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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1화

Author: 적매화
이때 매화당 밖으로 쫓겨난 임원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몸종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가씨, 도련님께서 마치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고 계십니다. 혹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임원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도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임학이 갑자기 미쳐버린 것은 오히려 그녀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임씨 부인 앞에서 가련한 모습을 보이며 동정을 얻을 기회!

임원도 알고 있었다.

비록 진산군과 임씨 부인이 한때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자신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 이 기회를 이용해 다시 그들의 총애를 되찾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은 임원은 곧장 임씨 부인을 찾아갔다.

그러나 몸종들은 임씨 부인이 대청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임원은 일부러 손님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대청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은 채 곧장 임씨 부인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었다.

“어머님, 부디 억울한 저를 헤아려주세요! 오라버니가 갑자기 저를 매화당에서 쫓아냈어요! 오라버니가 저를 밀치는 바람에 발목까지 삐었단 말입니다!”

임씨 부인은 곁에서 무릎 꿇고 흐느끼는 임원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살벌할 정도로 차가웠다.

그녀는 손을 들어 옆자리에 앉아 있는 부인을 가리키며 차갑게 물었다.

“저분을 한 번 보거라. 누군지 알겠느냐?”

임원은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녀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사람은 임원을 향해 환히 웃어 보이며 말했다.

“역시 원이구나! 네가 정말 많이 컸네! 키도 훨씬 커지고 얼굴에 살도 올랐구나!”

“조… 조 할머니”

임원은 저도 모르게 나지막이 이름을 불렀다.

임씨 부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역시 알아보는구나!”

임원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지금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고 조 할머니가 왜 느닷없이 이곳에 나타났는지도 전혀 알 길이 없었다.

그때 조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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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땅의 사람들은 아이는 하늘이 내려 준 선물이라고 굳게 믿었다.하늘의 선녀가 눈여겨본 집안에만 아이를 하나씩 보내 준다고 말이다.그러다 간혹 아이가 장난꾸러기라 좀처럼 내려오려 하지 않는다면 노한 선녀가 억지로 땅에 내려보낸다고 했다.아이 몸에 난 작은 반점은 선녀가 손가락으로 콕 찔러 남긴 자국이고조금 더 큰 반점은 선녀가 세게 꼬집은 흔적이며그보다 더 크면 아이가 하도 말을 안 들어 선녀가 참다못해 발로 걷어차서 생긴 거라고 생각했다.임씨 부인의 가슴은 미칠 듯이 아려왔다.예전에 유모가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줄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이 아이는 분명 장난꾸러기일 겁니다. 그러니 선녀가 억지로 허리를 꼬집어 이 땅에 보낸 거겠지요.”실제로 아기의 허리에는 태어날 때부터 붉은 반점이 있었다.그 기억이 떠오르자 임씨 부인은 천천히 임원을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너, 혹시 몸에 태어날 때부터 있던 반점 같은 것이 있느냐?”임원은 깜짝 놀라 안색이 새파래졌다.그녀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다급히 외쳤다. “어머님, 저 여자의 헛소리를 듣지 마세요!”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씨 부인은 싸늘한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여봐라! 이 아이를 끌고 나가 옷을 모조리 벗기고 확인해 보거라!”“예!”곁에 있던 몸종들은 즉시 임원을 붙잡아 끌고 나갔다. 임원은 필사적으로 버텨보려 몸부림쳤지만 그들을 당해 낼 수는 없었다.이윽고 대청 안은 다시금 고요해졌다.임씨 부인은 앉아 있기조차 힘겨운 듯했지만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조 할머니에게 말했다.“계속 말씀해 주시지요.”이미 조 할머니의 얼굴에서도 웃음기는 사라지고 없었다.그녀는 조심스레 이야기를 이어갔다.“그때 마님께서는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고 곁에 의원이 돌봐주고 있었기에 저희가 나설 필요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원이 어미도 만삭이어서 제가 부축해 방으로 돌려보냈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그날 밤 원이 어미가 진통을 시작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주변에 다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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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돼... 더 이상 생각하면 안돼…그녀는 이제 버티기 힘들었다.바로 그때, 아까 임원을 데리고 나갔던 몸종들이 다시 그녀를 부축하면서 돌아왔다.“마님, 둘째 아가씨의 허리에는 반점이 없습니다.”이 말을 듣자 조 할머니가 급히 나섰다. “원이는 마님의 친딸이 아니니 반점이 있을 리가 없지요.”임원은 울며 부르짖었다.“어머님, 그게 아닙니다! 저 독한 노파의 헛소리를 듣지 마세요!”하지만 임씨 부인은 마치 무거운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한때 그녀도 임원을 의심했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보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심지어 한때는 임원과 단이가 쌍둥이는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던 적도 있었다.혹시나 아이들을 받아준 산파가 둘 중 한 명을 몰래 빼돌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래서 그녀는 두 아이를 모두 사랑했고 누구도 포기할 수 없었다.차라리 자신이 쌍둥이를 낳았다고 믿으면 믿었지 임원이 친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임씨 부인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간신히 마음을 다잡았다.그리고 손을 들어 먼발치에 서있는 몸종에게 명령했다.“얼른 대감님과 임학을 모셔오거라!”그녀는 혼자서 이 일을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몸종은 짧게 대답하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한편 임원은 흐느끼며 애원했다.“어머님, 아무리 그래도 남의 말을 그렇게 쉽게 믿으시면 안 돼요. 어머님…”“입 다물 거라!”임씨 부인은 이미 분노로 인해 목소리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대감님과 임학이 오기 전까지 네 말은 단 한 마디도 듣고 싶지 않구나!”더 이상 그녀의 변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았다.한 자루 향이 거의 다 타들어갈 무렵 진산군과 임학이 도착했다.임씨 부인은 분한 마음에 가슴이 떨려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이에 조 할머니가 나서서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낱낱이 설명했다.곁에 있던 몸종들도 한마디 거들었다.“방금 둘째 아가씨의 허리를 확인해 보았지만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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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25화

