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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넌 사람 홀리는 구미호 같아

따귀를 맞은 한쪽 얼굴이 얼얼했다.

“아닙니다.”

그녀는 강주환과의 관계를 부인했다. 뺨을 맞은 자그마한 얼굴은 차가웠고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윤성아는 담담하게 송유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미 씨, 전 그저 호진 그룹의 일자리가 필요할 뿐이에요. 전 돈이 필요합니다. 대표님 수석 비서로 일하면 월급이 적지 않잖아요.”

의심스로운 눈빛으로 윤성아를 훑어보며 송유미가 말했다.

“괜찮은 일자리 찾고 싶으면 내가 재민 그룹에 소개시켜줄게. 오빠가 거기에 있는데 네가 비서로 일해도 돼.”

하지만 이번에 윤성아는 허락하지 않았다.

“유미 씨, 이미 아시겠지만 전 학력이 낮아요. 고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어요. 강대표님께서 일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러니까 대표님께서 필요하시다면 전 호진 그룹에 남을 겁니다.”

송유미가 미간을 구기며 윤성아를 노려봤다.

“그럼 왜 그때는 일 그만둔다고 한 거야? 왜 내가 준 돈을 덥석 받았냐고.”

“유미 씨는 곧 대표님과 약혼할 사이니까 전 유미 씨 뜻이 곧 대표님 뜻인 줄 알았어요.”

솔직한 윤성아의 대답.

“그래서?”

‘빌어먹을, 지금 일부러 나 약올리는 거야? 강주환의 약혼녀가, 미래의 와이프가 너 하나 내쫓을 능력이 없다는 거야?’

윤성아가 송유미를 바라봤다.

“유미 씨가 미리 준 연말 상금이랑 퇴직금은 전부 돌려드리겠습니다.”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송유미는 죽일 듯이 윤성아를 노려봤다.

“너, 강주환이랑 아무 사이 아니길 바라. 뭔가 있다면, 내가 알게 된다면, 너 죽여버릴 테니까.”

...

퇴근 시간이 되자 윤성아는 일을 마치고 디자인 팀에서 나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여 문이 열렸고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대표님.”

그녀는 공손하고도 거리가 느껴지는 어조로 그를 불렀으나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뜻은 없어보였다.

강주환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안 들어오고 뭐해?”

그러자 윤성아가 고개를 숙이고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강주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조각 같이 예쁜 성아의 얼굴을 흘긋 봤는데 선명한 손가락 마디 자국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 그녀를 때렸다!

엘리베이터엔 두 사람 뿐이었고 그는 손으로 그녀의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아무 것도 아니에요.”

윤성아가 고개를 저었고 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린채 더는 묻지 않았다.

1층에 도착하자 강주환이 먼저 나갔다. 그는 키가 크고 몸이 건장했다. 온몸에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아우라를 뿜어냈고 회사 로비를 성큼성큼 가로질러 차에 올라탔다.

윤성아는 그의 뒤를 따라 회사 로비를 걸어나와 왼쪽으로 돌아 예전과 다름없이 걸어서 아파트로 향했다.

그와 강주환은 아무런 접점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밤 10시가 되자 강주환이 아파트에 와서 초인종을 눌렀고 윤성아가 바로 문을 열었다.

“대표님.”

“응.”

남자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약간 취기가 오른 듯, 다급하게 윤성아를 끌어안고 키스하기 시작했다. 출장 간 며칠 동안 그녀가 곁에 없어서 몹시 그리웠다.

지금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대표님...”

윤성아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덮쳐왔다.

“퍽!”

방문이 굳게 닫히고 두 사람은 문짝에 완전히 기대게 되었다.

강주환은 윤성아의 허리를 힘껏 꼬집듯이 주무르며 그녀의 호흡을 탐했다. 한참 후, 겨우 입술을 떼서 천천히 그녀의 목으로 가져갔다...

