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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Author: 고성하
심하온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이건 지극히 사적인 일이라 함부로 끼어들 수는 없지만, 소유영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절친이 딴 사람에게 함부로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절대 지켜볼 수만은 없다.

“알았어.”

소유영이 울음을 그쳤다.

“근데 나도 이제 더 강해지려고.”

심하온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유영이 기운이 넘치네.”

기사가 곧 차를 몰고 와서 두 사람을 소씨 저택으로 보내드렸다.

두 여자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또 다른 차가 소씨 저택 입구에 멈춰 섰다.

안에서 한 여자가 내렸는데,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액세서리도 잔뜩 하고 있었다.

소유영은 그녀를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

“당신이 여길 왜 와? 꺼져 얼른!”

버럭 고함을 질렀음에도 여자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어린 나이에 왜 이렇게 심술궂어? 난폭하기는!”

소유영의 반응을 보고 심하온은 바로 이해했다. 이 여자가 바로 소정빈이 밖에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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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의 아내   제1004화

    사무실 안, 아로마 디퓨저에서는 은은한 삼나무 향이 퍼지고 있었지만, 공간을 짓누르는 긴장감은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심하온은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복잡한 지분 구조도를 응시하며 손가락으로 엄지와 검지 사이를 세게 눌러가며 밀려오는 현기증과 피로를 억지로 떨쳐냈다.강선우가 심문실에서 쏟아낸 광적인 외침은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열쇠였다. 공씨 가문을 향한 조사 방향을 완전히 열어젖힌 열쇠말이다.“데이터 나왔어.”문이 열리며 정윤재가 들어왔다. 셔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혀 있었고, 늘 빈틈없던 머리카락도 조금 흐트러졌다. 눈 밑에는 짙은 피로가 드리워졌다.그는 인쇄된 해외 자금 흐름 자료를 심하온에게 건네며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강선우가 거짓말하지 않았어. 공민서는 실제로 해외에 매우 은밀한 자금줄을 가지고 있었어. 윤조 그룹 산하의 두 개 자선재단을 이용해서 남양 지역에서 금지 물질의 불법 국제 거래를 벌였어.”“그리고 그 돈은 최종적으로 나현아의 이미 폐쇄된 해외 계좌를 거쳐 세탁됐지. 예술품 경매 프리미엄 대금으로 위장해서 말이야.”심하온은 곧바로 자료를 받아 들었다. 숫자들을 빠르게 훑어보던 그녀가 냉소적으로 웃었다.“역시 그렇군.”그 웃음에는 뼛속 깊은 혐오감이 묻어 있었다.“몰락한 사교계 출신인 나현아가 어떻게 암시장 킬러를 고용할 만한 자금을 마련했는지 의아했어. 공민서는 정진 그룹을 무너뜨리려 했을 뿐만 아니라, 금지 물질 거래로 이런 범죄자들까지 먹여 살리고 있었네.”정윤재는 그녀의 뒤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손을 그녀의 어깨 위에 올렸다. 그 손길은 지금의 심하온에게 유일한 버팀목이었다.“공민서는 너무 오만했어.”정윤재가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일회용 번호와 해외 자금 세탁 경로만 쓰면 흔적이 지워질 거로 생각한 거지. 하지만 거래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상대 거래자가 남는다는 걸 잊었어.”심하온이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강인하고 날카로웠다.“일부러 강선우의 자백 소식을 흘린 거지?”

