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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0화

Author: 십일
“아니... 정은 언니 아직 안 탔잖아!”

민지가 바로 문을 열려는 찰나, 서준이 어이없다는 듯 민지를 말렸다.

“교수님까지 왔는데, 차가 없을까 봐?”

“아, 그러네!”

민지는 그제야 납득했다.

‘맞다, 조 교수님이 왔는데... 설마 대중교통이겠냐고...’

민지는 못 이기는 척 택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과연 재석의 뒤엔 SUV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됐네, 됐어! 정은 언니랑 조 교수님, 둘만의 세상으로 직행이네!’

‘좋겠다, 차도 있고 사람도 있고... 아 몰라! 난 그냥 간다!’

“아저씨! 출발이요!”

기사가 좀 어이가 없었다.

‘출발은 출발인데, 왜 다들 소리가 점점 커져?’

...

정은은 조용히 걸어가 재석과 마주 섰다.

둘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재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럴 때 영화처럼 내 품에 뛰어들고, 키스 한 번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정은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팔이라도 벌리고 있었어야죠?”

“지금 하면 늦었을까?”

말이 끝나기 전, 재석은 팔을 뻗어 정은을 가볍게 안았다.

그리고 꼭 껴안았다.

정은은 남자의 따뜻한 품 안에 안긴 채 작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안아놓고, 늦었냐고 물어보는 건 또 뭐예요... 진짜, 이런 사람 처음 봐요...”

한편, 세영은 뒤따라오는 발소리에 속도를 더 높였다.

‘제발... 따라오지 마라, 제발...’

‘하필 이런 날에, 왜 또...’

하지만 그 바람은 상대가 장민이라는 걸 확인한 순간 무너지고 말았다.

“구 교수! 왜 이렇게 빨리 가? 하이힐 안 불편해? 나한테 밴드 있는데, 뒤꿈치에 붙이는 거! 투명한 거라 티도 안 나.”

세영은 결국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정면으로 장민을 마주 봤다.

“장 교수, 요즘 많이... 한가한가 봐?”

“그렇지? 어떻게 알았어? 요즘 진짜 시간이 남아돌아. 그래서 말인데, 오늘 저녁... 내가 살게. 장소는 구 교수가 고르면...”

‘이 사람 진짜... 입이 방정인 스타일이네.’

“No.”

세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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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의 숨결이 맞닿고, 코끝이 살짝 스쳤다.그리고 자연스럽게, 입술과 입술도 맞닿았다.처음엔 봄 햇살처럼 따뜻하고 부드럽던 재석의 입맞춤이, 점점 더 깊어지고 뜨거워졌다.반쯤 잊고 있던 갈증을 다시 떠올린 듯한, 애틋하면서도 조급한 키스였다.‘이러다 진짜 큰일 나겠어.’머릿속이 하얘진 정은은 숨을 몰아쉬며 재석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 어느새 티셔츠 한쪽 어깨끈이 흘러내려, 차가운 밤공기 속 정은의 쇄골을 드러냈다.재석의 입술이 입가에서 목선으로, 또 그 아래로 천천히 옮겨가려는 순간, 정은이 남자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재석 씨, 그만해요.”목소리는 살짝 떨렸지만 단호했다.재석은 정은의 가슴 앞에서 얼굴을 들었다. 눈동자엔 아직도 식지 않은 열기가 남아 있었다.하지만 이내 숨을 고르며 억눌렀다.“자기야. 보름 만이야. 나, 하나도 안 그리웠어?”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그의 표정엔 짓궂은 장난기와 진심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정은은 할 말을 잃었다.‘그런 걸 어떻게 말해... 말할 수가 없잖아...’“일단 집에 가요, 네?”정은이 눈을 피하며 말했다.재석은 웃으며 정은의 입술에 한 번 더 입을 맞추고, 차 문을 열고 내렸다.“좋아.”정은은 약간 어색하게 말헸다.“그런데...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안 돼요?” “응? 왜?”정은은 손가락으로 재석의 바지를 가리켰다.“좀, 티 나요.”5분 후,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지하 주차장을 나섰다.조용한 골목길, 은은한 가로등 불빛.그 아래, 둘의 그림자가 나란히 늘어져 있었다.그날 밤... 긴장과 설렘, 그리고 안도 속에 둘은 나란히 잠들었다.하지만 새벽 4시, 목이 말라 깬 정은은 핸드폰 화면을 켜고 시간을 확인했다.‘아... 벌써 4시야?’몸을 일으켜 물을 마시러 가려고 할 때, 재석이 눈을 떴다.“자기야...?”“그냥 물 좀 마시려고요... 난 괜찮으니까 더 자요.”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정은 자신도 놀랄 만큼 허스키했다.“목소리, 너무 쉰 거 아니야?”재석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41화

