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왜 그래? 먼저 울지 말고 말해봐. 어디가 아픈 거야?”여천우는 여운별의 울음소리에 깜짝 놀랐다.그의 둘째 누나는 제멋대로 오만하고 억지를 부리지만 거의 울지 않았다.여운별은 흐느끼며 서러움을 토로했다.“나에게 관심 있긴 한 거야? 난 네가 여운초에게만 관심 있는 줄 알았어.”“누나, 말해봐. 왜 그래?”여운별은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천우야, 운초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어. 아직도 날 누나로 본다면 더는 여운초를 도와주지 말고 나랑 연합해서 여씨 가문을 빼앗아 오자. 여운초가 한 말을 믿지 마. 집의 모든 것이 둘째 삼촌이 그녀에게 남겨줬다고 한 말도 전부 널 속이려고 한 말이야.”여천우는 전화기 건너편에서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급해 하지도 않고 다시 물었다.“누나, 도대체 왜 그래? 운초 누나가 뭘 어쨌길래?”여천우는 여운초가 여운별을 괴롭힐 거라고 믿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감정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운초가 먼저 여운별을 공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여운초의 눈에는 여운별이 제멋대로인, 세상 물정을 모르고 아직 자라지 못한 버릇없는 아이에 불과했다.여운초는 분명 여운별과 싸우기 귀찮아했다.그러나 여운별이 계속 여운초를 귀찮게 하는 바람에 여운초가 하는 수 없이 공격하게 된 것이다.여운별의 뇌가 단순한데 어찌 세심하고 총명한 여운초의 적수로 될 수 있겠는가?“천우야, 나... 수술해야 할지도 몰라.”“수술? 그렇게 심해? 언제 수술해? 내가 지금 바로 휴가를 내고 돌아갈게.”여천우는 여운별이 수술을 받을 줄 몰랐기에 또 화들짝 놀랐다.여운별은 급히 막았다. 그녀는 유산하는 일을 여천우에 알리고 싶지 않았다.창피하다고 생각했다.여천우가 알게 되면 욕설을 퍼부을지도 모른다.여운초가 들어도 여운별을 죽도록 욕할 것이다.“수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내 배 속에 작은 폴립이 생겨서 작은 수술로 따면 된대. 부과에 가서 수술받아야 하는데 너처럼 다 큰 남자가 돌아와도 날 돌보지 못해. 나도 너무 쑥스럽고
“있는 만큼 다 줘.”여천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곧 전화를 끊고 나서 여운별에 100만 원을 송금해 주었다.그리고 음성 메시지도 보냈다.[누나, 작은 수술에는 돈이 많이 들지 않을 거야. 100만 원 보냈으니까 수술 잘 받고 잘 쉬어. 영양도 잘 보충하고.]여운별은 그가 송금한 100만 원을 받고 퉁명스럽게 음성 메시지로 답장했다.[여천우, 이 인색한 놈! 왜 점점 더 인색해져? 있는 만큼 달라고 했는데 겨우 100만 원이야? 내가 거지야? 아빠와 엄마가 주신 재산은 적어도 수억 원은 넘을 텐데. 반은 나눠줘야 하는 거 아니야? 절반은 아니더라도 100억 원은 줘야지.]여운별은 입으로는 여씨 가문의 재산이 전부 부모님 것이라고 중얼거렸지만 사실 속으로 그 재산이 둘째 삼촌이 여운초에게 남겨 주신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었다.여태웅 부부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여운별은 그들에게서 여씨 가문의 재산이 2000억 원은 있다고 들었다.여운초는 그녀의 친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을 가져갔고 일부는 압류되어 벌금으로 물렸다.여운별은 나머지 재산을 계산해 보더니 여천우에 아마 600억 원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회사 주식, 부동산, 상가 등 아직 돈으로 바뀌지 않은 것들은 포함하지 않았다. 여천우가 손에 쥐고 있는 재산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자신이 100억 원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욕심부리지 않은 편이라고 여겼다.여천우가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다.[누나, 우리 부모님께서도 말씀하셨어. 매달 누나에게 생활비 200만 원 주라고. 그리고 더 쓰고 싶으면 스스로 방법을 찾으라고 하셨고. 누나, 별일 없으면 난 수업 들으러 갈게. 몸조심해.][아빠 엄마가 한 달에 200만 원씩 주라고 했는데 나에게 방금 얼마를 줬어? 넌 왜 부모님 말씀도 안 듣고 그 장님 말만 잘 들어? 내가 잔소리 좀 했다고 왜 답장 안 해? 내가 아무 일도 없기 망정이지 정말 큰일 있었더라면 내가 죽어도 넌 돈을 내놓지 않았을 거야. 여운초가 너에게 무슨 약