  • 내 남편의 아내   제1003화

    경찰은 빠르게 기록을 이어갔다.“물건 공급처는 어디였습니까? 해외 운송은 누가 협조했죠?”강선우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몸을 앞으로 숙이자 쇠사슬이 금속 의자와 마찰하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사람 잘못 잡았어요. 저 같은 사람이 무슨 수로 해외 금지 물질 유통망까지 움직이겠어요?”목소리에는 씁쓸한 복수심이 배어 있었다.“정진 그룹을 진짜 죽이고 싶어 했던 사람은 제가 아니에요.”심문실 밖에서 심하온은 숨을 멈췄다.손끝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하얗게 질렸다.“공민서지.”강선우가 그 이름을 내뱉을 때 이를 지나치게 악문 탓에 턱 근육이 떨렸다.“공씨 가문의 아가씨 말인데요. 정윤재를 미친 듯이 사랑했지만, 심하온이 그 자리를 차지한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사랑을 얻지 못하면 결국 증오가 되는 법이잖아요.”경찰이 미간을 찌푸렸다.“공민서? 증거가 있어요? 서면 기록이나 송금 내역, 통화 녹음 같은 것 말입니다.”강선우 얼굴의 웃음기가 갑자기 굳어졌다.그는 책상을 노려보다가 한참 뒤에야 절망 어린 포효를 터뜨렸다.“없어요!”그가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공민서 그 여자는 독사처럼 교활해요! 연락할 때마다 일회용 번호만 썼고, 돈도 전부 해외 세탁 경로를 통해 움직였어요! 문자 하나 안 남겼고, 기록 하나 안 남겼어요. 저도 몰랐어요... 결국 저를 유일한 희생양으로 버릴 줄은!”강선우는 고개를 들어 마치 화면 너머의 심하온에게 선전포고라도 하듯이 감시 카메라를 노려보았다.“심하온! 진짜로 너희를 죽이려는 인간은 아직도 밖에서 멀쩡히 돌아다니고 있어! 공민서야! 공민서라고! 하하하!”심문 구역을 나서자 아침의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 밀려들었다. 심하온은 조금이나마 뒤엉킨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어깨에 걸친 정윤재의 양복 재킷을 꼭 움켜쥔 채 눈빛에는 짙은 혐오감이 스쳤다.“역시 그 여자였어. 강선우가 직접 인정했잖아. 저렇게 뒤에 숨어서 악취를 풍기는 짓은 공민서 말고는 할 사람이 없어.”정윤재는 그녀의 곁에 서

  • 내 남편의 아내   제1002화

    서쪽 시교 외곽의 낡은 냉동창고 밖, 붉고 푸른 경광등이 깊은 밤하늘 아래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며 오래전부터 죽어 있던 이 폐허를 갈기갈기 찢어 놓고 있었다.강선우는 두 명의 특공대원에게 제압된 채 진흙탕에 처박혔다.망가진 오른쪽 다리가 위험할 정도로 비틀렸고 얼굴의 핏줄이 터질 듯 솟아올랐다.진흙은 한때는 점잖아 보이던 그의 얼굴을 완전히 뒤덮었다. 지금의 그는 존엄성이라곤 남지 않은 궁지에 몰린 짐승 같았다.“심하온! 정윤재! 너희는 절대 곱게 죽지 못할 거야!”그는 목이 찢어질 듯 소리쳤다. 분노가 극에 달한 탓에 목소리는 부서졌다.멀지 않은 곳, 심하온은 정윤재의 품에 기대었다. 극도의 긴장이 풀리자 위장의 통증이 더욱 심하게 몰려왔다.창백한 입술을 꾹 다문 채, 그녀는 정윤재의 양복 앞섶을 힘껏 움켜쥐었다. 그리고 말없이 진흙탕 속 강선우를 내려다보았다.“데려가.”정윤재는 단 한 마디만 말했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얼음처럼 차가웠다.“잠깐!”“잠깐만!”강선우는 죽기 직전의 벌레처럼 상반신을 미친 듯이 비틀었다. 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구석에 세워져 있던 자신의 검은 세단을 바라보았다.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니나는? 니나는 어디 갔어?”눈은 핏발이 서 있었고, 그 안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혼란과 독기가 뒤섞여 있었다.“배에서 날 도와주기로 했잖아!”정윤재는 차갑게 웃으며 허도영에게서 통화 중인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뒤 스피커폰을 켰다.휴대전화 너머로 니나의 고장 난 풀무처럼 거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배경에서는 파도가 선체를 때리는 둔탁한 소리도 들렸다.“니나... 너지? 네가 저 사람들을 데려온 거지? 이 배신자 같은 년!”강선우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내가 너한테 못 해준 게 뭐가 있어? 돈도 줬고, 살 곳도 마련해 줬잖아! 심지어 널 데리고 멀리 떠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고!”“나한테 잘해줬다고?”니나의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흘러나왔다. 그 안에는 등골이 서늘해질 만큼 차가운 냉담함이

