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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3화

Author: 십일
정은이 잠시 멈칫하더니 담담히 대답했다.

“요즘은 계속 여기서 해.”

“왜 집에서 안 해요? 예전엔 언니랑 조 교수님이 집에서 해와서 가져오곤 했잖아요?”

“나... 집 옮겼어. 전에 살던 집은 전 세입자가 요리를 안 해서 가스가 안 들어와 있었거든. 그저께 신청했는데, 아마 이틀은 더 기다려야 할 거야.”

“네?”

민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입안에 있는 만두도 씹는 걸 잊었다.

‘집을 옮겼다고? 왜 갑자기?’

서준도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정은을 바라봤다.

정은은 대수롭지 않게,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맞지 않아서 옮겼어. 졸업하면 거의 다 실험실에서 보낼 텐데, 그래서 더 가까운 데로 구한 거지.”

“그럼... 조 교수님은요?”

민지가 무심코 내뱉었다.

“조 교수님 실험실은 서비 대학교에 있잖아요. 여기랑 거리도 꽤 있는데, 조 교수님도 같이 이사했어요?”

정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럼...”

“우리 헤어졌어.”

툭-

민지는 그 말을 듣자 입안에 있던 만두를 그대로 그릇에 떨어뜨렸다.

서준도 손에 쥔 젓가락이 미끄러질 뻔했다.

둘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뭐야, 나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응, 네가 들은 그거 맞아.’

정은은 두 사람을 향해 짧게 미소를 지었다.

“난 다 먹었으니까, 너희 천천히 먹어.”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실험실 밖으로 걸어갔다.

그날 오후 내내, 민지는 유난히 말이 없었다.

머릿속에는 ‘정은 언니와 조 교수님이 헤어졌다’는 폭탄 같은 소식이 계속 맴돌았다.

해가 지고, 하루가 마무리됐다.

민지와 서준은 함께 실험실을 나섰다.

“언니, 너무 늦게까지 무리하지 말아요.”

가는 길, 민지는 끝까지 정은에게 한마디 덧붙였다.

정은은 여전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민지는 정말, 작은 태양 같았다.

차에 올라 조수석에 앉은 민지가 불쑥 고개를 돌렸다.

“서준아. 우리도 나중에 헤어지게 될까?”

서준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무슨 헛소리야?”

“그냥... 물어본 건데.”

“헤어진다고?”

“응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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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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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서원이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네 아버지가 각자 살자고 했어.”“그럴 리 없습니다.”재석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하실 리가 없어요. 단, 한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어머니가 먼저 꺼냈을 때죠.”재석은 단어 하나하나를 힘주어 뱉었다.강서원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그 미묘한 동요를 놓치지 않은 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오늘 이 소동, 아버지 들으라고 이러시는 거군요.”강서원은 고개를 돌려 손을 내저었다.“가던 길 가지 그래? 빨리 나가.”재석은 잠시 말을 멈추고, 어머니의 굳은 등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어머니, 제가 늘 느끼는 거지만, 어머니는 현명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절대 머리가 나쁜 분은 아니에요.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꽤 영리하시죠.”“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 아버지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인지 아실 겁니다.”“어머니가 뭘 못 참는지, 어떤 부분에서 자존심이 상했는지도 알아요. 하지만 사람의 인내심과 포용력은 한계가 있습니다.”“이렇게 계속하시다간, 아버지의 인내도, 두 분이 쌓아온 부부의 정까지 다 깎아먹게 됩니다. 얻을 건 아무것도 없어요.”“어머니 스스로 잘 판단하세요.”그렇게 말하고 재석은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문앞에 다다른 순간, 발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덧붙였다.“참, 어머니 바람대로... 저, 정은이랑 헤어졌습니다.”강서원의 어깨가 움찔했다. 급히 돌아섰는데, 이미 아들은 사라진 뒤였다.“너, 그게 무슨...”텅 빈 병실에 홀로 남은 강서원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낮게 중얼거렸다.“정말 끝낸 거야?”그토록 갈라놓고 싶어 하던 두 사람이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기쁨보다 묘한 공허감이 밀려왔다.강서원의 가슴 한켠이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얽혔다.‘왜... 이렇게 허전하지?’...4월 말, 기온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몇 차례 보슬비가 내린 뒤, 나뭇가지 사이로 은근한 봄기운이 피어오른다.또 한 번, 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21화