여천우는 두 언니의 불화를 알고 있지만, 여전히 여운초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여운초는 전씨 할머니 일행과 함께 산에서 내려오며 길 양쪽에 심어진 박태기나무를 감상하고 있었다.그녀는 박태기나무 아래에 멈춰 서서 여천우의 전화를 받았다.낮은 가지의 꽃이 그녀의 눈앞에 만개했다. 여운초는 손만 들면 금방 그 꽃들을 만질 수 있었다.어둠 속에서 10년을 살았는데 여운초는 꽃이 무슨 색인지 벌써 잊어버렸다.다시 빛을 보게 된 후로 여운초는 자신의 꽃집에 있는 꽃들을 보면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다. 지금 눈앞의 꽃을 보아도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박태기나무의 꽃 피는 시기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이다.“천우야, 왜 그래?”여운초는 손을 뻗어 꽃을 만지며 부드럽게 여천우에 물었다.“너 지금 수업 없어?”“누나, 오늘 주말이야.”“정말? 깜빡했어. 내가 오늘 출근도 안 했으면서 너에게 수업 안 듣냐고 묻다니. 안 나가 놀았어? 주말인데 친구들과 놀러 가도 되는데.”여운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나는 주말에 보통 초등학생들에게 숙제를 지도하면서 용돈 좀 벌고 있어. 근데 그 학생이 오늘 열이 나서 그 집 부모님이 오늘 수업 안 받는다고 전화 왔어. 오늘 안 가도 되니까 도서관에 앉아있었어. 누나, 운별 누나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와서 아프다고 하기에 다시 전화를 걸었거든. 근데 울더라고.”여운초는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여천우가 여운별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몸에 폴립이 생겨서 산부인과에서 작은 수술을 해야 한다는 거야. 휴가를 내고 돌아가 수술할 때 함께 하려고 했는데 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여운초는 담담하게 물었다.“작은 폴립? 자궁에 폴립이야? 아니면 자궁경부 쪽에 폴립이야?”여천우가 대답했다.“누나, 난 묻지도 않았어.”여천우는 겨우 열여덟 살짜리 남자아이였기에 그쪽 방면의 일에 관해 잘 몰랐다.친누나일지라도 그는 물어보기가 민망했다.“내가 가서 돌봐주길 바라? 날 무척 원망할 텐데 내 도움이
여천우는 그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사업상의 일 외에 전부 여운초에게 맡기고 저축 자금은 전부 그가 직접 가지고 있었다.그는 돈이 부족하지 않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돈을 벌러 다녔다. 다른 사람들처럼 손에 많은 돈을 쥐고 흥청망청 쓰지는 않았다.아주 좋은 습관이다.“누나, 알았어.”“그래. 책 봐. 누나는 서원 리조트로 돌아와서 할머니와 함께 산책하고 꽃구경도 하고 있어.”두 사람은 곧 통화를 마쳤다.통화를 마친 후에야 여운초는 모두의 발걸음을 따라잡았다.하예정이 그녀에게 물었다.“누구예요? 그렇게 오랫동안이나 이야기를 나누다니.”여운초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남동생이에요.”“저와 똑같은 질문을 하네요. 오늘 토요일이잖아요. 우리도 출근 안 하는데 학생들도 안 하잖아요. 평소 가정교사로 일하는데 오늘 그 학생이 아파서 가지 않아도 된대요.”하예정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깜빡했어요.”두 사람은 다시 마주 보더니 또 웃었다.여운초는 전화를 걸어 여운별이 정말 아픈지 알아보라고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답변을 받았지만, 병원에서 여운별의 진료 정보를 얻지 못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여천우를 속여 돈을 요구하는 거로 추측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의 건강이 무척 좋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욕할 때를 떠올리면 힘이 넘쳐나던데 어디가 아픈 사람 같은가!정말 폴립이 생기면 겉으로는 티가 안 나는 건 사실이다.하지만 사람을 시켜 알아보았지만, 여운별의 진료 기록은 없었다.여운별이 작은 진료소에 가거나 개인 병원으로 옮겨 검사를 받을 수도 있다.그러나 예전에 여운별은 약간만 불편해도 관성의 큰 병원으로 갔다.여운초는 그 결과를 여천우에 메시지로 보내고는 이 일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녀를 몹시 미워하는 이부 여동생이 그녀의 즐거운 주말을 방해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여운초가 사람을 시켜 여운별의 진료 상황을 알아보라고 한 뒤로 용태호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는 의사가 여운별에 처방한 약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여
