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차연은 하예정의 휴대전화 번호를 저장했다. 그녀는 하예정이 그녀에게 가짜 번호를 줄까 봐 걱정해서 하예정의 면전에서 휴대전화 번호에 전화를 한 번 걸었고, 하예정은 휴대전화를 꺼내 그녀에게 화면을 보여주었다.도차연은 전화를 끊고 말했다."하예정 씨, 그럼 전 먼저 갈게요. 다음에 다시 봐요.”“네, 안녕히 가세요.”하예정은 도차연이 차에 오르는 것을 본 후, 도차연이 그녀에게 손을 흔들 때 다시 입을 열었다."도차연 씨, 다음에 올 때 번거로우시겠지만 차를 입구의 주차 공간에 세워주세요. 이렇게 함부로 주차하지 마시고요.”"오늘 밤 제 차를 가로막으셨죠? 하지만 전 성격이 좋고 포용력이 강하니 도차연 씨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을거예요. 하지만 만약 우리 집 그 이의 길을 막는다면 도차연 씨의 스포츠카는 아마 폐기될 수도 있어요.”“알겠어요, 제가 무례했네요... 죄송합니다.”하예정이 웃었다. "괜찮아요. 말했다시피 저는 성격이 좋고 포용력이 강해서 도차연 씨의 한 번의 주차 실수때문에 화내지 않습니다. 그럼 도차연 씨, 안녕히 가세요. 배웅은 하지 않을게요.”도차연은 손을 내저으며 차를 몰고 갔다.연적의 차가 멀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던 하예정이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더니 방금 별장에서 나온 박씨 아저씨를 바라보았다."사모님, 무슨 일이세요?”박씨 아저씨는 방금 소문을 듣고 무슨 일인가 해서 나와봤다.도차연은 이 곳에 온 후에도 집 안의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그저 묵묵히 차에서 하예정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별일 아니예요. 태윤 씨를 좋아하는 여자가 집까지 쫓아왔는데, 주차 공간에 주차하지 않고 문 앞에 가로로 주차해 제 길을 막았어요. 박씨 아저씨, 경비실에 가서 CCTV 좀 찾아볼수 있을까요?”"도차연 씨는 이 빌라단지의 출입카드가 없고, 저희 집 도우미들이 데리고 들어왔을 리도 없는데, 그녀가 어떻게 들어온거죠?”하예정은 연적 앞에서 매우 대범하게 행동했고 게다가 도차연에게 한방 시원하게 먹이기까지 했지만, 사실 그녀는 사랑
운전사가 하예정을 따르는 경호원에게 물었고, 그 경호원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난 몇 달 동안 사모님 곁에서 그녀를 보호해왔어. 내가 아는 사모님은, 도련님에게 화를 낼 것 같지 않아. 도차연이 알아서 들러붙은 거고 아직 도련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도련님을 원망해서 뭐해?”"그럼 다행이고. 난 사모님이 화나서 도련님이랑 크게 싸울까봐 걱정이야. 그럼 중간에 낀 우리는 무슨 죄냐고.”전태윤이 화가 나면 그 누구도 발 뻗고 편히 잘 수 없다.그러니 가장 불쌍한 건 전태윤을 자주 보는 사람들이었다.운전기사는 하예정을 자주 모시는 편이라 전태윤도 자주 볼 기회가 많았기에 걱정이 앞섰다.하예정은 방에 들어간 후 소파에 앉았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고 전태윤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다.전태윤의 차는 별장 입구에 도착해서 멈추었다.하예정은 소파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평소의 그녀라면 차 소리가 나는 순간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전태윤은 몇 개의 쇼핑백을 들고 차에서 내렸는데, 쇼핑백 안에는 명품 브랜드의 신상 옷이 들어 있었다. 그는 하예정에게 선물할 생각이었다.하예정은 현재 신분과 관심도가 매우 높았는데, 명품 브랜드의 새로운 옷을 입고 연회에 참석하는 등 사람들의 앞에 나서면 걸어다니는 광고가 따로 없었다.그래서 과거에는 남성 브랜드만 전태윤에게 협찬이 들어왔는데, 전태윤이 결혼하면서 여성 브랜드도 우르르 협찬을 해왔다.전태윤은 차에서 내린 후 하예정이 마중 나오지 않고 박씨 아저씨도 마중 나오지 않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경호원을 불러 물었다."내가 돌아오기 전에 집에 무슨 일이 있었어? 예정이 기분이 안 좋아?”경호원이 조용히 대답했다. "도련님, 그냥 방에 들어가서 사모님께 직접 물으세요. 이건 도련님과 사모님 사이의 개인적인 일이니 저희 모두 뭐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도련님, 그럼 저희는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그리고 경호원은 얼른 도망갔다.또 다른
