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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선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

“아직 떨어질 위신이 있나?”

그 말에 할아버지는 다시 한바탕 꾸짖었다.

“이놈의 자식이! 넌 우리 집안 사람이 아니더냐?”

선우는 말을 받지 않았다.

“그 아가씨나 빨리 풀어줘!”

그가 위협했다.

그러나 선우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내게 명령할 자격이 없어요.”

“네가 내 손자인데 내가 명령할 자격이 없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선우는 냉소를 지었다.

“꿈 깨세요.”

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 개자식!”

그가 막 욕을 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전화는 이미 끊겨 반복되는 기계음만 들려올 뿐이었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비서가 급히 다가와 그를 진정시켰다.

“어르신. 노여움 푸셔요.”

“이놈이 내 전화를 끊다니. 이 망할 놈의 자식.”

“한창 젊고 기세도 왕성할 때잖아요. 너무 따지지 마세요. 그러다 몸 상하시면 수지가 맞지 않잖아요.”

비서의 위로가 있었기에 그의 마음은 비로소 조금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그의 얼굴에는 다시 근심 어린 표정이 떠올랐다.

전화를 끊은 뒤 선우는 휴대전화를 그대로 꺼놓은 채 내팽개쳤다.

그는 어두운 얼굴로 그곳에 앉아 있었는데 머릿속은 온통 할아버지가 방금 한 말들뿐이었다.

‘왜?’

그는 단지 그녀를 원했을 뿐인데 왜 모든 사람이 그와 맞서는 것인지. 모두가 그녀를 자기 곁에서 빼앗고 싶어서 안달인 것만 같았다.

심윤아...

그의 눈동자가 가라앉더니 잠시 후 일어나 윤아의 방으로 향했다.

오늘은 정신과 의사도 와있었다. 그는 자기가 매일 와서 그녀에게 말을 좀 하고 두 사람의 신뢰를 쌓는다면 언젠가는 윤아도 마음을 터놓기를 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선우가 원하고 있는 것도 그것이었다.

그러나 별 소용이 없었는지 첫날과 달리 다음날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말을 걸어보아도 아예 눈을 감고 듣지 않았다.

나올 때 지태는 사람들을 보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대화를 거부하시니 내일모레 다시 시도할 수밖에 없겠네요.”

여기까지 말한 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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