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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作者: 노른자 주먹밥
비행기가 천천히 이륙할 때 창가에 앉아 있던 안윤서는 잠시 넋을 놓았다.

너무도 익숙했던 건물들이 점차 멀어지는 게 보였지만 미련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다.

집이라고 불리던 그곳을 드디어 떠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안윤서는 사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집을 떠나고 싶었다. 부모님이 두 딸을 차별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었기 때문이다.

안명준과 박정순은 모든 방면에서, 심지어 평소에도 늘 안윤서를 가족이 아닌 외부인처럼 대했다.

그로 인해 안윤서는 한때 자신이 친딸이 아니어서 그들이 자신을 차별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해봤었다.

그러나 현실은 안윤서의 짐작과 달랐다. 안윤서는 안명준과 박정순의 친딸이자 안혜원의 친동생이 맞았다.

그 사실은 안윤서에게 더욱 큰 충격을 안겨줬다.

혈육이 맞다면 모든 것이 그들이 안윤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차별한 것이다.

심지어 안윤서의 탄생조차 안혜원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안윤서는 이따금 안혜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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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와의 재회에 흔들리지 않기를   제24화

    그 이후로 안윤서는 송규민을 보지 못했다.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송규민은 회사를 처분한 뒤 자취를 감췄고 아무도 행방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안명준과 박정순은 몇 차례 안윤서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안윤서는 그저 말없이 두 사람이 보낸, 과거 자신이 남기고 떠났던 서류들을 다시 그들에게 돌려보냈다.솔직히 조금 놀라긴 했다. 그러나 안윤서는 더 이상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안윤서에게 그것들은 이미 아주 오래 전의 일이었다.1년 후, 안윤서는 자신만의 작은 작업실을 갖게 되었고 뜻이 맞는 좋은 친구들도 만났다.비록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힘들었지만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걸 이루게 되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작업실이 생긴 첫날, 안윤서는 습관처럼 윤건우를 불러서 같이 축하 파티를 하려고 했다.그런데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래서 전화를 걸었는데 몇 번이나 걸어도 윤건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러다 갑자기 휴대폰에 기사가 하나 떴다. 검은색 파가니 한 대가 과속으로 추돌 사고를 일으켰고 운전자는 현장에서 즉사했다는 내용이었다.안윤서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윤건우가 스물다섯 살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이 바로 검은색 파가니였기 때문이다.그래서 안윤서는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곧장 택시를 타고 빠르게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안윤서는 살면서 그렇게까지 불안했던 적이 없었다.신호가 걸릴 때마다 안윤서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현장에 도착해 보니 경찰들이 폴리스 라인을 치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안윤서는 상황을 살펴보러 그곳으로 뛰어가다가 경찰들에게 가로막혔다.안윤서는 차주와 아는 사이라고, 가서 확인해 보고 싶다고 다급히 설명했다.경찰은 안윤서에게 차주와 어떤 관계인지 물었고, 안윤서는 망설임 없이 연인이라고 대답했다.안윤서의 대답을 들은 경찰은 의아해하면서 확인차 차주의 신원 정보를 보여줬다.사진 속 남자는 60대인 데다가 마약상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와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안윤서는

  • 너와의 재회에 흔들리지 않기를   제23화

    마트에서 나와 보니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안윤서와 윤건우는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 천천히 길을 걸었다.무척 평화롭고 여유로운 순간이었다.그런데 아파트 입구에 낯익은 얼굴이 서 있는 게 보였고, 그 순간 안윤서의 입가에서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안윤서는 자신을 가장 찾고 싶어 하는 사람이 송규민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송규민이 정말로 찾아오다니.눈치가 빠른 윤건우는 안윤서의 표정이 좋지 않은 걸 눈치채고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송규민을 힐끗 본 뒤 본능적으로 안윤서의 앞에 섰다.사실 안윤서를 만나기 전까지 송규민의 마음은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그러나 안윤서의 곁에 다른 남자가 있는 걸 본 순간 송규민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가까이 다가가서 윤건우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되자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송규민은 성큼성큼 두 사람에게로 걸어갔고, 그 모습을 본 윤건우는 곧바로 송규민의 앞을 가로막아 안윤서에게 다가갈 수 없게 했다.“누구시죠?”“그건 제가 해야 할 질문이에요. 당신은 누구죠?”윤건우가 자신을 막아서자 송규민은 무척 화가 났다.그러면서도 안윤서의 태도를 의식해 최대한 감정을 억눌렀다.윤건우는 일부러 자신을 도발하는 송규민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안윤서를 바라봤다.“윤서 씨, 아는 사람이에요?”안윤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지금 집까지 데려다줄까요?”윤건우의 눈빛에 걱정이 담겨 있었다.“괜찮아요. 우리는 이만 가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안윤서가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윤서야, 우리 얘기 좀 나누자. 응?”송규민이 곧바로 말했다.송규민의 말에 안윤서의 발걸음이 멈췄다.윤건우는 두 사람의 관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표정을 보니까 지금 제대로 얘기하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귀찮게 할 것 같은데 잠깐 이야기하고 가는 게 어때요? 저는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좋아요.”안윤서가 동의하자 윤건우는 안윤서의 손에 들려 있던 장바구니를 건네받은 후 조금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 안윤서를

