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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or: 월이
하윤성은 멀어져 가는 서하영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무언가에 이끌린 듯, 그는 무심코 그녀를 따라가려 했다.

그러자 뒤에서 고예진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성 오라버니...”

하윤성의 발걸음이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결국 그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 후 며칠 동안 서하영은 처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윤성이 새로 들인 마님을 얼마나 아끼는지, 또한 본처인 자신을 얼마나 냉대하는지에 대한 소문이 도성 안팎을 떠돌았지만, 그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하윤성이 직접 그녀를 찾아왔다.

“하영아, 오늘 밤 도성에 연등 축제가 열린다고 하더구나. 꽤 성대하다던데... 함께 나가 보지 않겠느냐?”

서하영은 문득 지난날을 떠올렸다.

매년 연등 축제가 열릴 때마다 그녀는 그에게 함께 가자며 몇 번이고 졸라댔다.

하지만 하윤성은 늘 공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했다.

그랬던 사람이 이제 와서 먼저 가자고 하다니.

“가고 싶지 않습니다.”

서하영은 고개를 저으며 담담히 말했다.

하윤성은 그녀의 무덤덤한 얼굴을 바라보다 미간을 찌푸렸다.

가슴 한켠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는 더 이상 권하지 않고 곧바로 하인에게 명했다.

“마차를 준비하거라.”

잠시 뒤, 서하영은 거의 떠밀리다시피 승상부를 나섰다.

그런데 마차가 막 대문을 나서는 순간, 화려하게 차려입은 고예진이 환한 얼굴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성 오라버니, 형님. 두 분도 연등 축제에 가시는 건가요? 마침 저도 혼자 처소에 있으니 답답하던 참이었는데, 저도 함께 가면 안 될까요?”

하윤성은 담담한 얼굴로 서 있는 서하영을 바라보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같이 가자꾸나.”

서하영은 아무 말 없이 먼저 마차에 올랐다.

고예진도 곧 뒤따라 마차에 올랐고, 좁은 마차 안에는 그녀에게서 풍기는 달큰한 향기가 은은히 퍼졌다.

마차는 곧 주작거리로 접어들었다.

축제를 맞은 거리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고, 거리마다 내걸린 등불이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하윤성이 먼저 마차에서 내려 서하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손을 피한 채 스스로 치맛자락을 들고 마차에서 내렸다.

반면 고예진은 아무렇지 않게 그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려섰다.

세 사람이 인파 속으로 발을 들인 순간, 갑작스러운 변고가 일어났다.

양옆 건물 지붕 위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잇달아 뛰어내렸다.

번뜩이는 칼날이 하윤성을 향해 쇄도했다.

“자객이다! 나리를 지켜라!”

뒤따르던 호위무사들이 즉시 칼을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거리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비명과 고함이 뒤엉켰고, 놀란 백성들은 서로를 밀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자객들은 하나같이 무예가 뛰어났고, 치밀하게 준비한 듯 움직임에도 빈틈이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호위무사들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혼란을 틈탄 두 자객이 빈틈을 노렸다.

그들은 순식간에 몸을 날려 가장 가까이에 있던 서하영과 고예진을 낚아채듯 붙잡았다.

차가운 칼끝이 두 사람의 목덜미를 겨눴다.

이때 자객 우두머리가 하윤성을 향해 소리쳤다.

“하윤성! 네 두 여인의 목숨을 살리고 싶다면, 당장 마차를 준비하고 우리를 무사히 성 밖으로 내보내라!”

하윤성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그는 손을 들어 목숨을 걸고 두 사람을 구하려 달려들려는 호위무사를 막아 세웠다.

“좋다. 그녀들에게 손 하나 대지 않는다면 마차는 곧 준비하겠다! 성 밖으로도 보내 주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요!”

자객은 냉소를 흘렸다.

“우리가 성을 빠져나가는 순간, 승상께서 약조를 어기고 군사를 보내 습격할지 어찌 알겠습니까? 허니 인질은 우리와 함께 움직일 것입니다. 성 밖 십 리 지점에 이르면 그때 풀어드리지요.”

하윤성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둘 중 하나만 데려가라. 남은 한 쪽은 풀어주어라.”

