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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인생,  공주가 반격했다
다섯 번째 인생, 공주가 반격했다
Author: 백이

제1화

Author: 백이
궁전 구석에서 귀족 아가씨들이 옹기종기 모여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오랑캐 병사들은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아바마마의 잘린 목을 높이 치켜들었고, 가장 아름다운 공주를 골라 목연우에게 바치겠다고 했다.

여인들이 한데 엉켜 있는 가운데, 나 역시 고개를 푹 숙인 채 필사적으로 뒤로 몸을 웅크렸다.

회귀한 이수란이 전생의 내 행동을 그대로 흉내 냈다.

이수란은 벌떡 일어서더니 다른 사람들을 뒤로 이끌어 보호했다.

"무슨 일이든 나를 상대로 하거라!”

이 광경이 마침 목연우의 눈에 들어왔고, 그는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저 여인으로 하자꾸나.”

이수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나약한 나를 바라보며 의연한 태도로 나를 꾸짖었다.

"이소윤! 너처럼 나약하고 무능한 사람은 대주국의 공주가 될 자격이 없다!”

그녀가 나를 언급하자, 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까 봐 얼른 고개를 더 깊이 파묻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얼굴은 흙먼지투성이가 되어 이목구비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목연우는 힐끗 한 번 보더니 흥미를 잃고 시선을 돌렸다.

이수란은 여전히 순결을 지키려는 여인인 척 연기하며 목연우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힘에 밀려 마지못한 척 목연우의 품에 안긴 채 끌려갔다.

그녀는 목연우의 품에 안긴 채 나를 향해 의기양양한 눈빛을 보냈다.

나는 그녀가 왜 의기양양해하는지 알고 있었다. 내 모든 것을 손쉽게 빼앗았다는 기쁨 때문일 터였다.

전생의 나는 당당히 나섰다가 목연우에게 강제로 끌려가 그의 새장에 갇힌 새 신세가 되었다.

반면 이수란은 기녀로 전락해 여러 남자 사이를 떠돌아야 했다.

그녀는 내가 아바마마를 죽인 원수에게 몸을 맡겼다며, 대주국의 존엄을 저버리고 공주의 기개를 잃었다고 욕했다.

그리고 그녀는 특이한 취향을 가진 손님을 받았다가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침상 위에서 비참하게 죽었다.

회귀한 이수란은 기다렸다는 듯 목연우의 눈길을 끌며, 그의 보호 아래 행복한 삶을 살기를 꿈꾸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을 것이다. 그녀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황자가 대주국의 남은 병력을 이끌고 남쪽 오랑캐의 땅으로 쳐들어갔다는 사실과, 대주국의 공주였던 나는 목연우의 손에 목이 잘려 제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 벌써 네 번이나 회귀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어머니는 아바마마의 미움을 받아 총애를 잃은 후궁이 갇혀 지내는 냉궁으로 쫓겨났다.

나 역시 냉궁에서 자라며 궁에서 신분이 가장 미천한 공주가 되었다.

첫 번째 생에서 나는 분수를 지키며 궁중의 다툼에 휘말리지 않았지만, 아바마마의 명으로 두 나라의 평화를 위한 혼인을 하러 가던 길에 죽었다.

두 번째 생에서 나는 거세게 맞서 싸웠다. 첫 번째 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재능을 드러내며 권력을 손에 넣고 황제의 자리를 빼앗았지만, 즉위를 하루 앞두고 믿었던 외숙부의 손에 목이 졸려 궁 안에서 죽었다.

외숙부는 여인은 부군을 섬기고 자식을 키워야지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가 되려 해서는 안 된다며 나의 허황된 꿈을 비웃었다.

세 번째 생에서 나는 능력을 감춘 채 더는 황제가 되겠다는 꿈을 꾸지 않았고, 이황자인 나의 둘째 오라버니의 보호 아래 다른 나라와의 평화를 위해 시집가는 일도 피했다.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온갖 더러운 수단을 동원해 이황자가 즉위하도록 도왔다.

하지만 이황자는 자신의 비밀을 아는 자는 모두 죽어야 한다고 말했고, 결국 나는 돼지우리에 갇힌 채 한겨울의 차가운 호수에 빠져 익사했다.

네 번째 생에서 나는 아예 손을 놓아버렸다. 내가 돕지 않자 이황자는 권력 다툼에서 패배했고, 태자가 순조롭게 황제의 자리를 이었다.

하지만 태자는 큰 뜻이 없는 데다 나라를 엉망으로 다스렸고, 결국 오랑캐는 손쉽게 대주국을 무너뜨렸으며 나는 목연우에게 목이 잘려 제물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바로 다섯 번째 생이다.

회귀하는 시점이 점점 뒤로 밀려나더니, 이번에는 나라가 망한 뒤로 돌아왔다.

이번이 나의 마지막 회귀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나는 정말로 두려웠다.

죽음의 공포가 마음 깊이 낙인 찍혀, 그저 이 모든 것에서 멀어지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생에는 이수란도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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