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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말버릇부터

Author: 케사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3 23:03:13

일주일 동안 차태헌은 해원을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

대신 검은 휴대폰으로 짧은 지시만 세 번 보냈다.

[입주는 월요일.]

[차량은 오후 세 시에 도착해.]

[육 주치만 챙겨.]

해원은 마지막 문장을 받은 뒤 캐리어 하나를 더 꺼냈다. 정말 필요한 것만 고르자 짐은 두 개로 끝났다.

옷과 화장품, 노트북, 업무 자료.

육 주 뒤 다시 나올 사람의 짐이었다.

월요일 오후 세 시 정각, 검은 세단이 해원의 집 앞에 도착했다.

기사가 캐리어를 트렁크에 싣는 동안 해원은 현관문을 잠갔다. 도어록이 닫히는 소리를 확인하고도 열쇠를 가방 안쪽에 넣지 않았다.

손에 쥔 채 차에 올랐다.

태원가 저택의 본관 현관에는 수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짐이 이것뿐이야?”

수경이 캐리어 두 개를 번갈아 보았다.

“충분해.”

“그래도 더 가져오지. 필요한 거 생길 때마다 가지러 가기도 번거롭잖아.”

“회사 다니는 데 필요한 건 다 챙겼어.”

해원은 기사가 내려놓은 업무용 가방을 직접 들었다.

수경은 더 권하지 않았다. 대신 해원의 팔을 잡고 본관 안으로 이끌었다.

“엄마는 본관에서 지낼 거야. 다이닝룸이랑 거실도 이쪽에 있고.”

두 사람은 본관 뒤편의 연결 통로를 지나 동관으로 향했다.

“동관 이층은 태헌이가 쓰고 있어. 서재도 있고, 방도 있고.”

수경은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

“해원이 네 방도 그쪽이야.”

계단을 오르자 길지 않은 복도가 나왔다. 관리 책임자가 오른쪽 방문을 열었다.

“이쪽입니다.”

침실과 드레스룸, 작은 거실이 한 공간처럼 이어진 방이었다. 이미 필요한 가구와 침구가 전부 준비되어 있었다.

수경이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어때? 너무 호텔 같아서 불편하려나?”

“괜찮아.”

해원은 방보다 복도 맞은편의 닫힌 문을 보았다.

수경이 그 시선을 따라갔다.

“저기가 태헌이 방이래.”

그녀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바로 앞이니까 엄마도 마음 놓이네. 필요한 거 있으면 오빠한테 말하면 되고.”

해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관리 직원이 캐리어를 방 안으로 옮겼다. 한 사람이 바닥에 앉아 지퍼에 손을 올리는 순간, 맞은편 방문이 열렸다.

태헌이 복도로 나왔다.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였다. 방금까지 일을 하고 있었는지 한 손에는 태블릿이 들려 있었다.

그의 시선이 직원의 손에 닿았다.

“윤해원 씨 짐은 손대지 마세요.”

직원이 곧바로 손을 뗐다.

“정리까지 도와드리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본인이 요청한 것만 도와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직원이 캐리어에서 물러났다.

수경은 태헌과 해원을 번갈아 보더니 작게 웃었다.

“그런데 너희는 언제까지 윤해원 씨, 차태헌 씨 할 거야?”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았다.

“이제 한집에 살 건데 계속 존댓말만 하면 남들이 더 이상하게 보겠다.”

수경이 해원의 등을 가볍게 밀었다.

“해원아, 오빠한테 편하게 해.”

태헌의 시선이 해원에게로 옮겨왔다.

잠시 후 그가 먼저 말했다.

“짐 다 풀면 말해, 해원아.”

처음 듣는 반말이었다.

며칠 전 서재에서 명령하던 목소리와도 달랐다. 부모가 듣고 싶어 하는 다정한 오빠의 말투였다.

“필요한 건 내가 준비할게.”

수경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한 박자 뒤에 호칭을 붙였다.

“오빠.”

태헌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해원의 얼굴을 잠시 바라본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해원도 캐리어를 끌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자 거의 동시에 맞은편에서도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두 번의 소리 사이에는 세 걸음도 필요하지 않았다.

밤 열 시가 넘도록 검은 휴대폰은 울리지 않았다.

해원은 캐리어를 모두 비우고, 옷을 종류별로 나눠 드레스룸에 걸었다. 업무용 노트북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다음 날 입을 옷까지 꺼내두었다.