    “예!”몸종들은 황급히 대답하고는 임원을 밖으로 질질 끌고 갔다.임원은 애타게 애원했다.“아버님, 저는 정말 아버님의 딸이에요! 남들의 거짓말을 믿으시면 안 돼요!”그러나 진산군은 끝내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았다.보름 후김단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 들어온 것은 천장의 낡고 허름한 들보였다.여기는 어디지?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여러 기억들이 물밀듯 떠올랐다.그중에서도 장양강에 빠졌던 순간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그러자 심장이 순식간에 미친 듯 요동쳤고 공포에 사로잡혔다.장양강은 잔잔한 강이라 물에 빠져도 금세 헤어 나올 수 있으리라 여겼다.그러나 수면 아래 그렇게 거센 물살이 도사리고 있을 줄이야. 김단은 순식간에 강바닥으로 휩쓸려 내려갔다.몇 차례나 필사적으로 헤어 나오려 발버둥 쳤으나 거센 물살 앞에서 그녀는 속수무책이었다.그러다 결국 의식을 잃고 말았다.그렇다면 지금 여긴 어디일까?김단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러나 왼쪽 다리에서 갑작스럽게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윽…!”그녀는 숨을 들이켰다.급히 이불을 젖혀올리니 왼쪽 다리가 몇 개의 나무판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설마 부러진 걸까?그때 마침 방문이 벌컥 열렸다.소박한 차림의 한 여인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탕약 한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그 여인은 김단이 눈을 뜬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외쳤다.“아이고야! 정신을 차렸구먼! 드디어 깨어나셨소?”그렇게 외치며 성큼성큼 다가왔다.그녀가 들고 있던 탕약이 출렁이며 잔뜩 쏟아졌다. “앗 뜨거워라!”입을 삐쭉이며 손등에 떨어진 탕약을 털어내더니 약그릇을 침상 곁의 작은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그러고는 다시 김단을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젊은 처자, 정신이 드시오? 혹 자기 이름은 아시오? 사람은 알아볼 수 있겠소?”그 여인의 피부는 햇볕에 그을려 거무스름했다.한눈에 보아도 오랫동안 바깥일을 해 온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목소리도 다소 거칠었지만 말투는 유난히 부드러웠다.혹여나 목소리를 조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26화

