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논리적인 대답을 요구하는 시엔나의 질문에 데미안은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그 질문에는 자신을 향한 의심이 가득 차 있어, 데미안은 순간 갑작스러운 답답함을 느꼈다.데미안은 다시 시엔나를 돌아보며 변명을 꺼내놓았다. "이미 너와 함께 있지 않나. 내가 직접 살 수 있는데 굳이 조안나나 다른 하인들을 시켜 번거롭게 할 이유가 있나?"시엔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목구멍에서 말이 턱 막혀버렸다. 데미안의 핑계는 사소한 일에 직접 나서는 법이 없는 오만한 CEO의 평소 행보에 비추어 볼 때 너무나 억지스럽고 이치에 맞지 않았다.하지만 남자의 완벽한 무표정을 바라보던 시엔나는 더 이상 커피 문제로 논쟁을 벌이지 않기로 했다.한동안 차량 내부에는 정적이 흘렀다. 시엔나는 무릎 위에 꼭 쥐고 있는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정신은 다시 오늘 아침부터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본론으로 돌아갔다."블랙웰 님…," 시엔나가 침묵을 깨고 나지막이 불렀다."나를 데미안이라고 부를 수는 없나?" 데미안이 시엔나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을 끊었다. "나한테 너무 격식을 차리지 마라, 시엔나." 데미안은 시엔나의 거리감 있는 말투가 점점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했다.시엔나는 입술을 다물었다. 데미안의 지적을 받았음에도, 시엔나는 태연하게 그의 말을 깊이 개의치 않았다."그럼 오늘 아침 보육원으로 보내신 물품들은 어떻게 된 건가요? 진짜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정말 그 선물들 뒤에 다른 의도가 전혀 없으신 건가요?" 시엔나가 확인하듯 물었다.데미안은 몸을 천천히 돌렸다. 자신을 계속 의심하고 여전히 차가운 격식을 차리는 시엔나를 바라보며 그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태도에 가슴속에서 다시 약간의 불쾌감이 차올랐으나, 에드워드의 조언을 떠올린 데미안은 목소리를 가다듬어 차분하고 확신에 찬 어조를 유지했다."나는 너희 보육원의 고정 후원자가 되기로 결정했다, 시엔나," 데미안이 낮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시엔나는 흠칫 놀라며 믿을 수
데미안의 가슴속에 나지막한 파문이 일었다. 시엔나가 자신의 순수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의심하는 말을 듣자, 가슴 한구석에서 불쾌함이 밀려왔다.하지만 자신의 자존심을 눌러두라던 에드워드의 조언을 떠올린 데미안은 그 분노를 깊숙이 눌러 참아냈다. 그는 코로 긴 숨을 내쉬며, 표정을 되도록 차분하게 가다듬었다."근무 시간이 끝나면 나와 이야기 나누겠다고 약속했었지, 시엔나," 데미안이 낮고 안정된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차에 타주겠나? 로비에서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건 좋지 않다."시엔나는 의구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서 있는 남자의 눈빛은 그녀가 과거에 알고 있던 데미안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고함도, 위협도, 과도한 강요도 없었다. 그 변화가 너무나 생소해서 시엔나는 오히려 경계심을 더욱 늦출 수 없었다.전처의 얼굴에 노골적으로 떠오른 망설임을 본 데미안은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일단 타라. 차 안에서 전부 설명하지," 데미안이 낮게 속삭이듯 말하더니 덧붙였다.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중요한 일도 있다."시엔나는 옆구리에 둔 두 손을 불끈 쥐었다. 그녀의 마음은 현재 이 남자의 결정에 달려 있는 보육원의 운명과 아이들의 편안함으로 향했다.아이들이 머무는 터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시엔나는 결국 한발 물러섰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차 안으로 들어가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데미안이 뒤따라 들어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기사는 외부에서 차문을 정중히 닫은 후, 운전석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았다."출발해," 데미안이 짧게 명령했다.고급 세단은 늦은 오후 복잡한 도시의 도로를 부드럽게 가르며 나아갔다.차량 내부에는 무거운 정적과 어색함이 감돌았다.시엔나는 경직된 자세로 앉아, 오늘 아침 전해진 보육원 후원품에 대한 설명을 기다리며 정면만을 주시했다.그러나 데미안의 입에서 나온 첫 문장은 시엔나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시엔나… 예전에 나한테 자주 내려주던 그 커피 원두는
