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퇴근이니까 제가 밥 살게요. 우리 함께 밥 먹고 제가 회사까지 모셔다드리고 갈게요.”“됐습니다. 당신이 떠나는 것이 바로 저를 도와주는 거예요. 전호영 씨, 부디 저를 놓아주세요.”고현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전호영이 이제 겨우 이틀 동안 그녀를 쫓아다녔는데도 고현은 견딜 수가 없었다. 전호영 이 녀석의 계략이 너무 많았다. 전호영은 항상 고현을 억제할 방법을 찾아냈고 고현은 화가 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현은 전생에 전호영의 원수였기 때문에 이번 생에 전호영에게 쫓기면서 복수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전호영은 정색하면서 말했다.“고현 씨, 저는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해요. 당신에 대한 마음도 진심인걸요. 제가 지금 진심으로 당신에게 구애하고 있어요.”“제가 비록 뻔뻔하고 얼굴도 두껍지만 미래 아내의 관심을 끌려면 이 정도의 뻔뻔함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제가 얼굴이 얇고 당신에게 몇 마디 욕을 먹고 거절당해서 포기한다면 저는 평생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몰라요.”“저처럼 훌륭한 남자가 혼자 사는 것이 아쉽지 않아요? 때문에 저는 염치없고 뻔뻔할 수밖에 없는걸요.”고현은 아무 말도 못 했다.고현은 전호영 앞에서 더는 남자라고 당당하게 잡아뗄 수 없었다.전호영이 고현에게 바지를 벗고 확인시켜달라고 할까 봐 걱정이었다.물론 고현은 바지를 벗을 리가 없었다.전호영이 고현이 남자가 아니라고 확신한 이유이기도 했다.전호영은 몸을 돌려 소파로 돌아와 치마와 하이힐을 주머니에 넣었다.고현에게 그 치마를 받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고현은 20년 넘게 남자 분장을 했기 때문에 남자의 차림새에 익숙해져 치마를 입는 것이 매우 난감한 일이었다.전호영이 고현에게 치마를 사준 것은 사실은 고현이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 그녀의 속셈을 떠본 것이다.“참, 오늘 고 대표에게 한 가지 일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전호영은 이윤미가 하예진과 너무 닮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고현의 앞으로 다가가서 맞은편에
고현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무슨 말씀이세요? 당신 형수님 자매분이 이윤미 씨랑 많이 닮았다니요? 혹시 그 형수님께서 과거에 헤어진 자매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우리 형수님은 하예진 누나 한 명만 있다는 것을 제가 확신해요. 친자매는 아니지만 사촌 여동생이 한 분 계신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분은 하예진 누나와 닮지 않았어요.”전호영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도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서로 모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닮아서 지금 고 대표에게 물어보는 바입니다. 혹시 몇십 년 전에 이씨 가문에서 밖에 떠돌아다니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알고 계시는가 해서요.”“저희 큰형수 자매가 이씨 가문의 밖으로 떠돌고 있는 자식일 리가 없어요. 우리 큰형수님 집안일은 제가 잘 알고 있거든요.”“그런데 우리 형수님의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고아라는 사실을 들은 것 같긴 한데. 아마 겨우 몇 살 되던 해에 형수님 어머님이 고아원에 보내졌다가 입양됐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운이 안 좋아서 양부모가 자기 아이를 갖게 되자 다른 집으로 보내졌대요. 그 뒤로 계속 다른 집으로 몇 번이고 입양되었다고 하던데.”“이경혜 씨가 수십 년이란 세월 동안 힘들게 여동생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우빈을 만난 후에야 우리 형수님 자매를 찾게 되었거든요. 우빈이는 우리 형수님의 조카예요. 하예진 누나와 엄청 닮았거든요.”고현이 되물었다.“그럼 형수님의 어머니가 이씨 가문...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라고 의심하시는 겁니까? 지금의 이씨 가문 가주의 맏언니의 두 딸이 수십 년 전에 실종됐다는 소식은 들었어요.”전호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무언가 사연이 있음을 알아채고 고현에게 급히 물었다.고현도 숨기지 않고 그녀가 알고 있는 이씨 가문의 역사를 모두 전호영에게 알려주었다.전호영이 그 사연을 듣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가 전화를 받자 이내 물었다.“엄마, 이경혜가 성씨가 강성의 이 씨 맞죠? ”“강성의 이 씨? 갑자기 그건 왜 물어?