    최지습은 꿈에도 몰랐다.오래전 자신이 직접 새겨 두었던 물건이 다시금 자신의 눈앞에 나타날 줄이야.그 자그마한 평안 고리는 마치 한 자루 열쇠처럼 그가 오래도록 가슴 깊이 봉인해 두었던 기억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피비린내 풍기는 바람, 들판 가득 널린 시신들그 모든 광경이 그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고맙습니다.”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최지습은 과거의 회상에서 깨어났다.그는 평안 고리에서 시선을 거두고 김단을 바라보았다. 그는 살짝 고개만 끄덕이고는 아무 말 없이 떠나버렸다.그 모습을 본 여인은 익숙한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놀라지 마시오. 저분은 원래 말수가 적으신 분이시니. 그래도 마음은 따듯한 사람이오. 그때 그분이 아니었으면 우리 마을은 진즉 늑대의 침습을 받았을 거요.”그 여인은 묵혀두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려 했다.그러나 김단의 마음속에는 다른 걱정이 자리하고 있었다.김단은 결국 그녀의 말을 자르며 물었다.“실례지만, 아주머니… 여기서부터 한양까지 얼마나 멀어요?”“한양?”그 여인은 깜짝 놀라 외쳤다.그 소리에 마당에서 장작을 패던 최지습마저 도끼질을 멈추고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김단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정말 한양에서 여기까지 떠내려온 거요?”김단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제가 실수로 장양강에 빠지고 말았어요.”“아이고 맙소사! 여기서부터 한양까지 족히 삼백 리는 될 텐데. 우리 마을 어귀의 그 조그만 강이 장양강과 이어져 있었다니.”삼백 리라...설령 길이 평탄하다 해도 밤낮으로 말을 달려야 보름은 족히 걸릴 거리였다.김단은 가슴이 두근거렸다.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 다시금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 여인의 말대로라면 김단은 장양강의 지류를 타고 이곳까지 떠밀려 온 것이 분명하다.지류를 통해 왔다면 소한도 당장에는 눈치를 채지 못할 터.그러니 쉽게 그녀를 찾아내지는 못할 것이다.결론적으로 보면 이제 그녀는 안전하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27화

    거칠게 갈라진 손바닥에는 두터운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하지만 그 손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는 김단의 가슴속 깊이 스며들었다.“많이 힘들었겠소.”아주머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김단의 온몸에 난 상처 자국들이 너무나 끔찍했기 때문이다.백우가 말하기를, 김단이 그날 입고 있던 옷차림은 부잣집 몸종 같았다고 했다.부잣집이면 다란 말인가? 어떻게 몸종을 이 지경이 되도록 때릴 수 있단 말인가? 몸종의 목숨은 목숨도 아닌 걸까? 만약 이 어린 것의 부모가 이 꼴을 본다면 대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그러나 아주머니는 이 말들을 끝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김단의 상처 난 마음을 건드릴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의 눈물을 본 김단 역시 자신도 모르게 눈가가 붉어졌다.“춘 숙모, 이러지 마세요. 저는 이제 정말 괜찮아요.”이제 그녀는 한양을 떠나 그 사람들에게서 완전히 멀어졌다.아팠던 과거는 모두 지난 일이다.한양에서 며칠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찾지 못한다면 그 사람들은 분명 그녀가 죽은 줄로 여길 것이다.숙희, 그 아이는 분명 슬퍼하겠지만 이각이 곁에서 보살펴 주고 있으니 별일 없을 것이다. 또한, 소하 역시 그녀를 대신해 숙희를 살펴 줄 테니 이제 더 이상 걱정할 것도, 미련 가질 것도 없었다.앞으로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할지는 일단 몸을 다 추스른 후에 결정하기로 했다.김단의 말에 아주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소. 다 지나간 일이오. 여기서 푹 쉬면서 몸부터 회복하시오! 아 참, 이제 막 깨어났으니 내가 늙은 암탉 한 마리를 잡아 진하게 삼계탕을 끓여 줄 생각이오. 기운 좀 차려야 하지 않겠소.”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아주머니는 벌떡 일어나 총총 밖으로 나갔다.김단이 만류할 틈도 없이 그녀는 어느새 문밖으로 사라져버렸다.아주머니가 나오자 최지습은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내려놓고 일어서서 그녀를 배웅하려 했다.“아이고, 괜찮습니다!”아주머니가 급히 손을 내저었다.“저는 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28화