  • 내 남편의 아내   제1001화

    강선우가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몸에 맞지 않는 커다란 검은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깡마른 체형은 거의 그림자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망가진 오른쪽 다리였다.그는 절뚝거리며 걸었는데 오른발은 거의 감각을 잃은 듯 바닥을 질질 끌고 있었다. 몇 걸음 옮길 때마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고, 둔탁한 마찰음이 반복적으로 울렸다.걷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몇 미터를 이동할 때마다 벽이 갈라진 낡은 콘크리트에 몸을 기대야 했다. 녹슨 철골과 잿빛 풍경 속에서 그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떠돌이 개처럼 보였다.그때, 검은색으로 개조된 고급 밴 한 대가 천천히 창고 입구에 멈춰 섰다.강선우의 음침한 얼굴에는 광기에 가까운 쾌감이 피어올랐다. 그는 절뚝거리는 다리를 힘겹게 끌며 차량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손가락은 신경질적으로 서류 가방 끈을 긁어대고 있었다.“형님, 물건은 전부 여기 있습니다... 정진 그룹의 급소, 심씨 가문의 치명상까지 말이죠.”그의 목소리는 쉰 채로 갈라져 있었고, 모든 것을 걸어버린 듯한 광적인 열기로 가득했다.“심하온이 무릎 꿇고 저한테 빌게 할 거예요! 진창 속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을 꼭 보겠어요!”차창이 천천히 내려가고 그 안에는 윤곽이 깊은 옆모습이 드러났다. 검은 코트를 입은 모습은 정윤재와 놀랄 만큼 비슷했다.모니터를 바라보던 심하온의 동공이 순간 수축했다. 손톱이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었다.“투입해.”정윤재가 낮게 명령했다.정적에 잠겨 있던 창고 주변이 순식간에 폭발하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찰 사이렌 소리, 뒤엉킨 발소리, 문을 부수는 소리가 한꺼번에 울려 퍼졌다.붉고 푸른 경광등이 어두운 냉동창고 구역을 미친 듯이 비췄고, 수많은 적외선 조준점이 두 사람의 몸 위로 떨어졌다.“움직이지 마! 경찰이다!”강선우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놀란 충격에 망가진 오른쪽 다리가 힘을 잃어, 그대로 진흙탕에 고꾸라졌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흙탕물이 튀어 올랐다.그는 필사적으로 차 뒤쪽으로 기어가려 했지만, 망

