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첫사랑을 잃은 뒤, 강주혁은 십 년 내내 나를 증오했다. 내가 아무리 그의 눈치를 보며 다정하게 굴어도 돌아오는 건 싸늘한 비웃음뿐이었다. “그렇게까지 잘 보이고 싶으면, 차라리 죽어버리지 그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불길에 휩싸인 들보가 내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리던 순간, 그는 끝내 나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 그는 내 품에 기댄 채 마지막 힘을 다해 내 손을 밀어냈다. “송희주, 이번 생에는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장례식장은 곡소리로 가득했다. 강주혁의 어머니 박금란은 오열하며 말했다. “주혁아, 다 이 어미 탓이다. 애초에 그 아이와 혼인시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네 뜻대로 고화영과 맺어줬더라면 오늘 같은 비극은 없었을지도 모르잖니.” 그의 아버지 강태호는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주혁이는 너를 세 번이나 살렸다. 헌데 어째서 너는 끝까지 그 아이한테 불행만 가져오는 것이냐? 어째서 죽은 사람이 네가 아니냔 말이다!” 모든 사람이 강주혁이 나를 처로 맞은 일을 후회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나는 적성루에서 몸을 던졌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십 년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생에서는, 모두가 바라던 대로 강주혁과의 모든 인연을 끊어내기로 마음먹었다.
もっと見る“오라버니께서는 아직도 제게 품은 마음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오라버니께서는 본디 좋은 분이시니, 어쩌면 그날 일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 수도 있고, 후야와 마님께서 저를 아끼시니 제가 오라버니의 처로서 알맞다 여기시는 것일 수도 있지요. 허나 저는 그런 연민은 원하지 않습니다.”“주혁 오라버니, 이제 더는 절 찾아오지 마십시오.”나는 그의 손에 들린 기름종이 우산을 밀어냈다. 그리고 그대로 등을 돌려 빗속으로 달려갔다.한순간만 더 머물렀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강주혁의 품에 매달려 울어버릴 것 같았다.하지만 이번 생만큼은 더는 욕심내서는 안 되었다.그날 이후, 강주혁은 더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하지만 집 앞에는 때때로 내가 예전에 좋아하던 것들이 놓여 있곤 했다.강주혁은 마치 예전의 나를 다시 되찾으려는 듯했다. 어느 날은 후부에서 내가 즐겨 먹던 다과를 보내왔고, 어느 날은 어린 시절 내가 매달려 만들어달라 졸랐던 자그마한 장난감을 보내오곤 했다.나는 강주혁이 그런 사소한 것들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그날, 나는 서당 아이들을 과거 보러 경성으로 떠나보내기 위해 나루터까지 배웅을 나갔다.그런데 갑자기 사방이 소란스러워졌다. 수면 아래에서 복면을 쓴 외적들이 한꺼번에 뛰쳐나왔고, 놀란 백성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영남에는 외적의 침입이 잦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나는 아이들이 탄 배를 힘껏 앞으로 밀어냈다. 배가 천천히 나루터를 벗어나는 것을 본 뒤에야 비로소 몸을 피하려 했다.그때 눈앞으로 서늘한 검빛이 번뜩였다. 문득 생각했다. 이번 생에는 더는 미련 둘 것도 없다고.적어도 부모님처럼, 나 역시 이 땅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으니.하지만 피 묻은 검날은 내 가슴을 꿰뚫기 직전, 누군가의 손에 붙들려 멈춰 섰다.훤칠한 사내가 또다시 목숨을 걸고 내 앞을 막아섰다. 강주혁이었다.그는 떨리는 손으로 검날을 힘껏 움켜
고화영은 그대로 끌려 내려갔다.하지만 그녀의 비웃음 어린 웃음소리는 칼날처럼 강주혁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송희주를 의심하고 상처 입힌 것도 자신이었다. 송희주의 심두혈을 내놓게 만든 것 또한 자신이었다.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강주혁은 거의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휘청거렸다.경성을 떠난 뒤, 나는 강남으로 향하지 않았다.부모님께서 평생 전장을 누비셨던 땅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몇 날 며칠 길을 재촉한 끝에 영남에 이르렀다.이곳은 경성만큼 번화롭지는 않았으나, 백성들의 마음씨는 순박했다.삿대를 젓던 뱃사공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영남은 외적의 침범이 잦은 곳인데, 아가씨 차림을 보아하니 귀한 댁 규수 같으십니다. 어찌 이런 곳까지 오셨습니까?”나는 아무 말 없이 잔잔한 물결만 바라보았다.부모님께서는 평생 이 땅을 지키며 살아오셨다.나 또한 부모님께서 지켜낸 이곳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를 바랐다.그래서 나는 이곳에 서당 하나를 열었다. 또한 벌어들인 은전으로 안제당을 세워, 전란 속에서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을 거두어들였다.그 아이들은 더는 어린 시절의 나처럼 남에게 짓밟히며 살아가지 않아도 되었다.이곳에서 배우고 자라, 스스로를 지킬 힘을 기를 수 있게 되었다.그렇게 세월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날은 마침 큰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서당에서 아이들의 글공부를 마친 뒤, 그대로 비를 맞고 돌아갈 채비를 했다.그런데 서당 문을 나서는 순간, 누군가가 기름종이 우산 하나를 내 머리 위로 받쳐 들었다.아주 오래전 맡았던 익숙한 향내가 코끝을 스쳤다. 아득히 먼 전생에서 맡았던 듯한 향기였다.“너는 예나 지금이나 비 오는 날이면 우산 챙기는 걸 잊는구나. 예전에도 늘 서당에 남아 내가 오기만 기다리곤 했지.”“몸도 약한 사람이, 어찌 아직도 제 몸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이냐?”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앞의 사람은 다름 아닌 강주혁이었다.문득 정신이 아득해졌다. 한순간, 꿈을 꾸고 있는 줄
