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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Author: 만우
“잠깐만요!”

바로 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임운기가 고개를 돌려 보니 머리를 묶은 젊은 여자가 서있었다.

그녀는 흰 외투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오…… 뭐지, 이 미모는?’

임운기는 자기도 몰래 미모의 여성한테 눈길이 갔었다.

여자는 걸어와 임운기 앞에 멈추었다.

“매니저님, 제가 대신 낼 게요. 카드로 결제하겠습니다.”

여자는 카드 한 장을 매니저에게 건네주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사뿐사뿐 걸어오더니 카드를 매니저한테 내밀었다.

“네……? 손님, 이거 딱 봐도 사기꾼이잖아요? 왜……?”

매니저는 매우 놀랐다. 그는 정말 누가 나와 대신해서 돈을 지불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거다.

“사기꾼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매니저님은 돈만 받으면 되잖아요.”

여자가 말했다.

“……네에.”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이고 은행카드를 받고 긁으러 갔다.

어차피 매니저는 돈만 받으면 그만인 거다. 굳이 가계에 있는 손님들한테 얼굴을 붉히며 싸울 필요도 없었고 경찰까지 불러 난동을 피우기도 현명한 선택이 되지 못했다.

매니저가 결제하러 가는 동안.

“우리가 사기꾼이 아니라고 믿어줘서 감사해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뚱보는 연신 굽신거리며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누구나 이럴 때가 있죠.”

여자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

임운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정말로 누군가가 나설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터라 또한 그런 선의를 베풀어 주는 사람이 이런 정도의 미인 일거라고도 상상하지도 못했다.

“안녕하세요. 임운기입니다. 그런데 혹시 어디서 뵌 적이라도……?”

임운기가 궁금해했다. 분명 낯선 얼굴이었다.

“두분 다 처음입니다. 그냥 도와주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선뜻 나선 것이니 괜찮습니다. 설사 사기꾼이라면 내가 재수없는 거고 아니라면 오히려 좋은 거죠.”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여자의 이 말을 듣고 임운기가 마음속으로 다소 충격을 받았다.

이때 매니저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카드 결제 다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손님.”

매니저는 카드와 영수증을 여자에게 건네주었다.

“아, 정말, 아까 약속대로 10배로 다시 갚을 테니 전화번호를 주세요.”

감사한 건 감사한 거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밖으로 고개를 저으며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닙니다, 제가 돈 때문에 도와준 거 아닙니다.”

말을 다 한 후에 여자는 밖으로 나갔다.

임운기는 떨떠름해서 반응이 없었다. 무슨 상황인지 몰랐다. 여자는 더이상 말 없이 성큼성큼 멀어져 갔다.

“운기야, 이게…….”

뚱보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뚱보야, 가자!”

임운기는 얼른 뚱보를 불러 쫓아갔다!

레스토랑에서 나와 임운기는 방금 여자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았다.

“성함이나 알려주시겠어요?”

임운기는 여자의 뒷모습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여자가 누구인 지 알고 싶었다. 돈도 충분히 보상해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그냥 낯선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말을 마친 후 여자애는 길가의 흰색 아우디 A4 옆으로 가서 차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곧이어 차가 시동을 걸자 순식간에 임운기의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

“낯선 사람, 낯선 사람이라.”

임운기는 멍하니 서서 혼자 중얼댔다.

“운기야, 어떻게?”

뚱보는 임운기를 쳐다보았다.

“나도 당연히 그녀에게 돈을 돌려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우리에게 아무 정보도 남기지 않았어.”

임운기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맞다! 차 번호!”

임운기는 갑자기 머리를 쳤다.

방금 여자애의 차 번호만 알면 임운기는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임운기는 차 번호를 기억하지 못했다.

“뚱보, 차 번호 기억했어?”

임운기는 뚱보를 바라보았다.

“나…… 나도 기억 못 했어.”

뚱보가 쓴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임운기는 그녀가 떠나간 곳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이렇게 예쁜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랬다. 돈까지 빌린 마당에 아무리 배려를 받는다 쳐도 갚을 거는 갚아야 하는 거다.

이렇게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번쩍하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바람과 같이 여자는 기약없이 사라진 뒤였다.

“도대체 누가 훔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붙잡히기만 해봐……!”

임운기가 이를 악물고 매섭게 말했다.

이 사단이 난건 다 그 도둑놈 때문이었다.

“맞아, 맞아! 이런 얄미운 도둑놈을 잡으면 반드시 그를 때려잡아야 해.”

