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칠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의 그림자가 흔들리더니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영칠이 다시 나타났다.“곡주님, 확인했습니다. 목몽설은 저택을 나가지 않았고, 보제사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는 잠시 멈칫하며 그 잔혹한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심하는 듯했다. “목몽설은… ‘정사재’에 갇혀 있었습니다.”정사재?김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곳이 어떤 곳입니까?”“목씨 가문에서 큰 잘못을 저지른 여인들을 가두는 곳인 듯합니다. 후원의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황궁의 냉궁과 비슷합니다.”김단의 심장은 순식간에 바닥까지 떨어졌다. “목몽설이 금지 구역의 비밀을 누설해서 갇힌 것이 분명합니다.”김단의 말에 영칠도 크게 동의했다.하지만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언가를 말하려다 머뭇거렸다.김단은 그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든 말해 주십시오. 숨기실 필요 없습니다.”영칠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목소리를 더욱 작게 하여 말했다. “목몽설이 정사재에 갇히기 전에, 벙어리가 된 것 같았습니다.”쿵!김단은 머릿속에서 천둥이 내려치는 것 같았다. 눈앞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고, 귓속에는 시끄러운 웅웅 소리만이 들렸다.벙어리가 되었다고?가두는 것만으로도 부족해서, 심지어 벙어리로 만들었다고?엄청난 충격이 몰려왔다. 김단은 순간 균형을 잃고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슴이 쿡쿡 쑤셨다. 마치 벌레가 갉아먹는 듯했다.고작 목몽설이 금지 구역의 비밀을 누설했기 때문에?하지만 목몽설이 금지 구역의 비밀을 정말 다 알고 있었을까?그녀가 누설한 내용이 정말 전부였을까?만약 아니더라도 목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를 벙어리로 만들고 가두었다면, 그것 만으로 그들이 정말 잔인하고 악독한 사람이라는 걸 뜻하지 않겠나!김단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 그녀는 옆의 의자를 짚고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머릿속에는 과거 심묵이 그녀에게 들려주었던 오래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긴 속눈썹이 눈동자 깊은 곳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추었다.목강수는 김단의 침목을 지켜보았다. 그는 최지습과 김단의 관계를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거라. 나중에 일곱째에게 찾아보라고 시키마.”일곱째 목진림은 목씨 가문에서 정보 수집을 담당하고 있었다.김단은 목강수가 목진림을 내세우는 것이 그저 자신을 안심시키고 이곳에 머물게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이에 그녀는 목강수의 뜻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말했다. “숙부님, 감사드립니다.”목강수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했다. “별일 아니다. 그런데 둘째 황자 저택에 있는 며칠 동안 무슨 일 없었느냐? 황자의 몸은 괜찮고?”김단은 목진림의 사람이 둘째 황자 저택 깊숙까지 침투되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목강수에게 거짓을 고하지 않았다.심지어 소한에 관한 일까지 말했다.목강수는 눈썹을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소 장군이 둘째 황자의 손에 넘어가 기억을 잃었다니. 그렇지만 단이의 의술이 뛰어나니 분명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김단은 여전히 순진하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좀 어렵긴 하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말을 하던 김단은 돌연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숙부님, 몽설 낭자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목강수의 표정이 한순간 굳어졌다. “몽설이? 걔는 왜 찾느냐?”김단의 얼굴에 수줍음이 드러났다. “그저 여인들끼리 나눌 은밀한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몽설 낭자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요.”“아, 그래…” 목강수의 표정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바깥의 날씨 이야기를 하듯 자연스럽게 말했다.“하필 엇갈렸구나. 그 애는 며칠 전 도성 밖의 보제사로 기도를 드리러 갔단다. 그곳에서 며칠 묵으며 재계하고 기도를 드려야 하니, 한동안 돌아오지 못할 것 같구나.”보제사? 기도를 드리다니? 재계하며 기도를 드려? 김단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핑계가 너무 조악해서 웃음이 나올 지