  • 너와의 재회에 흔들리지 않기를   제22화

    송규민은 그동안 줄곧 안윤서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이따금 시간이 생길 때면 예전에 살던 곳으로 돌아가 시간을 보냈다.송규민은 버림받은 자식이었기에 지내던 곳의 환경이 썩 좋지는 않았다.심지어 가끔 비가 내릴 때면 천장에서 빗물이 새서 집안 전체가 축축하고 눅눅해졌다.그럼에도 송규민은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곳에는 안윤서의 향기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그 향기는 송규민의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었다.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쭉 둘러본 송규민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기분을 느꼈다. 안윤서의 존재가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사실이 익숙한 동시에, 예전에는 앞이 아예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낯설었다.그때 그 시절 송규민이 세상을 조금씩 느낄 수 있었던 건 안윤서가 차근차근 이끌어 주었기 때문이다.안윤서는 송규민의 암흑 같았던 인생에 나타난 한 줄기 희망이었다.안윤서를 향한 송규민의 감정은 단순히 사랑이 아니었다. 송규민에게는 안윤서의 존재 자체가 특별했다.안윤서는 송규민이 넘어질까 봐 몇 번이고 걷는 법을 알려주었다.그리고 편하게 물건을 집을 수 있도록 송규민의 습관에 맞춰 물건들을 익숙한 자리에 놓아두었다.비록 앞을 볼 수는 없었으나 송규민은 자신을 향한 안윤서의 사랑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와 송규민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곧이어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그때 비서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 안윤서의 행방을 알아냈다고 전했다.현재 안윤서는 아크문에 있으며 디자인 회사의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송규민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다시금 긴장했다.사실 안윤서를 찾는 동안 송규민은 늘 불안해했었는데 막상 안윤서가 어디 있는지를 알게 되니 안윤서가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겼다.송규민은 안윤서를 알아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안윤서의 마음에 수도 없이 상처를 남겼으니 누구라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면 지금 바로 가장 빠른 항공편을 알아봐. 당장 윤서를 찾으러

  • 너와의 재회에 흔들리지 않기를   제21화

    안혜원과 안혜원의 부모를 처리한 후에도 송규민은 분이 풀리지 않았다.어차피 안윤서는 이제 더 이상 안씨 가문 사람이 아니기에 송규민은 그들에게 마음껏 복수할 수 있었다.송규민은 안씨 가문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세후 그룹의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이기 시작했고 곧 회사의 주문 금액까지 통제하기 시작했다.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탓에 세후 그룹은 다른 기업들의 반발을 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업계에서 완전히 외면받게 되었다.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송규민은 일부러 지하실에 갇혀 있는 세 사람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안명준은 큰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박정순은 초조함 때문에 안절부절못했다.세후 그룹은 두 사람이 평생을 바쳐 열심히 경영해 온 회사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안혜원은 회사 일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송규민을 보자마자 안혜원은 애원하기 시작했다.“규민아, 나 좀 내보내 주면 안 돼?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나를 이곳에 가두지 말아 줘. 나 정말 너무 무섭단 말이야. 여기 바퀴벌레랑 쥐가 가득해. 심지어 그것들이 내 발을 갉아 먹는 것 같아. 제발 나 좀 여기서 꺼내주면 안 돼?”“여기서 꺼내달라고? 좋아. 대신 너랑 너희 부모님 중에서 오직 한 명만 여기서 나갈 수 있어. 누구를 내보낼지는 네가 결정하도록 해.”송규민이 경멸 가득한 목소리로 비아냥대며 말했다.“당연히 나지. 우리 부모님은 늙었지만 나는 아직 젊단 말이야! 그리고 거짓말을 해서 나랑 너를 이어주려고 한 것도 우리 부모님이었어. 나랑은 상관없어. 의심된다면 직접 조사해 봐. 팔찌 사건도 그래. 그건 윤서 거였는데 부모님이 내 거라고 우긴 거야. 규민아, 그 일들은 정말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송규민은 다급히 책임을 떠넘기는 안혜원의 모습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안혜원이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나는 네 말을 믿어. 그런데 저쪽을 좀 봐봐.”안혜원은 송규민이 가리킨 쪽을 바라보았다.옆에 있던 안혜원의 부모는 안혜원이 한 말을 전부

