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화

Author: 적매화
한편, 김단의 부축을 받아 방으로 들어온 큰 마님의 병세가 악화하였다.

임씨 부인의 말대로 큰 마님의 건강은 예전 같지 않았다.

금일 무리를 해서인지 눕자마자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다행히 큰 마님을 모시고 있던 몸종이 미리 의원을 불러왔고 침소에 누운 그녀에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

한 시진이 훌쩍 지나서야 그녀는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김단은 처음 보는 모습에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큰 마님은 당황한 김단에게 손짓을 했다.

김단은 혹여 자신 때문에 그녀의 병세가 악화할까 봐 눈물을 참으며 곁으로 다가갔다.

“많이 놀랐느냐?”

부드러운 목소리에 김단은 코를 훌쩍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무병장수하시겠다고 약조하셨잖아요.”

하지만 큰 마님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아 보였다.

“이 할미도 오래오래 네 곁에 남아 널 지켜주고 싶구나.”

큰 마님은 불현듯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할미가 너에게 좋은 혼 자리를 알아봐도 되겠느냐?”

건강이 그리 악화되지 않았을 때, 이 집안에서 자리를 잡고 있을 때, 손녀를 위한 좋은 혼사를 찾아주는 게 그녀가 김단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도였다.

그 뜻을 모를 리 없었던 김단이었지만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소녀는 조모님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3년간 그녀는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

15년간 함께한 가족도 하루아침에 버리는 마당에 피도 섞이지 않은 부군에게 자신의 일생을 맡길 수 없었다.

이번 생은 조모님의 곁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조모님이 세상을 뜨면 이 집을 나가 홀로 살기로 했다.

절에 들어가 수행을 하는 게 이 집안 사람들과 얽히는 것보단 나았다.

큰 마님도 그녀의 성정을 모를 리 없었다.

한번 결심한 일은 누가 뭐라 해도 할 성정이기에 큰 마님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아꼈다.

김단은 큰 마님이 잠들 때까지 곁을 지키다가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그녀가 별당으로 들어가자마자 숙희가 다가왔다.

“아씨, 둘째 아씨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임원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 김단에게 숙희가 계속 말했다.

“혼자 오셨습니다.”

숙희의 말에 김단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 말하라고 시키더냐?”

숙희가 두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쇤네가 돌려보낼까요?”

사실 숙희도 김단이 임원과 만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3년 전 김단을 모함한 임원의 몸종과 공주자가의 유리잔을 깨뜨린 임원은 그녀에게 미안한 기색이 없어 보였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고 알리거라.”

“네.”

숙희는 그녀의 뜻을 전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으나 이내 어두운 얼굴로 다시 돌아왔다.

“아씨, 둘째 아씨께서 사죄하시러 오셨답니다. 만나주지 않으시면 밖에서 기다리시겠다 하옵니다. 곧 눈이 내릴 것 같습니다.”

사실 숙희는 임원이 기어코 김단을 만나고자 하는 연유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집안에서 가장 사랑받는 둘째 아씨가 밖에서 눈을 맞고 있으면 되려 자기 아씨에 대한 험담이 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눈살을 찌푸린 김단은 한숨을 내쉬더니 지친 듯 말했다.

“안으로 모시거라.”

“네.”

숙희는 얼마 뒤 임원을 데리고 들어왔다.

한편, 김단은 손등에 치료 약을 바르고 있었다.

임원은 손끝이 검푸르게 변한 김단의 손을 발견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서둘러 김단에게 다가가 예를 갖춰 인사했다.

김단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답했다.

“앉으시게.”

부드러운 목소리엔 싸늘한 기운이 묻어났다.

그러나 임원은 자리에 앉는 대신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

“내가 하겠소.”

임원이 약을 집어 들어 김단의 손등에 발라주려 했으나 김단이 손을 옷소매에 숨기는 바람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김단이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날씨도 추운데 왜 여기까지 온 것이오?”

김단의 차가운 태도에 임원은 서운함이 들었다.