심월의 말에 김단은 흠칫 놀랐다.우문호마저 다소 놀란 표정을 드러냈다.오직 심월만이 옅게 웃었다. “밤이 워낙 고요해서, 두 분의 대화를 다 듣게 되었습니다.”심월은 그들에게 자신이 일부러 엿들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김단 역시 그 점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하지만 우문호는 마음속으로 경계심을 가졌다.그와 김단의 대화 소리는 크지 않았다. 밤이 깊고 고요하긴 했지만 소리가 멀리까지 전해질 리는 없었다.게다가 그는 주변에 사람이 있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다.이는 심월의 내공이 그보다 훨씬 위에 있다는 뜻이었다!만약 그가 남게 된다면…그가 생각에 잠긴 와중, 심월이 갑자기 우문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황자님은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제가 달갑지 않으십니까?”심월의 말에 김단은 그제야 우문호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순간 그녀의 마음이 동요했다.우문호는 심월을 꺼려하고 있었다.우문호는 옅게 웃었고, 방금의 표정을 일부러 숨기려는 듯 말했다. “심 선생,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선생이 남는다면 나야 물론 영광이지.”“하하하.” 심월은 소리 내어 웃으며 우문호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소인이 신세를 좀 지겠습니다.”이로써 이 일은 그렇게 결정되었다.우문호는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먼저 떠났다.그가 떠난 후에야 심월은 다시 김단을 보며 위로했다. “낭자는 낭자가 해야 할 일만 하십시오. 소 장군은 내가 돌보고 있겠습니다. 절대로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김단은 심월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찌 우문호가 오라버니를 조금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심월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약왕곡일 것입니다.”이 말을 듣자 김단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심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들어 김단의 이마를 살짝 짚었다. “언젠가 알게 될 것입니다. 약왕곡이 대체 어떤 곳인지.”심월의 이 모호한 말이 김단의 호기심을 자극
김단은 그의 시선을 결코 피하지 않았다.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우문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며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드러냈다.“흠…” 그의 입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고요한 새벽, 그 웃음 소리는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단이 낭자.” 그가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독사의 혀가 피부를 핥는 것 같았다. “낭자 늘… 나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군.”그는 등불을 들고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섰다.등불이 김단의 뺨에 거의 닿을 듯했다.“좋소.” 그가 낮은 숨소리와 함께 말했다.김단은 마침내 조금이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뻐할 틈도 없이, 우문호의 다음 말은 마치 독이 묻은 칼날처럼 그녀의 마음속에 막 피어오르던 희망을 베어냈다.“단…” 그는 일부러 말을 길게 늘였다. 김단의 눈에서 순간 반짝이던 희망을 감상하며, 그녀의 쇄골을 악의적으로, 천천히 문질렀다. 부드러운 피부 아래 뚜렷한 뼈의 윤곽을 느끼고 나서야 그는 태연하게 한 자 한 자 내뱉었다.“소한은 남겨야겠소.”소한을 남겨야겠다니!그 말은 마치 번개와 같이 순식간에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어붙게 했다. 몸속에 흐르던 피마저 멈춘 것 같았다.우문호는 그녀의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살짝 고개를 기울인 채, 분노로 붉어진 그녀의 뺨을 태연히 바라보았다.“왜그러시오?” 그의 낮은 목소리에는 희롱이 섞여 있었다. 마치 독사가 쉿쉿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낭자… 내키지 않는 것이오?”물론 내키지 않았다!소한의 몸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그를 남겨둔다는 것은 그녀의 가장 큰 약점을 남기는 것이었고, 언제든지 그녀를 견제하고, 그녀가 복종할 수밖에 없게 만들 장치를 남기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녀가 목씨 가문의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목씨 가문에게 빼앗긴 자옥정초를 찾지 못한다면, 소한의 어혈 치료가 어려워 질것이다!소한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만약 훗날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이렇게 된 이상, 피할 수가 없었다.