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By:  에이르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goodnovel18goodnovel
Not enough ratings
22Chapters
63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3년 전 비밀결혼을 끝낸 은소예. 다시는 마주칠 일 없을 줄 알았던 전남편 신시안이 어느 날 회사의 새 대표로 나타난다. 사람들 앞에서는 처음 만난 상사와 직원처럼 행동하지만, 둘만 남으면 끝난 줄 알았던 감정이 다시 흔들린다. 이혼의 진짜 이유와 서로의 오해가 드러날수록,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을 선택할 기로에 선다.

View More

Chapter 1

1화 : 처음 뵙겠습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회사 분위기가 이상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수군거렸다.

“오늘 새 대표 온대.”

“진짜? 본사에서 바로 내려오는 사람이라던데.”

“엄청 젊다며?”

“사진 봤어?”

“아니. 찾아봤는데 제대로 나온 것도 없더라.”

은소예는 사람들 사이에 서서 조용히 사원증 끝만 만지작거렸다.

새 대표가 누가 오든 상관없었다.

지난달부터 회사가 인수된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경영진이 전부 바뀐다는 소문도 이미 들었다.

소예에게 중요한 건 하나였다.

괜히 구조조정 명단에만 들어가지 않는 것.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고, 자신이 맡은 브랜드전략팀 일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

그거면 충분했다.

“소예 씨.”

옆에 있던 동료가 팔꿈치로 그녀를 툭 쳤다.

“왜요?”

“긴장 안 돼요?”

“뭐가요?”

“새 대표요.”

소예는 피식 웃었다.

“대표가 저랑 밥 먹을 것도 아니잖아요.”

“소문 못 들었어요? 엄청 깐깐하대요.”

“대표들은 원래 다 깐깐하다는 소문부터 나요.”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갔다.

소예도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평범한 월요일이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랬다.

오전 열 시.

전 직원이 대회의실로 모이라는 공지가 내려왔다.

평소라면 온라인으로 끝냈을 인사인데 굳이 전 직원을 부른다는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소예는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회의실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앞쪽에는 임원들이 서 있었고, 중앙에는 비어 있는 자리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다.

잠시 뒤 문이 열렸다.

“대표님 오십니다.”

소예는 별생각 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굳었다.

검은 정장.

흰 셔츠.

단정하게 넘긴 검은 머리.

예전보다 조금 더 날카로워진 얼굴.

사람들의 시선을 당연하다는 듯 받으며 걸어 들어오는 남자.

소예의 손에서 펜이 떨어졌다.

딱.

작은 소리였지만 그녀 귀에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아주 잠깐.

불과 몇 초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소예는 숨을 쉬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말도 안 돼.

왜 저 사람이 여기 있어?

옆자리에서 누군가 작게 속삭였다.

“와, 진짜 잘생겼다.”

소예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단상 위로 올라간 남자가 마이크를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낮고 익숙한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오늘부터 대표이사를 맡게 된 신시안입니다.”

소예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신시안.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었다.

잊으려고 몇 년을 보낸 이름이었다.

그리고 한때는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불렀던 이름이었다.

시안아.

여보.

그렇게 불렀던 남자.

소예의 전남편이었다.

“앞으로 조직 전반에 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

시안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단순한 인력 감축이나 보여주기식 개편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소예는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마지막으로 그를 봤던 날만 반복되고 있었다.

가정법원 앞.

차갑게 닫히던 자동차 문.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고받았던 말.

다시는 보지 말자.

그게 정확히 세 해 전이었다.

소예는 정말 다시 보지 않을 줄 알았다.

서울은 넓었고.

시안은 해외로 떠났고.

소예는 완전히 다른 회사에 취직했다.

그런데 하필.

왜.

여기였을까.

“이상입니다.”

박수가 터졌다.

소예는 한 박자 늦게 손을 움직였다.

시안은 단상에서 내려왔다.