육 주 동안 필요한 물건이 제자리를 찾았다.

그런데도 휴대폰에는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해원은 화면을 확인한 뒤 뒤집어놓았다. 계약을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태헌이 요구한 것은 서명과 호칭, 키스가 전부였다.

서두르지 않는 건지, 이미 자신이 이 집에 들어왔으니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해원은 샤워를 마치고 잠옷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침대에 앉아 머리카락을 말리던 중, 맞은편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 노크가 울렸다.

한 번.

두 번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해원은 드라이어를 끄고 방문을 열었다.

태헌이 복도에 서 있었다. 낮에 입고 있던 셔츠 차림 그대로였지만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혀 있었고,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나와.”

해원은 반사적으로 맞은편 문을 보았다.

열려 있었다.

태헌이 해원을 내려다보았다.

“따라와.”

해원은 열린 문과 태헌의 뒷모습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다 방 안에 놓아둔 검은 휴대폰을 챙겨 들고 복도로 나왔다.

세 걸음이면 충분했다.

해원이 그의 방 안으로 들어가자 태헌이 문을 닫았다.

태헌의 침실은 해원의 방과 구조부터 달랐다. 침대와 낮은 소파, 책상만 놓여 있었고 장식이라고 부를 만한 물건은 거의 없었다. 벗어둔 시계와 서류 몇 장까지 정확한 자리에 정리되어 있었다.

해원은 문 앞에 선 채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태헌이 책상 위를 가리켰다.

“휴대폰.”

해원은 검은 휴대폰을 그곳에 내려놓았다.

“낮에 몇 시간 반말했다고 벌써 잊었나?”

해원은 그제야 자신의 말투를 돌아봤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주인님.”

“정말?”

태헌이 해원에게 다가왔다.

“호칭만 바꾼다고 말버릇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

“그럼 어떻게 말해야 합니까?”

“방금처럼.”

태헌이 해원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둘만 있을 때는 ‘요’로 끝내지 마.”

그의 엄지가 턱 끝에서 떨어졌다.

“대답은 네, 주인님. 아닙니다, 주인님.”

해원은 입술을 다물었다.

“그 정도까지 해야 합니까?”

“해야 해.”

태헌은 짧게 대답했다.

“무릎 꿇어.”

해원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태헌은 재촉하지 않았다.

해원은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잠옷 자락이 허벅지를 따라 올라갔다. 양쪽 무릎이 카펫에 닿자 태헌이 물었다.

“명령을 들으면?”

“네.”

“대답이 완전하지 않아.”

해원은 손가락을 말아 쥐었다.

“네, 주인님.”

“다시 물어봐.”

“뭘 말입니까?”

태헌의 시선이 낮아졌다.

해원은 자신이 또 호칭을 빠뜨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문장을 고쳐 말했다.

“왜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말버릇 고치려고.”

태헌이 낮은 소파에 앉았다.

“일어나.”

해원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가 자신의 앞을 가리켰다.

“이리 와.”

“네, 주인님.”

해원은 맨발로 카펫을 밟으며 다가갔다.

태헌의 무릎 앞에 서자 다음 명령이 떨어졌다.

“엎드려.”

해원의 시선이 그의 다리로 내려갔다.

“여기에 말입니까, 주인님?”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해원은 태헌의 허벅지 위로 조심스럽게 몸을 숙였다. 배 아래로 단단한 허벅지가 닿고 상체가 반대편으로 기울었다. 양손으로 카펫을 짚자 엉덩이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태헌의 손이 해원의 허리로 올라왔다.

붙잡지는 않았다.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을 만큼만 눌렀다.

다른 손이 잠옷 자락을 허리까지 걷어 올렸다. 차가운 공기가 드러난 허벅지를 훑고 지나갔다.

가려진 것은 팬티 한 장뿐이었다.

해원이 숨을 들이마셨다.

짝—

예상보다 큰 소리와 함께 첫 타격이 떨어졌다.

해원의 몸이 태헌의 다리 위에서 세게 튀어 올랐다.

해원의 손바닥이 카펫 위에서 미끄러졌다.

상체를 일으키려는 순간, 허리를 누르고 있던 태헌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가만있어.”

해원은 다시 그의 다리 위에 엎드렸다.

얇은 천 아래로 얼얼한 감각이 번졌다.

태헌이 물었다.

“왜 맞는지 알아?”