한낮의 시간.쇼핑몰 중앙 입구는 오가는 사람들로 매우 분주했다. 중앙 복도를 지나쳐 가는 방문객들의 분주한 발걸음도 시엔나의 마음속에서 휘몰아치는 복잡한 생각을 돌려놓지는 못했다.시엔나는 자신이 근무하는 뷰티 매장의 디스플레이 진열대 뒤에 서 있었다. 손으로는 세럼 샘플 병들을 부지런히 정돈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정신은 멀리 보육원에 머물러 있었다.오늘 아침 데미안이 보낸 식료품, 새 옷, 그리고 아이들의 생필품이 담긴 수많은 박스 더미가 그녀의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돌았다.'그 남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시엔나는 속으로 의문을 품으며, 마지막 샘플 병의 위치를 정돈한 뒤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누군가의 그림자가 시엔나의 얼굴로 내리쬐던 조명을 가렸다. 그녀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고개를 들며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구매 고객에게 건네던 시엔나의 친절한 인사는 공중에서 턱 막혀버렸다. 샘플 상자를 쥐고 있던 그녀의 손가락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녀의 눈앞에는 진한 회색 셔츠에 고급스러운 재킷을 걸친 탄탄한 체격의 남자가 서 있었다.데미안이었다.시엔나는 가슴속으로 밀려드는 놀라움을 누르기 위해 눈을 몇 번이나 감았다 떴다.방금 전까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남자가, 지금 불과 1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 앞에 실제로 서 있는 것이었다.시엔나는 깊게 숨을 내쉬며, 스스로를 차분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유지하려 애썼다. 그녀는 자세를 바로잡고 가능한 한 담담한 표정으로 데미안을 바라보았다."안녕하세요, 블랙웰 님," 시엔나는 신중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짐짓 정중하고 예의 바른 태도로 인사를 건넸다. "저희 매장에서 찾으시는 물건이라도 있으신가요?"데미안은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눈빛으로 시엔나를 올려다보았다.날카롭게 타오르던 특유의 오만함도, 상대를 압박하던 딱딱한 표정도, 평소 과시하듯 보여주던 이기적인 태도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를
"나오미, 너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지?" 시엔나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재차 확인했다."진짜야, 시엔나! 지금 여기가 아주 난리가 났어," 수화기 넘어 나오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빨리 이쪽으로 와보는 게 좋겠어!""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시엔나는 가빠진 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었다. 눈가에 남아있던 졸음이 순식간에 달아났다.시간을 지체할 겨를도 없이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캐주얼한 옷을 걸쳐 입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화장을 할 새도 없이 머리를 대충 묶고는 가방을 챙겨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를 향해 집 밖으로 뛰어 나갔다.보육원으로 향하는 내내 그녀의 머릿속은 극심한 패닉으로 가득 찼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택시가 보육원 정문 앞에 멈춰 서자마자, 시엔나는 내리자마자 건물 안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현관문 문턱에서 그녀의 발걸음이 툭 멈춰 섰다. 거실 공간의 절반 가까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 대형 및 중형 박스 더미를 보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몇몇 보육원 교사들과 아이들이 감탄스러운 표정으로 그 물품들을 둘러싸고 서 있었다.나오미가 시엔나의 모습을 보고 다가왔다."시엔나." 나오미가 시엔나의 옆에 섰다.시엔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나오미를 돌아보며 물었다. "너 정말… 이 모든 물건이 데미안한테서 온 게 맞아?"나오미가 확신에 차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어. 방금 이 물건들을 배송해 준 기사님이 송장을 전해주셨거든. 주문자가 누구냐고 물어보니까 데미안 블랙웰 씨 이름으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시엔나는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시엔나는 물품 더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무릎을 굴리고 앉아 이미 일부 열려 있는 박스들을 확인했다.그 안에는 최고급 품질의 식료품,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을 위한 라벨도 떼지 않은 새 옷, 그리고 보육원에 절실히 필요했던 학용품과 의약품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시엔나의 가슴이 거세