“낭자에게 사과하러 왔소. 그땐 내가 잘못했소. 내가 그때 유리잔을 깨지 않았으면 낭자도 그런 고초를 겪지 않았을 텐데, 때리든 욕하든 마음대로 하게! 낭자의 화가 풀릴 때까지 한마디 불평 없이 견디겠소.”

임원은 마치 사죄를 하는 듯 무릎을 꿇으려 했다.

그러나 김단의 냉소적인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낭자의 잘못이 유리잔을 깨뜨린 것뿐이오?”

순간 임원은 할 말을 잃었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김단은 얼어붙은 연못에 남아있는 연못 가지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차가운 공기가 폐 안으로 스며들자 그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진산군댁의 적녀는 낭자이오. 나야말로 낭자의 자리를 빼앗은 것이오. 대감마님과 마님께서, 하물며 도련님조차 낭자를 아끼는 게 이상하지 않소. 심지어 내가 가장 좋아하던 매화당도 낭자의 것이지. 낭자가 돌아온 이후로 난 줄곧 죄책감을 느꼈소.”

“나도 한때는 친부모님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소. 한데, 대감마님께서 내 친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셨기에 이곳에 계속 머물라 하셨네. 하여 고마운 마음이 늘 있었고 낭자와 잘 지내기로 다짐했다네. 마음속에 죄책감을 가지고…”

김단은 몸을 돌려 임원을 직시했다.

“내가 낭자에게 무슨 해가 될 짓을 한 적 있소?”

두 눈이 붉어진 임원은 당장에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이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았다면 김단이 임원을 괴롭힌다고 오해할지도 모른다.

3년 전, 임학은 임원의 이런 모습에 그녀를 오해했다.

그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임원을 괴롭힌 사람이 되었고 임학에게 아래층으로 밀쳐졌다.

김단은 자기 앞에서 애처롭게 눈물 흘리는 그녀를 향해 소리 질렀다.

“한데, 내게 왜 그런 것이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392화

    차갑디찬 절망이 지하의 한기 같은 물결로 삽시에 김단의 온몸과 골수까지 밀려들어 심장 깊숙이 스며들었다.눈앞의 괴이한 무늬로 가득 새겨진 석주는 임종의 마지막 탄식 같은 둔탁한 울림과 함께 끝내 제자리로 내려앉아 틈새 하나 허락하지 않은 채 모든 희망을 무정히 짓부수었다.바로 그 순간, 김단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단 하나였다. 소한을 어찌한단 말인가.석주가 움직이지 않으니 보장은 열리지 않는다. 자옥정초를 얻지 못한다면, 소한의 몸에 도는 독을 무엇으로 풀겠는가.시선이 문득 곁에 선 다섯번째 도령의 허리춤에 매단 장검으로 떨어졌다.차갑게 번뜩이는 금속의 빛이, 광기처럼 타오르는 눈동자 속에서는 오히려 유일한 활로로 보였다.어디서 솟았는지 모를 힘이 치밀어 올라 그녀는 모든 것을 잊은 듯 곧장 달려들었다.“단이! 무엇을 하는 것이오!”다섯번째 도령이 놀라 막아서려 했으나, 김단은 이미 장검을 뽑아 들어 잰걸음으로 몇 보 물러섰다.거친 검자루를 쥔 손가락에 냉기가 파고들었다. 그 차디찬 감촉이 오히려 기이한 각성을 데려왔다.망설임 한 치도 없이, 번득이는 칼날을 상처가 남아 있는 왼손목으로 거칠게 내리그었다.“칙—!”살이 갈라지는 소리가 죽음처럼 고요한 밀실에 유난히 날카롭게 울렸다.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베지 못했다.최지습의 팔이 그녀의 손목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이제 그 잔혹한 상처가 그의 단단한 팔뚝 위를 가로질렀다. 살결이 뒤집히고 뼈가 드러났으며, 어둑한 피가 거세게 솟구쳐 팔을 타고 굽이치며 흘렀다. 떨어지는 방울마다 먼지 깔린 바닥에 번져들어 작은 웅덩이 같은 어두운 자국을 잇달아 만들었다.김단의 동작이 허공에서 굳어 붙었다. 보이지 않는 서릿발이 순식간에 덮친 듯했다.방금 선혈을 머금은 장검이 손을 떠나 쾅 하고 차가운 석지에 떨어져, 공허하고 절망스러운 울림을 길게 토했다.모든 몸짓과 모든 광기는 그 눈부신 선혈 앞에서 완전히 얼어붙었다.“백도령!”누군가 놀라 외쳤다.정신을 차리자마자, 김단은 비틀거리며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391화

