하나 흐트러짐없이 데이터센터를 적막으로 채웠다면
지금은 승주의 신음소리와 민혁의 거친 숨소리가 두 사람의 청각을 마비시켰다.
민혁의 손가락은 더욱 빠르게 피스톤질을 했다. 승주는 자지러질듯한 클리토리스의 감각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게..하아...이런게 섹스라고...? 하아...!! 첫 섹스가 첫 임무의 타겟이라니!'
민혁은 승주의 안을 이리저리 헤집던 자신의 손가락이 뻐근해졌다. 안에 너무 조여서 그런것 같았다.
뻐근한 것은 손가락 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성기가 존재감을 드러내며 민혁의 바지춤에서 아우성치고 있었다.
민혁은 이제 자신의 성기가 뻐근함을 넘어서 약간의 고통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수사를 하러 온 국정원에게 욕정이 생기다니. 정실장이 알면 뭐라고 할지 감도 안 오는군.'
몸은 흥분했지만 머릿속은 너무나 또렷해서 민혁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승주의 점프수트를 그녀의 종아리까지 벗겨버렸다. 완전히 드러난 승주의 등라인. 운동을 했는지 척추를 따라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다.
승주의 한쪽 다리를 들어올렸던 손을 내려놓았다. 승주는 그가 자신을 떼어내려는 줄 알고 몸을 다시 밀착했다.
[쿵]
그 단순한 행동에 민혁은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에게 들러붙는 여자들을 대할때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을 느껴왔던 그였다. 하지만 승주의 밀착은 달랐다.
'심장이 있었어, 내게도.'
낯선 감정은 민혁을 낯선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쉬이- 잠시만."
엄마에게 메달리는 어린아이를 달래듯 민혁은 승주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둘 사이 약간의 틈을 벌리고, 민혁은 자신의 바지에 걸쳐진 벨트의 버클을 풀었다. 금속의 마찰음이 들리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민혁의 성기가 마침내 브리프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승주는 아랫배에서 데일듯 뜨거우면서 단단한 둥근무언가를 느꼈다.
몇 십분 전 옆구리에 닿아있던 총구 보다 더욱 두렵고 치명적인 것이 분명했다.
'여기가 어디지?'승주는 눈을 떳지만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검은 천으로 눈이 가려져 있었고, 양 손은 머리위로 묶여져 있었고, 너무 두껍지 않은 서걱거리는 이불이 덮여져 있었다. '100% 복사가 되었고, 장비를 빼려고 잡은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승주가 손을 빼려고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대신 자유로운 다리로 이불을 걷어차버렸다. 순간 한기가 확 몰려왔다.분명 목부터 발목까지 한 번에 가려지는 수트를 입은 상태였는지, 이불을 걷어차 버리니 다리가 맨살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이거? 누가 내 옷을 벗긴거야!"버둥거렸지만 손목의 매듭이 더 조여지는것만 같았다. 까슬거렸던 느낌은 승주가 더욱 몸부림치자 손목에 생채기를 내기 시작했다. 생채기가 난 곳에 또 다시 천이 쓸리니, 점점 상처가 심해지고 있었다. "누구야! 놔줘!!"태민혁은 호텔방 한 쪽에 놓여진 안락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승주가 몸부림칠수록 손목은 벌게졌고, 태민혁은 그게 신경쓰여 죽을것 같았다. "쓸데없는 짓, 그만 둬."승주는 움직임을 멈췄다. 혼자서 몇 분이나 난리는 쳤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문이 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자신이 몸부림 치는것을 이제껏 지켜봤다는 소리였다. "당신 누구야?"태민혁은 목에는 음성변조기가 부착되어 있었다. 그래서 승주는 태민혁의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 했다. "태민혁의 덫에 걸릴뻔 한걸 도와준 구세주.""