임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앞으로 걸어왔다.

소예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설마 자신에게까지 오겠어.

직원이 몇 명인데.

그런데 임원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주요 실무자들도 간단하게 소개드리겠습니다.”

소예는 속으로 욕을 삼켰다.

하필 주요 실무자.

하필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가 이번 분기 핵심 사업이었다.

“브랜드전략팀 은소예 대리입니다.”

결국 이름이 불렸다.

소예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시안이 그녀 앞에 서 있었다.

세 걸음도 되지 않는 거리.

가까이에서 보니 더 확실했다.

정말 신시안이었다.

그 역시 아무 표정이 없었다.

처음 보는 직원을 대하는 대표의 얼굴.

“은소예 대리님.”

“네.”

겨우 목소리를 냈다.

시안이 손을 내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순간 소예는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결혼식을 올렸고.

같은 침대에서 잠들었고.

같은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었고.

이혼서류에 나란히 이름까지 적었던 사람들이.

처음 뵙겠습니다.

소예도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손이 맞닿았다.

시안의 손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크고 따뜻했다.

소예는 최대한 빨리 손을 빼려 했다.

하지만 시안의 손가락이 아주 잠깐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가 몸을 아주 조금 숙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잘 지냈어?”

소예의 표정이 굳었다.

시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손을 놓았다.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No Comments
22 Chapters
1화 : 처음 뵙겠습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회사 분위기가 이상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수군거렸다.“오늘 새 대표 온대.”“진짜? 본사에서 바로 내려오는 사람이라던데.”“엄청 젊다며?”“사진 봤어?”“아니. 찾아봤는데 제대로 나온 것도 없더라.”은소예는 사람들 사이에 서서 조용히 사원증 끝만 만지작거렸다.새 대표가 누가 오든 상관없었다.지난달부터 회사가 인수된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경영진이 전부 바뀐다는 소문도 이미 들었다.소예에게 중요한 건 하나였다.괜히 구조조정 명단에만 들어가지 않는 것.월급이 꼬박꼬박 나오고, 자신이 맡은 브랜드전략팀 일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그거면 충분했다.“소예 씨.”옆에 있던 동료가 팔꿈치로 그녀를 툭 쳤다.“왜요?”“긴장 안 돼요?”“뭐가요?”“새 대표요.”소예는 피식 웃었다.“대표가 저랑 밥 먹을 것도 아니잖아요.”“소문 못 들었어요? 엄청 깐깐하대요.”“대표들은 원래 다 깐깐하다는 소문부터 나요.”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사람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갔다.소예도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평범한 월요일이었다.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랬다.오전 열 시.전 직원이 대회의실로 모이라는 공지가 내려왔다.평소라면 온라인으로 끝냈을 인사인데 굳이 전 직원을 부른다는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소예는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대회의실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앞쪽에는 임원들이 서 있었고, 중앙에는 비어 있는 자리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다.