“고현 씨는 참 좋겠어요. 고현 씨 부모님은 당신의 혼인에 너무 관여하시지 않으시잖아요. 재촉하시지도 않고요.”고현은 입을 오므리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현의 부모님은 결혼 재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결혼 재촉할 수가 없었다.고현이 남장하고 다녔기 때문에 만약 고현의 부모님께서 맞선 자리에 고현을 내보낸다면 상대방이 무척 놀라워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고현에게 빠져있는 분들은 모두 여자들이었다.고현과 결혼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따라서 고현의 부모도 어쩔 수 없었다.동생 고빈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빈도도 부모님의 재촉을 마음에 두지도 않았다. 매번 재촉할 때면 고빈은 항상 흘려듣고는 집을 나서면 이내 까먹곤 했다.고현의 부모는 두 남매에게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이경혜 씨의 성씨가 강성의 성씨이고 우리 큰형의 장모님도 이경혜의 동생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강성 이씨 성일 거예요.”“이윤미와 하예진이 이토록 닮은 것으로 보면 제 생각에는 이경혜 씨가 지금 이씨 가문 가주의 외 조카딸일 가능성이 커요.”“그런데 나이가 안 맞는 것 같아요.”고현이 되물었다.“이경혜 씨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죠?”“이 대표가 올해 70세죠. 그 당시 이 대표가 18세 때 그의 첫 조카가 태어났기 때문에 올해 아마 52세 일 겁니다.”전호영이 말을 이었다.“저도 그분 실제 나이가 몇 살인지 잘 몰라요. 그분은 우리 부모님 나이와 비슷해요. 이경혜 씨의 장남도 벌써 30대인 것으로 보아 이경혜 씨도 60세 가까이 되셨을 겁니다.”“그분도 성씨 그룹에서 출근하셨고 지금의 남편과 시아버지가 마음에 들어 하셔서 성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었던 거죠.”“하지만 강성 이씨 성은 보기 드물고 또 이경혜 자매가 마침 이 씨 성이잖아요.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가족 모두 없었기에 고아원에 보내진 거고요. 하지만 이경혜 씨는 그의 여동생보다 훨씬 대단해요.”“여동생이 죽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저의 큰 형수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말하는 것을
전호영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물론 되죠.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이 소식을 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요. 직접 가서 알려준다면 그 집안의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거든요.”“현임 이 가주는 나이가 많으시지만 몸은 여전히 튼튼해요. 젊었을 때부터 마음이 모질고 악랄하여 건드리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전호영은 또 히죽거리면서 농담했다.“이씨 가문의 진짜 딸과 가짜 딸 모두 당신을 좋아하더군요.”고현이 말을 이었다.“이윤미 씨는 단지 저를 마음에 들어 했을 뿐이에요. 저도 분명히 그분에게 말씀드렸어요. 이윤미 씨와 제가 결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더니 그녀도 흔쾌히 마음을 접더군요.”자신이 고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씨 가문의 이윤정에 대해 고현은 예전부터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고현은 지금은 여자의 몸이지만 설령 남자라고 해도 그녀는 이윤정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고현 씨, 이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 제가 사람을 보내 말을 전할게요.”전호영은 자신의 미래의 아내가 이씨 가문의 싸움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현은 전호영을 몇 번이고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누가 그 사실을 알려주든지 상관없다고 봐요.”전호영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고현도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벌써 퇴근 시간이다.고현이 좋아하든 말든 전호영은 기어코 고현에게 밥을 사주겠다고 매달렸다.점심에 식사 약속이 없었기 때문에 고현은 어쩔 수 없이 전호영이 밥을 사게 내버려 두었다.하지만 식사 후 고현은 전호영이 자신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절대 회사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전호영은 또 한 번 고씨 그룹 문 앞을 가로막았다.고현은 전호영에게 경고했다.“당신이 또 한 번 스피커를 이용해 소음을 만든다면 제가 반드시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매번 소리 낼 때마다 신고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전호영은 생글
