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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Author: 권시아

제1화 그와 그녀의 관계 

Author: 권시아
화려하고 현대적인 아파트 침실 안.

이제 쾌락의 시간이 막 끝난 시점이었다.

방안엔 뜨거운 열기가 여전했고 진한 남자의 호르몬과 여자의 몸에서 은은하게 나는 향기가 남아있었다.

남자의 복근을 타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욕망이 숨겨져 있었는데 조금 전의 위로가 성에 차지 않은 듯 탐욕스러웠다. 그는 지쳐서 깊은 잠에 빠진 여자를 뚫어지라 지켜보다가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자는 척하지 말고 눈을 떠 나를 봐!”

“이게 다 네가 원했던 거잖아.”

윤성아는 뼛속까지 시큰해졌는데 마치 온몸의 힘이 순식간에 다 빨려 나간 것 같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었다.

그녀의 젖은 머리칼이 가늘고 긴 목에 꼭 붙어 있었고 발그레한 얼굴은 웜톤 불빛에 물들어 더 유혹적으로 비쳤다.

남자는 그녀의 흐리멍덩한 눈빛을 보자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서 씻자.”

그가 그녀를 안아 들고 성큼성큼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를 틀자 안개가 자욱했고 남자는 그녀를 뜨거운 물이 가득 담긴 욕조에 던져넣었다...

곧이어 건장한 몸을 가진 남자도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욕실에서 나왔을 땐 이미 두 시간이 흐른 뒤였고 그는 여전히 뜨거운 눈빛으로 품에 안긴 여자를 바라봤다.

“정말 지쳤어?”

“네.”

윤성아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사람을 매혹하는 힘이 있었는데 새끼 고양이처럼 매력적이었다.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그냥 이대로 잠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힘겹게 눈을 떠서 남자를 바라봤다.

잘생긴 이목구비는 타고난 듯했지만 차가웠다. 온몸에서 고귀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와 그녀, 한 사람은 하늘에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늪에 빠져 있다.

그는 그녀의 ‘은혜로운 고객님’이자 그녀가 돈을 요구하는 ‘돈줄’이기도 했다.

4년 동안 그에게 돈을 달라 요구한 적은 몇 번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많았다.

하지만 매번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난처해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눈을 질끈 감고 큰 액수를 요구해야 했다.

입술을 꽉 깨물고, 윤성아가 결국 말을 토해냈다.

“생활비가 모자라요...”

“하!”

남자가 조소하듯 차갑게 웃더니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올렸다.

검은 눈동자가 한층 짙어지며 그녀의 터질 듯이 달아오른, 잘 익은 사과 같은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녀의 까맣고 촘촘한 속눈썹에 이슬이 맺혀있었다. 조금 전 욕실에서 너무 과했던 걸까? 그녀가 울어버렸다.

귀엽고 장난기 가득한 모습, 알맞춤한 콧대. 셀 수 없을 만큼 키스를 퍼부어 약간 부어오른 입술, 그리고 눈맞춤을 피하는 눈동자까지!

‘젠장!’

겨우 잠이 든 야수가 다시 꿈틀거리며 깨어나려는 것 같았다.

강주환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의 쉰 목소리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이번엔 얼마를 원하는데?”

“1억.”

“걱정하지 마. 줄 테니까.”

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돈이라면 넘치게 많으니까.

“고작 한 번 하는 게 1억의 가치가 있을까?”

하지만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고, 이내 그가 허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다음 날 아침, 윤성아가 다시 잠에서 깨어날 때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대 머리맡에 카드가 한 장 놓여있었고 핸드폰에 메시지가 와있었다.

「카드에 1억 있어. 이번 달 생활비로 충분하겠지? 너, 네가 비싼 줄 알고 더 많이 요구할 생각은 접어. 앞으로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으니까.」

그의 싸늘한 말도 윤성아가 견뎌야 할 부분이었다. 확실히 그녀는 이 정도로 ‘비싸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그녀는 핸드폰을 끄고 욕실로 가서 샤워하고 이를 닦았다.

전형적인 오피스룩으로 갈아입고 옅은 메이크업을 했다. 그리고 침대 협탁 위에 놓인 카드를 가방에 넣었다.

