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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오후의 수업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이 동안 장호기가 오로지 이 주임이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주임은 끝까지 오지 않았다.

방과 후.

임운기는 일어나서 웃으며 장호기에게 말했다.

“장호기, 내가 오늘 안으로 학교에서 쫓겨날 거라며? 하지만 난 아직 멀쩡한데?”

이 말이 나오자 교실의 학생들이 갑자기 수군 거리기 시작했다.

장호기는 이 말을 들은 후 얼굴색이 싹 새파랗게 변했다.

장호기는 뭐라 반박하고 싶어도 당최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뭐야. 아저씨가 약속했는데……!'

순간 장호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옆에서 수근거리는 소리는 크게만 들렸다. 장호기는 살짝 무안했는지 곧장 뒤돌아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주위는 더 시끌벅적해졌다. 임운기는 그러거나 말거나 강설아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설아야, 봐봐, 내가 뭐랬어? 난 짤리지 않을 거라고 말했잖아.”

임운기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응.”

강설아는 임운기의 말에 맘속에서 꽉 쥐고 있던 긴장의 끈을 서서히 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뜩 내가 왜 임운기를 걱정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고마워, 이 반에서 믿을 수 있는 건 너뿐이야.”

이때 옆에 지켜보고 있던 뚱보가 넌지시 한마디 던졌다.

“반장, 임운기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으신 데 설마…… 임운기를 좋아해?”

“뭐야, 반장? 은근 임운기한테 관심이 많은데? 혹시…… 임운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

강설아는 그 말에 얼굴이 더 화끈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녀는 붉은 사과마냥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한손으로 가리며 대꾸했다.

“아니야! 나…… 나는 반장이니 당연히 반 친구들을 위해 정의를 지켜야지.”

그러나 맘속의 두근거림은 도톰한 입술까지 빨갛게 물들였다. 혹여나 이러고 있는 자신이 들킬까 강설아는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다 재빨리 몸을 돌려 교실을 뛰쳐나갔다.

임운기는 원래 밥까지 사주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렸을 때 강설아는 없고 혼자만 덩그러니 서있었다.

한편 장호기는 교실을 나간 후 곧추 행정실로 달려갔다. 응당 학교에서 쫓겨나야 할 임운기가 왜 여직 저기에 있는지 궁금했다. 이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 주임밖에 없었다.

행정실에서.

“아저씨! 왜 아직도 임운기를 퇴학시키지 않았어요?”

장호기는 문에 들어서자마자 화가 나서 물었다.

“호기야, 나도 너 맘 모르는 건 아닌데 이건 좀 힘들 거 같구나.”

이 주임은 고개를 저었다.

장호기는 미간을 찌푸렸다.

“네? 분명 약속했는데 지금은 왜 또 도와줄 수 없다고 해요?”

“그냥 사실대로 말할 게. 총장님이 그를 보호하고 있어.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 총장님도 나에게 밝히지는 않았고.”

“네?! 총장님이 지켜준다고요? 총장님이 왜요!”

장호기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나도 몰라. 알고 싶으면 총장님께 직접 물어보려무나.”

이 주임은 냉냉하게 답했다.

당연 그렇다고 진짜 저돌적으로 총장실까지 쳐들어 갈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총장과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맘속 한가운데가 꽉 막힌 것이 욕만 나왔다.

“젠장! 젠장!”

그러나 욕을 해봤자 화는 풀리지 않았고 그는 그냥 그 자리에 멀뚱히 서있을 따름이었다.

……

성연 레스토랑.

이 레스토랑은 학교 근처에서 등급이 가장 높은 레스토랑이다.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고 분위기도 조용하다.

임운기와 뚱보는 자연스레 레스토랑에 앉았다.

방과 후 임운기가 밥을 사준다고 하는 말에 뚱보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따라 나섰다.

금수저가 되였으니 당연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먹어야 하는 법, 둘은 자연스레 자리에 앉았다.

성연 레스토랑은 창양대학교에서 유명하지만 임운기는 처음이었다. 아니 올수 있을 거란 상상도 못했다.

“운기야, 네가 이제 부자 되니까 나한테도 떡이 떨어지는 날이 오네. 헤헤……”

뚱보는 흥분한 표정이었다.

뚱보도 집이 유복하지 않은지라 이런 럭셔리한 레스토랑은 생전 처음인 거였다.

“나도 많이 얻어먹었는데,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시켜.”

임운기가 웃으며 말했다.

옛날에 임운기가 가난했을 때 항상 옆에서 서슴없이 도와주었던 건 뚱보였다.

그 생각을 하노라면 이깟 레스토랑정도의 밥이야 얼마든지 사줄 수 있었다.

느긋하게 자리에 안자 주위를 두리번 대던 뚱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운기야, 강설아 말이야. 너를 좋아한 거 같아.”

“외모도 예쁘고 성격도 아주 좋고 지금 남자친구도 없어. 내가 말하는데 이런 여자 흔하지 않아.”

뚱보는 싱글벙글 웃으며 얘기했다.

“그래, 괜찮은 여자지. 허나 난 아직인 거 같아.”

임운기는 고개를 저었다.

바로 이때 요리가 하나 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뚱보도 이 요리들을 보자 머릿속은 온통 식탁 위 음식들로 가득 찼다.

이런 고급 요리를 먹는 건 옛날에 상상도 못 했다.