뚱보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아까 그 여자는 흰색 아우디에 앉아 느긋하게 운전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여자의 전화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아빠.”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예나야, 내일 중요한 연회 있는 거 기억하고 있지? 우리 회사의 생사가 걸린 일이야, 절대로 늦으면 안돼!”

전화에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았어요, 아빠. 안심하세요. 늦지 않을 거예요.”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여자는 잠시 멈칫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아빠…… 그나저나 우리 회사 규모도 작고 제품가격에서도 유리할 게 없잖아요. 솔직히 나 너무 걱정돼요. 이번에 안되면 진짜…….”

전화기 반대편에 있던 중년 남자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했다.

“왜 나라고 어찌 걱정이 안 되겠니? 우리도 100%의 성의를 가지고 임해햐 하고…… 화정그룹도 우리의 성의를 알아볼 수 있기를 기대할 수 밖에…… 그냥 기적이 일어나기를 빌어야지.”

……

다음 날.

대다수의 사람에게 오늘은 단지 평범한 토요일일 뿐이지만 임운기에게 오늘은 회사에서 연회가 열리는 날이다.

이번에 연회에 최대된 회사는 모두 화정그룹과 비지니스관계가 있는 회사들 이였다.

청운 호텔.

청운 호텔은 창양시에서 손꼽히는 호텔로 화정그룹과 같은 대기업은 이곳에서 자주 연회를 열었었다.

임운기는 9시경에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2층의 귀빈 휴게실에서 도착한 임운기는 시간을 확인하고 여유롭게 휴대전화를 꺼내 게임을 했다.

대학생으로서 공부도 게임도 잘했다. 시간이 날때마다 간간히 한판을 하곤 했는 데 재미가 쏠쏠했다.

이때 귀빈실 문이 열리자 한 중년 남자가 웃음을 지으면서 들어왔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청운 호텔의 회장 주태원입니다. 지사장님께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주태원은 얼굴에 웃음을 띄면서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비록 청운 호텔은 창양시에서 매우 훌륭하지만, 화정그룹과 비교도 안 되는 존재였다. 화정그룹은 서남 지역에서 가장 강한 그룹으로 전국에서도 유명하다.

임운기가 아무리 지사장이라도 함부로 무시하면 안되는 정도였다.

주태원은 이미 유보성으로부터 임운기가 류충재의 외손자라는 것을 들었다.

이것 만으로 주태원은 임운기에게 공손하게 대했다!

“안녕하세요. 저 주태원씨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요.”

임운기는 고개를 돌려 주태원을 바라보았다.

당연 청운호텔의 명성은 청양시에서 모르는 이가 없었는지 임운기도 상대방을 모든 예우를 다해 대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유 사장님한테 지사장님은 아주 훌륭하신 분이라고 전해 들었는데 오늘에 뵈니까 확실히 그러시네요.”

주태원은 웃음을 지었다.

“과찬이십니다.”

임운기는 주태원을 쳐다보았다.

이전의 임운기라면 자신이 5성급 호텔에 들어간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지금 청운호텔의 사장이 자기 앞에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있고 심지어 아첨까지 하고 있다.

“지사장님, 이것은 우리 호텔의 다이아몬드 VIP 카드입니다. 앞으로 우리 호텔에 오시면 최고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주태원은 공손하게 회원 카드 한 장을 두 손으로 임운기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임운기도 사양하지 않고 회원 카드를 덥석 받았다.

주태원은 임운기가 카드를 받은 것을 보고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이만 가보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를 부르십시오.”

……

10시부터 연회를 참가한 사장들이 잇달아 도착했다.

유보성은 회사 사장으로서 호텔 입구에 서서 참석한 사장들을 환대했다.

이때 벤츠 한 대가 호텔 입구에 멈춰 세웠고, 차 안에서 대머리 중년 남자와 젊은 남자가 내려왔다.

만약 임운기가 여기에 있다면, 한눈에 이 젊은 남자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바로 임운기와 같은 반인 장호기였기 때문이었다!

“장 사장님, 장호기 도련님, 환영합니다!”

유보성은 다른 사장들을 접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웃음을 지어 앞으로 나가 악수를 하며 환영했다.

장호기의 아버지 장대춘은 얼른 웃으며 앞으로 나가 유보성과 악수를 나눴다.

“유 사장님 축하드립니다. 오대용을 밀어내고 사장으로 승진하셨던데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장 사장님, 제가 어찌 감히…… 저는 그냥 새 지사장님의 말만 따를 뿐입니다.”

그가 하려는 말은 단 한마디였다. 바로 자신은 오로지 새 지사장님의 사람일 뿐, 그 누군가의 하수인도 되지 않을 거란 얘기였다.

“네. 당연히 그렇고 말고요!”

장대춘은 웃음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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