“태호 씨, 우리 이 아이를 남겨두는 건 어때요? 방금 인터넷에서 확인해보니 유산하면 출혈이 심하면서 죽은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여운별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계속 말했다.“저는 아직 젊어서 죽고 싶지도 않고 너무 무서워요.”용태호는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튕기며 웃으며 위로했다.“바보 같으니라고. 의사 선생님이 아직 아래층에 계신다니까. 의술이 아주 좋거든. 산모가 아이를 낳았을 때 양수 색전증이 생겼는데 저 의사 선생님이 구해줬다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많은 일이 조금 위험성을 가지고 있지만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아. 두려워하지 마. 말했잖아. 넌 나에게 아직 쓸모가 있다고. 널 죽게 하지 않을 거야. 이렇게 젊고 예쁜데, 나도 널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야.”용태호는 여운별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네가 먹은 피임약은 부작용이 크고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잇어. 이 아이는 남겨서는 안 돼. 만약 태어날 때부터 기형이거나 뇌성마비가 온다면 어떻게 할 거야? 넌 아이의 평생을 망치는 거나 다름없어. 태어날 때부터 문제가 있어서 네가 아이를 버리면 유기죄로 단정 지어져. 지금은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있어서 아이를 버리면 누가 버렸는지 바로 알 수 있어. 유산은 아파. 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금방 지나가. 몸이 회복되면 가서 피임 수술을 받아.”여운별은 용태호와 같은 늙은 남자가 피임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용태호한테 목 졸려 죽을까 봐 두려워서 입가까지 올라온 말을 감히 내뱉지 못했다.“일어나서 약 먹어. 얼마 안 걸려. 내일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을 거야. 참, 말할 게 있는데 너의 눈먼 언니가 병원에 가서 너의 진료 상황을 알아보라고 했어. 다행히 네가 진짜 이름으로 진료를 받은 것이 아니어서 발견하지 못했을 거야.”여운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네 남동생이 부탁한 모양이에요. 병원에서 남동생에게 전화해서 몸이 안 좋으니 작은 수술을 해야 한다고 돈을 좀 보내 달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 인색한 놈이 저에게
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 차를 타고 떠났다.방윤림이 있는 한 다른 비서가 곁에 있을 필요가 없다. 방윤림 한 명이 열 명의 비서와 맞먹을 수 있으니까.방윤림은 외투를 벗자마자 이윤미의 몸에 걸치려고 했다.이윤미가 입을 열었다.“안 추워요.”“빨리 외투를 입으세요. 이 시간에는 정말 춥거든요.”“제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추우면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거든요.”“안에서는 춥지 않지만 나오면 추워요. 옷을 많이 입지 않은 것 같은데.”방윤림이 외투를 이윤미에게 걸치려 하자 그녀는 다시 막았다.“정말 필요 없어요. 빨리 입으세요. 감기 걸려요.”이윤미가 그의 외투를 거부하자 방윤림은 어쩔 수 없이 외투를 다시 입었다.그리고 이윤미와 함께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이윤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방 비서님. 저랑 좀 산책할래요? 머리가 조금 어지러워서 좀 걸으면서 바람 좀 쐬고 싶어요. 정신이 맑아지게요.”방윤림은 멈춰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피곤해서 그래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중간에 별로 쉬지 못하셨잖아요. 매일 이러는데 강한 사람이라도 버티지 못할걸요. 주말에 쉬지도 않고.”방윤림은 가슴 아파하며 말했다.다른 사람들은 주말에 모두 쉬지만, 그녀는 이씨 가문의 주인으로서 주말에도 여전히 바삐 돌아쳤다.후계자로서 정말 쉽지 않았다.특히 이윤미처럼 부모님 곁에서 자라지 않고 어릴 때부터 후계자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 이 길을 걷는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들었다.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그녀의 가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관성에서 온 하예진 친구도 적수도 아니니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었다.엄밀히 말하면 친구도 적이다. 그러나 이윤미는 하예진과 친구도 적도 아닌 사이로 지냈다.방윤림은 사실 하예진이 이씨 가문으로 돌아와 이씨 그룹을 장악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이윤미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방윤림은 이씨 가문의 가주를 전문적으로 보조해 주는 사람이다. 그러나 만약 이윤미가
