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성은 멀어져 가는 서하영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무언가에 이끌린 듯, 그는 무심코 그녀를 따라가려 했다. 그러자 뒤에서 고예진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성 오라버니...”하윤성의 발걸음이 그대로 멈췄다.그리고 결국 그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그 후 며칠 동안 서하영은 처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하윤성이 새로 들인 마님을 얼마나 아끼는지, 또한 본처인 자신을 얼마나 냉대하는지에 대한 소문이 도성 안팎을 떠돌았지만, 그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하윤성이 직접 그녀를 찾아왔다.“하영아, 오늘 밤 도성에 연등 축제가 열린다고 하더구나. 꽤 성대하다던데... 함께 나가 보지 않겠느냐?”서하영은 문득 지난날을 떠올렸다. 매년 연등 축제가 열릴 때마다 그녀는 그에게 함께 가자며 몇 번이고 졸라댔다.하지만 하윤성은 늘 공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했다.그랬던 사람이 이제 와서 먼저 가자고 하다니.“가고 싶지 않습니다.”서하영은 고개를 저으며 담담히 말했다.하윤성은 그녀의 무덤덤한 얼굴을 바라보다 미간을 찌푸렸다.가슴 한켠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그는 더 이상 권하지 않고 곧바로 하인에게 명했다.“마차를 준비하거라.”잠시 뒤, 서하영은 거의 떠밀리다시피 승상부를 나섰다.그런데 마차가 막 대문을 나서는 순간, 화려하게 차려입은 고예진이 환한 얼굴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윤성 오라버니, 형님. 두 분도 연등 축제에 가시는 건가요? 마침 저도 혼자 처소에 있으니 답답하던 참이었는데, 저도 함께 가면 안 될까요?”하윤성은 담담한 얼굴로 서 있는 서하영을 바라보았다.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같이 가자꾸나.”서하영은 아무 말 없이 먼저 마차에 올랐다.고예진도 곧 뒤따라 마차에 올랐고, 좁은 마차 안에는 그녀에게서 풍기는 달큰한 향기가 은은히 퍼졌다.마차는 곧 주작거리로 접어들었다.축제를 맞은 거리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고, 거리마다 내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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