    “여기… 틀림없이 혈인 자리오.” 여섯번째 도령이 낮게 말했다.모두 뜻을 알아차리고 곧장 나아가 가져온 돈혈 통을 들어 그 구멍을 겨누고 기울였다. 되직한 암붉은 액이 바닥 모를 검은 구멍으로 콸콸 흘러들며 둔탁한 울림을 냈다.한 통, 두 통, 세 통, 네 통… 돈혈이 끊임없이 부어지는데도 석주는 잠든 거대한 짐승처럼 미동도 없이 꿈쩍하지 않았다. 공기에는 비릿한 누린내가 점점 짙어져 속을 뒤집히게 했다. 사람들의 가슴도 통마다 비워질수록 서서히 가라앉았다.이제 마지막 한 통만 남자 눌린 기운이 극에 달했다.“어찌 하오? 이 마지막 통뿐이오. 내가 지금 나가 더 구해 올까 하오?” 일곱번째 도령이 물었다.최지습이 미간을 잠시 어둡게 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늦을수도 있다. 네가 돌아올 즈음이면 아래의 피가 이미 굳어 버렸을 수도 있다.”이 말에 모두가 눈살을 찌푸리며 당장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때 두번째 도령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더 부으시오! 그래도 아니면 우리 손을 베어 인혈을 더하자는 것이오! 오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괴물을 열어야 하오!”조금 전 영아의 백골로 가득했던 밀실이 이미 모두의 가슴에 불을 붙여 놓았던 것이다. 다른 호랑이군도 잇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죽기를 각오한 결연함을 얼굴에 띠었다.마지막 돈혈 한 통이 들어 올려져 다시 구멍으로 쏟아졌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흘렀으나 아무 반응도 없었다…역시 안 되는 것인가.김단은 미간을 바짝 좁히며 생각했다. 혹 이 금역 보장의 전설이 애초에 허망한 거짓이었던가. 모든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요망서의 복수 계책이었던가.바로 그때였다. 우르르르르—!지심 깊은 데서 솟는 듯한 거대한 굉음이 돌연 울렸다. 거대한 석주가 격렬히 떨리며 더디게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발아래 땅도 함께 요동쳤고, 천정에서 잔돌과 먼지가 우수수 쏟아졌다. 별안간 터져 나온 이 동요는 마치 지룡이 몸을 뒤집듯 사나워서, 모두의 기혈을 뒤흔들고 간담을 서늘케 했다.됐다!그들은 성공했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390화