자객은 피식 웃으며 칼날을 더욱 깊게 들이밀었다.

“좋소. 허면 직접 고르시지요.”

하윤성의 시선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갔다.

고예진은 눈물에 젖은 얼굴로 하윤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려움에 떨리는 눈빛에는 살려 달라는 간절함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반면 서하영은 놀라울 만큼 담담했다.

두려움에 떨지도 않았고, 하윤성을 향해 살려 달라는 눈빛을 보내지도 않았다.

그 지나치게 담담한 모습이 오히려 하윤성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하윤성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그는 손을 들어 고예진을 가리켰다.

“저 여인을 풀어줘.”

서하영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예상했던 결과였다.

자객은 고예진을 거칠게 밀어냈다.

고예진은 곧장 하윤성의 품으로 뛰어들어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하윤성은 그녀를 달래는 척하며 재빨리 작은 대나무 통 하나를 서하영의 등 뒤로 묶인 손에 몰래 쥐여 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말했다.

“신호탄이다. 놈들은 성 밖 십 리에서 널 풀어주겠다고 했다. 혹시라도 중간에 변고가 생기면 바로 쏘거라. 내가... 반드시 가겠다.”

서하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자객들의 손에 이끌려 준비되어 있던 마차에 올랐다.

마차는 곧장 성 밖을 향해 내달렸다.

거칠게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서하영은 손발이 묶인 채 차가운 벽에 기대어 있었다.

맞은편 두 자객은 점점 노골적인 시선으로 그녀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형님, 승상 마님이 참으로 곱기도 합니다. 어차피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차라리...”

키가 작고 살집이 있는 자객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음흉하게 웃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키 크고 마른 자객 역시 그 말에 마음이 흔들리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서하영의 마음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몰래 손가락을 움직여 소매 속에 숨겨 둔 차가운 대나무 통을 더듬었다.

키 작은 자객이 음흉하게 웃으며 달려들어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기려는 찰나, 서하영은 있는 힘을 다해 대나무 통의 마개를 뽑았다.

쐐애액!

붉은 불꽃 하나가 마차 지붕을 뚫고 밤하늘로 치솟았다.

이내 밤하늘 한가운데서 눈부신 붉은 섬광이 터져 올랐다.

“이년이!”

키 큰 자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서하영의 뺨을 후려쳤다.

입술이 터져 핏물이 흘러내렸지만, 서하영은 신음조차 내지 않고 싸늘한 눈빛으로 두 자객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마차 밖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말발굽 소리도 없었고, 뒤쫓아오는 군사의 기척도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가 품고 있던 마지막 기대마저 조금씩 사라져 갔다.

키 작은 자객은 서하영이 신호탄을 쏘았음에도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 것을 보고 더욱 거리낌 없이 굴었다.

“보아하니, 자네 서방님은 널 버린 모양이군! 마침 잘됐네. 이참에 우리나 즐겨 보자고!”

그는 흉악한 웃음을 흘리며 다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서하영은 온 힘을 다해 몸부림쳤다.

자객이 그녀의 옷깃을 찢어 목 아래 피부가 드러나는 순간, 마차가 크게 흔들렸다.

서하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있는 힘껏 머리를 마차 벽에 들이받는 동시에 두 다리를 힘껏 뻗어 달려들던 자객의 가슴을 걷어찼다.

예상하지 못한 반격에 자객은 뒤로 나가떨어졌고, 그의 몸이 마차 문을 들이받으면서 문이 활짝 열렸다.

서하영은 망설임 없이 마차 위에서 뛰어내렸다.

달리는 마차에서 떨어진 그녀는 관도 옆 자갈밭을 몇 바퀴 굴렀다.

순간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온몸을 휘감았다.

어딘가 부러지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고,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하지만 뒤에서는 자객들의 거친 욕설과 발소리가 끊임없이 따라붙고 있었다.

서하영은 이를 악물고 밀려오는 통증을 견디며 손과 발로 바닥을 짚어가며 앞으로 기어갔다.

그러다 문득 눈앞에 까마득한 절벽이 나타났다.

‘그들에게 능욕당하느니 차라리...’

서하영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킨 뒤, 그대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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