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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헛소리하지 마요! 당신이야말로 목숨이 위험할 것 같네요!”

인광준은 완전히 화가 나서 무시무시한 얼굴로 말했다.

흰 가운을 입은 유 닥터가 냉소하며 말했다.

“저희 병원은 인 대표님 아드님의 병세를 안정시켰어요. 대표님 아들은 만성 과립구성백혈병에 걸렸고 지금은 만성기인데 갑자기 생명이 위험하다니요! 시비 거는 겁니까?”

“전 백혈병 때문이라고 한 적 없어요! 이 아이는 독에 중독되었어요!”

윤도훈이 설명했다.

용의 기운을 두 눈에 주입한 윤도훈은 겸이의 체내에서 검푸른색의 독소가 유동하고 있는 걸 보았다.

그것은 이제 곧 심맥에 침입할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죠? 저희 병원이 환자에게 독을 썼다는 말입니까?”

유 닥터는 더욱더 화가 났다. 그는 윤도훈을 손가락질하며 호된 목소리로 물었다.

“제 말은 그 뜻이 아닙니다. 어떤 음식들은 서로 상극이라 그 자체로는 독성이 없을지 몰라도 함께 먹으면 치명적일 수 있어요.”

윤도환이 고개를 저었다.

“장난해요? 우리 국인 사립병원의 레시피가 이런 저급한 실수를 저지른다는 게 말이 돼요?”

유 닥터는 못마땅한 얼굴로 불만스레 인광준을 바라보았다.

“인 대표님, 이 사람이 헛소리하는 걸 듣고만 계실 겁니까? 저희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럼 이 사람에게 아드님의 치료를 맡기시죠?”

그 말에 인광준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유 선생님, 전 절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말하면서 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이진희 씨, 얼른 이 사람 내보내시죠.”

도운시 상류층이라면 이진희가 데릴사위를 찾고 있다는 걸 대부분 알고 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조금 전 기사는 윤도훈이 이진희의 약혼자라고 했다. 그래서 인광준은 곧바로 윤도훈을 형용할 단어 몇 개를 떠올렸다. 쓸모없는 사람, 기생오라비, 수치를 모르고 허영심만 가득한 사람.

그러니 그가 윤도훈이 한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

아들은 계속해 이곳에서 치료받아야 했기에 절대 이곳 의사에게 밉보여서는 안 됐다.

이진희는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달라지자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인광준이 정말 화가 났다는 걸 발견했다.

협력하려던 것도 완전히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다음 순간, 이진희는 이를 악물고 윤도훈을 노려보았다.

“꺼지라는 말 못 들었어요?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요!”

윤도훈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자조했다.

모든 이들이 그를 우습게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윤도훈은 떠나기 전 당부했다.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병상 위의 남자아이는 죄가 없다는 점 때문에 말이다.

겸이를 보고 있으면 자기 딸이 떠올랐다.

“독이 퍼지기 시작하면 아이의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찔러 피를 흘리게 하세요. 그리고 닭 피를 50g 먹인다면 목숨을 건질 수 있을지 몰라요.”

윤도훈은 말을 마친 뒤 이진희를 보고 말했다.

“제 딸아이 병원비 대신 내주셨죠. 그건 제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로 갚을게요.”

“하하...”

이희진은 같잖다는 듯이 냉소를 흘린 뒤 고개를 돌렸다. 다시 쳐다보기도 싫다는 듯 말이다.

돈 때문에 목숨을 걸고 자해 공갈하는 못난 사람이 어떻게 돈을 갚는단 말인가?

이런 사람에게 인광준 아들의 병을 살펴봐달라고 하다니, 정말 정신 나간 일이었다.

...

쫓겨난 윤도훈은 다시 중심병원으로 돌아왔다.

병실에 있는 율이는 아직 깨지 않았다.

