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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짝사랑은 너무 힘들어

Author: 사흘부탁
사랑은 태연하게 돈을 받은 다음, 주방에 가서 저녁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담담한 척하며 태경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녁에 돌아와서 식사할 거예요?]

결혼한 후에도 사랑은 태경과 동거를 하며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솥 안의 국은 이미 끓기 시작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사랑은 냉담한 답장을 받았다.

[아마도.]

사랑은 식탁에 앉아 한 상 가득 차린 음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임산부는 감정이 예민해서, 이미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오늘 밤 여전히 외로움을 느꼈다.

그녀는 시계를 바라보았는데, 이미 밤이 되었다. 식탁 위의 음식도 식기 직전이었다.

사랑은 다시 음식을 데웠고, 또 30분이 지났지만 시종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신중하게 문자를 여러 번 편집했다.

[저녁을 준비했는데, 언제 돌아올 거예요?]

사랑은 눈을 드리우며 자신이 보낸 문자를 쳐다보더니 또 무뚝뚝하게 삭제했다.

집안의 가정부도 곧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사랑이 그녀에게 말했다.

“이모님, 이 음식들 다 버려요.”

윤미숙은 이 여주인을 무척 동정했다. 집안의 가정부도 태경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네, 아가씨.”

가정부의 월급도 태경이 책임졌다. 처음에 그들은 사랑을 사모님이라고 불렀는데, 한 번은 태경이 이를 들었고, 불쾌해하지 않았지만 그저 앞으로 그녀를 아가씨라 부르라고 했다.

깍듯한 호칭인 동시에 거리감이 있었다.

...

밤 10시가 되자, 사랑은 소파에 앉아 멍하니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그녀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게스트가 나오고 있었다.

얼마 전, 이 여자 연예인과 태경이 함께 찍힌 사진이 기사로 떴다. 텔레비전 속에서 시크한 여신 같았던 그녀는 태경 앞에서는 활짝 웃으며 그의 팔을 다정하게 끼고, 한밤중에 호텔을 드나들었다.

사랑은 태경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여자들은 모두 태경에게 마음을 고백할 용기가 있었지만, 정작 사랑만은 그러지 못했다.

태경이 사랑과 계약 결혼을 하게 된 이유도 단순했다. 사랑이 눈치가 빠르고, 그의 요구에 맞춰줄 수 있으며 무엇보다 태경에게 감정이 없기 때문이었다.

사랑이 텔레비전을 끄자, 거실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이 조용함을 견디지 못한 사랑은 결국 태경에게 문자를 보냈다.

[돌아올 거예요?]

또 한참을 기다렸지만, 핸드폰은 좀처럼 울리지 않았다.

태경은 답장을 하지 않았다.

사랑은 하늘에 걸린 달을 바라보며, 자신이 언제 이렇게 욕심이 많아졌는지를 잘 몰랐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에게 말했다.

“넌 아빠가 좋니?”

그녀는 혼잣말로 대답했다.

“엄마는 아빠를 많이 좋아하거든.”

이때, 정원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전조등은 아득히 넓은 본가의 정원을 밝게 비추었다.

‘태경이 돌아온 것 같은데.’

사랑은 황급히 눈물을 지웠다. 남자는 양복 외투를 벗으며 들어왔고, 넥타이를 풀었다. 아직 거실에 있는 여자를 보고, 태경은 한순간 의아해하며 고개를 살짝 들었다.

“아직 안 잤어?”

사랑은 손바닥을 꽉 쥐었고, 따끔한 느낌에 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 있었다.

“잠이 안 와서요.”

“자기 전에 우유 좀 마시면 아마도 도움이 될 거야.”

사랑은 눈을 드리웠다.

“네.”

태경의 몸에서 옅게 담배 냄새가 풍겨왔지만, 그 냄새는 고약하지도 않았고 코를 찌르지도 않았다.

사랑은 태경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자랑스러운 우등생이었던 그가 나른하게 벽에 기대어 있었고, 입가에는 어딘가 모르게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담배 연기가 태경의 얼굴을 살짝 가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은 여전히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학생 시절의 사랑은 자신도 모르게 그런 그의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하지만 짝사랑은 너무 힘들어.’

...

사랑이 우유를 마시고 위층으로 올라가자, 태경은 마침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의 상반신은 옷을 걸치지 않아 단단한 복근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사랑은 또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운 몸은 난감함에 점점 더 굳어갔다.

그 순간, 태경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에게 키스를 시작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사랑의 턱을 살며시 꼬집어, 그녀의 입술을 벌리게 강요했다.