    어쩌다가 이렇게 산산조각이 나 버린 거지?김단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촉촉해졌다.이 옥팔찌는 정씨 가문에서 그녀를 인정한 증표이자 그녀와 정암의 관계를 증명해 주는 물건이었다.김단이 그동안 이 팔찌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간직해 왔던가.그런데 결국에는 이렇게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가슴 한구석이 시큰하게 저려 왔다.김단은 고개를 푹 숙였다.감정에 쉽게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을 백우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나지막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고맙습니다. 백우님.”말을 마친 김단은 몸을 돌린 후 벽에 의지한 채 절뚝거리며 방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백우는 이미 옥팔찌 위로 떨어지는 그녀의 눈물을 보았다.한편, 같은 시각삼백 리 떨어진 한양에서는 김단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이 소식에 놀란 진산군과 임씨 부인은 다급히 밖으로 달려나갔다.임씨 부인은 가는 내내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진산군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고 있었지만 그녀의 손바닥은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목적지에 도착하자 마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눈앞에 놓인 커다란 관을 보게 되었다. 그걸 보는 순간 임씨 부인은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분명 김단을 찾았다고 하지 않았었나?그런데 왜 날 맞이하는 것은 김단이 아니라 관인 거지?임학의 두 눈 밑은 검푸르게 물들어 있었다.진산군과 임씨 부인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임씨 부인은 비틀거리며 그에게 다가섰다.“학아… 사람은? 이 어미를 놀라게 하지 말거라... 이... 이 안에 있는 것이……”임학은 여전히 차갑게 굳은 얼굴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사실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임학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찾아보거라” 혹은 “계속 수색해 보거라”그것뿐이었다.그토록 필사적으로 찾아 헤맸건만 결국 이런 모습이라니…멀지 않은 곳에는 소한이 맥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시선은 커다란 관에 고정되어 있었고 차가운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29화

    관을 여는 순간 코를 찌르는 듯한 지독한 악취가 몰려왔다.진산군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토할 뻔했다.그는 관 속에 든 시신을 확인하고는 너무 놀란 나머지 연거푸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시신은 이미 부풀어 오르고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여인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고 피부 색마저 변해 있었다.그러나 진산군은 시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다.“이건 단이가 아니다!”그 말을 들은 순간,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있던 소한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진산군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마치 한 줄기 희미한 희망이 비치는 듯했다.놀란건 임학도 마찬가지였다.진산군이 이렇게까지 확신하는 것을 보니 정말 단이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소하는 본능적으로 소한을 한번 힐끗 바라본 뒤 조심스레 물었다.“진산군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진산군이 떨리는 목소리로 꾸짖었다.“너희들 모두 정신이 나갔느냐? 단이의 몸은 원래 흉터투성이였던 것을 모르느냐? 설마 물에 빠졌다고 해서 흉터가 사라지기라도 한단 말이냐?”이 관 속의 시신에는 흉터가 없었다!이 점은 소한과 소하 또한 수상쩍게 여기던 부분이었다.소하는 다시 한번 소한을 흘깃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한이가 말하길, 예전에 단이에게 흉터를 없애는 연고를 건넸다고 하더군요. 아마 그 연고 덕분에 단이의 흉터가 사라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진산군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소한이 줬다고 해서 단이가 그걸 썼을 것 같으냐?”그는 차갑고 무거운 말투로 되물었다.“단이를 몰라서 하는 말이냐? 그 아이가 어떻게 소한의 물건을 쓰겠느냐!”그는 알고 있었다.단이는 소한을 증오하고 자신들까지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그러므로 그녀가 소한이 준 연고를 썼을 리 없었다.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고통이 밀려오자 진산군은 눈물을 훔치며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이 아이는 단이가 아니다! 절대!”그러자 임학이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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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90화