고현이 말을 이었다.“전씨 할머니, 저와 전호영 씨의 일을 다 알고 계신 거예요?”“알죠. 요즘 인터넷이 발달했잖아요. 당신네 강성에서 일어난 일을 인터넷만 접속하면 우리 A 시에서도 볼 수 있으니깐요.”고현은 문득 오늘에 전화하여 고자질하려는 일이 또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다.전씨 할머니도 알고 계셨고 전호영의 어머니도 알고 계셨다.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을 잡고 계시는 전씨 할머니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서도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전호영의 일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틀림없었다.고자질해도 무슨 소용 있으랴!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이 틀림없었다.결과는 전태윤이 말한 것처럼 전호영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누구에게 구애하든 상관없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할머니, 저는 남자입니다.”고현은 목소리를 깔면서 말했다.“저는 게이가 아닙니다. 전호영 씨가 자꾸 저를 마음에 담아둔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없을 겁니다. 저는 오히려 전호영 씨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가 싫어서 반항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요”“할머니께서 손주들의 아내를 정해줬다는 얘기를 저도 다 들었어요.”전씨 할머니는 웃으면서 되물었다.“호영이가 고현 씨에게 제대로 말 안 하셨어요?”전호영 그 녀석이 고현한테 구애하면서도 고현에게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고현이가 바로 할머니께서 고르신 아내라는 사실을 말이다.고현은 할머니 말의 요점을 알아듣고 물었다.“전호영 씨가 저에게 제대로 말 안 해줬어요. 할머니, 전호영 씨가 저에게 구애하고 있는 행동이 혹시 따로 이유가 있는 거예요? ”“고현 씨, 호영에게 가서 물어보세요. 당신 둘의 일입니다. 저는 늙어서 귀가 어둡고 눈이 침침해서 지팡이도 짚으며 다녀요. 젊은이들의 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말을 마친 전씨 할머니는 마음이 찔리기라도 한 듯 하예정에게 다시 휴대전화를 돌려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예정아, 네 미래 동서야. 네가 처리해 줘.”하예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고현에게 말을 건
전호영은 웃으면서 차에서 내렸다.“좋아요.”고진호는 전호영이 사 온 수많은 물건을 보며 말했다.“호영아, 앞으로 우리 집으로 올 때 이렇게 많은 물건을 살 필요 없어. 우리 집에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아. 부족한 것이 있다면 두 사람이 부족하지. 우리 두 아이가 아직 혼자거든.”전호영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고 아저씨와 고 아주머니께서 괜찮으시다면 제가 그중 빈자리 하나를 채워드릴 수 있어요.”“채워줄 수 있어? 가족들이 동의할 거로 생각해?”“제 일은 제가 알아서 잘해요.”고진호는 안심했다.고진호 부부는 전호영이 무척 마음에 들어 전호영이 사위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딸이 말하기를 전호영이 정해진 아내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고진호 부부의 태도가 냉랭해졌다. 그러다가 놀랍게도 전호영이 딸에게 열정 있게 구애하였고 매일 꽃도 주고 선물도 준다고 들었다.물론 고작 이틀째 구애하고 있지만 말이다.그러나 고씨 가족에게는 전호영이 고현을 추구하는 이틀이라는 시간이 2년처럼 길게 느껴졌다.“고 아저씨, 고 아주머니 안 계세요?”고 대표가 혼자 문을 나섰기 때문에 전호영이 이렇게 물어본 것이다.미래의 처가 부모님의 감정도 아주 좋으셨다. 한 분이 집을 나서면 나머지 한 분도 집에 계시지 않았다.“고 아주머니 친구분이 오늘 생일이셔서 함께 생일 파티에 가셨어. 모두 여성분들만 모였기에 난 따라가지 않았거든. 고 아주머니도 내가 따라가는 것을 싫어하셔.”“젊은 시절의 자매들 사이 모임이라 수다를 많이 떨고 싶다고 말이야.”고 대표는 전호영 준비해 온 선물들을 건네받으며 전호영에게 다시는 이렇게 물건을 많이 사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그렇지 않으면 전호영을 집에 들여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농담했다.두 사람은 같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고진호는 전호영의 곁에 앉아 나지막이 말했다.“호영아, 난 네 고 아주머니가 파티에 가서 우리 남편의 뒷말을 하는 것 같아. 남편이 모두 따라가지 않았거든. 평소 같으면 남편이 곁에 있어 주는 걸 가장