    최지습의 손에 들린 횃불이 흔들리자, 그 불빛은 마치 탐조등처럼 숨겨져 있던 방 안을 비추었다!그 창백한 빛이 비춘 방안의 풍경은…겹겹이 쌓인 하얀 뼈들이었다!모두 어린아이의, 가늘고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뼈들이었다!모두 뒤틀리고 웅크린 자세로 뒤죽박죽 쌓여 있었다. 어떤 것은 심지어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그 순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김단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망치에 얻어맞은 듯,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머릿속은 온통 하얗게 변했다.“이런 짐승만도 못한 것들!”“목씨 가문 이 개자식들! 모두 능지처참당해야 해!”“하늘이 노할 놈들! 이게 사람의 짓이냐?!”호랑이 군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억눌렸던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했다!비록 그들이 수많은 전투를 겪으며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바다를 이룬 광경을 익히 보아왔지만, 이토록 많은, 어린 시신들은 처음 보았다!이들은 갓 태어난, 심지어 세상에 나와 눈을 뜬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갓난아기들이었다!그들은 어미의 품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젖 한 모금의 달콤함도 맛보지 못한 채, 잔인하게 이 지옥으로 끌려와 거짓 제물이 되었던 것이다!김단의 몸은 차가운 바람 속 낙엽처럼 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눈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시야가 흐려졌다.그때, 따뜻하고 힘 있는 커다란 그녀의 떨리는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 최지습이었다.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따뜻한 물줄기처럼 그녀의 영혼 깊은 곳의 서늘함을 잠시나마 잊게 했다.그녀는 온 힘을 다해 깊이 숨을 들이쉬고는, 급히 고개를 숙여 소매로 얼굴의 눈물을 마구 닦아냈다.목소리는 쉰 듯 먹먹했고, 억누른 흐느낌이 섞여 있었다. “일단… 할 일부터 하시죠! 나중에… 목설하에게… 저들을… 잘 안장해달라 부탁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단호하게 두 번째 돌문을 향해 걸어갔다!겉으로는 결연해 보였지만, 사실은 이 가슴 아픈 광경을 외면하려는 것에 불과했다!둘째 도령이 먼저 나무통 안의 돼지 피를 모두 돌 제단 위에 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389화

    하지만 김단의 눈빛은 비정상적으로 단호했다.그녀는 차가운 돌문을 보며 깊이 숨을 들이쉬고 끝내 그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어찌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소한의 몸은 다음 보름달이 뜰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것이다.그러니, 그녀는 반드시 가야만 했다!옆에 있던 최지습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들 마시오. 내가 있고, 호랑이 군 병사들이 있으니, 절대 단이 낭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오.”그의 말이 끝나자, 호랑이 군 중 둘째 도령이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저희는 돌궐의 적진도 뚫고 나왔습니다. 이까짓 금지 구역이 그 돌궐 놈들보다 더 강할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다섯째 도령도 웃으며 거들었다. “목씨 가문의 지하옥에서도 탈출했습니다. 이렇게 조그마한 금지 구역 정도는, 두려워할 것도 없습니다.”그들의 태도는 정말 오만했지만, 김단은 다섯째 도령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을 알고 있었다.옆에 있던 여덟째 도령도 손에 든 큰 나무통을 들어 보였다. “이렇게나 만반의 준비를 해오지 않았습니까? 충분한 양의 돼지 피와 소 피를 가져왔으니, 절대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셋째 도령이 적절한 때에 입을 열었다. “목씨 가문도 줄곧 보물을 원하지 않았습니까? 오늘 밤 저희가 대신 찾아줄 테니, 훗날 형제들에게 넉넉한 보상을 내리는 걸 잊지 말아주십시오!”재력가로 소문난 목씨 가문이라면 조금의 성의라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몇 대에 걸쳐 먹고 살 정도의 양이었다.호랑이 군들이 떠들고 웃으며, 현장의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졌다.이윽고 둥근 달이 하늘 한가운데로 올라왔다. 김단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최지습과 호랑이 군들의 호위 속에서 다시 금지 구역에 발을 디뎠다.뒤에서는 목몽설의 걱정스러운 외침이 들려왔다. “언니, 조심하세요!”김단은 뒤돌아보지 않고, 그저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문빗장의 장치를 누르자, 밀실로 통하는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388화