    이튿날 아침, 김단은 궁무를 맡지 않았기에 평양관저에 머물며 맹영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맹영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김단의 곁에 있을 때만큼은 그녀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조용한 정원, 김단은 맹영지와 함께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계수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숙희가 건네준 과자가 들려 있었고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져있었다. 맹영지는 고개를 들어 만개한 계화를 바라보며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소하가 평양관저를 찾아왔으나 그는 맹영지와의 만남을 최대한 피하려 애썼다. 아마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함이었을 것이다.김단은 맹영지를 바라보며 과거 소하가 왜 그리도 그녀를 칭찬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한때 소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여인답게 그녀는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하지만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가까웠던 두 사람이었는데 맹영지는 어쩌다 소하에게 독을 먹이려 했던 것일까?김단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맹영지의 몸과 마음이 회복되면 그때 자연스럽게 그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김단이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평양관저의 겸인이 급히 달려와 말했다.“아가씨, 맹가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이런 큰일이 발생했으니 맹씨 집안에서 그녀를 보러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김단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겸인에게 말했다.“알겠소. 이리로 모셔오시오.”잠시 후, 맹씨 부인이 정원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김단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한 뒤 슬픈 눈으로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김 의원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의원님이 아니었다면 제 딸이 그 짐승 같은 자에게 학대받으며 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맹씨 부인의 눈동자가 붉어졌다.김단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하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과찬이십니다, 맹씨 부인. 민태훈, 그 자의 말에 따르면 맹영지 아가씨의 병은 이미 4~5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완전히 회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9화

    소한은 코웃음을 치며 말없이 등을 돌렸다.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소하의 조용한 목소리가 방안의 침묵을 깨뜨렸다.“이번에는 정말 잘했어.”영의정 저택에서 벌어진 일은 소한이 형벌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소하의 귀에 들어갔다. 만약 소한이 과감하게 영의정 저택에 침입하지 않았다면 김단은 쉽게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비록 민씨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김단을 해치지 못한다고 해도 그녀가 겪었을 모욕과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소하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소한은 많이 당황한 듯했다.“제가 충동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때로는 그 충동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소한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김단의 얼굴을 떠올렸다. 처음에 그녀도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 듯했지만 곧 냉랭한 표정으로 일관하였다. 김단은 마차에 오를 때까지 자신에게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과거의 그녀였다면 그가 나타나자마자 바로 그의 품에 안기며 그를 향해 미소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너무나도 차갑게 변해버렸다. 자신을 외면하는 그녀가 소한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그는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며 굳게 결심했다.그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이미 어떤 대가든 치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반 시진 후, 김단은 방 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러자 숙희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아가씨?”김단은 정신을 차리고 숙희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냐?”“두 도련님께서는 모두 돌아가셨습니다.”김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전 발생한 일을 되새겨 보았다. 그녀는 소한이 오랫동안 계획해 온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에도 그는 소가를 위해, 전하를 위해 심지어 임원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러나 그녀만은 제외였다.그녀는 소한이 자신의 어머니를 걱정하는 척하며 평양관저로 따라온 것도 단지 자신의 동정심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상처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8화