개소리 집어치워!!"태민혁은 승주의 반응이 예상보다 흥미로웠다. 그래서 조금 더 놀려주기로 결심했다."그 수트는 정말 위험해. 알고있어?""당장 내 옷 내놔!! 이 손목 풀어, 이 개자식아!""누가 그 옷을 너에게 입혔는지 몰라도, 넌 그 사람을 믿으면 안돼."승주는 윤국장이 떠올랐다. 자신이 오늘 다시 학교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거라는걸 말하지 않았는데도 윤국장은 새로운 수트를 보냈었다. "그게 무슨소리야? 알아듣게 말해!!""순진하군."태민혁은 승주에게서 그 수트를 벗길때 느꼈던 흥분감이
"그게 무슨 소리에요, 루카스?""아까 그랬잖아요. 이 호텔은 룸에서 보는 서울 야경이 환상적이라고, 같이 보자고.""...?"승주는 그제서야 자신이 대충대충 대답한 내용이 그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바코드 배열을 전산으로 맞추느라 정신이 없어서 네네-, 좋네요. 하면서 호응했던 것인데, 루카스가 단단히 오해한 것 같았다. "루카스,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것 같으니까 얘기해줄게요. 여기선 남녀가 호텔방에 그것도 같은 직장 동료끼리 그러지 않아요.""너무 길게 말해서 이해 안돼요."루카스는 천연덕 스럽게 어깨를 으쓱 올렸다가 내렸다. "아, 그래요?승주는 능숙하게 완벽한 발음으로 똑같은 내용을 영어로 말했다. 루카스의 표정에 변화가 없자 승주는 조금 더 단호한 목소리로 불어로 같은 내용을 이야기 했다. 승주의 외국어 차력쇼에 근처에 있던 교사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 사실을 승주는 몰랐다. 루카스는 더 해보라는 듯 한 쪽 눈썹을 치켜뜨며 피식- 웃었다.'이 새끼가, 웃어?!'승주는 스페인어, 중국어로 똑같은 말을 루카스에게 퍼부었다."누구야? 우리 학교 선생님인가?'"아까 조회시간에 못 봤어? 새로 온 사서 선생.""어머, 무슨 사서가 외국어를 저렇게 잘 해?"교사들이 수군거리기자 승주는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환영회였지만 각자 먹기 바빴던 선생들이 승주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아니, 선생님! 이렇게 외국어를 잘하세요?""도대체 몇 개국어를 하신거에요? 와, 지금 내가 본것만 4개국어야~""하하,,,아니그냥 조금이요...감사합니다.."승주가 민망한듯 겸손하게 손사레를 쳤다. 그 모습을 보고 세나가 코웃음을 쳤다. "내용이 중요하죠, 지금 루카스 선생님한테 호텔방 가자고 꼬신거잖아요?"세나의 말이 끝나자 선생들이 경악했다. 승주는 기가막혀서 입이 떡 벌어졌다."지금 무슨 그런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하시는거에요?! 그런거 전혀 아니거든요?!""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루카스쌤이랑 호텔방가서 서울야경 보자는 얘기를
학교가 끝나고 교사들은 JM HOTEL 디너뷔페로 하나 둘 씩 모여들었다. 승주가 도착했을땐 이미 여러 명의 선생님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승주는 자신과 나이그 비슷해보이는 여자 선생님들이 앉아있는 무리에가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박은정 선생님 대체교사로 근무하게된 한승주입니다."승주의 말에 여자 선생님들은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중에 한 명 단발머리에 검은색 뿔테안경을 쓴 김세나가 말했다. "박은정? 그게 누구지?""세나쌤, 기억 안나요? 만삭이었던 도서관 사서요." "아~ 노산했다는 그 분?"세나의 말에 다른 두 여선생이 꺄르르 웃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들에게 노산은 놀림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비록 박은정 사서가 승주에게 다정하지는 않았지만, 승주는 기분이 나빴다. "노산이든 초산이든, 아기를 출산했다는 것 자체는 대단한 일이죠."승주의 말에 세나가 표정을 구겼다. 다른 두 선생도 세나의 눈치를 보며 승주를 위 아래로 깔아보며 귓속말을 했다. "세나쌤이 누군지 모르나봐요.""그래봤자 계약직. 