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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진실을 알게 된 강주환

윤성아는 입을 꼭 다물고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만이 그녀의 비참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날, 윤성아는 출근하지 않았고 강주환은 몹시 저기압이었다.

‘빌어먹을, 역시나 나엽에게 들러붙은 게 틀림없어. 그래서 이젠 일도 그만두고 아예 사라지려는 거야.’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해보니 누군가 회사 그룹 채팅에 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올린 사람은 친한 직원들과의 그룹 채팅에 보내려 했는데 실수로 회사 전용 그룹 채팅에 보내버렸다.

심지어 자기가 잘못 보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강주환은 영상을 눌러봤다. 영상 속에 회사 빌딩 밖의 모습이 보였다. 마침 퇴근할 때인듯했고 윤성아는 협박받으며 송유미의 발 옆에 꿇어앉아 있었다.

그녀는 꿋꿋하게 허리를 펴고 있었는데 윤정월이 그녀를 잡아끌며 욕하고 있었다!

윤성아에게 사과하라며 퍼붓는 욕설과 모든 말을 듣게 되었다.

거기엔 윤정월이 사과만 한다면 돈을 받아 양아버지를 구해서 온 가족이 이곳을 떠나 살 수 있다는 말도 있었다...

강주환이 미간을 구기며 즉시 조수 진하상을 불러 물었다.

“영상 속 사건, 어떻게 된 거야?”

솔직히 진하상도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몰랐다.

“며칠 사이 윤 비서님의 어머니께서 회사에 두 번 찾아오셨는데 다 돈을 요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어제 오후, 마침 송유미 씨가 윤 비서님의 어머니가 돈을 요구하시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 뒤에 일어나 일인 것 같아요.”

“제대로 알아봐.”

강주환이 명령했다.

그녀와 함께한 4년간 돈을 요구할 때마다 그는 그녀가 허영심이 많아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설마 가족 때문이었던 걸까?

설마 그녀에게 도박쟁이 아버지가 있고 가족이 매번 돈을 보내라고 애원하고 협박하여 항상 돈이 필요했던 걸까?

“네.”

명령받은 진하상은 곧바로 조사에 들어갔다.

홀로 커다란 사무실에 앉아 영상을 다시 틀었다. 영상 속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어머니가 그녀를 잡아끌며 억지로 송유미 앞에서 꿇어앉게 했다. 그녀 어머니의 욕설과 폭력이 이어졌다...

갑자기 마음이 아파졌다. 그녀가 불쌍하게 느껴졌으며 지금 당장 그녀를 안아주고 앞으로 잘해주겠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뛰어난 업무 수행 능력으로 진하상은 사건의 진실을 찾아냈고 곧바로 강주환을 찾아와 보고했다.

“윤 비서님은 그녀의 어머니께서 혼전임신으로 낳은 아이인데 10살 때 어머니께서 양지강과 재혼하였습니다...”

진하상은 윤성아에 관한 모든 것을 보고했다.

“어젯밤 윤 비서님 양부께서 갇혀 있던 곳에서 도망치다가 불행하게도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습니다. 윤 비서님 어머니께선 모든 것을 윤 비서님 탓으로 돌렸고 집에서 쫓아내 버렸는데 아직도 정원에 꿇어앉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주환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며 진하상에게 말했다.

“윤성아네 집 주소를 메시지로 보내.”

“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지하 주차장에 왔고 차에 앉았을 때, 윤성아의 집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설정한 후,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떠났다.

그 낡고 허름한 동네로 향하는 길에서 그는 너무도 후회되었다. 여태껏 그녀를 오해하고 있었다. 4년 동안 한 번도 그녀를 조사해볼 생각은 해보지 못했고 그녀 역시 그에게 아무 사실도 얘기한 적 없었다.

낮이 되면 두 사람은 아무런 사적인 관계도 없는 상사와 직원 사이였고 밤이 되면 아파트에서 그는 그녀의 고객처럼 그녀의 몸을 통해 쾌락을 얻어갔다.

다만 그녀가 그토록 돈에 집착하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괜히 감정을 섞지 않는 것도 그가 보기엔 괜찮았다. 그래서 자신은 그녀의 몸을 탐하고 그녀는 돈을 가져가는 이런 방식을 묵인했었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모든 사실을 조금이라도 일찍 그에게 털어놨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달라지는 게 없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여전히 지금처럼 그의 애인이 되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뭔가 달라질 것 같기도 했다!

강주환의 차가 마을로 들어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전히 집 앞에 꿇어앉아 있는 윤성아를 보게 되었다.

처참한 몰골이었다. 머리카락엔 사람들이 던진 달걀과 흙먼지가 붙어있었고 얼굴은 창백했다. 언제든지 쓰러질 것처럼 불안정해 보였다...

오늘은 양지강의 초상을 치르는 날이라 많은 빈객과 이웃들이 와서 도와주고 있었으나 아무도 윤성아를 신경 쓰지 않았으며 일으켜 세워주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곁을 지날 때마다 악독한 저주를 퍼부었다.

“양심도 없는 것. 지강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문어구에는 여전히 구경하는 이들로 가득했는데 똑같이 윤성아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윤성아는 마치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가 있었다.

차에서 내린 강주환이 성큼성큼 다가가 아직도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을 차갑게 쏘아보곤 단숨에 윤성아를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몸에 흘러내리는 달걀과 음식 찌꺼기도 개의치 않고 그는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갑자기 나타나는 강주환을 보고 윤성아가 흠칫 놀랐다.

‘이 남자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놔요.”

강주환이 미간을 구겼다. 화가 치밀었다.

“그럼 여기에 계속 꿇어앉아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소릴 들을 거야? 함부로 지껄이고 욕을 해도 괜찮은 거야?”

“상관하지 마세요!”

윤성아가 힘껏 강주환을 밀쳤다. 하지만 몸이 너무 허약해서인지 아니면 너무 오래 꿇어앉아 이미 다리에 감각이 없어져서인지 그를 밀쳐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그 모습에 강주환은 윤성아를 들어 올려 안으려 했다.

“그냥 가요. 저 상관하지 마요...”

너무 오래 울어서 이젠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창백한 얼굴은 초췌하기 짝이 없었고 두 눈은 공허했다.

품에 안은 그녀를 보며 강주환은 화가 치밀었다. 다시 품에 꽉 끌어안자 그녀의 몸이 아주 뜨겁다는 것이 느껴졌다.

고열에 시달리며 그곳에서 그런 모욕을 견뎠다니.

“따라와.”

그는 억지로 그녀를 안아 들었다. 어제 비를 맞고 병에 걸린데다 오늘 또 오랫동안 꿇어앉아 있었던 윤성아는 이미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그렇게 잠시 버둥거리다 눈앞이 까맣게 번지며 정신을 잃어버렸다.

강주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가 정신을 잃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그녀를 안고 자신의 차로 향했다.

머지않은 곳에서 안효주가 호화스러운 차 안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사람을 친 사건이 드러날까 봐 조사를 했고 그렇게 양지강의 집까지 찾아왔다.

역시나 양지강의 집에서 상을 치르고 있었고 차 안에 앉은 그녀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그 순간, 한 남자의 품에 안긴 여자를 보게 되었는데 놀랍도록 아름다운 여자의 자그마한 얼굴이 자신과 똑 닮아 있었다!

안효주가 놀란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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