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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방금, 누구랑 했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9 16:37:09
전화가 연결됐다.

“여보세요.”

“저예요.”

“응. 안 자?”

“아직요.”

“나도 전화하려다 말았어. 잘까 봐.”

미래가 잠깐 숨을 멈췄다. 찰랑이는 물 너머로 붉은 와인 빛이 은은하게 번졌다.

“저 지금 욕조에서 와인 마셔요.”

박성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화기를 타고 흐르는 그 기묘한 침묵은 길지 않았다.

“미래야. 나 메일 하나만 보내고 다시 전화할게.”

뚝, 연결이 끊겼다.

미래는 휴대폰을 대리석 선반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다시 와인을 머금었다. 오퍼스 원의 잔향이 입안 가득 쌉싸름하게 맴돌았다. 오일이 녹아든 물이 부드럽게 피부를 감쌌고, 욕조 물은 여전히 온몸이 노곤해질 만큼 따뜻했다.

문득 연애 때가 떠올랐다.

뉴욕이 밤이면 서울은 오전이었다. 아니면 그 반대였다. 지독한 시차 때문에 늘 한쪽은 깊은 밤을, 한쪽은 이른 아침을 맞아야 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동이 틀 때까지 전화를 끊지 못했었다.

지금 이 순간이, 그때와 똑같았다.

휴대폰이 진동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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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95화. 신발장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돌아오자, 진원이 신나게 봉투를 열었다.“바닐라랑 초코 맞죠?”식탁에 둘러앉아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는 동안, 진원은 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종알종알 늘어놓았다. 성웅이 웃으며 맞장구를 쳤고, 미래도 옆에서 조용히 웃었다.“이제 다 먹었으면 얼른 들어가서 공부해. 내일 시험이라며.”“네!”진원이 마지막 한 입을 크게 떠먹고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정례도 뒷정리를 마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집 안이 조용해졌다.“미래야, 위스키 한 잔만 부탁해.”서재 쪽에서 성웅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래는 잔에 얼음을 넣고 위스키를 따라 서재로 향했다.문을 열자, 성웅은 이미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었다.“미국 지사.”입 모양으로 짧게 말한 성웅이 손짓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앉아서 기다리라는 뜻이었다.미래는 잔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 성웅은 빠르고 사무적인 영어로 통화를 이어갔다.창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오늘 하루가, 유난히 길었다.성웅이 전화를 끊었다. 미래가 일어나 잔을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여기요.”성웅이 잔을 받아 들며, 다른 손으로 미래의 허리를 감쌌다.“오늘은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 먼저 자.”그가 미래의 가슴께에 잠깐 얼굴을 묻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손끝으로 미래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수영은 아침에 했다며.”“……네.”“그럼 수영 말고는? 오늘 또 뭐 했어?”미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막국숫집, 나이키 매장, 맥도날드, 신호등 앞의 깍지. 입을 열면 그중 하나라도 새어 나올 것 같았다.“……그게 다예요. 들어와서 계속 잤어요.”성웅이 미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웃었다.“잘했네. 말 잘 듣네.”성웅이 미래의 턱을 놓아주었다. 다시 의자를 돌려, 책상 위 서류로 시선을 옮겼다.미래는 조용히 서재 문을 닫고 나왔다.복도를 걷는 동안, 턱을 잡던 성웅의 손끝 감촉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감촉은 금세 흐려지고,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운동화 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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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91화. 여기 있잖아요