잠시 뒤 문이 열렸다.“대표님 오십니다.”소예는 별생각 없이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그대로 굳었다.검은 정장.흰 셔츠.단정하게 넘긴 검은 머리.예전보다 조금 더 날카로워진 얼굴.사람들의 시선을 당연하다는 듯 받으며 걸어 들어오는 남자.소예의 손에서 펜이 떨어졌다.딱.작은 소리였지만 그녀 귀에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남자가 고개를 돌렸다.눈이 마주쳤다.아주 잠깐.불과 몇 초도 되지 않았다.그런데 소예는 숨을 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Read more
2화 : 도망가게 둘 생각 없어
“다음 분.”그가 옆으로 이동했다.소예만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옆에 있던 동료가 팔을 건드렸다.“왜 그래요?”“네?”“얼굴이 왜 그렇게 하얘졌어요?”“아니에요.”“대표랑 아는 사이예요?”소예는 너무 빠르게 대답했다.“아니요.”그 순간.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던 시안이 고개를 돌렸다.정확히 소예를 바라봤다.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웃은 건 아니었다.그런데 소예는 알았다.저 표정.신시안이 기분 나쁠 때 짓던 표정이었다.회의가 끝난 뒤 소예는 화장실로 향했다.세면대 앞에서 찬물을 틀었다.손에 물을 받아 얼굴을 눌렀다.“미쳤어.”왜 여기야.왜 지금 나타난 건데.휴대폰을 꺼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연락할 사람도 없었다.둘이 결혼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가족과 가까운 몇 사람 정도.회사에는 아무도 몰랐다.소예는 이혼 후 이직했고, 시안은 해외로 떠났다.결혼생활 자체도 길지 않았다.그래서 가능했다.모르는 척하면 된다.회사에서는 대표와 직원.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소예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괜찮아.”이미 끝난 사람이었다.세 해 전에.완전히.자리로 돌아왔을 때 동료가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소예 씨.”“왜요?”“대표실에서 찾는데요?”소예의 발이 멈췄다.“누구를요?”동료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누구긴 누구예요. 소예 씨요.”“저를 왜요?”“저야 모르죠. 비서실에서 전화 왔어요.”소예는 입술을 깨물었다.설마.첫날부터?“프로젝트 때문이겠죠.”동료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아까 대표가 브랜드 쪽 관심 있어 보이던데.”소예는 대답하지 않았다.노트북 옆에 있던 자료를 챙겼다.그래.일 때문이다.당연히 일 때문이어야 했다.대표실은 최상층에 있었다.엘리베이터 숫자가 올라갈수록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딩.문이 열렸다.비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은소예 대리님 맞으시죠?”“네.”“대표님 기다리고 계십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Read more
3화 :대표 직속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 대표이사 신시안.은소예는 서류에 적힌 이름을 한참 바라봤다.이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매일 저 남자와 마주쳐야 한다.“소예 씨?”뒤에서 동료가 부르자 소예는 황급히 서류를 덮었다.“대표님이 뭐래요?”“신규 프로젝트 맡으래요.”“진짜요? 대표 직속이라던데. 잘하면 승진하는 거 아니에요?”승진.다른 때라면 기뻐했을 말이었다.하지만 지금 소예에게 중요한 건 승진이 아니었다.신시안과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것.문제는 그게 첫날부터 실패했다는 거였다.오후 세 시.소예의 메신저에 새로운 일정이 등록됐다.[신규 프로젝트 1차 회의 / 대표실 / 오후 5시]소예는 화면을 노려봤다.첫날부터 두 번째 대표실 방문이었다.다섯 시 정각.이번에는 다른 직원들도 함께였다.다행이라고 생각했다.사람들이 있는 동안 시안은 완벽한 대표였다.“은소예 대리.”“네, 대표님.”“시장분석 자료는 언제까지 가능합니까?”“내일 오후까지 정리하겠습니다.”“오늘 주세요.”