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민은 마지막으로 그녀와 키스했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았다.다만 그녀의 입술에 닿은 순간 온몸은 감전된 것처럼 저릿하게 굳어버렸다.그때 그녀가 대담하게 더 깊이 파고들었다.마치 장난기 많은 새끼 고양이처럼 여기저기를 살짝 건드리다가 결국 그를 낚아채듯 세게 빨아들였다.순간 하승민은 짜릿한 감각이 척추를 타고 뇌까지 파고드는 걸 느꼈다.마치 영혼이 그녀에게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무거운 몸을 그녀 위로 눌렀다.‘빌어먹을...’그의 몸이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그는 지유나도 건드리지 않았
다섯 장의 시험지에는 모두 답이 적혀 있었다.하승민은 시험지를 빠르게 훑어보았다.깔끔한 글씨체로 적힌 답들은 모두 정답이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하승민은 믿을 수가 없었다.‘한 시간 만에 다섯 개의 시험지를 작성하고 모두 정답이라니... 어떻게 이럴 수 있지?’하승민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잠든 지서현을 바라보며 조현우를 불렀다.곧 사무실 문이 열리고 조현우가 들어왔다.“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조 비서, 내 눈앞에서 이런 짓을 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조현우는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대표님,
하지만 그는 정말로 일어나야 했다.하승민은 부드럽게 팔을 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는 샤워실로 가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한 후 검정 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그는 지유나를 발견하고는 발걸음을 멈추었다.지유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붉은 입술을 살짝 올려 웃으며 말했다. “오빠, 이제 일어났다는 말은 하지 마.”시간은 이미 8시였고 지유나도 사무실로 찾아온 시간이었다.그녀는 단 한 번도 하승민이 이렇게 늦게 일어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지유나가 아침부터 찾아올 줄은 몰랐던 하승민이
손을 뻗어 옷장 문을 연 하승민은 숨어 있는 지서현을 발견했다.지서현은 작은 몸을 웅크리고 긴 머리는 흐트러진 채 옷장 구석에 숨어 있었다.문이 열리자 금방 잠에서 깬 듯한 그녀의 맑고 혼란스러운 눈이 놀란 사슴처럼 동그래지며 그를 쳐다보았다.지금의 그녀는 매우 불쌍해 보였다.마치 조강지처가 들이닥쳐 옷장에 숨을 수밖에 없었던 애인처럼 말이다.하승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옷장에 숨어서 뭐 하는 거야?”지서현은 지유나의 목소리에 금방 잠에서 깼다.그녀는 눈을 뜨자 자신이 그의 휴게실 침대에서 자고 있다는 것을 발견
지서현은 말문이 막혔다.‘아무것도 기대한 적 없는데. 지유나가 같이 자는 걸 허락하지 않았을 테니... 그렇다고 이렇게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나?’“승민 씨, 제가 그렇게 싫어요? 그럼 앞으로 다시는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지서현은 단호하게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두 사람은 그렇게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헤어졌다.하승민은 여전히 어두운 표정으로 그의 사무실로 돌아가 긴급한 문서들을 처리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지유나가 들어왔다.“오빠, 언제 세경대로 출발할 거야? 오늘 C 신이 세경대에서 강연한다고 했잖아. 드디어 그
지서현은 백스테이지에 들어섰다.조금 전 임성민에게 백스테이지를 비우라고 했기 때문에 여긴 그녀 혼자뿐이다.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아 검은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어 올렸다.그리고 가느다랗게 뻗은 목을 드러낸 후 옅은 화장을 하고 립스틱도 발랐다.평소 화장을 잘 하지 않았지만 워낙 예쁘고 흰 얼굴 탓에 조금만 손을 봐도 외모는 더욱 빛났다.그때 밖에서 임성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지서현은 몸을 일으켜 무대 앞의 커튼을 살짝 들춰 보았다.강의실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찰칵, 찰칵.여러 방송국에
하승민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주지훈의 번호판은 해성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통행할 수 있습니다. 도로를 봉쇄하긴 이미 늦었어요.”“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하승민은 핸드폰을 꺼내 주지훈의 아버지인 주민기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집안은 오랜 친분이 있었기에 호칭으로 따지자면 하승민은 주민기를 아저씨라고 불러야 했다.ㄴ이내 전화가 연결되고 주민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승민이 네가 어쩐 일이야?”하승민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핸드폰을 움켜쥐며 말했다.“아드님이 제 사람을 납치했어요. 교외에 개인 별장은 없는지 확인하고
