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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우리 사진

Autor: 에이르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8-27 14:07:27

은소예는 신시안의 집에서 오래된 사진들을 한 장씩 넘겼다.

둘이 결혼했던 사실을 증명하는 것들.

하지만 이상하게 이제는 무겁지 않았다.

“이것도 가져갈래?”

시안이 물었다.

“왜.”

“네 사진이잖아.”

“당신이 가지고 있어.”

시안의 눈빛이 달라졌다.

“괜찮아?”

“응.”

소예는 사진 한 장을 들어올렸다.

“대신 이건 내가 가져갈게.”

결혼식 날 찍은 사진이었다.

두 사람 모두 카메라를 보지 않고 서로를 보고 웃고 있었다.

“왜 그걸.”

“우리 별로 안 행복했던 줄 알았는데.”

소예가 사진을 바라봤다.

“이거 보니까 아니었네.”

시안도 옆에 앉았다.

“행복했어.”

“그럼 왜 그렇게 됐을까.”

“행복한 것만으로는 안 됐나 봐.”

소예는 잠시 조용해졌다.

맞는 말이었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저절로 관계가 유지되는 건 아니었다.

“이번에는?”

소예가 물었다.

“뭐.”

“행복하기만 하면 안 되잖아.”

시안이 소예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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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50화: 두 번째 프러포즈

    한 달 뒤. 은소예는 신시안에게 평범한 저녁 약속을 받았다. “오늘 어디 가?” “도착하면 알아.” “또 비밀이야?” “응.” 차가 멈춘 곳은 처음 두 사람이 다시 만났던 회사가 아니었다. 3년 전 마지막 결혼기념일을 보냈던 레스토랑이었다. 소예는 입구에서 잠시 멈췄다. “여기?” 시안이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안 늦었어.” 그 말에 소예가 웃었다. “그러네.” 예약된 자리는 과거와 같은 창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 둘이 함께 들어왔다. 식사를 마친 뒤 시안이 갑자기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예는 바로 알아차렸다. “신시안.” “응.” “설마.” “잠깐만.” 그는 작은 반지 상자를 꺼냈다. 소예는 숨을 멈췄다. “이번에는.” 시안이 말했다. “내가 먼저 결정하지 않을게.” 그가 상자를 열었다. “결혼 날짜도.” “…….” “사는 집도.” “…….” “우리 앞으로 어떻게 살지도.” 시안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다 같이 정하자.” 소예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그래서 물어보려고.” 그가 소예를 똑바로 바라봤다. “은소예.” “응.” “나랑 다시 결혼해줄래?” 3년 전의 결혼은 사랑해서 시작했지만,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끝났다. 이번에는 달랐다. 좋은 모습만 본 것도 아니었다. 서로의 가장 못난 모습도 봤고. 한 번 완전히 헤어져보기도 했다. 그래도 다시 선택했다. 소예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조건 있어.” 시안의 눈이 커졌다. “또?” “우리 연애 규칙 그대로 지키기.” “응.” “혼자 결정하지 않기.” “응.” “화나면 말하기.” “응.” “그리고.” 소예가 웃었다. “이번에는 결혼한 거 숨기지 않기.” 시안도 결국 웃었다. “약속할게.” 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시 숨을 고른 뒤 말했다. “나도 다시 할게.” “뭘.” 소예가 손을 더 앞으로 내밀었다. “당신이랑 결혼.”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9화: 다시 결혼하자고 하면