소예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오늘이요?”“어렵습니까?”“아닙니다.”“그럼 오늘 여덟 시까지.”시안은 아무렇지 않게 다음 자료로 시선을 돌렸다.회의가 끝나자 직원들이 하나둘 빠져나갔다.소예도 노트북을 챙겼다.그때 시안이 말했다.“은소예 대리는 남으세요.”사람들의 시선이 잠깐 소예에게 향했다.“추가로 확인할 게 있습니다.”문이 닫혔다.또 둘만 남았다.소예는 곧바로 물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뭘?”“오늘까지 자료 달라는 거.”“대표가 담당자한테 자료 요구하는 게 이상해?”“신시안.”그가 희미하게 웃었다.“이제야 제대로 부르네.”소예는 어이가 없었다.“이러려고 나 프로젝트에 넣은 거야?”“아니.”시안이 의자에서 일어났다.“네가 필요해서 넣었어.”“업무에?”그가 소예 앞에 멈췄다.“그것도.”소예의 심장이 순간 크게 뛰었다.“그리고 다른 것도.”“무슨—”“오늘 여덟 시.”시안은 다시 대표의 얼굴로 돌아갔다.“자료 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Read more
4화 : 저녁도 업무입니까
[8시까지 자료 가져와. 저녁도 같이.]은소예는 메시지를 한참 바라봤다.결국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여덟 시가 가까워질수록 사무실에는 사람이 줄었다. 소예는 마지막 자료를 정리한 뒤 파일을 들고 대표실로 향했다.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와.”신시안은 재킷을 벗은 채 서류를 보고 있었다.소예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파일을 내려놓았다.“요청하신 자료입니다.”“앉아.”“자료만 전달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검토해야지.”소예는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시안은 자료를 넘기다가 고개를 들었다.“저녁은?”“안 먹었습니다.”“왜.”“일하느라요.”그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여전하네.”소예의 표정이 굳었다.“그런 말 하지 마.”“무슨 말.”“예전부터 날 계속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말하는 거.”시안의 시선이 멈췄다.“알고 있었던 사람이니까.”“지금은 아니잖아.”“그건 네 생각이고.”소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검토 끝나면 수정사항 보내주세요.”그 순간 대표실 문이 열렸다.비서가 포장된 음식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대표님, 주문하신 식사 왔습니다.”소예는 시안을 바라봤다.“설마 이게 아까 말한 저녁이에요?”시안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응.”“저 안 먹는다고 했는데요.”“배 안 고파?”“안 고파요.”“거짓말.”소예의 눈이 가늘어졌다.“대표님.”“은소예 대리.”이번에는 시안이 먼저 업무적인 호칭을 사용했다.“야근하는 담당자 식사 챙기는 것도 업무라고 생각해.”소예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저녁까지 업무입니까?”시안은 젓가락을 꺼내며 태연하게 말했다.“오늘부터는.”소예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확신했다.신시안은 정말 자신을 그냥 둘 생각이 없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Read more
5화 : 당신이 좋아하던 것
신시안은 포장 용기를 열어 은소예 앞에 하나씩 놓았다.소예는 음식들을 보다가 표정이 굳었다.버섯은 빠져 있었고, 소스는 따로 담겨 있었다.예전부터 자신이 먹던 방식 그대로였다.“이거 일부러 이렇게 시킨 거야?”“왜.”“내가 어떻게 먹는지 기억하고 있잖아.”시안은 아무렇지 않게 젓가락을 들었다.“잊어야 할 이유가 있었나?”소예는 대답하지 못했다.3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그는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안 먹어?”“입맛 없어.”“또 거짓말.”“자꾸 나 아는 척하지 마.”시안의 손이 멈췄다.“아는 척이 아니라 알아.”소예가 그를 노려봤다.“전남편 주제에.”순간 시안의 눈빛이 낮아졌다.“그 말 계속하네.”“사실이잖아.”“그래. 전남편.”그가 천천히 몸을 기대며 소예를 바라봤다.“그런데 넌 내가 뭘 좋아했는지 기억 안 나?”소예의 손끝이 멈췄다.