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강설주의 시선 ] - 도착하지 못한 목소리장현석이 수감된 이후, 나의 세상은 평온을 되찾은 듯 보였다.하지만 내 책상 위에 놓인 서아연의 편지는,,그 평온을 비웃듯 날카로운 통증을 몰고 왔다.편지지는 눈물과 시간의 흔적으로 누렇게 변해 있었고,서아연 특유의 날카로은 필체는 힘없이 무너져 있었다.나는 편지를 꽉 쥐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어렸던 고아원 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 아니. 결혼 전까지.내 삶의 가장 찬란한 순간과 가장 추악한 순간을 공유했던 유일한 친구.그녀를 향한 증오는 내 복수의 원동력이었지만,막상 그녀가 스스로를 포기하려 한다는 고백을 마주하자가슴 한 구석이 텅 빈 것처럼 한없이 허무했다."바보 같은 기집애... 살아서, 직접 사과를 해야 내가 너를 짓밟든 용서를 하든 할 거 아니야..."가장 가까운 벗이자 언니이기도, 동생이기도, 서로에게 전부였던 그 시절의 우리가,그 기억들이 가슴으로 밀려들어왔다.나는 소리 죽여 오열하며 도윤 씨를 불렀다.서아연의 흔적을 찾아야만 했다.그것이 내가 복수를 완결 짓는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했다.[ 차도윤의 시선 ] - 의사의 직감이 가리키는 곳설주 씨의 부탁으로 서아연이 수감된 교도소의 의료 기록을 뒤졌다.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 되었다.그녀가 수감 중에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기록과외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기록이 있었다.임신, 출산. 두 단어가 나의 뇌리를 스쳤다.그렇다면... 장현석의 아이... 였다.서아연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철저히 숨긴 채 옥중에서 아이를 출산 한 것이었다.나는 교도소 전담 사회복지사를 통해 아이의 행방을 추적했다.아이의 이름은 .하지만 현이는 태어나자마나 엄마의 품이 아닌,신생아 중환자실 (NICU)로 옮겨졌다고 했다.심장 기형.선천적으로 심장에 구멍이 뚫려 태어난 아이는,현재 시설의 보호 아래 연명 치료만 겨우 이어가
[ 장현석의 시선 ] - 시온과 시아,그리고 미란의 유언설주가 이번에 보내온 영상에는 귀여운 어린 남자아기가 시아를 쫓아다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시온이라는 시아의 남동생은 시아와 차도윤 사이을 질투하며 뾰루퉁 해 있었고,시아는 도윤의 옆에 딱 붙어서 혀를 내밀었지만 ,금새 아기에게로 가서 꼭 껴안아 주며, "누나는 시온이가 제일 좋아"라고말해 주는 시아를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그간의 어두운 그늘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해맑고 아름다운 ,빛처럼 찬란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많이 사랑받고, 많이 사랑하며... 그렇게..그리고 며칠 뒤...감옥에서 병으로 미란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병사..나는 미란의 죽음으로 이제 완전한 가문의 몰락을 온전히 받아 들였다.그리고 미란의 갑작스럼 죽음을 보고...나는 설주에게 남은 해외 은닉 자산을 모두 시아의 이름으로 기부해 달라는..유언과도 같은 편지를 썼다.[ 강설주의 시선 ] - 비로소 마주한 노을시아가 시온이와 도윤씨와 행복하게 잘 지내는 일상의 영상을 장현석에게 보내고며칠 뒤, 그의 동생 장미란이 감옥에서 병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원수였고, 나와 시아의 목숨을 노렸던 여자이지만 옛 시누이의 죽음이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다.도윤 씨가 나와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바닷가로 향했다.16년 전의 소나기, 8년전의 불길, 4년전의 계약....그 모든 고통이 파도에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나는 저 멀리 지평선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이제 정말... 다 끝났네요, 도윤씨..."씁쓸함과 따뜻한 평화가 공존하는 바닷가...세 사람이 뛰어노는 웃음 소리에 밀려오는 행복감..
