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대한민국 패션 유통의 심장, 동대문. 하루 수십억 원이 오가는 거대한 시장은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그 안에서는 매일 전쟁이 벌어진다. 지방에서 상경한 스물여덟 살 강태성은 아버지의 빚만 남긴 채 폐업한 의류 공장을 정리하기 위해 동대문에 발을 들인다.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거래 장부 속에는 동대문 상권을 움직이는 거대한 비밀과 숨겨진 인맥 지도가 담겨 있었다. 태성은 장부를 통해 동대문의 세 거대 세력이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전통 도매시장을 장악한 '광장파', 온라인 플랫폼으로 급성장한 '네오패션', 그리고 중국과 동남아 물류망을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용성그룹'. 생존을 위해 시작한 작은 장사가 뜻밖의 성공을 거두면서 태성은 세 세력의 관심을 받게 되고, 각 진영은 그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하지만 태성은 누구의 말도 따르지 않는다. 그는 동대문의 낡은 유통구조를 뒤집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야망을 품는다.
View More새벽 네 시.
서울의 대부분 사람들은 아직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동대문종합시장은 달랐다. 화물차의 후진 경고음. 지게차의 엔진 소리. 원단 롤이 바닥을 구르는 둔탁한 소리. 수백 개의 불빛이 거대한 미로 같은 건물 안에서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곳을 시장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오래된 상인들은 알고 있었다. 이곳은 전쟁터였다. 누군가는 거래처를 얻고, 누군가는 거래처를 잃는다. 누군가는 가게를 넓히고, 누군가는 폐업한다. 매일 수천만 원이 오가고, 그보다 더 큰 신뢰와 배신이 오가는 곳. 그곳이 동대문이었다. "유비야! 아직도 멍하니 서 있냐!" 굵은 목소리가 창고 안을 울렸다. 유비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창고장 최씨가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갈 물건 안 보이냐?" "죄송합니다." 유비는 허리를 숙인 뒤 재빨리 원단 롤을 어깨에 둘러멨다. 무게만 족히 30킬로그램. 몇 년째 하는 일이었지만 여전히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유비는 불평하지 않았다. 고아로 자란 그에게 일자리란 감사한 것이었다. "오늘도 고생이 많네." 옆 가게 사장이 지나가며 말했다. 유비는 웃으며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은 무슨. 밤도 안 끝났는데." 상인은 피식 웃으며 사라졌다. 유비는 다시 원단을 옮겼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흘렀다. 그때였다. 창고 한쪽에서 소란이 들렸다. "없어졌다고?" "분명 어젯밤에 여기 있었어요!" "이거 거래처 물건인데 큰일 났잖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유비도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 고급 수입 원단 한 롤이 사라졌다는 이야기였다. 가격만 수백만 원. 창고장이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누가 가져간 거야?" "도둑 아니야?"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 순간. 한 남자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키가 크고 체격이 단단했다. 눈빛은 차분했다. 창고 직원들이 길을 비켰다. "관우 씨 왔다." "그럼 금방 해결되겠네." 유비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남자는 말없이 창고 바닥을 살폈다. 그리고 사라진 자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 분 후. 그가 입을 열었다. "도난 아닙니다." 주변이 조용해졌다. "예?" "지게차 기사 실수입니다." "어떻게 압니까?" 관우는 벽 쪽을 가리켰다. "바닥 자국."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원단을 끌고 간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관우는 그 흔적을 따라 창고 뒤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십여 분 후. 사라졌던 원단을 찾아냈다. 실수로 다른 거래처 물건 사이에 섞여 있었던 것이다. 순간 창고 안에서 탄성이 터졌다. "역시 관우네." "대단하다." 유비도 놀랐다. 그는 처음으로 관우를 바라보았다. 관우는 칭찬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마치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이. 유비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저 사람... 보통 사람이 아니군.' 그때 그는 아직 몰랐다. 훗날 자신과 관우가 같은 회사를 세우고, 동대문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경쟁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을. 그리고 그들의 이름이 수많은 상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을. 창고 밖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동대문의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제2화 「창고의 사나이」에서 계속)이른 아침.동대문 시장은 이미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유비와 관우, 장비.그리고 제갈량.네 사람은 함께 시장 골목을 걸었다.제갈량은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다."대표.""오늘은 거래를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사람을 만나러 온 것입니다."유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예전에 함께 거래했던 작은 원단 가게였다.문을 열자.백발이 성성한 주인이 유비를 바라보았다.잠시 놀란 표정.이내 반가운 미소가 번졌다."유 대표.""오랜만이군."유비는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그동안 찾아뵙지 못했습니다."주인은 씁쓸하게 웃었다."도원상회 일은 들었네.""마음고생이 많았겠어."유비는 변명하지 않았다.그저 담담히 대답했다."제 부족함이었습니다."주인은 한동안 유비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했다."그래도.""자네 사람됨은 변하지 않았겠지."그 말에.제갈량은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가게를 나선 뒤.장비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도.""다시 함께할 것 같습니까?"제갈량은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장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왜 찾아간 겁니까?""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무엇을요?""대표를 기억하는 사람이.""아직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장비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네 사람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이번에는 작은 염색 공장이었다.공장 주인은 유비를 보자 반갑게 손을 잡았다."대표님.""다시 얼굴을 보니 좋습니다.""언젠가는.""다시 일어설 줄 알았습니다."짧은 인사.하지만.유비의 마음은 무거워졌다.그를 믿는 사람들이.아직 시장 곳곳에 남아 있었다.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네 사람은 시장 끝 작은 다방에 앉았다.유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선생.""오늘은 계약도.""약속도 하나 없었습니다."제갈량이 차잔을 내려놓았다."맞습니다.""하지만.""대표는 오늘.""가장 중요한 것을 얻었습니다."유비가 바라보았다."사람들의 마음입니다.""사업은.
