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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또 올게, 엄마

مؤلف: 케사르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1-04 06:05:00

부엌에서 커피 가는 소리가 났다.

해원은 침대에 엎드린 채 협탁 위 휴대전화를 끌어당겼다. 알림은 그대로 떠 있었다. 엄마. [사진].

열었다.

큼직한 도자기 조형물이었다. 하얗고 거친 흙 위로 푸른 유약이 물결처럼 흘러내려 있었다. 가운데에 돛대가 하나 솟아 있었고, 그 돛대에 남자 하나가 묶여 있었다. 밧줄이 가슴과 팔을 몇 겹으로 감고 있었다. 남자는 몸을 비틀지도 않고, 고개만 들어 바다 쪽을 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듣고 있는 얼굴이었다.

사진 아래에 메시지가 이어져 있었다.

[이번 전시에 새로 들어온 거야. 제목이 세이렌이래.]

[실물이 훨씬 좋아.]

그게 전부였다.

해원은 그 두 줄을 몇 번 읽었다. 엄마가 왜 이걸 보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엄마는 예전에도 가끔 사진을 보냈다. 이번 것도 그런 거였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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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144화. 또 올게, 엄마

    부엌에서 커피 가는 소리가 났다.해원은 침대에 엎드린 채 협탁 위 휴대전화를 끌어당겼다. 알림은 그대로 떠 있었다. 엄마. [사진].열었다.큼직한 도자기 조형물이었다. 하얗고 거친 흙 위로 푸른 유약이 물결처럼 흘러내려 있었다. 가운데에 돛대가 하나 솟아 있었고, 그 돛대에 남자 하나가 묶여 있었다. 밧줄이 가슴과 팔을 몇 겹으로 감고 있었다. 남자는 몸을 비틀지도 않고, 고개만 들어 바다 쪽을 보고 있었다.무언가를 듣고 있는 얼굴이었다.사진 아래에 메시지가 이어져 있었다.[이번 전시에 새로 들어온 거야. 제목이 세이렌이래.][실물이 훨씬 좋아.]그게 전부였다.해원은 그 두 줄을 몇 번 읽었다. 엄마가 왜 이걸 보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엄마는 예전에도 가끔 사진을 보냈다. 이번 것도 그런 거였을지 몰랐다. 아니면 아닐지도.세이렌.어디서 들어본 이름이었다. 해원은 검색창에 그 단어를 쳤다.신화 이야기가 나왔다. 바다 한가운데 바위섬에 사는 세이렌이라는 존재가 있었다. 그 노래에 홀린 사람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고 했다.그런데 그 노래를 듣고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다.오디세우스였다.그는 그 노래가 듣고 싶었다.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선원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게 하고, 자기는 돛대에 묶어달라고 했다. 노래를 듣다가 풀어달라고 애원해도 절대 풀지 말라고, 더 세게 묶으라고 미리 일러뒀다.그렇게 그는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살아서 그 바다를 건넜다.해원은 화면을 내렸다가, 다시 사진으로 돌아갔다.돛대에 묶인 남자. 바다 쪽으로 든 고개.해원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뭘 그렇게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143화. 이기적인 마음

    뒤통수에서 매듭이 풀리는 감각이 났다.넥타이가 천천히 눈에서 떨어졌다. 스탠드 불빛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해원은 눈이 부셔서 몇 번 깜빡였다.바로 앞에 태헌의 얼굴이 있었다.땀에 젖은 앞머리가 이마에 붙어 있었다. 아까 넥타이 너머로 상상했던 얼굴과 비슷했지만, 한편으론 조금 달랐다. 생각보다 훨씬 다정한 얼굴이었다.태헌의 엄지가 해원의 눈가로 왔다. 넥타이 아래서 젖어 있던 자리를 천천히 닦았다. 아까 해원의 손목을 누르던 손과 같은 손이었지만, 전혀 다른 손 같았다."괜찮아?""……네."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해원은 자기 목소리에 조금 웃음이 났다. 태헌도 그걸 듣고 입꼬리를 올렸다.태헌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잠깐 뒤에 물 한 잔과 따뜻한 수건을 들고 돌아왔다. 해원을 일으켜 앉히고 물을 마시게 했다. 해원이 반쯤 마시자 컵을 받아 협탁에 놓고, 수건으로 해원의 목덜미와 손목을 닦았다. 아까 눌렸던 손목 안쪽을 엄지로 한 번 문질렀다. 아프지 않았는데도.해원은 그 손을 보고 있었다.방금 전까지 해원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참으라고, 말하라고 하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해원의 손목을 들여다보며 붉은 자국이 남지 않았는지 살피고 있었다.둘 다 이 사람이었다.태헌이 수건을 내려놓고 다시 누웠다. 해원을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이번엔 조심스러운 손이 아니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끌어안는 손이었다.해원은 그 가슴에 뺨을 댔다.무섭지 않았다. 오늘 밤은.앞으로가 전부 괜찮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언젠가 또 아플지도 몰랐다. 그 생각이 아주 사라진 건 아니었다.그래도 오늘 밤은 좋았다. 앞이 보이지 않아 조금 긴장되기도 했지만, 이 사람이 무섭지는 않았다. 이 사람이 어디 있는지 보이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142화. 마음껏 느껴