기억하지 않을 리 없었다.그가 커피를 어떻게 마셨는지.잠들기 전에 어떤 음악을 틀었는지.화를 내면서도 먼저 방문을 닫지 못했던 습관까지.소예는 시선을 피했다.“기억 안 나.”시안이 작게 웃었다.“거짓말도 여전하네.”“신시안.”“왜.”“자꾸 과거 이야기 꺼내지 마.”잠시 침묵이 흘렀다.시안은 더 묻지 않았다.대신 소예 앞에 놓인 음식 용기를 조금 더 가까이 밀었다.“먹어.”“싫어.”“그럼 내가 네 앞에서 다 먹을 때까지 앉아 있어.”“지금 협박해?”“업무시간 연장.”소예는 어이가 없어 그를 바라보다 결국 젓가락을 들었다.한입 먹는 순간 시안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왜 웃어?”“아무것도.”“분명 웃었잖아.”“네가 아직도 내가 고른 건 잘 먹어서.”소예는 그대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다 먹었어.”“한입 먹었는데?”“배불러.”소예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시안이 말했다.“내일 저녁도 비워둬.”소예가 천천히 돌아봤다.“왜?”“외부 미팅.”“누구랑?”“거래처.”그가 잠시 뜸을 들였다.“그리고 나.”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Read more
6화: 단정하게 입고 와
[네가 싫어하는 곳은 아니니까.]은소예는 신시안의 메시지를 한참 바라봤다.다음 날 저녁 일곱 시.소예가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검은 정장을 입은 시안이 먼저 와 있었다.그는 소예를 위아래로 천천히 바라봤다.“단정하게 입고 오랬더니.”“왜요. 문제 있어요?”“아니.”시안이 시선을 거두었다.“너무 잘 입고 와서 문제지.”소예는 대꾸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예약된 자리를 확인한 순간 걸음을 멈췄다.창가 가장 안쪽 자리.두 사람이 결혼했을 때 기념일마다 찾았던 레스토랑이었다.“여기였어?”“응.”“거래처 미팅이라며.”“맞아.”“그런데 왜 하필 여기야?”시안은 대답 대신 의자를 빼주었다.“앉아.”소예는 못마땅한 얼굴로 앉았다.잠시 후 거래처 관계자들이 도착했고 미팅은 예상보다 평범하게 진행됐다.시안 역시 철저하게 대표로만 행동했다.문제는 미팅이 끝난 뒤였다.거래처 사람들이 먼저 떠나자 소예도 가방을 챙겼다.“저도 가보겠습니다.”“앉아.”“업무 끝났잖아요.”“저녁 안 먹었잖아.”“집에 가서 먹을 거예요.”시안이 그녀를 바라봤다.“여기까지 와서?”“여기라서 더 싫어.”그제야 시안의 표정이 굳었다.“아직도 기억나?”“당연히 기억나지.”소예는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우리 마지막 결혼기념일에도 여기 왔잖아.”시안의 시선이 흔들렸다.“그리고 그날 당신은 두 시간 늦었어.”“소예야.”“나는 혼자 기다렸고.”그날의 기억이 너무 선명했다.식어버린 음식.꺼져가던 촛불.계속 확인했던 휴대폰.그리고 밤늦게 나타난 시안.“그게 우리 마지막 기념일이었어.”소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니까 추억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 데려오지 마.”그녀가 돌아서려는 순간 시안이 낮게 말했다.“그날 왜 늦었는지 물어본 적 있어?”소예의 걸음이 멈췄다.“뭐?”“넌 한 번도 안 물어봤어.”소예가 돌아봤다.시안은 웃지 않고 있었다.“그냥 내가 널 버려뒀다고 생각했지.”“그럼 아니었어?”잠시 침묵하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Read more
7화: 그날의 진실
“그날 나는.”신시안이 말을 멈췄다.은소예는 숨도 쉬지 못한 채 그를 바라봤다.“너한테 돌아오려고 했어.”“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시안은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소예를 봤다.“그날 회사에서 문제가 생겼어.”“그래서?”“정리하고 바로 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소예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그게 다야?”“아니.”시안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당시엔 네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연락을 못 했어.”“왜?”“내가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소예는 허탈하게 웃었다.“그게 당신 문제였어.”