하예정이 지금 기분이 좋아보였기에 전태윤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여보, 내가 돌아오기 전에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하예정은 그를 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해요?”"평소에는 내가 돌아오고 차가 막 별장에 들어서면서 인기척이 들리면 당신이 방에서 나와서 내 차 앞에 서서 빙그레 웃으며 내가 내리기를 기다렸잖아. 당신이 나보다 늦게 돌아오는 날에는 박씨 아저씨가 나오고. 근데 오늘 밤에는 박씨 아저씨도, 당신도 나오지 않았으니까.”"이상한 일이 생기면 반드시 뭔가 이유가 있는거겠지. 내가 돌아오기 전에 무슨 일이 생긴 게 맞지? 그리고 그 일은 우리 부부의 감정에도 영향을 미칠 일 인거야. 그래서 당신 지금 나한테 화 난 거지?”전태윤이 부드럽게 물었다."예정아, 내가 뭘 잘못했어?”그는 하예정이 자신을 마중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짐작했고, 그래서 그녀에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며 그녀를 화나게 했을까 봐 걱정했다. 하예정은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자신이 평소에 그를 잘 대해주지 못해서 그에게 주는 안전감이 부족하다고 느꼈다.전태윤은 그녀가 화를 낼까 봐, 화가 나서 그를 떠날까 봐 항상 걱정했다.그녀는 옷을 내려놓고 그의 얼굴을 잡아당겨 입술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은 잘못한 게 없어요. 그리고 난 화나지 않았어요. 당신이 돌아왔을 때, 난 단지 너무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어서 당신 데리러 나가지 않았을 뿐이에요.”그녀는 그의 품에 기대며 두 손을 뒤로 감아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전태윤 씨, 당신은 내 남자잖아요. 나만의 남자. 누가 나랑 당신의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해도 난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내 남자 내가 지켜요. 내가 길들인 남자 내가 누릴거예요.”"당신 쫓아다니는 여자, 도차연 씨가 또 왔어요. 저랑 나가서 이야기 나누고 싶어 했는데 시간이 늦었기도 했고, 당신이 곧 돌아올 것을 알고 거절했어요. 그러면서 다음에 시간이 되면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
"그녀와 주형인 모두 원했던 일이었기에 바람이 성사된거겠죠. 그런데 사건이 발생한 후 모두가 그녀를 여우 같은 년, 천한 년, 남의 남편을 꼬드기고 남의 결혼 파탄낸 내연녀라고 비난했어요.”"주형인에 대한 비난은 훨씬 적었고요. 하지만 사실 그 둘 중 주형인을 더 비난해야죠, 그는 이미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잖아요. 젊고 예쁜 여자를 보고 욕망을 제어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잖아요.”"물론 서현주도 잘못이 있어요. 그녀는 주형인을 충분히 거절할 수 있었고 심지어 사직하고 그를 아예 멀리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주형인이 주는 즐거움을 즐기며 우리 언니를 대신해 그의 아내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었죠.”"지금 그녀가 그렇게 된 것에는 동정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주홍림도 동정할 가치가 없고요. 그가 만약 우빈이의 친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언니가 두 번 다시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예요.”"서현주로서는 왜 모두가 그녀만 비난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겠죠. 그녀는 모든 불행이 그녀에게만 떨어졌다고 느꼈고, 불공평하다고 느꼈겠죠. 아마도 그녀가 가족에게 시달리며 자신감을 잃고 낙담했을 때 그녀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줄 알았던 주형인이 그녀를 배신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겠죠. 그녀가 경찰에게 말한 것처럼, 주형인을 끌고 함께 지옥에 가고 싶은 심정이었을거예요.”한바탕 말을 마친 후, 하예정은 전태윤를 껴안고 몇 번 더 뽀뽀를 했다."태윤 씨, 고마워요. 나랑 언니가 주형인과 서현주의 배신을 알고 지금같은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던 건 다 당신 도움 때문이에요.”하예정이 만약 전태윤 없이 혼자 주형인을 상대했다면, 주형인은 일자리를 잃지 않을 것이고 여전히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했을 것이다. 회사에서 권력과 세력이 있던 그는 날이 지날수록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고 그와 서현주의 생활은 나날이 좋아질 것이다.그리고 주형인의 가족도 하예진한테 지금처럼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주형인이 이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그녀의 언니를 못살게 굴었을 것이다.그러면