  • 너와의 재회에 흔들리지 않기를   제20화

    송규민의 별장에 도착한 안혜원은 오늘 평소와 달리 차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꼈다.결국 안혜원은 어쩔 수 없이 직접 가방을 든 채로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야 했다.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안혜원을 힘주어 잡아당긴 뒤 눈에 검은 천을 씌웠다.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순간 엄청난 두려움이 안혜원을 덮쳐왔다.안혜원은 자기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다.“너 누구야? 이거 놔! 나는 송규민 아내야. 감히 나한테 손을 대?”안혜원의 목소리는 매우 가늘고 날카로웠다.안혜원의 손을 묶던 남자는 참지 못하고 안혜원의 종아리를 걷어차며 험악하게 말했다.“닥쳐! 죽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있어.”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안혜원은 고함을 지르는 걸 멈추었고 그 뒤로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안혜원은 바람 한 줄기조차 느껴지지 않는 곳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변 공기가 왠지 모르게 답답했다.그때 송규민이 다가와 안혜원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검은 천을 거칠게 벗겨냈고 안혜원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왜 그래? 왜 그렇게 나를 무서워해? 설마 나한테 뭐 잘못하기라도 했어?”송규민은 안혜원의 턱을 붙잡고 시선을 안혜원에게 고정한 채 말했다.안혜원은 찔리는 게 많았다.“규민아, 너였어? 왜 사람을 시켜서 나를 이곳으로 끌고 온 거야?”“내가 너한테 왜 이러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송규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점점 손에 힘을 주었다.안혜원은 붙잡힌 턱이 너무 아팠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그저 억눌린 신음만 겨우 내뱉었다.송규민은 그제야 천천히 손에 힘을 풀었다.“안혜원, 아직도 내 앞에서 연기할 생각이야? 네가 무슨 짓들을 했었는지 벌써 잊은 건 아니지? 안윤서는 대체 어디 있어? 알아, 몰라?”안윤서 얘기가 나오자 안혜원은 한참을 꾸물대다가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송규민을 바라보며 말했다.“안윤서는 우리 부모님이 해외로 보냈어. 걔가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송규민의 눈빛은 늘

  • 너와의 재회에 흔들리지 않기를   제19화

    “대표님, 대표님께서 조사해 보라고 하신 것들입니다.”비서가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열어보니 안에 당시 병원 진료비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그리고 그 위에는 안혜원이 세 살 때 갑작스럽게 병에 걸려 살려면 제대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안윤서가 태어난 건 온전히 안혜원을 위해서였다.서류를 쥔 송규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동안 송규민은 안명준과 박정순이 안혜원을 유독 편애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이런 이유일 줄은 몰랐다.게다가 서류 안에는 아주 많이 닳은 휴대폰이 들어 있었다.그건 안윤서가 쓰던 휴대폰이었고 송규민은 그걸 알고 있었다.비서는 안윤서의 통화 기록을 통해 마지막 위치를 추적한 뒤 휴대폰을 전문가에게 맡겨 데이터를 복구하여 송규민에게 전달했다.송규민은 잠금 화면에 뜬 네 자리 비밀번호를 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0616을 입력했다.그리고 그 순간 띡 소리와 함께 잠금이 풀렸다.송규민의 눈시울이 금세 빨개졌다.6월 16일은 다름 아닌 송규민의 생일이었기 때문이었다.쭉 살펴보니 각종 앱은 다 로그아웃이 되어 있었고 남은 것이라고는 미처 지우지 못한 사진과 메시지들뿐이었다.앨범을 살펴보니 길가의 꽃이나 다양한 모양의 구름 사진이 있었다.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건 송규민의 사진이었다.학창 시절부터 뜻밖의 사고로 시력을 잃었을 때까지의 사진이 모두 저장되어 있었다.심지어 안윤서는 학창 시절 단체 사진도 남겨두었다.송규민은 별안간 씁쓸한 기분이 들면서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졌다.안윤서는 아무도 모르는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도 묵묵히 송규민을 좋아하고 있었고, 심지어 송규민이 집안사람들에게 버림받았을 때조차 떠나지 않고 송규민의 곁에 있어 주었다.송규민은 안윤서와 함께했던 그 시간들을, 안윤서가 보여줬던 진심을 도무지 잊을 수 없었다.송규민을 향한 안윤서의 사랑은 늘 고요했다.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파문이 인 적은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누구보다 맑고 투명했다.그러다 메시지 창을 열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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