    신시안은 며칠 동안 이상했다. 은소예가 물어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뭐 숨기지?” “아니.” “거짓말.” 소예가 눈을 가늘게 떴다. “당신 거짓말하면 티 나는 거 알지.” 시안은 결국 한숨을 쉬었다. “이번 주말 시간 돼?” “왜.” “같이 갈 데 있어.” “어디.” “말하면 재미없잖아.” 토요일. 시안이 데려간 곳은 두 사람이 예전에 살던 동네였다. 소예가 차에서 내려 주변을 바라봤다. “여긴 왜 왔어?” “걷고 싶어서.” 둘은 오래된 길을 천천히 걸었다. 예전에 자주 갔던 카페. 같이 장을 보던 마트. 밤마다 산책하던 골목까지. “많이 바뀌었네.” 소예가 말했다. “응.” “우리도.” 시안이 소예를 바라봤다. “그게 더 좋지?” “응.” 잠시 뒤 시안이 걸음을 멈췄다. “소예야.” “왜.” “만약에.” 그가 잠시 말을 고르는 게 보였다. “내가 다시 결혼하자고 하면 어떨 것 같아?” 소예의 눈이 커졌다. “지금 프러포즈하는 거야?” “아니.” 시안이 급하게 말했다. “아직은 아니고.” 소예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왜 이렇게 당황해.” “그냥 반응 궁금해서.” 소예는 잠시 생각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피했을 질문이었다. “이번에는.” 소예가 천천히 말했다. “싫지 않을 것 같아.” 시안이 굳었다. “진짜?” “응.” “그러면 해도 돼?” “오늘은 하지 마.” “왜.” “준비도 없이 길거리에서 하면 싫어.” 시안이 피식 웃었다. “알았어.” 소예도 웃었다. “대신.” “응.” “언젠가는 물어봐.” 시안의 눈빛이 깊어졌다. “기억할게.” 두 사람은 다시 손을 잡고 걸었다. 이번에는 헤어진 기억을 되짚기 위해 온 길이 아니었다. 같은 길을, 다른 미래를 향해 걷고 있었다.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8화: 당신이 없는 미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은소예는 회사에서 처음으로 단독 포상을 받았다. 회의실에서 박수가 터졌다. 신시안도 가장 뒤에서 박수를 쳤다. 대표가 아니라 연인으로 웃고 있는 표정을 소예만 알아봤다. 퇴근 후 두 사람은 조용한 바에서 축하했다. “오늘은 내가 살게.” 시안이 말했다. “왜.” “축하니까.” “내 성과인데 내가 사야 하는 거 아니야?” “그 논리는 이상한데.” 둘은 웃었다. 한참 뒤 시안이 물었다. “소예야.” “응.” “앞으로 뭐 하고 싶어?” “갑자기?” “그냥.” 소예는 잠시 생각했다. “일 계속하고 싶어.” “응.” “언젠가는 내 팀도 만들고 싶고.” “그다음은?” 소예가 그를 바라봤다. “왜 자꾸 물어.” “네 미래에 내가 있는지 궁금해서.” 소예의 표정이 잠시 멈췄다. 예전이었다면 부담스러웠을 질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있어.” 시안이 움직임을 멈췄다. “진짜?” “응.” 소예가 잔을 내려놓았다. “아직 어떻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돼.” “당신 미래에는?” 시안은 웃었다. “처음부터 있었어.” “또 그런 말 한다.” “사실인데.” 소예는 그의 손등을 가볍게 쳤다. 시안이 손을 뒤집어 소예의 손을 잡았다. “결혼 얘기 안 할게.” “갑자기 그건 왜.” “네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소예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웃었다. “말은 해도 돼.” 시안의 눈이 커졌다. “진짜?” “대답은 내가 할 거니까.” 시안의 표정이 천천히 밝아졌다. 소예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는 시안이 없는 미래보다, 함께 있는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 더 자연스러웠다.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7화: 두 번째 첫 데이트

    “우리 제대로 데이트한 적 있어?” 신시안의 질문에 은소예가 눈을 깜빡였다. “많이 했잖아.” “다 회사 끝나고 밥 먹거나 출장 중이었잖아.” “그게 데이트지.” “아니.” 시안은 고집스러웠다. “이번 주 토요일 비워.” “왜.” “첫 데이트 할 거야.” 소예가 웃었다. “전남편이랑 첫 데이트?” “두 번째 연애의 첫 데이트.” 토요일. 시안은 정말 계획을 세워왔다. 영화. 전시회. 저녁. 소예는 일정표를 보고 웃었다. “너무 빡빡한데.” “싫어?” “아니. 귀여워서.” 시안의 표정이 굳었다. “귀엽다는 말 싫은데.” “왜.” “남자친구한테 멋있다고 해야지.” 소예는 일부러 말했다. “귀여워.” 시안이 한숨을 쉬었다. 그날 두 사람은 평범한 연인처럼 돌아다녔다. 누구의 대표도 아니고. 누구의 직원도 아니고. 누구의 전남편과 전처도 아니었다. 영화가 끝난 뒤 소예가 말했다. “이런 거 좋다.” “뭐.” “아무것도 안 숨기는 거.” 시안은 소예의 손을 잡았다. “나도.” 소예가 잠시 그를 바라봤다. “우리 첫 번째 결혼 때는 이런 거 별로 안 했지?” “결혼하고 나서 너무 익숙해졌나 봐.” “이번에는 익숙해져도 계속 하자.” “데이트?” “응.” 시안이 웃었다. “약속.” 소예는 그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별것 아닌 약속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이런 별것 아닌 것들이 필요했다.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6화: 이제 아무도 모르는 사이가 아니다