    우문호는 소한이 이 질문을 할 것을 이미 예상했던 것처럼, 표정에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오히려 오해라도 받은 듯 솔직함을 적절히 드러냈다.그는 침착하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침상 위 허약한 모습의 소한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장군에게 숨김없이 말해드리자면, 난 오래전부터 조선에서 장군이 전장에서 떨쳐온 명성을 존경해왔고, 장군의 담력과 지략에 감탄하고 있었소! 이번에 장군을 구한 것은, 첫째, 내 마음속 깊은 존경심을 채우고자 하는 사심 때문이오.”그는 고개를 들어 의도적인 진심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둘째, 장군이 쾌차한 후 당국에 머물러 나를 위해 힘써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오! 장군의 재능이면 분명 다시 불멸의 공을 세울 수 있을 것이오!”하지만 그의 말을 들으며 소한은 간신히 겉으로만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목소리는 건조하고 허약했다. “둘째 황자님의 말씀… 소인이… 모두 이해했습니다.” 그는 순간 말을 멈췄다. 마치 말하는 것조차 힘이 드는 듯, 숨소리는 더욱 불안정해졌다. “다만 지금은… 소인의… 몸이… 정말 좋지 않아…”그는 지친 듯 눈을 감았다. 그의 미간에는 짙은 피로와 고통이 가득했다.우문호는 곧바로 친절하게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온화했다. “소 장군은 그저 마음 편히 요양에 전념하시지요! 모든 일은 건강이 우선이오.”말을 하면서 그는 방을 둘러보았다. “장군은 이 저택에 온 귀한 손님이니, 부족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저택의 하인들에게 말씀하시오. 어떤 걱정도 할 필요 없소.” 그는 말을 잠시 멈추고 소한의 창백한 얼굴을 훑어보며 말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귀하고 희귀한 약재라도, 장군의 몸에 도움이 된다면, 내 반드시 찾아내리다!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아깝지 않을 것이오!”이 말은 위로이면서 동시에 권력과 은혜를 과시하는 것이었다.소한은 복잡한 눈빛으로 우문호를 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께 감사드립니다.”그제야 우문호는 만족스럽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387화

    그는 돌연 말을 멈추어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 소한을 숨 막히게 할 정도로 압박했다.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고 느리게, 마치 차가운 조각칼처럼 소한의 텅 빈 기억 속에 깊이 새겨 넣었다.“내 짐작건대, 소 장군이 꿈에 본 그 여인은, 김단일 것이오. 그 여인은 당신의 죽마고우이자, 어릴 적부터 당신과 함께 자랐을 테니…”“하지만 동시에…” 우문호의 목소리가 순간 날카로워졌다. 독이 묻은 얼음 송곳처럼 잔인하게 꽂혔다. “그 여인은 당신 소씨 집안을 멸문시킨 원수요!”“멸문… 원수라니?!” 소한이 눈을 번쩍 뜨였고, 이내 동공이 수축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황당하고 끔찍한 이야기를 들은 듯, 창백했던 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가셨다.“사실이오!” 우문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강고한 권위가 담겨 있었다. “소씨 집안은 대대로 충신이자 열사인 가문이오! 바로 그 간사한 마음을 품은 김단의 계략과 모함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조선 임금의 노여움을 사 집안이 몰살당하게 된 것이오!”그는 충격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소한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잔인한 연민을 담아 말했다.“내 생각에, 소 장군이 그 여인을 볼 때마다 심장이 칼로 찔리는 듯 고통스러웠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오. 소씨 집안 일흔일곱 명의 억울한 영혼들이 매 순간 장군에게 그 핏빛 원한을 상기시키고 있을 테니 말이오!”소한은 순간 매우 혼란스러웠다.꿈속의 여인의 형상도 우문호의 말을 따라 점점 또렷해지는 것 같았다.일가족이 몰살…피의 원한…즉, 그는 조선의 장군이며 자신이 가장 믿었던 죽마고우에게 배신당해 이런 꼴이 되었다는 말인가?그런데 그는 왜 조금도 기억나지 않는 것일까? 어떤 장군이고, 무슨 집안인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그저…“김단…”그는 그 두 글자를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러자 심장이 순간 욱신거렸다.마치 날카로운 칼날로 심장을 도려내는 것만 같았다.“소 장군! 당신은 이제 소씨 집안의 유일한 생존자요. 잘 살아남아 소씨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