무시하세요, 세나쌤."승주는 자신의 귀에 다 들리는 귓속말에 기가막혔다. 태민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이들 옆에 앉으려고 했는데 하는 꼬라지를 봐서는 머리가 텅 비었을게 뻔했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승주가 짧게 말하고 뒤돌아 가려는 순간"Hi, Red hood."루카스가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다가왔다. "여기 앉을거에요?"루카스가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루카스가 곁에 다가오자 조금 전 까지 승주를 깔봤던 세 명의 여자가 간절한 눈빛으로 승주를 바라봤다. 루카스를 데리고 자신들 옆에 앉아달라는 것이었다. 승주는 사실 루카스와 단 둘이 따로 떨어져 앉는 것도 부담스러웠다."네. 여기 앉으세요, 루카스.""Okay~ Hi, Ladies~""Hi~"세 여자들을 루카스가 바로 맞은편에 앉자 승주는
승주는 서하준에게 손목을 붙잡힌 채 눈만 깜빡거렸다. 손목에 느껴지는 강한 힘과는 다르게 서하준의 눈빛은 반쯤 풀려있어서 누가봐도 이제 막 자다깬 게슴츠레한 눈이었다. "이거 안놔?"고운 목소리가 나올리 없었다. 붙잡힌 손목 쯤이야 180도로 꺾어서 녀석의 팔을 빠지게 할까 진지하게 고민중인 승주였다. "근데 누구세요? 도둑?"도둑이란 말에 괜히 가슴 한 켠이 찔린 승주는 당황했지만 자신은 선생이고 녀석은 선생이란 사실을 일깨워주리라 마음먹었다."서하준? 내가 기억나지 않는구나. 난 기억나는데.""무슨..?"승주는 한 쪽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승주의 기세에 약간 주눅이 든 서하준이 손목을 잡고있던 힘을 풀었다. 승주는 그 때를 놓치않고 제 손을 완전히 빼버렸다. [팍-]"화장실에서, 여학생이랑 너랑. 내가 너 구해준거 기억안나?"서하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저, 나쁜 일을 당했어요, 라고 말한게 바로 너."서하준은 승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하준이 앉아있던 의자가 쿠당탕- 뒤로 넘어졌다."그, 그만하세요.""도와달라며? 왜 그냥갔어? 지금이라도 학폭위에 신고할래?""미쳤어요?!!"서하준이 소리쳤다. 조용한 도서관에 서하준의 목소리만 울려퍼졌다. 승주는 팔짱을 끼고 한숨을 푹 쉬었다. "쌍방, 맞지? 한 번만 더 학교에서 그랬다간-""알지도 못 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서하준은 승주를 잠시 노려보았다. 승주도 서하준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두 번 속지 않아, 이 날라리녀석.'서하준은 승주에게 뒤를 돌아 도서관 출구쪽으로 나갔다. 승주가 그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는데 서하준이 냉큼 몸을 돌려 다시 돌아왔다.'뭐야? 할말이 남은거야?'서하준은 넘어졌던 의자를 다시 세운뒤 일부러 크게 소리내어 제 자리에 밀어넣었다. [쾅!]그리고 다시 승주를 째려보고는 도서관 출구로 나갔다. '어쭈, 요것봐라? 성질있네? 내가 너 같은 후배놈들을 한 두번 본줄 아냐?'승주
"오늘 두 번째로 이 학교에 왔어요. 무슨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사장님."승주는 싱긋 웃는 미소를 태민혁에게 보내는것도 잊지 않았다.태민혁과 밀착된 순간을 떠올려 보면, 그가 자신을 알아볼 수 도 있었기에머릿속으로 수 십번 연습했던 말이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잡아떼자. 증거도 없잖아. 데이터센터에 진입할때도 cctv 사각지대로만 움직였으니까.'승주의 천연덕스러운 대답에 태민혁은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느긋한 몸짓으로 오히려 승주보다 더 여유를 부렸다."똑같은 자세를 해보면 기억이 나려나?"정색을 하거나 화를 내면서 추궁할 줄 알았던 태민혁에게서 뜻밖의 반응이 나오자 승주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누구도 서로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있었다. 태민혁은 지난 밤 이 여자에게서 해소되지 못 한 갈망이 다시 꿈틀거렸다. '여기서, 다시 너를 먹을까.'