    사내 관계 신고가 접수됐다. 회사 전체에 공지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소문은 빨랐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팀 안에서는 거의 모두 알고 있었다. “진짜 다시 만나는 거였어요?” 동료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은소예는 이번에는 부정하지 않았다. “네.” “와.” 동료의 눈이 커졌다. “전남편이랑 다시 연애하는 기분이 어때요?” 소예는 웃었다. “좀 이상해요.” “대표님이 다시 먼저 잡은 거죠?” “그건 비밀.” 예전과 달리 숨기지 않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물론 모든 반응이 좋은 건 아니었다. “그럼 프로젝트도 좀…” 누군가 말을 흐리자 소예가 바로 말했다. “프로젝트 선정 과정과 평가 자료 모두 공개 가능합니다.” 상대가 말을 멈췄다. 소예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이제는 자신의 실적이 말해줄 차례였다. 오후. 복도에서 시안과 마주쳤다. “은소예 대리님.” “대표님.” 둘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인사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직원이 웃었다. “이제 그렇게까지 모르는 척 안 하셔도 되는 거 아닌가요?” 소예와 시안이 동시에 멈췄다. 시안이 먼저 말했다. “회사에서는 대표와 직원이니까요.” 소예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직원이 돌아간 뒤 소예가 작게 말했다. “잘했어.” “뭘.” “대표답게.” 시안이 낮게 속삭였다. “퇴근하면 남자친구 해도 돼?” 소예가 웃음을 참았다. “그건 허락.” 그날 저녁 두 사람은 회사 정문에서 처음으로 함께 나왔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손은 잡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따로 걸을 이유도 없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였던 두 사람은, 이제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45화: 회사에 공개할까

    사내 게시판의 사진 사건 이후 한 달이 지났다. 소문도 거의 사라졌다.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고 은소예에 대한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런데 어느 날 인사팀에서 신시안을 찾아왔다. “대표님과 은소예 대리님의 이해관계 부분을 공식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소예도 함께 자리에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요?” “업무 평가라인에서 대표님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문서화하면 됩니다.” 시안은 바로 동의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리고 현재 두 분이 교제 중이시라면 내부 신고가 필요합니다.” 소예와 시안이 동시에 상대를 바라봤다. 회의가 끝난 뒤 소예가 물었다. “어떻게 할 거야?” “신고해야지.” “그러면 회사에서 다 알게 될 수도 있어.” “싫어?” 소예는 잠시 생각했다.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숨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숨기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었다. “모르겠어.” 시안은 기다렸다. “당신은?” “난 공개해도 괜찮아.” “대표니까 그렇지.” “네가 불편하면 비공개 절차 가능한지 알아볼게.” 소예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다시 혼자 결정하지 않았다. “조금만 생각할게.” “응.” 그날 밤 소예는 오래 고민했다. 자신이 두려운 건 사람들이 관계를 아는 것일까. 아니면 또다시 누군가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일까. 다음 날 소예는 먼저 시안에게 말했다. “신고하자.” “괜찮겠어?” “응.” “공개돼도?” 소예가 웃었다. “이번에는 숨어서 만나기 싫어.” 시안의 표정이 천천히 풀렸다. 3년 전에는 비밀로 시작한 결혼이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숨기지 않는 연애를 선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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