    “어이, 구 교수? 사람 다 갔는데, 아직도 보고 있네?”장민이 옆에서 세영을 쿸 찔렀다.세영은 시선을 거두며 무심하게 대답했다.“그게 장 교수랑 무슨 상관이야?”하지만 장민은 전혀 개의치 않고, 여전히 싱긋 웃으며 말했다.“남 연애하는 거 보고 있어봤자 뭐해? 직접 해야 재밌지, 안 그래?”세영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묵묵히 옆을 지나치려 했다.하지만 장민은 또다시 스멀스멀 다가왔다.“장 교수!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세영은 결국 폭발했다.“하고 싶은 말은 속에 담아두면 병 돼. 감정은 터뜨려야 제맛이라니까?” “뭐라는 거야, 정말! 내가 무슨 감정이 있다고?”‘진짜, 이 사람 왜 이렇게 갑자기 진지한 척을 해?’장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난 다 알아. 조재석, 짝사랑했던 거잖아!”세영이 말문이 막혔다.‘미쳤나, 진짜?!’세영은 장민을 거칠게 밀치고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장민은 또 따라왔다.“짝사랑 정도야, 인생 살다 보면 누구나 하는 거잖아. 나도 해봤고...”‘너를...’장민은 입안까지 올라온 말을 꾹 삼켰다.어제 재석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급하게 굴면 일을 그르치게 될 거야. 차근차근, 조심스럽게 천천히 해야 해.”‘그래, 지금은 아니야. 지금 고백하면, 바로 차인다.’장민은 몇 번 속으로 심호흡하며 정신력을 다잡았다.“구 교수, 내가 복수해 줬잖아!”세영은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돌렸다.“무슨 복수?”“내가 소정은한테 관심 있는 척하고, 그걸 재석이한테 슬쩍 흘렸어. 재석이, 완전 멘붕 왔더라니까?” “집중 훈련 중이라 안에 들어오진 못했지만, 분명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었을걸? 거의 이 잡듯 신경이 곤두서 있었을 거야.” “하나도 안 웃겨.”세영이 단호하게 잘랐다.“그래... 사실 나도 느꼈어.”‘문제는 소정은이 아무 반응 없었다는 거지. 계획이 살짝 틀어졌네.’“아, 혹시 ‘이 잡듯이’는 좀 오버였나? 너무 드라마 같았지?” “응. 많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40화