    잠깐의 정적 끝에, 진희가 픽 웃었다. 당황한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아직. 결혼할 때 연락할게.”“아, 그런 거야? 그치, 내가 모를 리가 없지.”준혁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래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아, 네…… 안녕하세요.”미래는 순간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하게 고개를 숙였다. 준혁은 별다른 의심 없이 웃는 얼굴로 다시 진희를 돌아봤다.“병원은 어때, 잘 돼?”진희가 묻자, 준혁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응, 이제 좀 자리 잡았지. 개업하고 첫 일 년이 진짜 힘들잖아.”“다행이네.”짧은 대화가 오갔다. 미래는 그 옆에서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진희의 옆모습을 보며, 그제야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다음엔 미리 연락하고 와. 밥이라도 같이 먹게.”“그래, 그러자.”준혁이 마지막으로 미래를 향해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그럼 잘 놀다 가세요. 다음에 또 뵐게요.”“네…….”준혁이 매장 안쪽으로 사라지자,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미래는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놀랐죠?”진희가 미안한 듯 물었다.“조금요.”“미안해요. 여기서 아는 친구를 만날 줄은 몰랐어요.”“아니에요.”미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 보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우리가…… 연인으로, 아니, 부부로 보였어.당황스러우면서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진희 옆에 자연스럽게 서 있던 자신이, 누군가의 눈에는 그의 사람으로 보였다는 사실. 그 말을 듣는 순간 든 감정이 부끄러움보다 설렘에 가까웠다는 걸, 미래는 부인할 수 없었다.미래는 그 마음을 애써 눌러두며, 슬쩍 진희 쪽을 보았다.계산을 마친 두 사람이 새 운동화를 신고 매장을 나섰다. 미래는 괜스레 발끝으로 바닥을 톡톡 두드려 보았다.“운동화 고마워요. 잘 신을게요.”“저도 오늘 고마워요.”미래가 고개를 갸웃했다.“네? 뭐가요?”진희가 어깨를 으쓱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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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하던 진희가, 주머니를 뒤적이다 멈췄다.“어…….”“왜요?”“지갑을 안 가져왔네요.”진희가 당황한 기색도 없이 휴대폰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다행히 폰에 카드는 있어요.”미래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제 몸을 더듬어 봤다. 슬리퍼에 헐렁한 셔츠. 그야말로 몸만 나온 차림이었다.“저는…… 휴대폰만 있네요. 수영복만 챙겨서 나왔더니, 아무것도 없어요.”두 사람이 마주 보다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진짜 큰일 날 뻔했네요.”“그러니까요. 저라도 폰에 카드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에요.”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도 두 사람은 그 얘기로 한참을 웃었다. 차에 오른 진희가 문득 조수석 앞 수납함을 열어보았다.“어?”안에서 대충 쑤셔 넣어둔 만 원짜리 세 장이 나왔다. 예전에 급하게 넣어두고 잊어버렸던 모양이었다.“우와, 3만 원이나 있어요!”미래가 눈을 반짝이며 지폐를 들여다봤다.“우리 오늘은 완전 부자네요.”“그러게요. 카드도 있고, 현금도 있고.”진희가 지폐를 가지런히 접어 다시 넣으며 웃었다.“이 정도면 오늘 하루는 살아남을 수 있겠어요.”미래가 까르르 웃으며 손뼉을 쳤다. 진희는 그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이렇게 신나 하는 얼굴이, 그저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사줄 거 있어요.”“네? 뭘요?”“일단 우리 운동화부터 살까요?”“좋아요. 이 슬리퍼로 계속 다닐 순 없죠.”두 사람은 춘천 시내로 차를 몰았다.나이키 매장에서, 진희는 익숙하게 매대 사이를 오가며 미래에게 이것저것 가져왔다.“이거 어때요?”진희가 운동화 한 켤레를 들고 와, 미래 앞에 무릎을 꿇듯 앉았다. 미래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어, 제가 신을게요.”“가만있어 봐요.”진희는 아무렇지 않게 미래의 발을 살짝 들어 신발을 신겨주었다. 그 손길이 너무 조심스러워서, 미래는 순간 숨을 죽였다.“음…… 편하긴 한데, 다른 것도 신어보고 싶어요.”“골라봐요, 다.”몇 켤레를 더 신어보는 동안, 진희는 매번 진지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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