“말투 때문이잖아요.”

짝.

두 번째 타격이 같은 자리에 떨어졌다.

해원의 다리가 반사적으로 굳었다. 조금 전의 감각이 사라지기도 전에 새로운 열이 겹쳤다.

“다시.”

해원은 카펫을 짚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말투 때문입니다, 주인님.”

“그렇게 대답해.”

태헌의 손바닥이 다시 내려왔다.

짝.

팬티 위로 둔한 통증이 퍼졌다. 한 번씩 끊어지는 타격 사이로 열이 넓게 번졌다. 처음에는 한쪽에만 남아 있던 감각이 어느새 엉덩이 전체를 덮고 있었다.

해원은 다음 타격이 떨어지기 전부터 몸에 힘을 주었다.

그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손바닥이 다시 허공을 갈랐다.

“읏…….”

짧은 소리가 입술 밖으로 새었다.

“힘 빼.”

“아프잖아요.”

태헌의 손이 멈췄다.

“아직도 못 고쳤네.”

손가락이 팬티 허리선을 잡았다.

해원의 몸이 굳었다.

“잠깐만요.”

태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팬티가 허벅지 아래로 내려갔다. 달아오른 피부에 차가운 공기가 닿았다.

천 한 겹이 사라졌을 뿐인데 조금 전과는 전혀 달랐다. 자신이 어떤 자세로, 어디를 드러낸 채 그의 다리 위에 엎드려 있는지가 갑자기 또렷해졌다.

해원은 본능적으로 허벅지를 붙였다.

태헌의 손이 붉어진 피부 위에 닿았다.

때리는 대신 천천히 쓸어보는 손길에 해원의 등이 움찔했다.

“똑바로 말해.”

“……아픕니다.”

“누구한테 말하는 거지?”

해원이 입술을 깨물었다.

“아픕니다, 주인님.”

“집중해.”

맨살 위로 첫 타격이 떨어졌다.

짝!

팬티 위로 맞을 때와는 소리부터 달랐다. 날카로운 통증이 피부를 파고든 뒤 뜨거운 열로 남았다.

해원은 카펫을 움켜쥐었다.

“어디가 아파?”

“엉덩이가…… 아픕니다, 주인님.”

다시 손바닥이 떨어졌다.

해원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태헌의 허벅지에 배가 눌리고, 허리를 고정한 손이 자세를 되돌렸다.

도망칠 수 없어서가 아니었다.

일어나라는 명령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엎드려 있었다.

다시 타격이 떨어졌다.

통증은 매번 새로웠지만, 놀람은 조금씩 줄었다. 대신 손바닥이 올라가고 내려오는 짧은 간격이 의식되기 시작했다.

해원은 그 간격마다 숨을 들이마셨다.

몸에 힘을 주고.

기다렸다.

짝.

이번에는 소리를 삼켰다.

“다음부터는 어떻게 대답할 거야?”

해원은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려 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대답하겠습니다.”

태헌의 손이 허리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해원은 빠뜨린 말을 깨닫고 문장을 처음부터 되풀이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주인님.”

잠시 후 태헌이 말했다.

“끝.”

허리를 누르던 손이 떨어졌다.

그런데도 해원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달아오른 피부 위로 심장이 뛰는 것처럼 열이 울렸다. 통증은 분명했는데, 끝났다는 안도감만 들지는 않았다.

손바닥이 다시 올라갈 것 같았다.

해원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시고 몸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다음 타격은 오지 않았다.

그제야 자신이 무엇을 기다렸는지 깨달았다.

“일어나.”

태헌의 명령이 떨어지고 나서야 해원은 상체를 일으켰다.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태헌의 무릎에서 내려와 바닥에 서자 팬티가 허벅지 중간에 걸린 것이 보였다.

해원이 급히 손을 내리려는 순간 태헌이 먼저 팬티를 끌어 올렸다.

천이 뜨거워진 피부를 덮었다.

해원은 숨을 멈췄다.

태헌은 잠옷 자락까지 내려준 뒤 구겨진 부분을 손바닥으로 정리했다.

“다음부터는?”

해원이 태헌을 바라보았다.

“둘만 있을 때는 처음부터 제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주인님.”

“기억해.”

태헌은 책상 위에 놓아둔 검은 휴대폰을 들어 해원에게 건넸다.

“돌아가.”

“네, 주인님.”

문이 열렸다.