방윤림이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내일 오후에 같이 쇼핑하러 갈게요.”이윤미는 그를 보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당신도 매일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할 정도로 저보다 더 바쁜데 하루 쉬세요. 비서님 말에 따르면 매일 이렇게 바쁘게 다니며 버티다 보면 강철로 만든다고 해도 견뎌내기 어려울 거예요.”방윤림은 이윤미보다 더 바삐 돌아쳤다. 그는 수많은 일을 해야 처리해야 했다.이윤미가 방윤림에게 물어볼 때 그녀에게 답을 주고 그녀를 도와야 했다.작은 일들은 이윤미에게 물어볼 필요 없이 스스로 해결할 때도 있었다.하여 방윤림은 그녀보다 훨씬 바빴다.“저는 괜찮습니다. 익숙해졌어요. 훈련 기간이 지금보다 더 힘들었는데 제가 전부 이겨냈거든요.”이윤미가 산책하고 싶어 하자 방윤림은 그녀와 함께 호텔 입구의 거리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그리고 항상 그녀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다.만약 그녀가 움츠러들고 추위를 느낀다면 즉시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입히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그러나 이윤미는 춥지 않았다.일할 때 실내에서 난방이 틀어져 있었고 외출하면 차에 타거나 집에 돌아오면 바로 방에 들어갔다. 늘 따뜻한 실내에서 지냈다.만약 밖에서 돌아다니면 이윤미의 옷차림으로는 춥지도 않았다.게다가 이윤미는 밖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다.이깟 추위가 뭐람!어렸을 때 그녀는 겨울이 무서웠다.겨울에 양부모님은 오빠들에게 따뜻한 겨울옷을 준비해 주었지만, 이윤미는 늘 오빠들이 입다 던진 옷을 입어야 했다. 그들은 이윤미를 괴롭히려고 그녀의 헌 옷마저도 빼앗아 버리곤 했다.하여 이윤미는 자주 추워서 입술 색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끊임없이 떨고 있었다.이를 본 이웃들이 그녀의 양부모님에게 하나뿐인 딸을 얼어 죽일 셈이냐고 꾸지람까지 할 정도였다.남들에게 지적을 많이 받은 양어머니는 그제야 오빠들의 헌 옷을 몇 벌 더 꺼내 입혔다.새 옷을 입는 것은 한낮의 꿈이나 다름없었다.하여 양부모가 이윤미를 키워주셨다고 해도 자신이 이씨 가문의 진짜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는 고현이 20년 넘게 남장을 하고 있어서 성격이 남자다웠기 때문이다.방윤림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그럼 제가 아가씨와 함께 쇼핑할 수 있게 해주세요. 무료로 물건을 들어 드리면 아가씨도 힘들지 않으실 겁니다.”이윤미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하긴, 그렇긴 하죠. 그런데 저는 내일 예진 씨와 함께 쇼핑하고 싶어요. 예진 씨 아들이 왔는데 녀석이 너무 귀여워서 제가 엄청나게 예뻐하거든요. 저와 예진 씨의 엄마는 같은 세대로 예진 씨도 사실 저를 이모라고 불러야 하고 어린 녀석도 저를 할머니로 불러야 하거든요. 놀랍게도 저는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할머니로 될 줄은 몰랐네요.”하예진은 이윤미보다 몇 살이나 더 많았다.방윤림이 말을 건넸다.“가주님과 예진 씨 외할머니가 같은 세대라니, 나이 차이가 너무 나네요. 아가씨와 예진 씨 차이도 너무 나네요.”이은숙은 이은화를 딸로 여기며 키웠다.“우빈이가 한 번 오기는 쉽지 않은데 선물을 준비하고 싶어요. 비서님, 제가 그에게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아이들은 장난감을 좋아하죠. 혹은 어린이 금팔찌나 장수 금덩이 같은 것도 선물할 수 있어요.”우빈은 겨우 서너 살이라 그런 걸 보내도 괜찮은 선택이었다.이윤미가 입을 열었다.“우빈은 장난감이 부족하지 않을 거예요. 예진 씨가 지난번 우빈이 장난감이 너무 많아서 장난감 가게를 꾸려도 되겠다고 불편했거든요. 어린이용 금팔찌와 장수 금덩이를 선물하는 게 좋겠어요.”“우빈이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은 우빈의 것이고 아가씨가 선물한 장난감은 이모할머니의 성의라서 괜찮을 거예요.”“이렇게 하죠. 내일 오전에 제가 선물을 준비할게요. 걱정하지 마시고 점심 식사 후에 선물을 가지고 예진 씨와 만나시면 될 겁니다.”이런 작은 일에 대해 방윤림은 이윤미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윤미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저를 도와 준비해 주세요. 노 대표님도 계시는데 그분께도 예물을 준비하세요. 앞으로 그분도 저를 이모할머니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