    “아니... 정은 언니 아직 안 탔잖아!”민지가 바로 문을 열려는 찰나, 서준이 어이없다는 듯 민지를 말렸다.“교수님까지 왔는데, 차가 없을까 봐?”“아, 그러네!”민지는 그제야 납득했다.‘맞다, 조 교수님이 왔는데... 설마 대중교통이겠냐고...’민지는 못 이기는 척 택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과연 재석의 뒤엔 SUV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됐네, 됐어! 정은 언니랑 조 교수님, 둘만의 세상으로 직행이네!’‘좋겠다, 차도 있고 사람도 있고... 아 몰라! 난 그냥 간다!’“아저씨! 출발이요!”기사가 좀 어이가 없었다.‘출발은 출발인데, 왜 다들 소리가 점점 커져?’...정은은 조용히 걸어가 재석과 마주 섰다.둘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재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럴 때 영화처럼 내 품에 뛰어들고, 키스 한 번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정은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팔이라도 벌리고 있었어야죠?” “지금 하면 늦었을까?”말이 끝나기 전, 재석은 팔을 뻗어 정은을 가볍게 안았다.그리고 꼭 껴안았다.정은은 남자의 따뜻한 품 안에 안긴 채 작게 중얼거렸다.“이렇게 안아놓고, 늦었냐고 물어보는 건 또 뭐예요... 진짜, 이런 사람 처음 봐요...”한편, 세영은 뒤따라오는 발소리에 속도를 더 높였다.‘제발... 따라오지 마라, 제발...’‘하필 이런 날에, 왜 또...’하지만 그 바람은 상대가 장민이라는 걸 확인한 순간 무너지고 말았다. “구 교수! 왜 이렇게 빨리 가? 하이힐 안 불편해? 나한테 밴드 있는데, 뒤꿈치에 붙이는 거! 투명한 거라 티도 안 나.”세영은 결국 걸음을 멈췄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정면으로 장민을 마주 봤다.“장 교수, 요즘 많이... 한가한가 봐?”“그렇지? 어떻게 알았어? 요즘 진짜 시간이 남아돌아. 그래서 말인데, 오늘 저녁... 내가 살게. 장소는 구 교수가 고르면...”‘이 사람 진짜... 입이 방정인 스타일이네.’“No.”세영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39화

    “아, 맞다. 구 교수님 댁은... 괜찮으세요?”정은이 조심스럽게 묻자, 세영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이 질문은 예상 못 했는데.’잠시 말이 없던 세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장민... 아니, 장 교수님한테 들었어요.”정은은 말끝을 흐렸다.사실, 세영의 할머니는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세영의 친부는 일찍이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고, 삼촌 가족은 외국에 살아 손쓸 수 없었다.그리고 어머니는 이미 재혼.젊은 시절부터 시어머니와의 사이가 썩 좋지 않았기에, 그 어머니에게 전 시어머니를 돌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집중 훈련 하루 전, 세영은 병원으로부터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았다.곁에 가족이 있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세영은 학교 측에 상황을 알리고, 담당 교수를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하지만 워낙 갑작스러운 상황에 학교 측도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려웠다.결국 타협점을 찾았다.세영은 오전 수업만 맡고, 퇴소 규정을 예외로 적용받아 매일 병원을 오가게 된 것.그래서 집중 훈련 첫날, 정은과 민지가 수업이 끝나자마자 택시에 올라타는 세영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었다. “우리 할머니는... 일주일 전에 돌아가셨어.”세영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 말투는 담담했지만, 눈빛 어딘가엔 묵직한 그늘이 있었다.90세... 긴 세월을 산 만큼... 어쩌면 ‘자연스러운 이별’일 수 있었다.하지만 마지막 순간, 세영의 할머니는 오랫동안 병마에 시달리다가 고통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그 모습이 눈에서 지워지질 않아.’“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정은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위로란 게 때론 더 어색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그 순간, 정은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구 교수님은, 위로 따윈 바라지 않았을지도...’“고마워.”세영이 짧게 답했다.둘은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각자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러다 세영이 다시 돌아서 말했다.“장민 교수... 사람 자체는 나쁘진 않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38화