아침 햇살이 동대문 시장 골목을 비추고 있었다.유비는 평소보다 일찍 숙소를 나섰다.약속 장소는.제갈량의 작업실.문을 열자.제갈량은 이미 책상 위에 여러 장의 서류를 펼쳐 놓고 있었다.유비가 조용히 인사했다."선생."제갈량도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오셨군요."잠시 후.관우와 장비도 들어왔다.장비는 제갈량을 바라보다 말없이 한쪽에 섰다.관우 역시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제갈량은 두 사람을 향해 가볍게 목례했다."처음 뵙겠습니다."관우가 짧게 답했다."잘 부탁드립니다."장비는 아무 말 없이 팔짱만 낀 채 서 있었다.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유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오늘부터.""선생과 함께 새로운 길을 준비하려 합니다."장비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형님.""우린 가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사무실도.""거래처도.""자본도.""뭘 어떻게 시작하겠다는 겁니까."제갈량은 담담하게 장비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조용히 대답했다."그래서.""급하지 않습니다."장비가 눈살을 찌푸렸다.제갈량은 책상 위 서류 한 장을 유비 앞으로 밀어놓았다."대표.""오늘 회사를 세우지 마십시오."유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럼.""무엇부터 해야 합니까."제갈량은 동대문 시장 지도를 펼쳤다.붉은 표시가 여러 곳에 남아 있었다."먼저.""시장으로 돌아갑시다.""직접.""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대표를 아직 믿고 있는 사람.""대표를 기다리는 사람.""그리고.""새로운 길을 함께 걸을 사람.""그 사람들부터 찾겠습니다."관우가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순서가 맞습니다."장비도 말은 없었지만.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유비는 지도를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망한 회사를 다시 세우는 일이 아니었다.처음부터.다시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다.제갈량은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오늘은.""사업을 시작하는 날이 아닙니다.""사람을 찾기 시작하는 날입니다."유비는 미소를 지었다."그것이면
방 안은 조용했다.유비는 펼쳐진 시장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제갈량은 천천히 지도를 접었다."대표.""지금까지는.""시장을 말씀드렸습니다.""이제.""대표를 말씀드리겠습니다."유비는 자세를 바로 했다.제갈량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조조는.""위나라텍스타일을 바탕으로.""시장 전체를 하나의 질서로 만들려 할 것입니다.""힘으로.""모두를 묶으려 하겠지요."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손권은 다릅니다.""강동패브릭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입니다.""밖으로 크게 나가기보다.""지금 가진 것을 지키며 성장할 것입니다."잠시 침묵.제갈량의 시선이 유비에게 향했다."그렇다면.""대표는.""두 사람과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됩니다."유비가 물었다."어떤 길을 가야 합니까."제갈량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조조가 가지 못하는 곳.""손권이 관심 두지 않는 곳.""그곳에서.""대표의 세력을 만드십시오.""세력...""예.""시장에는.""늘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작지만 기술이 좋은 공장.""거래처를 잃은 상인.""실력은 있지만.""기회를 얻지 못한 젊은 사업가.""그들은.""지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유비는 눈빛이 달라졌다.그런 사람들을.자신도 많이 보아 왔다.제갈량은 말을 이었다."대표는.""그 사람들을 모으십시오.""혼자 강해지려 하지 마십시오.""약한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사람이.""결국 가장 강해집니다."유비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그 말은.사업의 전략이면서.동시에 자신의 삶과도 닮아 있었다.잠시 후.유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선생.""저를 도와주십시오."방 안이 고요해졌다.제갈량은 유비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대표.""제가 대표를 돕는 것이 아닙니다.""대표와.""같은 길을 걷겠습니다."유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깊이 예를 올렸다."부족한 저를.""잘 부탁드립니다."제갈량도 천천히