아이는 혈색이 좋아 보였고 특효약도 계속 쓰게 되었다. 윤도훈은 문득 자신이 당했던 모든 억울한 일들이 다 값지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때, 눈을 감고 있던 율이가 악몽을 꾸는 건지 잠결에 작은 손을 휘적거리기 시작했다.

“아빠, 아빠 가지 마요. 엄마는 율이를 버렸어요. 이제 율이한테는 아빠밖에 없어요. 아빠, 아빠. 율이를 버리지 말아요...”

그 모습을 본 윤도훈은 다급히 율이의 작은 손을 잡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아빠 여기 있어. 아빠 여기 있어.”

율이는 큰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낀 건지 다시 잠잠해졌다. 아이의 작은 얼굴에 조용한 미소가 걸리면서 보조개가 보일 듯 말 듯 했다.

“아빠... 아빠...”

아이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윤도훈은 마음이 녹을 것만 같았다.

율이야, 아빠가 꼭 낫게 해줄게. 네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클 수 있게 해줄게.

꼭!

...

같은 시각, 사립병원의 병실 안.

윤도훈이 떠난 뒤 이진희는 인광준에게 사죄했다.

“인 대표님, 정말 제가 시킨 일이 아니에요. 저희가 거래하지 않는다고 해도 의리가 있는데, 제가 사람을 데려와 인 대표님 아들을 저주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인광준은 거짓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이 대표님. 기생오라비라고 해도 철이 든 사람을 찾아야죠. 저런 사람을 데리고 다니다가는 정말 큰일 날 수 있어요.”

“네, 인 대표님 말이 맞아요!”

이진희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아빠. 저 너무 괴로워요!”

그러나 바로 그때, 조용히 누워있던 겸이가 갑자기 인광준을 붙잡으며 괴로워했다.

콜록콜록!

컥!

바로 다음 순간, 남자아이는 기침을 두어 번 하다가 갑자기 코와 입에서 피를 뿜었다.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파리하게 질렸다.

그 순간, 인광준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겸이야! 아들아, 왜 그래?”

인광준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렸다. 그는 유 닥터의 멱살을 잡더니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유 선생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유 닥터도 놀란 눈치였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요.”

삐! 삐! 삐! 삐... 삐!

바로 그때, 겸이의 몸에 연결된 측정기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남자아이의 활력징후가 급변하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했다.

“빨리, 빨리 내 아들을 구해요! 내 아들이 혹시라도 잘못된다면 병원 문 닫을 각오 하세요!”

인광준이 시뻘게진 눈으로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유 닥터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허둥지둥했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도 전혀 몰랐다.

“제기랄! 왜 넋을 놓고 있어요? 얼른 사람을 구하라니까요!”

인광준이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질렀다.

콜록! 콜록!

겸이의 입과 코에서 계속해 피가 흘렀다. 몸은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안색은 끔찍할 정도로 파리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아까까지는 멀쩡했는데!”

유 닥터는 혼잣말만 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인광준은 아들이 경련을 일으키고 피를 토하자 미칠 것만 같았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면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바로 그때 이진희는 문득 윤도훈이 떠나기 전 당부했던 말을 떠올리고 잠깐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설마 겸이가 정말 독에 중독된 걸까요? 그러면... 조금 전 그 사람이 말했던 방법을 시험해 볼까요?”

그녀의 말에 인광준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처럼 말했다.

“네! 그러죠! 방금 그가 뭐라고 했었죠? 어떻게 하면 된다고 했죠?”

조바심 때문에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았다.

어쩌면 윤도훈을 완전히 무시해 그가 한 말을 귀담아듣지 않은 탓일지도 모른다.

“겸이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바늘로 찔러 피를 흘려보내고 동시에 닭 피를 50g 마셔야 한다고 했어요!”

이진희는 똑똑히 기억했다.

“피! 우리 아들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찔러요! 닭 피는? 닭 피는 있어요?”

인광준은 유 닥터를 잡고 분노에 차서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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