[ 차도윤의 시선 ] - 피보다 진한 사랑 시아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언어와 수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영재 판정을 받았다. 사람들은 시아의 명석함이 누구를 닮았는지 궁금해했지만, 나는 안다. 저 집요함은 장현석을, 저 따뜻한 공감능력은 설주 씨를 닮았다는 것을. 나는 해마다 장현석에게 시아의 성적표와 상장 사본을 보냈다. "장현석, 봐라. 네가 죽게 내버려 둔 아이가 세상을 어떻에 밝히고 있는지." 이것은 나의 오만함이 아니었다. 그에게 삶의 의지를 주기 위한 의사로서의 처방이었다. 시아가 나를 "아빠!" 라고 부르며 달려와 안길 때마다, 나는 장현석에게 미안함 대신 더 깊은 책임감을 느꼈다. 피는 물보다 진할지 몰라도, 사랑은 그 피조차 정화할 수 있음을 나는 매일 시아를 통해 배우고 있었다. [ 장현석의 시선 ] - 옥중 독서, 그리고 면회 나는 시아가 좋아한다는 책들을 교도소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기 시작했다. 아이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려는 나의 노력의 시작이었지만, 나의 삐딱했던 가치관들이 조금씩 교정되어 가고 있음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 속 잔뜩 엉킨 실타래가 하나씩 풀어져 감을 느끼고 있었다. 설주가 올 때가 되었다. 설주는 매년 한 번, 시아의 생일이 지난 다음 주에 면회를 온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고함을 지르며 서로의 말에 귀를 막고 자신의 말만 하는 대화 같지도 않던 고집을 고수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대화라는 것을 한다. "시아가 당신을 닮아 고집이 아주 세." 설주의 말에 나는 처음으로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다.
[ 차시아의 시선 ] - 아빠가 두 명?오늘은 애 생일이예요!아빠(도윤)가 아주 커다란 케이크를 사 주었고,엄마는 예쁜 드레스를 선물해 주셨어요.그런데 엄마가 조용히 나를 불러서 사진을 찍자고 했어요."시아야, 이 영상은.... 멀리 있는 어떤 아저씨한테... 보낼 거야. 그 아저씨는 시아가 예쁘게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래."나는 카메라를 보고 선을 흔들며 웃었어요."아저씨, 저 오늘 6살이 되었어요! 공부도 잘하고 동생 시온이도 잘 돌봐요. 아저씨도 아프지 마세요!"엄마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았지만 나는 모르는 척 했어요.나중에 알게 되었죠. 그 아저씨가 누구인지...하지만 지금 내 앞에는,나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주는 도윤 아빠가 있으니까 괜찮아요.[ 장현석의 시선 ] - 모니터 속의 태양교도소 접견실 모니터에 시아이 영상이 자생되었다."아저씨, 저 오늘 6살이 되었어요!"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나를 라 부르지 않고 라 부르는 아이.그 거리가 내가 지은 죄의 깊이임을 안다.차도윤은 영상 속에서 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인자하게 웃고 있었다.내가 가졌어야 할 자리를, 더 자격 있는 남자가 채우고 있는 모습.화가 나고 시샘이 나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들었다.시아가 설주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지켜준 차도윤이니까."고맙다, 차도윤. 내 핏줄을 저렇게 밝고 예쁘게 키워줘서.."나는 모니터 속 시아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처음으로 참회의 기도를 올렸다.
[ 장현석의 시선 ] - 짐승의 눈물설주가 떠난 뒤, 나는 둥대가 감긴 손목을 움켜쥐고 밤새 울었다.시아가 내 딸이라니...내가 이용하며 괴롭히고 복수심에 죽이려고까지 했던 그 아이가,장미란의 칼끝에서 떨고 있었던 그 작은 생명이 내 핏줄이었다니...벽에 붙은 시아의 사진 - 설주가 일부러 두고 간 - 을 손가락으로 아이의 얼굴선을 따라 더듬었다.차도윤의 품에서 천사처럼 웃고 있는 아이.아이는 나를 닮지 않았다. 설주를 닮아 맑고 고결했다.나는 처음으로 내가 저지른 일들을 되돌아 보기 시작했다.야망을 위해 설주를 짓밟고, 두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며 부정했던 시간들이비수처럼 날아와 나의 가슴을 찔렀다."시아야... 미안하다... 아빠가.... 미안해."입 밖으로 낼 자격조차 없는 단어가 목구멍을 긁어댔다.나는 이제 죽을 수가 없다.설주의 말대로, 나는 이 감옥에서 시아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며내 영혼이 말라 죽어가는 과정을 온전히 내 죄의 댓가로 겪어내야만 했다.그것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로서의 속죄였다.[ 강설주의 시선 ] - 도착하지 못한 사과집무실 책상 위에 낯선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보낸 이는 서아연.장현석과 함께 몰락해 다른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그녀가 보낸 편지였다.편지지는 눈물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나는 편지를 꽉 쥐고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그녀를 증오하며 보낸 5년의 세월이,사실은 서로를 가장 간절히 원했던 우정의 뒤틀린 형태였다는 사실이가슴을 아리게 쳤