걸어서 오 분 거리인 회사에 도착한 후,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대표님 전속 층으로 올라갔다. 대표님 사무실 밖에 있는 사무용 책상에 앉은 후, 하루의 업무를 시작했다.

윤성아는 굉장히 예뻤다. 자그마한 얼굴의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는 신이 열심히 빚은 티가 났고 키도 크고 늘씬했다.

사실 그녀는 성격도 좋았는데 부드럽고, 침착한데다 똑똑하고 성취욕이 강한 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호진 그룹 동료들은 모두가 그녀를 차갑고 도도하다고 생각했다.

윤성아는 평소에 말수도 적고 동료들과 어울리지도 않았으며 혼자 다니길 좋아했다.

호진 그룹에서 일한 지 4년이 되어가지만 그녀는 친구 한 명 사귀지 못했고 고독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나마 유일하게 자주 말을 건네는 상대라면 강주환뿐이었다.

낮에 그녀는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는 합격한 비서였고 밤이 되면 그를 만족시켜주는 뛰어난 애인이 되었다. 그녀는 그가 돈을 주기만 하면 가질 수 있는 여자였다.

오전 아홉 시.

윤성아가 대표님 사무실 앞에서 노크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대표님, 파일 몇 개 확인하셔야 합니다. 10분 뒤에 경영진 미팅이 있고 점심에 이스트 컴퍼니 대표님과 식사가 예약되어 있습니다. 오후 두 시엔 손 대표님께서...”

약간 느린 템포로 윤성아가 강주환의 오늘 일정을 얘기했다. 그녀가 보고를 마치자 강주환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알겠으니까 나가 봐.”

다시 밖으로 나와 자신의 책상 앞에 앉은 그녀는 바쁘게 매일 거의 바뀌지 않는 업무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저녁 무렵, 다른 직원들과 다름없이 윤성아도 물건을 챙겨 퇴근했다.

그녀는 짬을 내서 집에 들러 1억이 담긴 카드를 윤정월에게 건네며 말했다. “엄마, 이번 달 내가 빌릴 수 있는 마지막 돈이에요. 도박 빚 이것으로 갚으세요.”

“다음 달 월급 받으면 신우 학비 내고 병원비도 낼게요. 그리고 엄마한테 가게 하나 차려줄 테니까 작게라도 장사 시작하세요. 그리고 다시는 그 사람에게 돈 주면 안 된다는 거 잊지 마세요.”

윤정월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가 사람이 사는 집 같지 않은 허름한 민가에서 나와 아파트에 도착하기 무섭게 윤정월이 전화를 걸어왔다.

“성아야, 누군가 네 아빠를 붙잡아서 가뒀어!”

“미안해, 성아야. 내가 제대로 지켜보지 못했어. 네 아빠가 또 도박하러 가서 사채를 썼어... 1억 6천만 원이야! 돈을 갚지 못하면 그놈들이 네 아빠 손가락을 잘라버린다고 했어...”

윤정월이 목놓아 우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흘러나왔다.

“네 아빠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너뿐이다, 성아야! 우리가 1억 6천을 모아서 보낼 수 있으면 다시 그이를 데려올 수 있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사 년 동안 윤성아는 줄곧 이런 식으로 빚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렸고 매번 아버지 양지강의 도박 빚을 갚아왔다.

윤성아가 싸늘하게 대답했다. “저 이제 돈 없어요.”

“성아, 넌 호진 그룹의 수석 비서잖아! 여태껏 집에 그렇게 많은 돈을 보내왔는데 네가 돈이 없을 리가 없잖아...”

문득 윤성아는 웃음이 터져 나왔는데 웃다가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는 갑자기 울음을 그친 전화기 너머의 여자를 향해 나지막이 물었다.

“엄마, 내가 그동안 어떻게 그 돈을 얻을 수 있었는지 이젠 알 것 같지 않아요?”

침묵이 한동안 이어졌다. “미안하다, 성아야...”

22년 전, 윤정월은 혼전 임신으로 아버지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윤성아가 열 살이 되던 해, 양지강과 재혼하게 되었다.

양지강은 요리사였는데 윤정월과 결혼 후, 두 사람은 식당을 열게 되었다.

사람 좋고 성실했던 양지강은 정월 모녀에게 아주 잘했다.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로도 손색이 없었다.