하예정이 웃으며 그의 귀에 대고 몇 마디 속삭이자, 전태윤은 두 눈을 반짝이며 즉시 그녀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방으로 들어온 하예정이 땅에 발을 딛더니 다시 돌아가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여보, 오늘 밤은 내가 리드할 거예요.”"얼마든지.”전태윤은 기꺼이 받아들였다.그녀가 적극적으로 나올수록 그는 그녀에게 점점 더 중독되었다.이런 중독은 평생의 중독이었고, 그는 평생 그녀만을 사랑할것이다.바깥의 여자가 아무리 예뻐도 그가 직접 옆에서 지켜보며 같이 시간을 지낸 여자보다 예쁠까.이쪽에서는 부부가 한창 열정이 끌어오를 때, 한편 도차연은 관성에 있는 그녀의 별장으로 돌아갔다. 별장에는 뜻밖에도 그녀의 큰 사촌 오빠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도차연은 큰 오빠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렇게 늦었는데, 큰 오빠가 관성엔 웬일이야?”"차연아, 둘째 삼촌이 출장 가기 전에 나에게 너를 부탁한다고 당부했어. 관성에 오게 하지 말라고. 근데 너는 나를 속이고 몰래 관성에 왔지, 만약 둘째 삼촌은 알면......”"이건 내 자유야, 오빠가 상관할 바 아니라고. 우리 아빠로 그만 협박해, 내가 오빠 진짜 생각을 모를 줄 알아? 아빠가 나한테 화나서 날 회사에서 쫓아내면 오빠들 몇 명이 도씨 그룹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거잖아.”"도기범, 잘 들어. 도씨 그룹은 우리 아버지의 개인 재산이야. 오빠네 아버지와 셋째 삼촌이 가지고 있는 주식은 모두 우리 아버지가 형제들을 생각해서 주식을 조금 나눠준거지. 매년 주식 배당금이라도 타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거야.”"우리 아빠한테는 친딸인 내가 있어. 그러니까 모든 재산은 내가 상속받았을거야. 그러니까 오빠들은 내 걸 차지하려고 하지 마. 아빠가 가족을 소중히 여겨서 대학 졸업 후 오빠들을 위해 일자리를 마련해줬으니 마땅히 우리 아빠한테 감사해야 해. 다른 생각을 품는 건 배은망덕한 짓이야.”도차연에게서 면전에서 욕을 먹은 도기범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도
도씨 그룹은 도씨 사내들에게 물려주고 도차연은 그저 그녀가 시집갈때 혼수를 화려하게 준비해주면 된다.아버지 세대의 생각이 이러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도기범과 다른 사촌 동생들의 생각도 똑같다. 그들은 둘째 삼촌이 도차연을 후계자로 세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그러니 회사는 앞으로 그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 둘째 삼촌이 그에게 도씨 그룹을 인계한다면 나중에 도차연이 시댁에서 시집가서 괴롭힘을 당할때 친정 사촌 오빠인 도기범도 그녀를 대신해서 복수를 해줄 마음도 있었다."난 내가 좋아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어, 오빠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난 그냥 친구 만나러 왔어, 난 뭐 여행 오면 안 돼? 오빠, 날 데리고 돌아갈 생각이라면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애.”도차연은 가방을 소파에 내던지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존재감을 최대한 낮추고 있던 도우미에게 분부했다.“목 말라, 물 좀.”도우미는 급히 가서 그녀에게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따라 주었다.도기범은 이 곳에서 한참을 기다렸기에 도우미는 일찍이 그에게 차와 간식을 가져다 주었다.그가 소파에 돌아와 앉더니 어조를 누그러뜨리며 도차연에게 말했다. "차연아, 네가 아무리 이 큰 오빠를 오해해도 좋아. 하지만 둘째 삼촌이 그런 지시를 한 건 적어도 너를 위한 것이겠지. 그러니 큰 오빠가 이러는 것도 너를 위해서야.”둘째 삼촌이 왜 그녀를 관성에 못 오게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둘째 삼촌이 그렇게 하는 건 분명히 이유가 있기 때문 일것이다.둘째 삼촌은 오직 도차연 한 명의 아이만 있을 뿐이었기에 항상 도차연을 보물처럼 아끼고 달래주었다. 도 대표가 도차연에게 무엇을 강제하는 건 한번도 보지 못했다.그렇기에 도기범은 사촌 여동생이 관성에서 사고를 쳤을 것이라고 추측했고, 그래서 둘째 삼촌이 다시는 도차연을 관성에 오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했다."차연아, 너 방금 어디 있었어? 친구는 누군데?”"오빤 몰라.”