    "대답."해원의 입술이 열렸다."……네, 주인님."태헌은 해원 앞으로 돌아섰다. 넥타이 아래로 드러난 해원의 얼굴이 그를 찾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데도,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가 조금 기울어 있었다."셔츠 벗어."해원의 손이 셔츠 단추로 올라갔다. 보이지 않으니 손끝으로 더듬어 찾아야 했다. 첫 번째 단추에서 손가락이 한 번 미끄러졌다. 해원의 입술이 작게 다물렸다."천천히."해원의 손이 멈칫했다가, 정말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나, 그리고 또 하나. 단추가 풀릴 때마다 셔츠 앞섶이 조금씩 벌어졌다. 태헌의 셔츠였다. 자기 옷이 해원의 손으로 해원의 몸에서 벗겨지는 걸 태헌은 아무 말 없이 지켜봤다.마지막 단추가 풀렸다.셔츠가 어깨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해원은 그대로 서 있었다. 손을 어디 둬야 할지 몰라 몸 옆에서 손가락을 조금 움켜쥐었다. 스탠드 불빛이 해원의 몸 한쪽을 비췄다.태헌은 그 모습을 오래 봤다. 해원은 그 시선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느끼는 것 같았다. 쇄골 아래부터 붉은 기가 천천히 번져 올라왔다."앉아. 침대 끝에."해원이 손을 뒤로 뻗어 매트리스를 더듬었다. 가장자리를 찾아 조심스럽게 앉았다."손은 뒤로 짚어."해원이 양손을 등 뒤 시트 위에 짚었다. 그 자세로 가슴이 조금 앞으로 들렸다."그대로 있어. 움직이지 마."태헌은 해원 앞에 무릎을 굽혔다.해원은 그가 어디로 갔는지 몰랐다. 숨소리가 낮아진 걸로 짐작하는 것 같았다. 태헌은 해원의 무릎에 손바닥을 얹었다. 해원의 몸이 움찔했다. 손바닥이 허벅지를 따라 천천히 올라갔다. 아주 천천히. 해원의 숨이 그 속도를 따라 가빠졌다.허벅지 안쪽 깊은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141화. 다시 불러

    "……주인님."해원의 입술에서 그 말이 나왔다.숨에 반쯤 섞인 작은 목소리 였다. 하지만 태헌에게는 그 세 글자가 거실 전체를 울리는 것처럼 들렸다.해원의 턱 아래에 댄 손가락이 미세하게 한 번 떨렸다.태헌은 숨을 쉬는 걸 잊었다.그 호텔 방에서 해원은 이 호칭을 부를 수 없다고 했다. 부를 때마다 그날이 생각날 것 같다고. 태헌은 그 말을 들은 밤부터 다시는 이 말을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듣고 싶다고 말할 자격도 없다고.그런데 해원이 불렀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태헌은 해원을 내려다봤다. 해원도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가가 조금 붉었지만 울고 있지는 않았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이었다. 자기가 방금 무엇을 건넸는지 아는 얼굴.목 안쪽이 뜨거워졌다. 태헌은 그걸 삼켰다."다시 불러."목소리가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갈라지지 않았다.해원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 이번엔 숨에 섞이지 않았다."주인님."또렷한 목소리였다.태헌은 그 소리가 몸 안쪽 어딘가에 닿는 걸 느꼈다. 한 달 넘게 비어 있던 자리였다. 거기 무언가가 천천히 차올랐다.턱을 받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해원의 고개가 조금 더 들렸다. 해원은 그 손에 기대듯 스스로 턱을 맡겼다."잘하네."해원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숨이 짧아졌다. 그 말 한마디에 해원의 몸 전체가 조금 풀리는 게 손끝으로 느껴졌다.태헌은 그 반응을 오래 봤다.어제까지의 태헌은 이 얼굴 앞에서 매번 멈췄다. 손을 뻗을 때마다, 말을 하려 할 때마다. 혹시 또 이 여자를 울게 할까 봐.지금은 멈추지 않아도 됐다. 해원이 직접 걸어와 이 자리에 섰으니까.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140화. 또 너를 그렇게 만들까봐

