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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Author: 고성하
심하온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이건 지극히 사적인 일이라 함부로 끼어들 수는 없지만, 소유영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절친이 딴 사람에게 함부로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절대 지켜볼 수만은 없다.

“알았어.”

소유영이 울음을 그쳤다.

“근데 나도 이제 더 강해지려고.”

심하온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유영이 기운이 넘치네.”

기사가 곧 차를 몰고 와서 두 사람을 소씨 저택으로 보내드렸다.

두 여자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또 다른 차가 소씨 저택 입구에 멈춰 섰다.

안에서 한 여자가 내렸는데,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액세서리도 잔뜩 하고 있었다.

소유영은 그녀를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

“당신이 여길 왜 와? 꺼져 얼른!”

버럭 고함을 질렀음에도 여자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어린 나이에 왜 이렇게 심술궂어? 난폭하기는!”

소유영의 반응을 보고 심하온은 바로 이해했다. 이 여자가 바로 소정빈이 밖에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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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의 아내   제1012화

    핸들을 꽉 움켜쥐고 있는 정윤재의 손은 과도한 힘 때문에 손마디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액셀을 끝까지 밟자 빗방울은 오프로드 차량의 앞 유리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졌다.차량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윤조 그룹 본사를 향해 돌진했다. 타이어는 젖은 노면을 짓이기며 날카롭게 들려왔다.그러나 윤조 그룹 빌딩까지 두 골목만 남겨둔 순간, 조수석 위의 암호화 위성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허도영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배어 있었다.“대표님! 강선우가 더는 못 버티고 전부 털어놨습니다! 공해에서의 선박 납치는 공민서가 직접 계획한 일이랍니다. 그리고... 그 여자 손에 공민규 해외 자산의 암호 키 목록이 있는데, 심하온 씨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도 적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정윤재는 거칠게 핸들을 꺾었다. 차체는 빗속 밤거리에서 날카로운 곡선을 그리며 미끄러지더니 그대로 방향을 틀어 서쪽 시내를 향해 질주했다.“구치소로 가자.”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공민규가 숨바꼭질을 좋아한다면 우선 그 여동생 입에서 지도를 뽑아내지.”한편, 지하 밀실.이곳은 공기가 차가웠고, 썩은 듯한 암녹색 기운이 감돌았다.진 닥터가 들어왔을 때 희미한 소독약 냄새도 함께 따라 들어왔다. 그는 오십 대 초반 정도로 보였고, 오랜 세월 수술대에 몸을 숙여 온 탓에 등이 약간 굽어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더러운 돈’의 세계를 수도 없이 봐 온 개인 주치의만이 가질 수 있는 신중함과 조심스러움이 서려 있었다.심하온은 암녹색 벨벳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안색은 창백하다 못해 거의 침대 시트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위장의 경련은 이미 날카로운 통증에서 길고 둔중한 통증으로 바뀌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오장육부 깊숙한 곳에서 타들어 가는 듯한 작열감이 함께 일었다.“공 대표님, 심하온 씨는 바다에 추락하면서 받은 충격에다 기존의 위장 질환이 재발해 급성 경련이 일어난 상태입니다.”진 닥터는 고개를 숙인 채 약상자 안을 뒤적거렸다. 그는 침대 위의 여자를 감히

  • 내 남편의 아내   제1011화

    “이 집 주인 이름은 당세혁이야.”공민규는 문득 뭔가 웃긴 것이 생각난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공씨 가문이 해외에 숨겨둔 대손 채권 명의의 부동산이야. 정윤재가 강운시의 모든 거점을 압수 수색을 한다 해도, 내가 이런 곳에 너를 위해 궁전을 지어뒀다고는 상상도 못 할 거야.”‘당세혁...’심하온은 그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콜록... 콜록콜록!”격렬한 기침이 대화를 끊었다. 심하온은 극심한 통증에 몸을 웅크렸다. 이런 생리적인 허약함은 연기가 아니었다. 차가운 물의 자극으로 그녀의 위장병이 폭발 직전의 한계점에 다랐다.공민규의 표정이 마침내 변했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듯 보였다.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만들어 온 ‘완벽한 이미지’를 흉내 내며 살아오면서 한 번도 드러낸 적 없던 당황스러움이었다.“닥터, 진 닥터를 불러와!”그는 문 쪽을 향해 으르렁거리듯 외쳤다.심하온은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린 채 손톱을 깊이 손바닥에 박았다.‘좋아. 외부 사람이 들어오기만 하면, 이곳에 살아 있는 사람들의 왕래가 있기만 하면, 여기는 더는 완전한 감옥이 아니야.’공민규가 수건을 가지러 간 사이, 심하온은 그 찰나의 틈을 이용해 재빨리 방 안을 살폈다.창문은 없었다.환풍구의 바람이 매우 강한 것으로 보아, 이곳은 지하 깊숙한 곳일 가능성이 컸다.그 금사슬은 침대 아래 바닥에 박힌 고정 고리에 연결되어 있었다.공민규는 곧 돌아와 따뜻한 수건을 그녀의 이마에 얹어 주었다.“무서워하지 마. 진 닥터가 곧 올 거야. 하온아, 네가 얌전히 약만 먹으면 나는 뭐든 다 들어줄 수 있어.”“햇빛을 보고 싶어.”심하온은 눈을 감은 채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말에는 역으로 상대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석양이라도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좋겠어.”공민규의 몸이 잠시 굳어졌다.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병이 나으면 생각해 볼게.”한편, 공해 부두, 정윤재는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구름다리 옆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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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의 아내   제10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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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의 아내   제1008화