고진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고진호는 인정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전호영은 고진호가 침묵하는 모습을 보며 자기 생각이 맞는다고 진일보 확신했다.“너 게이 아니었어?”고 대표는 일부러 전호영에게 물었다.전호영은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고현 씨가 진짜 남자라면 전 게이로 되죠. 제가 게이인지 아닌지는 고현 씨에게 달렸는걸요.”고진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고진호는 전호영이 고씨 집안의 ‘장남'이 여자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묻고 싶었다.그러나 되물어보는 것은 딸 여자의 신분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되였기 때문에 고현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화를 낼 것이다.“젊은이들의 일은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 우리는는 젊은이들의 사적인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고진호는 아무 핑계나 둘러대면서 전호영의 물음을 피했다.전호영은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고 아저씨와 아주머니 모두 저의 부모님처럼 매우 현명한 가장이세요. 앞으로 날 잡아서 고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우리 서원 리조트로 초대할게요. 우리 아버지랑 어머니와 분명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고진호 두 사람은 계속해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소정남 이사님 결혼식에서 본 후로 호영이 부모님을 뵌 지도 오래되었지. 다음에 찾아뵙도록 하자.”고진호는 여전히 불안해하면서 물었다.“호영아, 네가 우리 현이를 따르는 것을 나와 네 아주머니는 간섭 안 해. 너희 젊은이들의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런 의견도 없거든. 그런데 너의 할머니가 너에게 아내를 지정해 주신 거 아니었어?”“네가 정말 할머니를 설득할 수 있겠어?”전씨 할머니가 전씨 가문에서의 지위가 매우 높았다. 전씨 가문의 가주인 전태윤마저도 전씨 할머니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으면 전씨 할머니의 요구하에 하예정과 결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지금은 그 젊은 부부의 사이가 좋아졌기 때문에 전태윤도 그 당시 할머니의 결정이 맞는다고 느꼈을 것이다.전태윤 부부의 사이가
고진호는 전호영과 함께 낚시하러 갔다. 온 오후 낚시하고 있었다.저녁 무렵, 두 사람은 물통 두 개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고진호의 물통에는 작은 물고기가 10여 마리 있었지만 전호영의 물통에는 수십 마리의 작은 물고기가 들어있었다.“호영아, 너 정말 낚시를 잘하는구나. 같은 낚싯대에 같은 미끼인데 왜 물고기들은 항상 너에게 달려가는지 이해가 안 돼. 나 오늘 낚시하기 좋아한 후로부터 물고기들을 가장 적게 잡았어.”고진호는 걸어가면서 전호영의 낚시 기술을 칭찬했다.전호영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고 아저씨, 저는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그 물고기들도 제가 멋있게 생겼다고 저의 미끼를 물었나 봐요.”고진호도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그래. 네가 젊고 잘생겨서 물고기까지 너한테 반한 모양이야. 넌 또 무엇을 할 줄 알아?”“저에게 제가 무엇을 할 줄 모르냐고 물어보시는 것이 좋을 거에요. 우리 형제들 모두 다재다능하거든요. 우리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기술을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좋다고 하셨어요.”“그래서 우리도 배우고 싶은 모든 것을 배웠어요. 물론 배우기 싫은 것도 배웠지만요.”“그림, 악기, 바둑 두기 등 모두 할 줄 알아요. 매우 능통한 것은 아니지만요.”고진호도 말을 이었다.“네 할머니께서 자식을 잘 키우기로 유명하셔. 네 아버지뻘과 너의 형제들 모두 네 할머니 손에서 자라서 모두 얼마나 훌륭해.”“과찬이세요. 고 아저씨. 고 아저씨와 아주머니 자식들도 얼마나 우수해요! 강성의 어르신들께서도 부러워하지 않으실 수 없을걸요.”전호영의 칭찬에 고진호는 너무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진호는 전호영에게 물었다.“이 물고기들을 모두 구워 먹을 거야? 그럼 내가 집사에게 부탁해서 식자재를 좀 준비하라고 부탁할게. 우리 오늘 저녁에 바비큐를 해 먹자.”“내가 고현이와 고빈, 그리고 네 아주머니에게 전화할게. 사람도 많으면 시끌벅적한 게 얼마나 좋아.”고진호는 말을 마치고 고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현이 막 퇴근하려고 할 때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