“대표님!”

윤성아가 가볍게 그를 밀어냈다.

“응?”

그는 계속하여 머리를 성아의 목에 파묻은채 대답했다. 검고 짧은 그의 머리가 자꾸 턱에 쓸려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간지럽고 찌릿찌릿했다.

윤성아는 다시 그를 밀어냈다.

거절의 뜻이 명확하자 강주환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 시각, 의심을 거둘 수 없었던 송유미는 미리 윤성아의 뒷조사를 부탁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 강주환의 집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강주환이 그녀를 집에 데려다준 후, 그녀는 몰래 따라나섰는데 그길로 아파트까지 오게 되었다.

하지만 고급 아파트의 경비와 보안은 아주 철저했다. 이곳의 입주자가 아닌 그녀는 들어갈 수가 없었고 차 안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젠장!”

그녀는 강주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강주환의 목소리가 심하게 갈라졌다.

“무슨 일이야?”

“너 지금 어디야?”

강주환은 약간 불쾌한 듯 답했다.

“이 늦은 밤에 고작 그거 물으려고 전화한 거야?”

“...”

“아무 일 없으면 끊을게.”

전화가 뚝 끊어졌다. 그는 핸드폰을 한편에 던져버렸다. 하지만 던지며 실수로 송유미의 전화번호가 눌려졌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다시 핸드폰이 울리자 송유미가 전화를 받았다.

“주환아...”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스피커를 통해 남자의 거친 호흡과 함께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윤성아다!

뒷조사한 결과 윤성아가 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그 빌어먹을 여자가 감히 강주환과 함께 있다니!

송유미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해서 귀를 기울였다.

아파트 안.

남자는 핸드폰을 던지고 여자를 품에 안았다. 욕망으로 가득한 눈빛이 무섭게 빛나며 윤성아를 뚫어지라 바라봤다.

“왜? 돈이 필요해?”

그렇게 물었으나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날 만족시켜봐. 그럼 이따가 줄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얼굴이 다시 다가왔다. 그녀의 입술을 탐하며 호흡을 거칠게 내쉬었다...

그는 그녀를 높이 들어 힘껏 문으로 밀어붙였다. 검은 눈동자 안에 무서운 야수가 숨어있는 것 같았고 목소리가 심하게 갈라졌다.

“윤성아, 넌 정말 나를 미치게 해.”

...

얼마나 지났을까.

남자가 윤성아를 안아 방으로 데려왔다.

그녀는 침대에 던져졌는데 욕망을 아직도 다 채우지 못한 남자가 바로 그녀의 몸을 깔고 다가왔다.

“싫어요.”

그녀가 손을 내밀어 그를 막았다. 강주환의 눈빛에 약간의 분노가 서렸다.

“윤성아, 뭘 빼고 있어? 아까 우리 좋았잖아. 응?”

“...”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터질듯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안개가 낀 듯이 흐릿한 눈빛은 순진한 토끼같았고 강주환은 그런 그녀를 몹시 괴롭히고 싶었다.

“젠장!”

강주환이 낮게 읊조렸다.

“윤성아, 넌 사람 홀리는 구미호 같아.”

그렇게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다.

출장 며칠 갔다오더니 굶주린 늑대가 된 강주환은 무서울 지경이었다! 마치 윤성아의 뼈까지 모조리 삼켜버리려는 듯했다.

아파트 밖에서 이 모든 것을 듣고 있던 송유미는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그는 이를 부득 갈며 핸드폰을 힘껏 내던졌고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힌 핸드폰이 산산조각나버렸다.

“윤성아! 이 천박한 년이 내 남자에게 꼬리를 쳐?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

칠흑같은 어둠 속.

모든 것이 다시 잠잠해 졌을 때는 이미 두 시간이 흐른 뒤었다.

강주환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커다란 침대위에 누워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며 그가 옆에 누워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번엔 얼마를 원해?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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