나이트클럽.프라이빗 라운지에 부드러운 음악 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밤은 점점 깊어갔지만, 데미안은 손에 위스키가 담긴 크리스털 잔을 든 채 구석 소파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을 뿐이었다. 한 시간 전 이곳에 도착한 이후로 그는 잔 속의 금빛 액체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거의 말이 없었다.맞은편에 앉은 에드워드는 친한 친구의 침묵을 관찰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여유롭게 술을 한 모금 머금은 뒤 정적을 깼다."이 늦은 밤에 겨우 이러고 멍하니 있으려고 날 부른 거냐?" 에드워드가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나지막이 비꼬았다. "내가 맞혀볼까… 너 또 시엔나 생각하고 있지?"데미안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지만, 에드워드의 추측을 부정하지는 않았다.데미안의 침묵을 본 에드워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술을 한 모금 더 들이켠 후,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데미안을 응시했다."데미안, 내 말 잘 들어," 에드워드가 한층 진지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가 그 잘난 오만함과 고집을 버리지 않는 한, 시엔나는 절대로 너에게 돌아오지 않을 거다."데미안은 피곤함이 서린 눈빛으로 에드워드를 흘겨보았다. "난 이미 물러섰어. 임대 서류에 동의해 줬고, 그 보육원 재단이 계속 그 건물에 머물 수 있게 해줬다고."데미안은 잠시 말을 멈추었고, 그의 턱관절이 경련하듯 불끈 쥐어졌다. "하지만 그 여자는… 여전히 날 의심해. 그 결정 뒤에 내가 무슨 사악한 음모라도 꾸미고 있는 줄 안다고."에드워드는 데미안의 하소연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데미안의 둔감함에 혀를 찼다."그 여자의 의심을 탓하기 전에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 봐," 에드워드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데미안을 깊이 있게 바라보았다. "너 정말 한 여자로서 시엔나를 사랑하긴 하는 거냐? 아니면 그저 네 일상을 수발들며 챙겨주던 그 여자의 관심과 손길이 그리운 것뿐이냐?"데미안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에드워드의 질문은 그의 가슴 가장 깊숙한 곳, 단단히 닫혀 있다고 믿었지만 어느새
블랙웰 그룹 본사.에그제큐티브 복도에 하이힐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베아트리체는 시엔나를 만난 직후 곧바로 회사로 향했다. 그녀는 방금 자신이 겪은 일을 데미안에게 고해바치지 않고는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았다.노크도 없이 베아트리체는 대표 집무실 문을 거칠게 밀어 열고 들어섰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데미안은 집무실 안으로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어머니를 보면서도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별다른 놀란 기색이 없었다."어머니, 어쩐 일이십니까?" 데미안은 지극히 침착하게 물으며 다시 책상 위의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베아트리체는 가죽 소파 위에 핸드백을 툭 던져두고는, 추궁하는 눈빛으로 아들을 노려보았다."내가 방금 쇼핑몰에 다녀왔다, 데미안! 내가 거기서 누구를 만났는지 아느냐? 시엔나다!" 베아트리체의 목소리는 터져 나오려는 분노를 누르느라 거칠게 떨렸다.데미안의 만년필 끝이 멈췄다. 그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가늘어졌으나, 속내를 읽히지 않도록 표정을 철저히 가다듬었다."시엔나가 거기서 고작 일반 매장 점원으로 일하고 있더구나!" 베아트리체가 역겨움과 거부감을 가득 담아 높은 톤으로 말을 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공장소에서 다른 남자와 친밀하게 걸어 다니며 대놓고 해대기까지 하더군! 내가 우리 가문의 명예를 위해 타이르자, 그 여자가 오히려 아주 버르장머리 없이 대꾸하더구나!"데미안은 어머니의 감정적인 폭언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시엔나가 다른 남자와 함께 걸어 다녔다는 베아트리체의 설명에 그가 잠시 침묵을 지켰다.그 남자는 틀림없이 줄리안일 것이다!데미안은 여전히 침착하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어머니를 향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버려두십시오, 어머니," 데미안이 마치 남 일처럼 지극히 무덤덤한 어조로 대꾸했다. "그게 그 여자가 선택한 직업이자 삶입니다. 어머니께서 굳이 그 여자 일에 지나치게 관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어머니는 아들의 무심한 태도에 믿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