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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Author: 적매화
최지습은 조용히 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앞에 서 있던 소하는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대군자가를 뵙습니다.”

최지습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는 낮은 목소리로 간결히 말했다.

“가자.”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장 앞서 걸었다. 소하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그 말의 의미를 헤아렸다. 최지습은 따로 그와의 자리를 마련하기보다는 함께 걸으며 이야기하자는 뜻이었다. 그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조용히 최지습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말없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들이 함께 발을 맞춰 걸어온 길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묵직한 침묵을 품은 채 걸음을 옮기던 두 사람은 궁궐 깊은 곳의 어화원에 다다랐다.

“이 어화원의 매화나무도 결국은 정암이 심은 그 한 그루만 못하군요.”

진심 어린 한마디였다. 궁궐 속 정성껏 가꾼 수많은 매화나무조차 정암이 손수 심고 돌보던 그 나무만큼은 생기를 품지 못했다. 하지만 이 말은 듣는 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소하 역시 이를 눈치채고 정정하려 했으나 최지습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단이의 마음속에서 정암을 능가할 사람은 없어.”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정암은 김단의 그 어둡고 쓰라린 시간 속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었다. 모두가 그녀를 버렸을 때 아무 조건 없이 곁에 있어주겠노라 약속해 준 사람. 그런 존재를 감히 누가 대신할 수 있겠는가? 소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웃었다.

“대군자가 또한 그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분이십니다.”

최지습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소하의 얼굴에는 봄날의 빛처럼 희미하게 웃음이 비치고 있었고 그의 눈빛에는 낯설 만큼 온기가 어려 있었다.

“맹가의 일은 들었습니다. 며칠 동안 제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물어봤습니다. 과연 저라면 대군자가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맹 판서의 꾀를 꿰뚫고 계획을 무너뜨릴 수 있었을까? 김단을 해치려는 자들을 벌하면서도 동시에 다시는 감히 손대지 못하게 억제할 수 있었을까? 그 모든 질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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