지서현은 진심으로 두려웠다.어떤 여자라도 신체적인 위협을 받을 때 침착함을 유지하기란 어려웠고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놔! 놓으라고! 저리 가! 아아악!”지서현은 필사적으로 탈출할 방법을 찾았다.쾅!그때 문이 거칠게 열리며 하승민이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주지훈의 팔을 거칠게 붙잡아 단숨에 그를 지서현에게서 떼어내더니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퍽!주지훈은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을 나뒹굴었지만 하승민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퍽!퍽!주지훈의 얼굴에서 피가 흘렀다.그때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킨 지서현이 떨리는
다른 여학생이 말했다.“진세윤 아빠가 마약상이라던데?”양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어. 진세윤은 마약상 아들이야. 게다가 엄마는 눈이 안 보이고 중학생 여동생도 하나 있는데 집안 형편이 말도 아니래. 그런데 마약상 아버지, 눈먼 어머니, 공부하는 여동생, 망가진 진세윤. 이런 상황이 오히려 내 도전 의식을 자극하더라. 하하.”양지혜와 주변 여학생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진세윤의 가정을 비웃고 있었다.엄수아는 기분이 상했다. 그녀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예쁜 눈으로 양지혜 일행을 쏘아보았다.“그만 좀 웃으시죠?”엄수아의 갑작스
하승민은 답장하라고 명령했다.지서현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자기가 누군데 명령하는 거지? 회사 사장인가? 왜 그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지서현은 다시 한번 무시했다.운전석에 앉은 소문익이 웃으며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랑 이혼은 했지만 뭔가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지는 않네. 하 대표 그 녀석이 아직 너한테 미련이 남은 것 아니야?”지서현이 대답했다.“글쎄요.”소문익이 말을 이었다.“매장에서 내가 네 허리를 감싸 안았을 때 하 대표 눈빛이 내 손을 잘라버릴 듯하던데. 서현아, 네 가짜 남자친구 노릇하는 것도 쉬
지동욱과 강미화는 예비 사위 C 신에게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하지만 지예슬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C 신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지예슬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C 신?”하지만 차갑고 기계적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합니다. 고객님이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없는 번호라고?’지예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기계적인 여자 목소리만 들려왔다.“죄송합니다. 고객님이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지예슬은 곧바로 카톡을 열어
C 신이 여자라고?박경애와 지예슬은 얼어붙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서 물었다.“소문익 씨, 무슨 말씀이세요? C 신이 어떻게 여자예요? 저랑 사귀는 사람인데, 남자라고요!”소문익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저는 C 신과 아는 사이일 뿐만 아니라 친분도 두텁습니다. 제가 여자라고 하면 여자인 겁니다.”지예슬은 충격적인 소식에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요, 소문익 씨. 분명 거짓말이죠!”박경애 또한 믿고 싶지 않았다.“소문익 씨, 지금은 서현이 남자친구라고 해서 그런 말도
지유나도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녀는 지서현에게 도발적인 눈빛을 던진 후 탈의실로 들어가 치마를 입어보았다.곧 지유나는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이윤희와 지예슬은 감탄했다.“유나야, 정말 아름답구나!”지유나는 레이스 치마를 입으니 아름다웠지만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허리가 너무 조였던 것이다.방금 탈의실에서도 숨을 꾹 참고 겨우 지퍼를 올렸다.지유나는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하승민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승민 오빠, 나 예뻐?”하승민은 지유나를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윤희가 칭찬을 쏟아냈다.“우리 유나가
지유나는 하승민에게 지서현이 입고 있는 치마를 사달라고 졸랐다.지서현에게 지기 싫은 승부욕은 그녀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지서현에게 주목이 쏠리는 게 싫었던 지유나는 그 치마를 반드시 손에 넣어야만 했다.사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온천에 갔을 때도 지유나는 지서현의 옷을 빼앗으려 했었다.하승민은 지서현을 바라보았다.그때 소문익이 지서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입을 열었다.“하 대표님, 세상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입니다. 규칙이죠. 안 그렇습니까?”하승민의 시선은 소문익의 손에 꽂혔다. 아까 소문익이 지서현의 어깨에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