    간호사가 보기엔, 강서원보다 예쁘고 능력 있는 여자가 세상에 널렸지만, 그만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은 많지 않았다.“간호사님, 잠깐만요.”“조 교수님?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으신가요?”“저희 어머니, 도대체 왜 이러실까요? 전에 의사 말로는 더 이상 입원 치료는 필요 없고, 정기 검진만 받으면 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또 입원하신 거죠?”간호사가 고개를 저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모르겠다고요?”“네, 사모님이 직접 입원을 원하셔서, 저희가 급히 검사를 다 진행했는데...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습니다.”재석은 미간을 찌푸린 채 간호사가 들고 있는 쟁반을 바라봤다. 그 위에는 약병 두 개가 놓여 있었다.“그럼 이건요?”“비타민이랑, 한방 수면 보조제입니다.”“그거 주세요.”간호사는 안도의 숨을 쉬며 약병을 건넸다.“용법이랑 용량은 라벨에 다 적혀 있습니다.”“네.”재석은 쟁반을 받아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말귀 못 알아들어? 나가라니까! 나 혼자 좀 있게 해. 그게 그렇게 힘들어?!”등만 보인 채 쏟아낸 날카로운 목소리.하지만 대답은 없었다.강서원의 눈에 잠깐 기대가 스쳤다.재빨리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본다.다음 순간, 그 기대는 허탈로 변했다.문간에 서 있는 건 재석이었다.“너는 뭐 하러 왔어?”재석은 그 잠깐 스친 눈빛 속의 어두움과 실망을 놓치지 않았다.“저 말고, 누굴 기다린 거예요?”강서원은 대답하지 않았다.“큰형? 둘째 형? 아니면 아버지?”“하!”마치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강서원은 즉각 방어 태세를 취하며 날카롭게 웃었다.“누가 오든 말든 상관없어. 너희한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정말 아무것도요?”재석은 쟁반을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어머니가 직접 전화 안 하셔도, 병원에서 연락이 옵니다. 말로 요구하지 않아도, 저희는 어머니 뜻을 헤아려서 최대한 맞춰드리려고 했죠. 항상 그랬잖아요. 그걸 모르세요?”강서원이 이상하다는 듯 재석을 보았다.“오늘 왜 이래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20화

    그러나 다음 순간, 재석은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등을 보이며 서 있던 중년 여자가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섰다.잠시 멈칫한 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잠깐의 정적 후, 여자는 재석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다.“누구세요?”“옆집에 삽니다.”“아, 잘됐네요. 정은 씨가 이거 전해 달라고 맡기고 갔어요.”여자는 구석에 놓인 종이상자를 가리켰다.재석은 한 박자 늦게, 힘겹게 입을 열었다.“정은 씨는요?”“이사갔어요.”그 말을 하는 여자의 목소리엔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이 집을 정은 씨한테 세준 지가 거의 3년이네요. 정말 단 한 번도 속 썩인 적 없어요. 보세요, 얼마나 깔끔하고 예쁘게 쓰셨는지.”“세입자 참 많이 받아 봤지만, 이렇게 집을 자기 집처럼 아껴 준 사람은 정은 씨가 처음이에요. 가능하다면 쭉 정은 씨한테 세 주고 싶었죠. 재개발 들어갈 때까지라도.”그 말끝에 여자는 웃었지만, 그게 불가능하단 걸 알기에 곧 씁쓸하게 표정이 바뀌었다.“하아... 다음 세입자도 이렇게 아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 맞다.”무언가 떠오른 듯, 여자가 재석을 보며 물었다.“정은 씨, 왜 갑자기 나간 건지 아세요? 석사 졸업하고 이사 간 거라면 몰라도, 아직 4월이잖아요. 졸업까지 두 달은 남았는데.”“혹시 새로운 계획이 있나요? 미리 취업이 정해져서 다른 도시로 가는 건지, 아니면... 결혼이든 뭐든, 남자친구랑 살려고 옮긴 건지?”재석이 대답하기도 전에, 여자가 혼잣말처럼 말을 이어 갔다.“제 생각엔 후자 쪽일 것 같아요. 정은 씨처럼 매력적인 사람이면, 졸업도 전에 누가 찜했겠죠, 헤헤...”“저는 이제 마무리만 하면 돼요. 새 세입자가 내일 바로 들어오거든요. 사실 정리할 것도 없어요, 워낙 깔끔하게 써서... 이 박스만 가져가세요. 저 곧 문 잠글 거예요.”“네...”재석은 종이 박스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겉은 작아 보이는데, 꽤 묵직했다.테이프를 뜯어 열어 보니, 안엔 온통 자신의 물건뿐이었다.면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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