도차연은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신 후에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도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후 도차연은 도기범에게 말했다. "오빠, 내일 저녁에 갈게, 내일 저녁 약속을 잡았거든.”"누구랑 밥 먹어? 오라버니가 같이 갈게, 그리고 내일 저녁에 같이 돌아가자.”"오빠는 모르는 사람이잖아. 따라가면 걔가 어색해 할 거야.”"그건 모르지, 네가 만나서 소개를 해주면 그때부터 알게 되는거지. 어쨌든 오늘 밤 나랑 같이 돌아가지 않으면 관성에 있는 너의 일거수일투족은 이 오빠가 지켜봐야 해. 네가 누구를 만나든 내가 그 자리에 같이 할거야.”“...”"시간이 늦어서 비행기 표 끊기도 힘들어.”도기범이 말했다."그럴줄 알고 친구한테서 전용기를 빌렸어. 전용기가 곧 관성에 도착할거야. 우리는 그걸 타고 오늘 돌아갈거야.”"이미 다 계획해 놓은거네? 우리 아빠한테도 이미 얘기했어?”도차연은 도기범의 이런 행동에 매우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이 일에 있어서만큼은 아버지는 도기범을 믿는 한이 있어도 그녀를 믿지 않을 것이다.도기범이 말했다."난 그저 둘째 삼촌이 내게 맡긴 임무를 완수했을 뿐이야.”도차연은 도기범이 너무 얄미웠지만 어쩔수 없이 그를 따라 관성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하예정은 도차연이 다음날 그녀에게 전태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만나자고 할 줄 알았는데, 도차연은 예상외로 지난 밤에 관성을 떠났다. 덕분에 그녀의 생활은 계속 조용하고 행복하게 흘러갔다.......강성.경호원들에게 에워싸인 고현은 호텔을 나서자마자 호텔 입구의 붉은 꽃바다를 보았다.그 많은 꽃잎 앞에 흰 치마를 입은 예쁜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그녀는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하고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채 커다란 꽃다발을 손에 들고 그 꽃잎 앞에 서 있었다.빨간 장미꽃잎들이 커다란 하트 모양을 이루었는데 그 모양은 가까이서 봐도, 멀리서도 아름다웠다.주위에 구경꾼이 많았다.연예계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그녀와 그 여자아이를 향해 사진을 마구 찍고 있었다.구경꾼들이 모두 그를 보고 있었다."도련님.”그 여자아이는 고현을
그 여자는 고현에게 거의 다다랐을때 무엇에 걸려 넘어진 것처럼 꽃다발을 안고 그녀의 품으로 뛰어드는 자세를 취했다.지금 보는 사람들도 많았고, 게다가 얼마 전 고현은 그녀가 연기를 잘한다고 칭찬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애교가 넘치는 미인이 품에 안기는데, 고현이 그녀를 밀어낼리가 없겠지?사실 이 여자는 바로 요즘 강성에서 새로 뜨는 스타인데, 작은 도련님, 즉 고현의 쌍둥이 동생인 고빈이 이 여배우를 매우 마음에 들어해서 여자가 촬영하는 동안 면회를 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조금의 시간을 낼 수 없어서 할수없이 누나에게 대신 가달라고 부탁했다.고현은 남들 앞에서는 냉정한 편이지만 쌍둥이 동생을 매우 귀여워했다. 그녀는 일이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동생의 거듭된 부탁으로 한 번은 가주겠다고 승낙했다. 그리고 한번 그녀의 촬영장에 면회를 가서 상대방의 연기를 보고 연기가 괜찮다고 말했다.뜻밖에도 그 한번의 방문으로 스캔들이 났고, 연예 기사에서는 모두 고씨 그룹의 고현, 즉 큰 도련님이 이 여배우를 좋아한다고 보도했다.한편 고현에게 첫눈에 반한 여배우는 기사가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해명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번 기회를 통헤 고현과의 스캔들로 자신의 신분을 높이고, 사랑에 빠져서 부잣집에 시집가기를 원했다.연예계 여자 스타들은 대부분 명문가에 시집 가는 것을 목적으로 했고, 그녀도 예외는 아니다.고씨 가문은 강성에 있는 최고의 명문가였다. 만약 고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다면, 평생 먹고 입을 걱정 없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게다가 고현 도련님은 젊고 잘생기고 돈도 많고 심지어 고씨 그룹의 주인이었다. 고 회장님은 이제 거의 회사 일에 관여하지 않았고, 실질적인 경영은 고현이 맡고 있었다.고현을 만난 적이 있는 강성의 젊은 여자라면, 그게 누구든 이 귀한 도련님을 이상형으로 생각할 것이다.다시 현재.고현은 달려드는 여배우가 뭘하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 걸었다.달려오던 여배우는 뜻대로 한 사람의 품에 안겼고, 상대가 재빨리 그녀를 부축해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