    김단은 아무 말 없이 소한을 부축하며 걸었다. 궐에서 나오는 길은 유난히 길고 고요했다. 그들의 발걸음은 무겁고 느렸으며 말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궐문에 도착했을 때 소한의 마차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는 아마도 말을 타고 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의 상태로 다시 말을 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된 김단은 곁에 있던 경씨에게 부탁했다.“도령님, 장군님을 먼저 집으로 모셔다 주실 수 있겠습니까?”그러자 소한이 놀란 듯 김단을 바라보며 물었다.“내게 약을 발라주지 않겠다는 것이오?”김단도 당황해하며 되물어 보았다.“소가에는 의원이 없습니까?”소한은 김단의 물음에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의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니께서 내가 또 다쳤다는 걸 아시면 얼마나 걱정하겠소? 그러니 그냥 근처에서 치료받을 것이오. 낭자는 신경 쓰지 말고 먼저 돌아가시오.”김단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먼저 평양관저로 함께 가서 약을 바르시죠.”소한은 그녀의 제안에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불편하지 않겠소?”김단은 그를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괜찮습니다.”그렇게 소한은 김단과 함께 평양관저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김단의 몸종 숙희였다.소한을 발견한 그녀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러자 김단이 숙희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숙희야, 장군님을 객실로 안내해 주거라. 나는 약을 준비하러 가야겠구나.”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김단의 지시를 따랐다.객실에 혼자 남은 소한은 조심스럽게 상의를 벗고 등을 드러냈다. 그의 등에는 형벌로 인한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그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등을 바라보며 오늘의 형벌이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음을 깨달았다.하지만 그는 김단이 이 상처를 보면 마음 아파할 것이라 생각하며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잠시 후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약을 들고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7화

    긴장감이 맴도는 분위기 속에서 전하는 이해 안 되는 듯한 어투로 물었다,“조선의 장군인 네가, 수많은 전공을 세운 네가, 원하는 여인 하나 얻는 것이 그리 어렵단 말이냐? 어찌 김단 하나 때문에 수년간 공들여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야? 그 낭자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전하의 말투는 엄중했지만 그 속에는 실망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그러자 소한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그렇습니다.”전하는 눈썹을 찌푸리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김 의원, 들었소?”그 순간 소한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조용히 서있는 김단이 있었다. 그녀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소한은 그녀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가 이 모든 대화를 들었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그녀의 표정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소한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김단, 왜 이곳에 있는 것이오?”그녀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와 무릎을 꿇고 전하에게 예를 올렸다.“소녀 김단, 전하를 뵙습니다.”전하는 손짓으로 그녀를 일으키며 말했다.“일어나거라. 오늘 발생한 일에 대해 자세히 말해 보거라.”김단은 소한을 보지 않기 위해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차분하게 사건의 전말을 설명했다. “제가 직접 목격한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민대부를 제외하고는 영의정 댁 장남의 부인에게 감히 손을 댈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입니다.”전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맹 낭자의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 두 명의 궁녀를 보내겠다. 평양관저에서 확인해 보도록 하거라.”학대의 이유가 무엇이든 맹영지는 필시 중전의 친척이었다. 만약 폭력을 가한 사람이 민대부라고 할지라도 이는 중전의 가문을 모욕하는 행위와 다름없었기에 결코 그를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전하는 소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어쩌면 네 죄가 묻힐 수도 있겠구나.”민씨 가문의 잘못이 드러나게 된다면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6화