방 안은 고요했다.제갈량은 탁자 위에 놓인 동대문 시장 지도를 천천히 펼쳤다.그리고 세 곳에 손을 올렸다.위나라텍스타일.강동패브릭.그리고.비어 있는 한가운데.유비는 지도를 바라보았다.제갈량이 입을 열었다."대표.""지금 시장은.""두 사람이 나누어 가지고 있습니다."그의 손가락이 먼저 위나라텍스타일을 가리켰다."조조.""자본도.""유통도.""거래망도.""모두 가장 강합니다.""지금의 대표로서는.""정면으로 겨룰 상대가 아닙니다."유비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실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제갈량의 손이 이번에는 강동패브릭으로 옮겨갔다."손권.""규모는 조조보다 작지만.""자기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쉽게 흔들리지도.""쉽게 무너지지도 않습니다.""그러니.""적으로 돌릴 이유도 없습니다."잠시 침묵.유비는 지도 한가운데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제 자리는 어디입니까."제갈량은 손가락으로 비어 있는 공간을 가볍게 두드렸다."아직 없습니다.""...""그래서.""대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대표의 시장을 만드는 것입니다."유비는 숨을 죽였다.제갈량은 계속 말을 이었다."조조와 싸우려 하지 마십시오.""손권과 경쟁하려 하지도 마십시오.""먼저.""두 사람이 관심을 두지 않는 곳에서.""대표만의 기반을 만드십시오.""그 기반이.""훗날.""세 번째 축이 됩니다."유비의 눈빛이 흔들렸다."세 번째..."제갈량은 미소를 지었다."시장은.""둘이 나누는 것보다.""셋이 균형을 이루는 편이 오래갑니다.""대표는.""그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해야 합니다."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유비는 지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지금까지 그는.강한 회사를 이기는 방법만 생각했다.하지만 제갈량은.아예 다른 판을 그리고 있었다.잠시 후.유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기반을 얻은 뒤에는."제갈량은 지도를 접으며 담담히 대답했다."그 이야기는.""다음
초가을.동대문 시장의 공기는 묘하게 무거웠다.관리비 인상.점포 재배치.창고 임대료 상승.상인들의 불만은 이미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하지만 누구도 먼저 나서지 못했다.동탁이 무서웠기 때문이다.그러던 어느 날.유비 앞으로 한 통의 초청장이 도착했다."북부 상인 간담회."발신인.원소섬유그룹.장비가 눈을 크게 떴다."원소?"관우도 잠시 손을 멈췄다.원소.동대문 북부 최대 세력.명문가 출신.수많은 거래처.압도적인 자금력.동탁과 맞설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장비가 물었다."갑니까?"유비
초선이 다녀간 이후.도원원단상회는 뜻밖의 활기를 띠고 있었다.신진 디자이너 박람회.규모는 크지 않았다.하지만 업계에서는 꽤 주목받는 행사였다.유비는 행사 자료를 읽고 또 읽었다."잘하면 새로운 거래처를 많이 확보할 수 있겠어."장비는 신이 났다."그럼 우리도 이제 메이저 회사 되는 겁니까?"관우가 말했다."아직 멀었다.""형은 꼭 찬물 끼얹더라."그때.가게 전화가 울렸다.따르르릉.유비가 전화를 받았다.잠시 후.표정이 굳었다."무슨 일입니까?"관우가 물었다.유비는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미
장비와 여포의 승부가 있었던 다음 날.동대문 시장에는 아직도 그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봤어?""장비랑 여포?""원단 100절 옮긴 거?"---장비는 신이 나 있었다.---"이제 나도 유명인이다."---관우가 말했다.---"원래도 유명했다."---"그래?"---"동네 미친놈으로."---유비가 웃음을 터뜨렸다.---장비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그때.---띠링.---가게 문이 열렸다.---세 사람 모두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순간 놀랐다.---초선이었다.---
"시작!"---관우의 외침과 함께.장비와 여포가 동시에 움직였다.---원단 100절.---창고 한쪽 끝에서 반대편 적재구역까지 옮기는 단순한 경기.---하지만.---그 광경은 전혀 단순하지 않았다.---장비는 원단 다섯 절을 한꺼번에 어깨에 둘러메고 달리기 시작했다.---"오오오!"---구경꾼들이 환호했다.---"괴력이네!"---"역시 장비!"---장비는 신이 났다.---"하하하!"---"이 정도쯤이야!"---그런데.---옆을 보니.---여포가 보이지 않았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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