    태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해원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이 사람이 지금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지 알았으니까."……내가 정해도 돼?"태헌이 물었다. 목소리가 낮았다. 정말로 허락을 구하는 목소리였다."네."태헌은 해원을 잠깐 더 보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언가를 고르는 얼굴이었다. 회의실에서 수십 장짜리 보고서를 넘기다가 결론을 내릴 때와 비슷한 얼굴. 해원은 그 얼굴을 오랜만에 봤다."나가자."태헌이 말했다."점심은 내가 아는 데로."그 한마디에 해원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별말도 아니었다. 나가자, 내가 아는 데로.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해원은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먹을지, 그 집이 괜찮을지. 소개팅 자리에서 메뉴판을 붙잡고 그토록 원했던 게 이거였다."네."해원은 자기 목소리가 생각보다 가볍게 나와서 조금 놀랐다.태헌이 일어나 침실로 들어갔다가 짙은 회색 니트 하나를 들고 나왔다."셔츠 위에 이거 입어. 밖에 추워."해원은 니트를 받아 들었다. 해원에게는 컸다. 소매가 손등을 다 덮었다. 태헌은 그걸 보고 아무 말 없이 소매를 두 번 접어줬다.식당은 오피스텔에서 걸어서 십 분 거리에 있는 작은 국숫집이었다. 테이블이 여섯 개뿐이었고, 주인 할머니가 태헌을 보자 아는 척을 했다."오늘은 혼자 아니네."태헌은 대답 대신 고개만 살짝 숙였다. 해원은 그 옆얼굴을 봤다. 이 사람이 한 달 동안 여기 혼자 와서 국수를 먹었다는 게 그려졌다.해원이 입구 쪽 자리로 가려는데 태헌이 말했다."이쪽에 앉아."창가 자리였다. 햇빛이 테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139화. 정해주세요

    해원이 눈을 떴을 때, 침대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커튼 틈으로 햇빛이 들어와 있었다. 낯선 천장이었다. 잠깐 여기가 어딘지 생각하다가, 베개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알았다.부엌 쪽에서 커피 가는 소리가 났다.해원은 침대 아래로 손을 뻗었다. 어젯밤 아무렇게나 벗어둔 블라우스는 구겨져 있었다. 대신 의자 등받이에 태헌의 셔츠가 걸려 있었다. 해원은 그걸 걸치고 소매를 두 번 접었다.거실로 나가자 태헌이 부엌 선반 앞에 서 있었다. 원두를 갈아 필터에 담고, 물을 붓고, 잔을 꺼냈다. 동작이 자연스러웠다. 이 집에서 한 달 동안 매일 아침 그렇게 했다는 게 보였다.태헌이 돌아봤다. 셔츠를 걸친 해원을 보고 잠깐 멈췄다가, 시선을 커피잔으로 돌렸다."일어났어?""네.""커피 마실 거지?""네."태헌이 잔 하나를 더 꺼내 커피를 따랐다. 해원 앞에 내려놓고 자기 잔을 들었다.그러고는 물었다."아침 뭐 먹을래? 네가 편한 대로 해."해원은 잔을 들다 말고 멈췄다.어디서 들어본 말이었다. 아주 최근에.편하신 대로 고르세요.해원은 웃음이 터졌다. 커피를 쏟을 뻔해서 잔을 다시 내려놓았다.태헌이 해원을 봤다."……왜.""아니에요."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웃다 보니 이상하게 짜증이 났다. 그 저녁에 메뉴판을 앞에 두고 얼마나 이 사람이 보고 싶었는데. 정작 이 사람도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그런 말 하지 마세요."태헌의 얼굴이 굳었다. 뭘 잘못했는지 찾는 얼굴이었다. 해원은 그 얼굴을 보고 더 말하지 않았다. 지금 설명하면 소개팅 얘기를 처음부터 다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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