“알아.”“당신은 항상 혼자 결정했어.”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이유도 모르고 기다렸고, 당신은 나중에 설명하면 된다고 생각했지.”소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근데 설명도 안 했잖아.”“그날 네가 이미 마음을 닫았으니까.”“내 탓이라고?”“아니.”시안이 단호하게 말했다.“내 탓이야.”그 한마디에 소예의 표정이 잠깐 흔들렸다.시안이 자신의 잘못을 이렇게 바로 인정했던 적이 있었던가.“근데 너도 물어보지 않았어.”“뭘.”“왜 늦었는지.”“물어볼 마음도 안 들었어.”“왜.”소예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그날 자신이 정말 화가 났던 이유는 단순히 두 시간을 기다려서가 아니었다.이미 그 전부터 쌓여 있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그때 난 이미 지쳐 있었으니까.”시안의 눈빛이 변했다.“나 때문에?”“응.”짧은 대답이었다.하지만 시안은 더 묻지 못했다.소예는 가방을 챙겼다.“오늘은 갈게.”“데려다줄게.”“괜찮아.”“은소예.”“안 괜찮아도 혼자 갈 수 있어.”시안은 결국 더 붙잡지 않았다.소예는 레스토랑을 나왔다.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에 닿았다.그런데 이상했다.분명 시안을 더 미워해야 했다.3년 전의 일을 다시 들었으니 화가 나야 했다.그런데 머릿속에는 한 문장만 남았다.내 탓이야.그날 밤.집에 돌아온 소예는 잠들지 못했다.그러다 휴대폰이 울렸다.신시안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Read more
8화: 이번에는 숨기지 않을게
[이번에는 말 안 하고 끝내지 않을게.]은소예는 결국 그 메시지에 답하지 못했다.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대표실에서 연락이 왔다.소예는 잠시 망설이다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신시안은 평소처럼 서류를 보고 있었다.“부르셨습니까, 대표님.”시안은 고개를 들었다.“어제 메시지 봤지.”“업무 얘기부터 하세요.”“그래.”그가 파일 하나를 건넸다.“다음 주 부산 출장. 네가 같이 가.”소예의 표정이 굳었다.“왜 제가요?”“프로젝트 담당자니까.”“다른 직원도 있잖아요.”“있지.”시안이 태연하게 대답했다.“그래도 네가 가.”소예는 파일을 받아 들었다.“이것도 업무예요?”“이번엔 진짜 업무.”“이번엔?”시안의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소예는 괜히 그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아 시선을 돌렸다.“알겠습니다.”“그리고.”“또 뭐예요?”“어제 말한 거.”소예의 손이 멈췄다.시안은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그때 내가 왜 아무 말도 안 했는지, 다 말할게.”“지금 와서?”“지금이라도.”소예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그걸 들으면 뭐가 달라지는데?”“적어도 네가 잘못 알고 있던 건 달라지겠지.”“그리고?”시안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나도 네가 왜 떠났는지 제대로 듣고 싶어.”소예의 눈빛이 흔들렸다.3년 전에는 서로 묻지 않았다.왜 그렇게 힘들었는지.왜 기다리지 못했는지.왜 붙잡지 않았는지.그저 화가 난 채로 끝내버렸다.“출장 가는 동안.”시안이 낮게 말했다.“이번에는 하나도 숨기지 말자.”소예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런데 대표실을 나가기 직전, 결국 한마디가 나왔다.“나 아직 당신 용서한 거 아니야.”시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알아.”“다시 시작한다는 뜻도 아니고.”“그것도 알아.”“그런데 왜 이렇게 태연해?”시안은 아주 조용히 대답했다.“이번에는 기다릴 수 있으니까.”소예의 손이 문고리 위에서 멈췄다.3년 전에는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말이었다.그날 이후 처음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Read more
9화: 출장 전날