  • 내 남편의 아내   제1000화

    마이바흐는 정진 그룹 본사 건물 앞에 조용히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찬바람이 틈새를 타고 스며들며 마치 가느다란 바늘처럼 피부를 찔렀다.심하온은 차에서 내렸다. 하이힐 끝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닿는 순간, 몸이 본능적으로 떨렸다.멀지 않은 곳에서 플래시가 연달아 터지며 새하얀 빛이 망막을 자극했다.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시선들은 탐욕스럽고 음산했다.정윤재는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 뒤를 단단히 받쳤다. 뜨거운 체온이 얇은 실크 원피스 너머로 전해지며 척추를 타고 오르던 한기를 몰아냈다.“가자.”그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심하온은 서류 가방을 힘껏 움켜쥐었다. 손톱이 가죽을 깊이 파고들어 선명한 반달 자국을 남겼다.두 사람은 텅 비어 오히려 섬뜩한 로비를 가로질렀다. 대리석 바닥을 두드리는 하이힐 소리가 적막한 복도에 길게 울려 퍼졌다.엘리베이터 문이 소리 없이 닫히면서 바깥의 모든 시선은 완전히 차단되었다.숫자가 천천히 올라가 68층에 멈췄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심하온은 곧바로 걸어 나가 대표 사무실의 무거운 원목 문을 밀어 열었다.“니나가 전부 털어놨어. 이게 강선우의 모든 계획이야.”그녀는 아직도 강바람의 습기가 남아 있는 USB를 대표 책상 위에 내던졌다. 금속 케이스가 단단한 책상과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심하온은 오른손으로 갈비뼈 아래를 세게 눌렀다. 녹슨 칼날이 위장을 반복해서 헤집는 듯한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다.식은땀이 이마를 적셨다.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입안에는 짭짤한 쇠 맛이 번졌다.정윤재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 길고 곧은 손가락으로 키보드 위를 빠르게 움직였다.모니터의 푸른빛이 안경 렌즈에 반사되어 눈 속의 살기를 가려 버렸다.“강선우는 서교 외곽의 낡은 냉동창고에 뇌관을 숨겨 놨어. 그것뿐 아니라 3호 부지 품질검사원도 매수했어. 내일 발표회에서 정진 그룹이 폐철근을 불법 사용했다고 폭로할 가짜 검사 보고서도 준비했고.”심하온은 목이 쉰 채 빠르게 말했다.정윤재의 시선

  • 내 남편의 아내   제999화

    그녀는 뒷좌석에 앉아 손바닥을 펼쳤다. 초소형 USB와 밀랍으로 봉인된 메모리 카드가 실내등 아래에서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심하온은 물티슈를 꺼내 무표정하게 손끝을 닦다가 피부가 붉게 변할 정도로 문지른 뒤에야 멈췄다.USB를 차량 인터페이스에 연결하자 화면에 빽빽한 암호화 파일들이 떠올랐다. 니나가 녹음한 음성이 차 안에 흘러나왔지만 주변 소음이 심했다. 배경에서는 무거운 물체가 벽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까지 희미하게 들렸다.“서쪽 시교 외곽 미완공 건물 깊숙한 곳에 있는 낡은 냉동창고야. CCTV도 없고 평소에 사람도 안 와. 강선우는 거기 숨어 있어.”녹음 속 니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그 옆의 경호원 네 명도 사실 강선우의 사람이 아니야. 정윤택이 붙여 놓은 사람들이야. 보호라는 명목이지만 사실상 감시지...”심하온은 가죽 시트에 몸을 기대고 무명지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천천히 문질렀다.“정윤택...”그 이름은 쉽게 걷히지 않는 먹구름 같았다.“내일 파업은 그냥 명분일 뿐이야.”녹음 속 니나의 목소리는 공포 때문에 갈라져 있었다.“강선우는 3호 부지의 외부 품질검사 기관을 매수했어. 완전히 조작된 품질검사 보고서도 준비했고. 내일 기자회견에서 정진 그룹이 폐철근을 불법 사용했다고 폭로할 계획이야. 핵심 의료기기에도 심각한 수치 조작이 있다고 주장할 거고. 완전 말살 작전인데, 정진 그룹이 평생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야.”심하온은 냉소적으로 웃었다. 너무 치밀하고, 너무 악랄했다. 강선우의 머리로는 이런 연쇄적인 계략을 짤 수 없을 테니, 이건 분명 정윤택이 어둠 속에서 십수 년 동안 갈고닦은 독칼이었다.그러나 그녀의 눈빛을 더욱 차갑게 만든 것은 붉은 표시가 되어 있는 다른 파일이었다.[서강 그룹 주식 인센티브 계획·수정본.]강선우라는 미치광이는 심씨 가문의 급여 자료까지 백업해 두고 있었다. 그는 정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혼란을 틈타 심씨 가문까지 불법 자금 모집 사건에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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