해원은 휴대폰을 받아 들고 복도로 나왔다. 맞은편 방문까지는 세 걸음뿐이었다.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팬티 안쪽으로 뜨거운 감각이 되살아났다. 해원은 평소와 같은 속도로 걷기 위해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그때 계단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해원아?”

수경이었다.

얇은 카디건을 걸친 채 복도로 올라온 수경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둘이 아직 이야기 중이었어?”

태헌이 해원보다 먼저 대답했다.

“예. 이제 들어가려던 참입니다.”

수경의 얼굴에 반가운 미소가 번졌다.

“첫날이라 걱정돼서 와봤는데 괜한 참견이었네.”

그녀는 태헌과 해원이 마주 보고 서 있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보았다.

“둘이 벌써 친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해원은 손에 든 검은 휴대폰을 잠옷 자락 뒤로 감췄다.

태헌은 아무 일도 없었던 얼굴로 자신의 방문 앞에 섰다.

“잘 자, 해원아.”

목소리도 다시 다정한 오빠의 것이었다.

해원은 엉덩이에 남은 열을 느끼며 웃었다.

“오빠도 잘 자.”

방으로 들어온 해원은 문을 닫았다.

잠옷 아래에는 태헌의 손자국이 아직 뜨겁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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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헌은 생각보다 말없이 잘 먹었다.해원은 자기 접시를 거의 비운 뒤 포크를 내려놓았다.“맛있어요?”“응.”“다행이네요.”“뭘 시킨 건데.”해원이 메뉴 이름을 말해줬다.태헌이 접시를 한번 내려다봤다.“내가 이거 좋아한다고 했었나?”“아니요.”“그럼 어떻게 골랐어.”“제가 먹고 싶어서요.”태헌이 해원을 봤다.해원이 아무렇지 않게 물을 마셨다.“싫으시면 다른 거 시키시라고 하려고 했어요.”“잘 먹고 있는데.”“그럼 됐죠.”태헌은 다시 포크를 들었다.해원이 그 모습을 보다가 말했다.“주인님은 제가 뭐든 다 맞춰드릴 줄 아셨어요?”“아니.”“대답이 너무 빠른데요.” “네가 그러겠어?”해원은 잠깐 그를 봤다.“잘 아시네요.”“이제 좀 알지.”그 말에 해원은 더 대꾸하지 않았다.태헌도 굳이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잠깐 뒤 태헌이 물었다.“넌 일 다 했어?”“거의요.”“난 끝났어.”“한 시간 넘게 걸렸으면서.”“네가 안 깨워서 두 시간 더 잤고.”“그건 제 잘못 아니거든요.”“누구 잘못인데.”“피곤하신 분 잘못이죠.”태헌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해원도 따라 웃었다.식사가 끝나자 해원이 빈 접시를 한쪽으로 밀었다.테이블 위에는 노트북과 태블릿, 룸서비스 접시가 뒤섞여 있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88화. 안 깨웠어요

    토요일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해원은 호텔 객실 문이 열리자 안을 한번 둘러봤다.침대 하나.소파 하나.창가에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딱히 특별할 건 없었다.해원이 가방을 내려놓으며 태헌을 봤다.“여기까지 와서 일하실 건 아니죠?”태헌은 대답 대신 재킷부터 벗었다.그리고 노트북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해원이 그걸 봤다.“하시겠다는 거네요.”“삼십 분이면 돼.”“아까 차에서는 한 시간이라고 하셨는데.”“줄었잖아.”“두고 볼게요.”태헌이 노트북을 꺼냈다.해원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원래 오늘은 점심을 먹고 어디든 돌아다닐 생각이었다.그런데 오전부터 태헌에게 일이 붙었다.해외 법인 쪽 일정이 바뀌었고, 월요일 보고 자료까지 같이 손봐야 한다고 했다.약속을 미룰 수도 있었다.대신 해원이 말했다.그럼 그냥 조용한 데 가요.그래서 온 곳이 여기였다.해원은 창가 커튼을 조금 열었다.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생각해보니까 좀 억울하네요.”태헌이 화면을 켜며 물었다.“뭐가.”“호텔까지 왔는데 저는 구경만 하고, 주인님은 일하시고.”태헌이 손을 멈췄다.해원을 한번 봤다.“뭘 기대했는데.”“제가 언제 기대했다고 했어요?”“방금 억울하다며.”해원은 괜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그건 시간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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