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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Author: 십일
정은은 3단계 모델 실험을 마친 후, 딱 2주 만에 실험실 출근을 멈췄다.

하지만 남진일은 그 뒤로도 전혀 집에 갈 기미가 없었다.

“선배, 설 준비는 안 도와도 돼요?”

정은이 조심스레 물었다.

지금쯤 진일의 고향 집에선 육포를 말리고, 순대를 말리는 등 온 가족이 연중행사처럼 분주해질 시기다.

평소와 같았으면 진일이 제일 먼저 짐 싸서 내려갔을 때다.

“우리 어머니가 지난달에 벌써 다 끝냈어. 친척이 옆집에 사니까 부모님 도와줄 사람은 넘치고, 나는 설 전날쯤 내려가면 돼.”

정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 진일 선배가 국가 과제 따내고, A등급도 받는 거구나.’

천재성에 성실함까지 겸비했다.

기회만 생기면 누구보다 멀리, 높이 날아갈 사람.

문득 정은의 머릿속에 한 생각이 스쳐 갔다.

‘가만히 보면... 진일 선배는 마치 매 같아.’

‘땅에서 묵묵히 기다리다가, 때가 되면 누구보다 높이 날아오르는...’

‘사람들 눈에는 그저 조용하고 말 없는 선배일지 몰라도, 날개는 이미 단단하게 자라 있었던 거지.’

정은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래, 진일 선배는... 가만히 있다가도 하늘을 지배하는 사람이야.’

...

정은은 조금 한가해졌지만, 재석은 여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들리는 말로는 데이터가 자꾸 안 맞아서 벌써 2주째 원인 추적 중이라 했다.

덕분에 전진욱은 M시로 떠나려던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아내랑 딸도 못 보게 되었다.

정은은 우연히 재석이랑 진욱의 메시지 창을 스치듯 봤는데, 진욱의 분노 게이지가 화면 밖으로 넘쳐흐를 지경이었다.

[진욱: 정은이가 해주는 밥 아니면 야근 안 해!!!]

[재석: 꿈은 클수록 좋지.]

그다음 순간, 진욱이 분노의 음성메시지 도착했다.

그날 밤, 침대에 나란히 누운 두 사람.

정은은 무심코 그 음성 메시지를 재생했다.

[아아아아... 조재석 넌 진짜 개X끼야! 일은 시키고 밥은 안 줘?! 정은이한테 물어보긴 했어?! 정은이 같은 천사한테 어떻게 이런 악마가 붙었냐고!! 사랑도 없고, 양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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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1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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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리아 덕분에 음식이며 반찬들이 수월하게 연구실로 옮겨졌다.정은은 순간 깜짝 놀랐다. 보기엔 여리여리한 외모의 변 선생이, 커다란 종이 상자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더니 흔들림 하나 없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정은 무심코 침을 삼켰다.“변 선생님... 힘이 꽤 세시네요?”리아는 조용히 웃었고, 눈웃음이 참 선해 보였다.하얀 피부에 말갛고 단정한 인상.딱 봐도 착하고 순한 이미지였지만... “저 평소에 운동해요.”“운동이요? 요가나 러닝 같은...?”정은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조용히 스쿼트 자세를 취하더니 말했다.“웨이트요.”“네?”정은은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그런데 그 순간, 리아가 겉옷 지퍼를 내리더니, 한쪽 팔을 쏙 꺼내선, 팔꿈치를 살짝 굽혀 이두박근을 보여줬다.‘진짜다.’예쁘게 잡힌 근육 라인.‘현실에서 이런 팔뚝을 가진 여자는 처음 본다...’정은은 어느새 팔꿈치를 보며 손이 스르륵 앞으로 나갔다.‘이건 좀 실례 아닐까?’그러다 급히 멈췄다.“죄송해요... 저, 무의식적으로...”리아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괜찮아요. 만져보셔도 돼요.”그 말에 정은은 두 눈이 살짝 커졌다.리아가 다시 주먹을 꽉 쥐며 팔에 힘을 주자, 부드럽던 팔에 탄탄한 근육이 탁 하고 올라왔다.정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손끝으로 ‘톡’.한 번, 또 한 번.‘헐... 진짜 단단하다...’‘근데 피부는 또 말도 안 되게 부드러워...’근육이 서서히 이완되자 팔은 다시 일반 여성처럼 가녀린 느낌이 되었다.“지금은 힘을 뺐지만요, 운동한 근육은 기본적으로 좀 단단해요.”“혹시... 한 번 더 만져봐도 돼요?”“그럼요.”정은은 다시 손끝으로 조심스레 눌렀다. 이번엔 아예 손바닥으로 감싸 쥐듯이 살짝 만져봤다.‘우와... 진짜 운동 많이 한 티 난다...’‘이거 중독될 것 같은데...?’재석은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톡을 열었다.역시, 정은에게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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