뜨거운 숨결이 서로 엉키며 분위기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 사랑의 얕은 숨소리가 공기 속으로 흩어졌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평소에는 온화해 보였던 태경이었지만, 실제로는 몹시 포악한 남자였다. 그의 본성은 오만했고,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간신히 숨을 고르며 사랑은 아려오는 입술의 통증을 느꼈다. 말을 하려 입을 벌리려 했지만, 태경은 그녀의 허리를 다시금 눌러오며 낮게 속삭였다.

“잠이 안 온다며? 적당한 운동도 수면에 도움이 되니까.”

두 사람은 뜨거운 밤을 보냈다.

...

다음 날, 사랑은 예상대로 지각을 했다. 심지어 출근할 때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

태경이 교외의 개발 프로젝트 때문에 한 무리의 사람들을 해고했기에, 회의할 때, 모든 사람들은 두려움에 전전긍긍했다. 말없이 퍼지는 싸늘함에 직원들은 버틸 수가 없었다.

현미는 휴식시간을 틈타 사랑에게 괴로움을 호소했다.

“그 주주들은 대체 왜 대표님을 건드린 거냐고? 예전에 대표님께서 회사를 관리하시지 않았을 때도 이미 만만한 존재가 아니셨는데, 지금은 권력을 잡고 계시니 더욱 이런 사람들을 용납하실 수 없겠지. 고래 싸움에 세우 등이 다 터졌네.”

사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현미는 계속 말했다.

“나는 대표님의 침대에 올라가려는 그 여자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난 대표님과 눈도 감히 마주치지 못하겠어.”

사랑은 물을 절반 마시며 목을 축였다.

“사람마다 원하는 게 다르니까.”

임신한 후, 그녀는 늘 목이 말랐다.

사랑은 한참 묵묵히 있다가 이어서 말했다.

“현미야, 나 오후에 일찍 퇴근해야 하니까, 무슨 일 있으면 네가 대신 해결해 줘.”

현미는 ‘오케이’라는 손짓을 하며 좋다고 말했다.

사랑은 대학 시절 디자인을 전공했다. 비록 대학을 졸업한 후 태경의 밑에서 비서로 일하게 되었지만, 최근에는 몰래 홈디자인 의뢰를 받기도 했다.

그녀는 저녁에 새 고객과 식사 약속을 잡아두었고, 그 자리에서 계약을 체결할 생각이었다.

사랑이 회사를 떠난 후, 덕훈은 비서실에 와서 커피를 한 잔 타라고 지시했다. 평소 이런 작은 일들은 모두 사랑이 도맡아 했던 터라, 그녀가 없자 결국 현미가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현미는 커피를 들고 대표님 사무실로 들어갔다.

태경은 눈을 들더니 잠시 멈칫했다.

“강 비서는?”

현미는 스트레스를 무릅쓰고 거짓말을 했다.

“강 비서는 몸이 불편해서 병원에 갔습니다.”

태경은 싸늘하게 말했다.

“나가.”

현미는 한숨을 돌리며 얼른 밖으로 달려갔다.

...

오후 6시, 사랑은 약속대로 미리 예약한 호텔에 찾아갔다.

공교롭게도 이번의 고객은 정헌의 삼촌이었는데, 뚱뚱하고 느끼한 늙은 남자였다.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새로 집을 하나 사줬는데 마침 인테리어를 해야 했다.

사랑은 메스꺼움을 참으며 그에게 인사를 했다.

“유 사장님.”

유정일은 사랑을 처음 봤을 때부터 계속 귀찮게 매달렸고, 앉으라고 한 다음, 종업원에게 와인을 가득 따라주라고 했다.

“강 비서, 이제야 이렇게 만나네.”

사랑은 접대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 사장님, 일단 계약서에 사인부터 하시죠.”

유정일은 웃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 천천히 술 좀 마시고 나서 이야기하자.”

사랑은 꾹 참고서야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정헌은 마침 옆 룸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자신의 삼촌과 인사를 하려다 뜻밖에도 사랑을 마주쳤다.

놀라움도 잠시,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서로를 모르는 척했다. 사랑은 고개를 숙이며 정헌을 보지도 않았다.

정헌은 음탕하게 웃는 유정일을 보았는데, 두 손은 이미 사랑의 허리에 닿기 직전이었다.

그는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룸을 나서자, 정헌은 태경에게 전화를 하더니,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네 비서 말이야, 꽤 바쁜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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