어쩜 살면서 이런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 텐데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고 싶었다.

……

“계산이요!”

즐거운 식사타임을 마친 뒤 임운기는 계산하려 웨이터를 불렀다.

“총 75만 5천원이고요 75만 원 지불하시면 됩니다. 카드로 하시겠습니까? 현금으로 하시겠습니까?”

한 끼에 75만원이라니 예전 같으면 임운기한테는 1년의 생활비에 맞먹는 액수였다.

“카드 결제요.”

임운기가 말하면서 지갑을 꺼내려고 했다.

“응? 지갑은?”

임운기는 갑자기 지갑이 없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얼른 일어서서 자기 온몸을 한 번 뒤졌지만 여전히 자신의 지갑을 찾지 못했다.

“젠장, 도둑맞은 거 아니겠지?”

임운기는 갑자기 방금 화장실에 갔을 때 어떤 남자와 부딪쳤던 걸 떠올렸다.

“설마……”

당시 임운기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지갑을 잃어버리자 임운기는 그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비록 그 당시에는 그냥 좀 수상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지 그 이상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게 화근인 것 같았다.

그렇게 레스토랑을 한바퀴 둘러보았지만 예상대로 그 미심쩍은 남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보아하니 이미 자리를 뜬 게 틀림없었다.

“지갑을 도둑맞았다고?”

뚱보도 임운기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응, 방금 화장실에 갔을 때 어떤 사람이 화장실에서 나랑 부딪쳤어. 아마 그 사람의 소행일 거야.”

임운기가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발생했고 되돌이킬 수도 없었다.

“그럼 내가 계산할 게!”

뚱보는 얼른 주머니를 꺼냈지만 5만원밖에 없다.

계산할 때 돈이 없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민망한 일일 거다.

이때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다가왔다. 모양을 보아하니 매니저인 것 같았다.

“린아, 무슨 일 있어?”

매니저가 물었다.

“매니저님, 두 분이 지갑을 잃어버려서 계산할 돈이 없다고 하네요.”

웨이터가 말했다.

“알았어, 가서 일해. 내가 처리할 게!”

매니저가 손을 흔들었다.

곧이어 매니저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두 분, 저는 본 가게의 매니저입니다.”

“어…… 매니저님, 제가 방금 화장실 갈 때 지갑을 도둑맞았어요. 그래서…… 나중에 드려도 되나요? 내일 바로 돈을 드릴 수 있어요.”

“도둑 맞았다고요? 일부러 돈을 내지 않으려고 구실을 찾는 거는 아니고요?”

그러나 매니저는 일말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고 되려 임운기 일행을 모함하려 했다.

사실 둘이 이 레스토랑에 발을 들일때부터 매니저의 눈에 들어왔다. 이런 고급레스토랑이 저런 옷차림의 사람이 들어올 리 만무 할테니 유난히 관심이 간 거다.

그러나 손님이기 때문에 결코 그들을 쫓아낼 수는 없고 그냥 그런대로 지켜 보고만 있었다.

“뭐예요? 아니…… 이분이 지금 날조를 하려 하는데 옆에 있는 이 친구가 누구인줄 알아요? 류충재의 손자 되는 사람입니다!”

뚱보는 큰 소리로 말했다.

“그가 류충재의 외손자라고? 젊은 친구가 농담이 과하구만……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난 류충재의 할아버지 되는 사람이야, 하하하!”

매니저가 비웃었다.

값싼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서남 갑부의 외손자라고? 그 말이 믿겨질 리가 없었다.

임운기는 이 말을 듣고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내 지갑을 너희 레스토랑에 잃어버렸으니 너희 식당에도 책임이 있겠지?”

“흥, 헛소리하지 마!”

매니저의 말투는 차가웠다.

임운기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보안카메라도 없는 화장실 근처에서 지갑을 도둑 맞아 이를 결백을 증명하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잘 들어, 너희들이 뭐라 지껄이든 내 알 바 아니야. 하지만 밥을 먹었으면 돈을 지불해야 하는 법이야. 아니면 경찰에 신고할 테니 그런 줄 알아!”

매니저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임운기와 매니저의 말다툼이 주위 많은 식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헐, 이런 사람도 있네.”

“그러게, 돈이 없으면 이런 곳에 오지 말아야 하지.”

……

어느새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수근대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운기야, 이게…… 이걸 어떡하지!”

뚱보도 어이가 없었다.

임운기는 비록 화가 났지만 밥을 먹고 돈을 내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니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더욱이 지갑을 도둑맞았으면 무심했던 자신도 책임이 있는 거니 무작정 매니저한테 따질 수도 없는 거고.

임운기는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돌려 현장에 있던 식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 누가 저한테 70만원을 빌려줄 수 있습니까? 10배로 돌려드리겠습니다. 계약서도 쓸거구요.”

“10배? 그럼 700만 원이잖아!”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도 이 숫자에 맘이 약간 흔들었다.

“그의 옷차림을 보니 700만 원을 낼 수 있는 사람 같아? 내가 보기에 그냥 사기꾼이야.”

“맞아! 절대로 700만 원을 내놓을 수 없으니, 여러분 절대 이 녀석에게 속지 마세요.”

……

비록 10배로 갚는다고 말했지만 임운기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자식아, 수작 부리지 마. 아무도 너를 믿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난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고!”

매니저가 어깨를 으쓱하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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