강태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의 눈빛은 서서히 어두워졌다.곁에서 침묵을 지키던 박금란은 쓴웃음을 흘렸다.“주혁아, 정녕 네가 희주를 연모하지 않는다 말할 수 있느냐?”“연모하지 않았다면, 어찌 목숨까지 걸어가며 몇 번이고 그 아이를 구했겠느냐?”강주혁은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끝내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했다.그는 송희주를 연모하고 있었다. 그 마음은 목숨까지 바칠 수 있을 만큼이었다.하지만 부모님이 너무나도 그를 다그쳤다. 그는 부모의 뜻대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연모하는 일마저 남이 정해준 길을 따르고 싶지 않았고, 혼사 또한 스스로 정하고 싶었다.그래서 그는 끝내 모른 척했다. 자신이 송희주를 얼마나 연모하고 있었는지를.박금란은 이어서 말했다.“희주는 어제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다. 그 착하고 가여운 아이는 떠나는 순간까지도, 그저 네가 오래 살고 평안하기만을 바랐네.”강주혁은 문득 어제 송희주가 남긴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순간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한동안 넋을 잃은 듯 멍하니 서 있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그 아이가 정녕 떠날 생각이었다면, 어찌 저와의 혼인을 청하는 교지를 받았단 말입니까.”박금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 교지에 과연 무엇이 적혀 있는지 자세히 보거라.”강주혁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렸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품 안에 넣어두었던 교지를 꺼냈다.이윽고 교지를 펼쳐 본 순간, 온몸이 벼락을 맞은 듯 크게 떨었다.분명 송희주의 필체였다. 하지만 그 안에 적힌 이름은 송희주가 아니라 고화영이었다.강주혁은 문득 어제 송희주가 지었던 그 씁쓸한 미소를 떠올렸다.그녀는 그와 고화영을 이어주려 했던 것이었다.이때 박금란은 조용히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주혁아, 정녕 고화영이 스스로 고독을 삼켰다 생각하느냐?”“그 계집은 조정의 한 대신과 얽혀 있었고, 그 일은 그 대신의 정실부인이 알게 됐네. 해서 그 계집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부러 네게 접근한 것이네. 허나 그 정실부인
강주혁은 가슴이 철렁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렸다.“동명이인이겠지. 혼인을 윤허하는 교지까지 내려졌네. 5일 뒤에 함께 강남으로 가기로 되어 있는데, 그 아이가 혼자서 떠날 리 없네.”그때 의원이 들어와 조용히 고했다.“도련님, 아씨께서 떠나시기 전 전해달라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자신은 이미 강남으로 떠났고, 앞으로 각자의 삶에서 평안하시길 바라신다며, 부디 자신을 잊어달라 하셨습니다.”의원의 말은 강주혁의 귀에 천둥처럼 내리꽂혔다.한 번도 평정을 잃은 적 없던 그는 그 순간 휘청이며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송희주가 마지막에 웃으며 말했던 말이 실은 작별 인사였다.눈가에는 붉은 기운이 서서히 번져갔다. 강주혁은 떨리는 입술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다.“그럴 리 없다!”그는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송희주를 구해주었다. 그런 그녀가 어찌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 수 있단 말인가?호위무사는 괴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전갈을 보내온 자의 말로는, 아씨의 마차가 분명 그 길로 지나갔다고 합니다. 또 현장에서 발견된 여인의 시신도 체형이 아씨와 매우 흡사했고, 문서에 적힌 이름 또한 같았다 합니다. 우연이라 하기엔... 겹치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강주혁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는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몸이 끝내 그의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당장 내 말을 끌고 오너라.”손을 다친 이후, 그는 다시는 말을 탄 적이 없었다.겉으로는 그저 흥미를 잃었다고만 말했다.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예전처럼 자유롭게 말을 달리지 못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혹여 손에 힘이 남지 않아 고삐조차 제대로 쥐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였다.하지만 지금 말을 탄 강주혁은 오직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리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그렇게 강주혁은 말을 달려 절벽 아래 시신이 안치된 곳에 도착했다.검시관은 이미 흰 천으로 시신을 덮어두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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