나중에 윤정월이 아들 양신우를 낳아도 양지강은 성아를 소홀히 대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 윤 성아를 친딸로 여기고 친아들보다 더 아껴줬었다.

비록 돈이 많지는 않았지만 가정이 화목하니 행복하고 따듯했다.

하지만 4년 전부터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향해 애원했다. 그녀는 애써 마음을 굳게 먹으려고 했지만 가족 앞에서 또다시 타협하고 말았다.

“남은 6천은 어떻게든 방법을 대서 구해볼게요. 아버진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그날 밤, 강주환은 늦도록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윤성아가 그에게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남자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는데 몸이 살짝 떨릴 정도였다.

“용건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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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준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고, 금호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그는 어둠이 없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사는 반듯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일부 국제조직에서는 용준을 불안하게 여겼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심지어 그가 의심되어 오랫동안 그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는 범죄자 취급을 당했고, 그리하여 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더더욱 생각지도 못한 건, 그 당시 그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던 여자친구마저 누구한테 몹쓸 짓을 당하게 된 것이다.그러므로 용준이 점점 나쁘게 변하여 나중에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되었던,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요 몇 년 동안 풍운파는 용준의 관리하에 동남아에서 제일 큰 폭력조직으로 성장하였고,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나 다 저지르는 편이었지만 딱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그건 바로 노약자와 여자,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거였다.의리도 지켰다.하지만...“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남서훈이 말했다.“이 세상은 원래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게 아니니깐요. 동남아는 원래 상황이 어수선하잖아요. 무장세력과 폭력조직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 바꿀 수도 없어요. 오히려 풍운파와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양준회가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측면으로 보면 용준은 꽤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원수지간이다. 양준회가 그의 아버지를 죽였다. 비록 지금까지는 아무 짓을 안 했어도, 또 그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풍운파를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다스린 용준이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리하여 양준회는 안심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남서훈과 같이 풍운파를 즉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나나도 여기 있어요.”남서훈이 예상치도 못한 폭탄을 터트렸다. 양준회는 깜짝 놀랐다.양나나가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그는 바로 말했다.“그럼 나나도 같이 떠나면 돼.”갇힌 두 달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5화 임신했어요

    강하영이 부케를 내던지는 일순간 우양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부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부케를 잽싸게 낚아채는 그의 모습이 정지화면인 양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부케를 손에 쥔 그다음 순간, 그는 부케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모두가 경악했다.강하영은 크루즈 난간 쪽으로 달려가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남자를 보며 입을 떡 벌리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선원들이 즉시 튜브를 던졌고, 또 어떤 사람들은 즉시 뛰어내려 구조하려 했지만 강주환이 그들을 말렸다.왜 구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는 강주환을 쳐다봤다.그러다 팔로 물살을 가르며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우양주가 크루즈 위에 있는 강하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듣고 왜 그러는지 알 것만 같았다.“여보, 어쨌든 내가 부케 받았으니까 당신 나랑 결혼식 치러야 돼요! 안 그러면...”그 뒤엔 위협적인 말이 따라야 하는데 우양주도 무엇으로 강하영을 협박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남은 건 자신의 이 몸뚱이 하나뿐인데...“안 그러면 나 안 올라갈 거야. 여기 바다에 계속 있을 거야, 결혼식도 못 하는데 그냥 빠져 죽지 뭐.”강하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바다에 빠진 남자를 까만 눈동자로 차분하게 내려다보며 끝내 입을 열었다.“빠져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안 말려요.”“...”우양주는 서럽게 그녀를 쳐다봤다.역시나 아내는 매정했고 자신에 대해 애정이 없었다.그러나 그때 윤성아 곁에 서있는 강주환이 무덤덤하게 한마디 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바다에 상어가 출몰한다고 했어요. 식인 상어.”강주환은 고개를 돌려 강하영한테 말했다. “지금 아직 상어가 오지 않아서 그렇지, 나타나기만 하면 한꺼번에 열 몇 마리씩 무리 지어서 나올 거예요. 그게 게네들 습성이라. 이야... 쟨 아마 그러면 뼛조각도 남지 않겠네.”“...”그 말에 강하영이 급해 났다. 말투도 전처럼 차분하고 담담하지 않았다.난간에 기대어 우양주를 향해 내리 소리 질렀다.“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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