    그날 밤, 세영은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이불을 뒤척이다 결국 밤을 새우며 검색창에 단어 하나를 쳤다.“소정은...”소정은의 이력, 연구 분야, 논문 실적... 관련된 모든 정보를 샅샅이 뒤졌다.그리고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세영은 마지못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 여자, 진짜 대단하네.’그 어떤 것도 생략할 수 없을 만큼 성실한 커리어, 혼자서 인맥을 모아 독립 연구실을 차린 추진력과 실행력.세영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걸... 소정은은 벌써 해내고 있었다.‘나보다 어릴 텐데... 이미 저만큼.’놀랍게도, 그 순간 세영의 마음속에 피어난 건... 질투도, 반감도 아니었다.그녀는 소정은이라는 여자가 정말 멋있고, 진심으로... 멋있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생각한 후로 세영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자신이 어떻게 공부해 왔고, 얼마나 매 순간 치열하게 버텨왔는지를.‘나는 왜 이렇게 버거웠을까?’‘어째서 내 길은 늘 이렇게 꼬이고, 더딜까?’‘그럼, 그동안의 노력은 다 무의미했던 거야?’밤새도록 쏟아낸 물음표들.그때 세영은 처음으로 ‘나는 부족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 물음표는 천천히 마침표로 바뀌기 시작했다.‘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같을 수 없어.’‘누군가는 달리고, 누군가는 기고, 누군가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걸어가는 거지.’‘빠르다고 더 나은 것도, 느리다고 틀린 것도 아니야.’‘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했잖아. 그러면 된 거야.’그렇게 정리하자, 세영의 마음이 서서히 가벼워졌다.그런데... 운명이란 건... 늘 묘한 타이밍에 장난을 친다.세영은 자신이 정은과 얼굴을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학교 측의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세영은 집중 훈련 교육 교수로 투입됐다.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자신이 그토록 검색하던, 그 ‘소정은’을 실제로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사실, 정은 씨는 내가 상상했던 사람이랑... 좀 달라.”세영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정은은 눈썹을 살짝 치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37화

    “교수님, 혹시 눈썹에 쥐 난 거예요?”정은의 한마디에 장민이 멈칫했다.“은이, 너 또 이렇게 나오는구나? 알겠다, 너 원래 밀당 스타일 좋아하는구나!”‘와, 진짜. 이럴 땐 우리 재석 씨가 그립다. 최소한 눈치는 있는 사람이니까.’“장 교수님,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죠? 은이 아니고 정은입니다. 그리고... 길 좀 비켜주세요.”장민은 정은 뒤쪽에 다른 학생들이 있는 걸 보곤, 그제야 민망함에 몸을 살짝 비켰다. 그래도 체면은 지켜야 하니까.하지만 정은이 지나가자, 장민은 또 금세 따라붙었다.“아니, 그게 아니라... 내 말 좀 들어봐...”정은은 이미 머릿속으로 계산 중이었다.‘아메리카노일까, 아보카도일까... 둘 중 뭘 얼굴에 붓는 게 덜 죄책감 들까...’그때 울려 퍼지는 차가운 목소리.세영이었다.“장 교수.”장민이 고개를 돌렸다.“응?”“장 교수의 노트북, 아직 연구실에 있는 거 알고 있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청소 들어갔어. 얼른 가지 않으면 청소 아주머니가 폐기물 처리할지도...”장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헉!! OMG!! 거기 내 논문 미완성 버전 들어 있는데...”비명을 지른 장민은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세영은 장민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는, 말없이 돌아서려 했다.“감사합니다.”정은이 조용히 말을 꺼내자, 세영의 걸음이 살짝 멈췄다.하지만 고개는 돌리지 않은 채, 무심하게 대답했다. “너 도와주려던 건 아니야. 그냥... 장 교수 귀찮게 구니까...”“그래도 결과적으로 도와주신 건 맞잖아요?”정은은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계단을 오르려 했다.“잠깐...”세영이 정은을 불러 세웠고, 정은이 돌아봤다.둘의 시선이 정확히 맞닿았다.서로 말은 없었지만, 두 사람의 눈빛 속엔 무언가 묘한 기류가 오갔다. 찰나의 정적.그리고 그 정적을 깬 사람은... 세영이었다.“너, 날 알아보는구나.”정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말했다.“네, 알고 있어요. 구 교수님도... 아시죠?”세영 역시 조용히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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