    심씨 가문 저택의 오후, 조각창 사이로 햇살이 실내에 쏟아져 들어왔다. 원래라면 따뜻해야 할 풍경이었지만 심하온은 등골이 서늘했다.자신을 ‘임민정’이라고 소개한 이 여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단지 심하온의 돌아가신 어머니와 얼굴만 닮은 것이 아니었다. 심기찬에게 차를 내릴 때의 물 온도, 손수건을 건네는 각도, 모든 것이 지나치게 정확했다. 마치 연구실에서 정교하게 제작된 복제품 같았다.“하온아, 무슨 생각해? 차 식겠다.”여인의 목소리는 솜처럼 부드럽게 심하온의 잔뜩 긴장한 마음을 감쌌다.그녀는 지금 심하온의 곁에 앉아 있었다. 희고 깨끗한 손이 심하온의 긴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마치 지난 십수 년의 공백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동작은 너무 자연스러웠다.“별생각 안 했어요.”심하온은 눈을 내리깔았다. 눈동자 속 갈등을 감추고 싶었다.“그냥 요즘 햇빛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현실 같지 않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어서요.”한쪽에 앉아 있던 심기찬은 이렇듯 다정한 ‘모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눈가가 계속 붉게 젖었다.그는 이미 닮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만들어진 꿈속에 빠져들었다.심지어 그는 이미 이 여인이 저택에 장기적으로 머물 방까지 마련하려 하고 있었다.“날씨도 좋은데. 내일 바다에 나가 보는 건 어때?”그때 여인이 제안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순수한 동경이 어려 있었다.“예전에도 바다를 보는 걸 가장 좋아했거든.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보고 있으면 어떤 고민도 사라질 것 같았어.”심하온은 심장이 순간 멎는 듯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미끼라는 것을, 치명적인 낚싯바늘이라는 것도.하지만 어머니를 꼭 닮은 얼굴이 그런 순수한 기대를 드러내는 순간, 심하온은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좋아요.”그녀가 조용히 대답했다.계획은 다음 날 오전으로 정해졌다.정윤재의 전화가 걸려왔을 때, 심하온은 이미 항구의 승선 게이트 앞에 서 있었다. 바닷바람이 검은색 원피스 자락을 흩날렸다

  • 내 남편의 아내   제1007화

    하지만 여자가 손을 들어 어깨에 떨어진 꽃잎을 가볍게 털어내는 순간, 심하온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쫓아내려던 말이 목구멍에서 막혔다.그것은 십수 년 동안 결핍되어 있던 모성애였다. 가장 깊은 곳에 묻어 둔 상처로, 정윤재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금기였다.30분 후, 정윤재가 심씨 가문 저택에 도착했다.거실에 들어선 순간, 그는 처음 보는 낯선 여자가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그 여자는 깨진 찻주전자 조각을 정성스럽게 정리하며 심기찬을 돕고 있었다.심하온은 그 옆에 앉아 평소와 달리 어딘가 멍한 눈빛을 짓고 있었다.정윤재의 표정이 즉시 굳어졌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심하온의 곁으로 다가가 차가운 그녀의 손을 자신의 큰 손으로 꼭 감쌌다.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랭한 기운에 거실 온도가 순식간에 몇 도는 떨어진 것만 같았다.“심하온.”정윤재가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 말투에는 짙은 경고가 담겨 있었다.심하온은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고개를 들고 정윤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갈등이 가득했다.“윤재 씨, 저 사람 얼굴 좀 봐...”“알아.”정윤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여인을 바라봤다.“하지만 죽은 사람은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 공민규가 막 풀려났어. 이런 수작은 너무 수준이 낮아.”여자는 놀란 듯 어깨를 움츠리며 겁먹은 눈빛으로 심기찬을 바라보았다.“정 대표, 말을 조심해 줘!”심기찬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그의 목소리에는 지금껏 본 적 없는 강경함이 담겨 있었다.“설령 이 사람이 민정이 아니라고 해도, 하늘이 내게 남겨 준 그리움일 수는 있지 않아? 이렇게 닮았는데, 내가 집 안에 모셔 차 한 잔 대접할 권리도 없단 말이야?”정윤재는 냉소적으로 웃었다.“그리움이라고요? 아버님은 평생 사업 판에서 살아오신 분이세요. 언제부터 이런 ‘하늘이 내린 우연’을 믿게 되셨어요?”심하온은 두 사람 사이에 선 채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그녀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여인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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