김단은 똑바로 서서 우문호를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옅은 조소가 걸려 있었다. “깊은 늦은 밤에, 황자님께서는 침전에서 편히 쉬지 않으시고 굳이 이곳까지 달려와 저를 막아서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우문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허약해 보이는 얼굴에 번진 미소가 더욱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방금 막 암살을 당할 뻔했으니, 당연히 조심해야하지 않겠소?”“하?” 김단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혹 전하께서는 제가 이 일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시는 겁니까?”“낭자께 오해를 샀군.” 우문호는 옅게 웃었다. “나는 그저 낭자의 안위가 걱정될 뿐이오.”김단은 그의 탐색하는 듯한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입가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흔들리는 등불 그림자 아래, 그 미소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전하께서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그저… 목씨 가문의 금지 구역에 관한 일을 확인하러 간 것뿐입니다.”“목씨 가문?” 우문호는 아주 미세하게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의 여유롭던 자세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의 미세한 변화를 보였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작은 돌멩이가 던져진 것 같았다.등을 든 그의 손에 아주 미세하게 힘이 들어갔고, 등불 그림자가 흔들리며 그의 얼굴에 더 깊은 그림자를 드리웠다.김단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최지습이 금지 구역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은 전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이 말을 하며 김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둘째 황자 쪽에서는 줄곧 목씨 가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최지습의 실종과 같이 큰일을 우문호가 모를 리 없었다.역시나 우문호는 놀란 기색이 전혀 없었다.김단은 말을 이었다. “저는 도대체 그 분이 목씨 가문의 어떤 엄청난 것을 건드린 것인지… 반드시 알아내야만 합니다.”“그러하오?” 우문호의 목소리다 한층 더 낮아졌다. 그의 기분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마치 그의 눈 깊은 곳에서는 어두운 소용돌이가 소리 없이 회전하는 듯했다.
“도령님,”그녀의 목소리는 비정상적으로 침착했다. 무서울 정도로 차분했지만, 의미심장한 눈빛 속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제 말을 들으십시오. 지금부터 가장 은밀한 곳을 찾아 숨으시고, 상처를 잘 관리하십시오. 목씨 가문의 일은 제게 맡기십시오.”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날카로운 그녀의 눈빛이 눈물을 뚫고 경씨에게 향했다. “제가 직접 조사할 것입니다. 도령님의 팔, 호랑이 군 도령님들의 몫까지… 저 김단이 하나하나 전부 깨끗하게 되갚아 줄 것입니다!”약 가루의 독한 냄새가 짙은 피 냄새와 뒤섞여 좁은 정자 안에 퍼졌다.경씨는 앳되지만 결의로 가득 찬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입술을 몇 차례 들썩이던 그는 끝내 못 이기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달빛 아래 김단의 모습은 차가운 옥돌 같았다. 그 눈 속에 타오르는 증오와 결의는 어떤 말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있었다.경씨를 일으켜 세운 뒤, 그가 비틀거리며 깊은 숲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 뒤, 김단은 차가운 밤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른 후, 영칠의 호위를 받으며 조용히 둘째 황자 저택으로 돌아갔다.어느덧 새벽녘이 밝았다. 하늘은 짙은 푸른 빛을 띄고 있었고, 저택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멀리 복도에서 순찰중인 호위병들의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발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그녀는 익숙하게 저택 서쪽 가장 외진 구석으로 돌아가 담을 넘으려 했다. 그 순간,“철컥.”아주 미세한 소리가 고요한 새벽에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 마치 구슬이 쟁반에 떨어지는 소리 같았다.김단은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움직이려던 몸이 허공에서 굳어버렸다.그 순간 섬뜩한 노란 불빛이 커다란 나무 뒤에서 튀어나오며 어둠을 밝혔다. 흔들리는 불빛이 검은색 비단 신발을 비추자, 신발 위에는 금실로 복잡하게 수놓인 비단뱀 무늬가 싸늘하게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김단은 순간 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꽉 쥐어진 것 같았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