[ 장현석의 시선 ] - 무너진 사냥꾼의 마지막 선택구치소의 차가운 독방 벽을 머리로 들이받았다.아니, 식사 때 나온 플라스틱 숟가락을 날카롭게 갈아 손복을 그었다.리안, 아니 강설주가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고이제는 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비웃고 있었다.살아있을 이유가 없었다.나의 제국이 부너졌고, 나를 따르던 이들은 모두 등을 돌렸다.피가 차가운 바닥을 적시는 것을 보며 나는 비릿하게 웃었다."설주야, 넌 나를 죽이지 못했지? 하지만 나는 나를 죽여서 너의 인생에 영원한 흉터로 남을 거야. 전남편을 감옥에 보냈는데 거기서 죽으면 , 넌... 죄책감까지 가지지는 않더라도 평생 나를 잊지 못할거야. 두고두고 생각이 나겠지. 한 생명을 앗아갔으니..."의식이 점점흐릿해지는 찰나.철문이 열리고 익숙한 구두 소리가 들렸다. 강설주 였다.[ 강설주의 시선 ] - 지옥의 문을 닫다.바닥에 쓰러진 장현석을 내려다 보았다.그는 마지막까지 비겁하게 도망치려고만 하고 있었다.나는 그가 떨어뜨린 날카로운 조각을 발로 차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장현석. 죽지 마. 이렇게 죽으면 안 돼지. 죽음은 당신에게 너무 과분한 안식이야."응급 처치를 하려는 교도관들 옆에서 나는 서류 한 장을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이거 보고도 죽고 싶으면 죽어봐, 어디. 시아... 당신 친 딸이야. 4년 전 그날 밤, 당신이 죽이려 했던 그 아이... 당신이 죽도록 방관했던 그 아이.. 도윤 씨 덕에 살아남아 당신 핏줄을 이어가고 있다고."장현석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뒤흔들렸다."거짓말... 거짓말이야!""아니. 사실이야. 당신도 모자라, 당신 친동생 장미란도 그 아이를 납치해서..절벽 아래로 던지려 했던 것도 사실이지.당신은, 당신 동생의 손에 당신 딸을 잃을 뻔했어."철저히 속여 온 진실, 차시아는 차도윤의 딸로 완벽하게 속여 왔지만,이제 그도 깊은 어둠 속에서 진실을 마주 할 때가 되었다.나는 몰라도, 적어도 자신의 핏줄인 시
[차도윤의 시선 - 땀과 살기 사이의 추적방콕의 열기는 끈적이는 점막처럼 온 몸을 조여왔다.낡은 차이나타운의 뒷골목,비릿한 약재 냄새와 이름 모를 향 연기가 섞인 공기를 들이마시며나는 곁에 선 설주 씨의 손을 꽉 잡았다.그녀의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공포 때문인지, 아니면 결연함 떄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나는 그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도윤 씨, 저기예요."설주 씨가 가리킨 곳은 낡은 전당포를 위장한 지하 병원이었다.우리를 가로막는 무장 경호원들 사이로 나타난 '닥터 킴.'그는 장현석의 새로운 얼굴을 조
[차도윤의 시선] - 망령이 부르는 소리안유진과 자주 갔던 남산의 조그만 카페.그곳은 우리만의 성역이었다.장현석의 함정이라는 이성은 이미 마비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10년간 나를 짓눌러 온, 죄책감이라는 이 괴물은'혹시'라는 실날같은 희망 앞에 나를 무릎 꿇게 했다.하지만 약속 장소에 앉아 있는 여자의 뒷 모습을 본 순간,나는 깨달았다. 나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임을... "유진아, 안유진...?"그녀가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그곳에 앉아 있는 것은 유진이 아니었다,안유진의 옷을 입고, 유진의 향수를 뿌린 낯선
[차도윤의 시신] - 죽은 자의 편지내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발신인은 안유진.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편지 봉투 안에는...안유진과 나만이 아는 장소의 타켓과그녀가 즐겨 쓰던 향수의 향이 짙게 베어 있었다.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장현석의 함정일 것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가슴은 이미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만약, 만약에.....민에 하나라도 그녀가 살아 있기라도 한다면?나는 설주에게 이 사
[강설주의 시선] - 차도윤의 독단도윤 씨가 제임스 장을 폭행했다는 뉴스가 경제지에 실렸다.리안컴퍼니의 주가는 요동쳤고,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나는 도윤 씨에게 화가 났다."왜 참지 못했어요? 그가 노리느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거, 모르냐고요~"도윤 씨는 시아를 지키기 위해서 였다고 항변했지만,나는 그가 점점 과거의 안유진 씨 사건 때처럼통제력을 잃어가는 것 같아 두려웠다.장현석은 죽어서도 우리 사이를 갈라 놓고 있었다.도윤 씨는 내가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에 서운해했고,나는 그에게 화가 남과 동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