    소한은 곧바로 병사들과 함께 어서재에서 물러났다.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향 한 자루가 탈 정도의 시간이 흘러 있었다.소한이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본 전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냉랭하게 물었다.“영의정이 너를 더 때리라고 명하지 않았느냐?”소한은 조용히 전하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대답했다.“전하의 깊은 뜻을 아는 자입니다. 그러니 더 심한 처벌을 요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전하는 코웃음을 치며 다시 물었다.“그렇다면, 내 뜻이 무엇이더냐?”소한은 고개를 들어 전하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전하께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서 영의정을 불러 제가 벌을 받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게 하셨죠. 그리고 동시에 제가 전하의 사람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셨습니다. 전하께서는 영의정이 이 사실을 눈치채기 바라신 것 아니었습니까?”전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던 붓을 책상에 내던지며 소리쳤다.“이 불경한 자식아! 내 너를 아낀다고 해서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하느냐? 영의정 저택 외에 또 어디에 첩자를 심어두었느냐?”소한은 눈을 내리깔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3품 이상의 모든 관료의 집에 첩자를 두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전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소한을 가리켰지만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였다.그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참 동안 방안을 서성이었다.잠시 후 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다시 한번 소리쳤다.“네가 감히! 그렇게 많은 곳에 첩자를 심어두고 무슨 일을 꾸미려는 것이냐? 이렇게 행동하면 내가 소씨 집안을 멸문시켜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소한은 여전히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조용히 말했다.“저도 위험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다섯 해 전, 저희 소가는 거의 멸문 당할 뻔했습니다.”그 해 소하가 지닌 병권은 다른 집안의 탐욕스러운 먹잇감이 되었고 그로 인해 조정의 문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5화

    김단은 그제야 잊고 있었던 민태훈을 떠올렸다.그녀는 맹영지를 몸종에게 맡기고 민태훈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의 허벅지에 박힌 은침을 뽑아냈다.침이 빠져나가자마자 민태훈은 마치 고통에서 해방되기라도 한 듯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한 가닥의 은침이 이토록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큰 마님은 김단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그녀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말이다.그때 경씨가 마차를 몰고 도착했다. 김단과 몸종이 맹영지를 부축하며 걸어 나오자 경씨는 놀란 얼굴로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낭자, 괜찮소?”방금 전 김단이 영의정 저택에서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소한은 급히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덕분에 한발 늦게 도착한 경씨는 자신이 더 일찍 김단을 챙기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말했다.“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소.“김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대답했다.“저는 괜찮습니다. 먼저 맹 아가씨를 평양관저로 모시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그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김단과 몸종이 맹영지를 부축하며 마차에 오르자 경씨는 바로 마차를 출발 시켰다.김단은 마차에 오르기 전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조용히 서 있는 소한에게로 향했다. 소한은 그녀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김단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소한은 그런 김단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 후 소한은 곧장 궁으로 향했다.어서재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앉아 오늘 영의정 저택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에게 보고했다.그의 말을 들은 전하는 노여움을 감추지 못하며 소한을 꾸짖었다.“네가 감히 허락도 없이 영의정 저택을 침입했단 말이냐? 정말 대담하구나! 내가 너를 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느냐?”그러나 소한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벌을 달게 받겠습니다.“전하는 그의 담담한 태도에 더 분노하며 외쳤다.“민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4화

    김단은 민씨 부인의 말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파악했다.보내서는 안 된다라...오늘 이 자리에서 맹영지뿐만 아니라 김단 자신도 민가를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김단은 민씨 부인이 자신의 아들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릴 줄 몰랐다.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선택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김단의 눈빛이 서서히 날카롭게 변해갔다. 그녀의 내면에서는 분노와 실망이 교차했다.큰 마님은 민씨 부인의 표정을 보고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했다.맹영지의 몸에는 증거가 남아있었고 그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면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하지만 지금 김단을 보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분명 궐로 들어가 이 일을 고발할 게 뻔했다.지금 김단을 적으로 돌린다면 그에 따른 후과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큰 마님은 사랑하는 손자를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김단을 보내면 민태훈의 입지가 위험해질 것이고 보내지 않는다면 민가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그러기에 그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그때, 한 하인이 급히 달려와 외쳤다.“큰 마님! 소 장군님께서 오셨습니다!”소 장군? 소한을 말하는 것인가?그의 이름이 언급되자 큰 마님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소한이 이렇게 빨리 이곳에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김단도 그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녀가 생각에 잠긴 사이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큰 마님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뵙게 되어 송구합니다.”모두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당당하게 정원으로 걸어 들어오는 소한의 모습이었다.“소한, 주인의 허락도 없이 들어오다니! 대체 영의정 저택을 무엇으로 보시는 것이오? 이곳은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이 아니오.”소한은 그 말을 한 사람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이런 무례를 범한 것은 제 잘못입니다. 곧 전하 앞에서 사죄드리지요.”그는 정원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더니 큰 마님에게 다가가 정중히 인사했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3화