[에에엥-]둘 사이의 적막을 깨버린 사이렌소리가 창문 밖에서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죠?""...""혹시 경찰에 신고하셨어요?!""신고는 그쪽이 해야하지 않나. 뭔가를 잃어버렸으면.""!!"'사이렌 소리 때문에 순간 방심했다. 스스로 자수하는 꼴이나 다름없어. 한승주, 나가 죽자, 죽어...'승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예상이 되는 태민혁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으려고 했다. 결국 승주에게서 시선을 떼고 의자에서 일어나 커텐을 치고 창 밖을 바라봤다.운동장으로 구급차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곧 이사장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승주가 이사장실 문을 열고 나가자, 강대한이 박은정 사서를 들쳐안고 구급차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강슨생~!!! 나 살려줘! 아악!!!"박은정 사서는 강대한의 목에 매달려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선생님, 구급차 도착했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승주는 강대한과 눈이 마주쳤지만 워낙 상황이 시급한지라 아무말도 나누지 못 했다. 박은정 사서가 걱정이 된 승주는 강대한의 뒤를 따라 나섰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승주는 태민혁이 자신에게 질문을 한 건지, 명령을 한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말투는 분명히 질문이고 끝이 물음표인데, 도저히 거절하기 힘든 눈빛을 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첫 출근인데 이사장이 면담을 원할 수도 있지.'"네, 알겠습니다."승주는 짧게 묵례하고 교무실 쪽으로 돌아섰다."아는 사이야?"강대한이 승주와 함께 교무실로 걸어가며 물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그게 아니라면 이사장님이 너를 따로 부를 이유가 없는 것 같아서.""첫 출근인데 면담이라도 하려나 봐. 아, 우리 학교에서는 동창인 거 비밀로 하는 게 좋겠어.""어? 굳이 그럴 필요 있나?""응.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승주는 걸음을 멈추고 강대한을 똑바로 쳐다봤다."알았지, 대한아?"강대한은 진지하고 단호한 승주의 태도에 무언가에 이끌리듯 고개를 끄덕였다.승주는 눈꼬리를 반달 모양으로 접으며 간지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 강 선생님."강대한은 어릴 적 한승주의 명성이 다시금 떠올랐다. 학교뿐만 아니라 그 동네에서 한승주는 유명했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데 얼음같이 차가웠던. 별명이 '엘사'였다. 어느 날 '엘사'가 자신이 속해 있는 문예부에 들어왔을 때 승주를 처음 만났다. 각자 시를 쓰고 그 시를 낭송하던 동아리 활동에서 승주가 시를 낭송하는 날이면 동아리원이 아닌 학생들도 와서 승주의 낭송을 감상했었다.강대한이 상념에서 벗어나자 승주는 벌써 교무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승주의 옆에는 박은정 사서가 있었다. 그녀는 만삭의 배를 지탱하기에는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들어 보였다."선생님, 많이 불편하시면 보건실에 같이 가 드릴까요?"승주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야, 괜찮아요. 교무회의는 끝나고 가야지."박은정 사서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사십 대 초반인 그녀가 임신에 성공한 것은 난자를 냉동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미 체력은 40대였기에 모든 일상이 힘들었다.교무회의에서는 박은정 사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