부산 출장 전날.은소예는 퇴근 준비를 하면서도 계속 일정표를 확인했다.오전 미팅.현장 점검.저녁 거래처 식사.그리고 숙박.마지막 항목에서 시선이 멈췄다.같은 호텔.물론 방은 따로였다.그런데도 괜히 신경이 쓰였다.“소예 씨, 아직 안 가요?”동료가 묻자 소예는 급히 노트북을 닫았다.“이제 가려고요.”“내일 대표님이랑 출장이라면서요?”“네.”“둘이요?”소예의 심장이 순간 철렁했다.“아니요. 현지 담당자도 있어요.”“그래도 대표님이 직접 가는 출장이라니 부럽다.”“전혀 안 부러워해도 돼요.”소예는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신시안이었다.[내일 아침 7시. 회사 앞.]소예는 짧게 답했다.[확인했습니다.]곧바로 다시 메시지가 왔다.[늦지 마.]소예는 화면을 보다가 결국 답하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회사 앞에는 검은 세단이 서 있었다.소예가 다가가자 뒷좌석 문이 열렸다.시안이 안에 앉아 있었다.“타.”“기사님은요?”“있어.”소예는 잠시 망설이다 반대편에 앉았다.차가 출발했다.처음 몇 분 동안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그러다 시안이 물었다.“잤어?”“네.”“거짓말.”소예가 그를 바라봤다.“왜 자꾸 제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해요?”“눈 밑 보면 알아.”“대표님은 직원들 눈 밑도 다 봅니까?”“너만.”소예는 바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런 말 하지 마세요.”“왜.”“오해하게 하니까.”시안이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오해 아니면?”소예의 손이 멈췄다.“무슨 뜻이에요?”시안은 대답 대신 앞을 봤다.“부산 도착하면 말해.”“왜 지금은 안 하는데요?”“이번에는 급하게 말하고 싶지 않아서.”그 말에 소예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그런데 잠시 뒤 시안이 낮게 말했다.“소예야.”“왜.”“이번 출장 끝나면.”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우리 이혼한 이유부터 다시 얘기하자.”소예는 창밖만 바라봤다.“다시 얘기해서 뭐 하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Read more
10화: 같은 호텔
부산에 도착한 뒤 일정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은소예는 현장 점검과 거래처 미팅을 정신없이 마친 뒤에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저녁 식사까지 끝났을 때는 이미 밤 열 시가 가까웠다. “오늘 수고했어요.” 거래처 직원들이 먼저 돌아가고, 소예는 호텔 로비에 신시안과 둘만 남았다. “저 먼저 올라가겠습니다.” “같이 가.” “방은 따로잖아요.” “엘리베이터까지 같이 타자는 건데.” 소예는 괜히 민망해져 입을 다물었다. 엘리베이터 안. 시안은 말없이 층수를 눌렀다. 소예가 숫자를 확인하다가 눈을 찌푸렸다. “잠깐.” “왜.” “우리 같은 층이야?” “응.” “왜 같은 층인데?” 시안이 태연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호텔 방 배정까지 내가 했을 것 같아?” “당신이면 그럴 수도 있으니까.” 그 말에 시안이 짧게 웃었다. “여전하네.” “뭐가.” “나 의심하는 거.” 소예는 대답하지 않았다. 문이 열렸다. 두 사람의 객실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거의 마주 보고 있었다. 소예는 카드키를 꺼냈다. “내일 몇 시에 내려가면 돼요?” “아홉 시.” “알겠습니다.” 문을 열려는 순간 시안이 불렀다. “소예야.” 소예가 돌아봤다. 시안은 평소보다 훨씬 진지한 얼굴이었다. “아까 차에서 말한 거.” “이혼 얘기?” “응.” “오늘 하려고?” “네가 싫으면 안 해.” 그 말에 소예가 잠시 멈췄다. 예전의 시안이라면 자기 방식대로 밀어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다리고 있었다. “10분만.” 소예가 말했다. “무슨 말인지 들어는 볼게.” 잠시 뒤 두 사람은 호텔 라운지 창가에 마주 앉았다. 시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날 네가 이혼 얘기 꺼냈을 때.” “응.” “나는 네가 이미 날 사랑하지 않는 줄 알았어.” 소예의 눈빛이 흔들렸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네가 너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소예는 허탈하게 웃었다. “아무렇지 않았던 적 없어.” “알아.” “이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