    머뭇거리는 그들의 모습에 김단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마님, 만약 지금 이 자리에서 저를 막으신다면 저는 곧장 궐로 가 이 모든 일을 고할 것입니다.”그녀의 말은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그 안에는 확고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김단의 말이 끝나자 민가의 사람들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큰 마님은 눈썹을 찌푸리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그녀는 김단이 단순한 의원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김단은 진산군 댁의 적녀이자 평양원군의 의남매이다. 그리고 그녀는 소가의 두 형제와도 깊은 인연이 있었다. 지금 그녀를 적대시하는 것은 곧 여러 권세 있는 가문을 적으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었다.큰 마님은 민태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통에 찬 얼굴로 땀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그러나 동시에 마음속에는 김단에 대한 의심도 피어올랐다. 만약 그녀의 말이 과장된 것이라면 민씨 가문은 부당한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한참을 고민하던 큰 마님은 굳게 결심한 듯 민씨 부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네가 직접 확인해 보거라. 만약 낭자의 말이 거짓이라면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민씨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단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김단은 조심스럽게 맹영지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녀의 팔 안쪽에는 선명한 멍 자국이 여러 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민씨 부인은 숨을 들이켰다.“이런 상처가… 정말로…”그녀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자 김단은 차분하게 말했다.“다리 쪽은 더 심각합니다. 보시겠습니까?”민씨 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이 상처, 정말로 태훈이의 짓입니까?”김단은 잠시 침묵하더니 그녀의 말에 대답해 주었다.“제가 직접 본 것은 아닙니다.”그 말에 민씨 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태훈이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닙니다. 어릴 적부터 착하고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던 사람이었단 말입니다.”김단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2화

    공주의 이름이 거론되자 민씨 일가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스쳤다. 그러나 큰 마님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낭자가 공주의 명을 받고 우리 영의정 저택에 들어와 병자를 돌보는 것은 알겠소. 허나 공주의 허락 없이 사람을 해치는 것은 무엄한 일이오. 공주라 할지라도 국법을 지켜야 하지 않겠소? 그러니 함부로 공주의 이름을 빌어 협박하지 마시오.”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단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참으로 옳은 말씀이십니다.”민가의 큰 마님은 김단이 드디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신을 치켜세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단의 입가에는 더욱 짙은 미소가 떠올랐고 눈빛에는 경멸이 스쳤다.“공주님께서도 국법을 지키셔야 하는데 민가의 사람들은 더욱 그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민가의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를 높이며 반박했다.“그게 무슨 뜻이오? 우리 민씨 일가는 예로부터 법을 준수하며 국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소!”“김 의원께서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우리 민가에 누명을 씌우려는 것 아니오?” 김단은 그저 조용히 서서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김단의 이런 차분한 태도가 큰 마님의 신경을 건드렸다.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김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큰 며늘 아씨는 중전마마의 친조카이시며 공주자가의 사촌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그분의 치료를 맡게 되었지요. 원래는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으나 오늘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누군가가 큰 며늘 아씨의 회복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의원으로서 제 환자가 이곳에서 고통받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으니 제가 데려가야겠습니다. 만약 제 앞을 가로막으신다면 다음번에는 민대부님의 다리에 은침을 꽂아 버릴 것입니다.”이에 큰 마님은 지팡이를 바닥에 세게 내리치며 외쳤다.“허튼소리 마시오! 낭자의 의술이 부족해서 생긴 일을 왜 우리한테 덮어씌우려는 것이오?”“맞소! 무슨 명의의 제자라더니... 다 헛소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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