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윤정겸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아마 좀 어려울 거야.]기문식은 순간 뭔가를 떠올린 듯 눈빛이 흔들렸다.“설마 명우가 희유 씨를 좋아하게 된 건가?”그게 아니라면 도무지 설명되지 않았다.명우가 왜 이렇게까지 일을 키우며 오경후와 리안을 몰아붙이는지, 기문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그때 윤정겸이 갑자기 웃었다.[자네 정말 명우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인 줄 알았나? 매일 시간 맞춰 박물관에 얼굴 비추는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야.]그러자 기문식은 멍하니 표정이 굳어졌다가 이내 불쑥 말했다.“명우가 희유 씨 때문에 박물관에 온 거였다고?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그날 제가 희유 씨를 사무실로 불러서 명우에게 직접 소개했을 때, 두 사람은 분명 처음 보는 사이 같았어.”윤정겸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두 사람은 2년 전쯤 결혼 직전까지 갔던 사이야.]기문식은 그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고 곧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그런 사이였으면 처음부터 말해줘야지. 희유 씨를 박물관에 보낼 때는 옛 친구 딸이라고만 하고 잘 챙겨 달라고만 했잖아.”윤정겸은 태연하게 답했다.[그때는 이미 둘이 헤어진 뒤였잖아. 내가 뭘 어떻게 소개하겠나?]“어쩐지 명우가...”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진 듯 기문식은 다급해졌다.“알겠어. 이번 일은 내가 명우에게도 미안한 짓을 했네. 바로 처리하지.”윤정겸이 단호하게 말했다.[서둘러. 자칫하다간 쌓아온 명예까지 다 잃을 수 있으니까.]그 말에 기문식은 더 말할 겨를도 없이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한순간도 더 미룰 수 없던 기문식은 곧바로 박물관 명의로 공지를 올렸다.박물관은 최근 온라인에서 논란이 된 방송 프로그램 사안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다각도의 확인과 증거 수집을 통해 해당 방송에 실제로 편집과 합성 정황이 존재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또한 방송 속에서 고서 복원을 진행한 사람은 리안이 아니라, 박물관 소속의 다른 문화재 복원사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이번
오경후가 지닌 온화하고 박학다식한 전문가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졌다.오경후는 영상을 확인하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바로 이씨 집안의 소행이라는 것이었다.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오경후는 곧바로 역공에 나섰다.인터넷에 공개 사과문을 올리며, 해당 프로그램이 편집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폭로했다.리안이 자신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꾸미기 위해 자신에게 부탁했다고 했다.희유를 속여 고서 복원 프로그램에 한 회 출연시키게 한 뒤, 편집을 통해 리안 본인이 한 것처럼 만들어 유명세를 얻으려 했다는 것이었다.오경후의 발언은 순식간에 온라인을 초토화했다.그 폭로를 보고 완전히 얼어붙은 리안은 곧바로 오경후에게 전화를 걸었다.[교수님, 계정 해킹당하신 거 아니에요?]오경후는 외도 사건으로 이미 여론의 공격을 받고 있었고, 감정이 극도로 격해진 상태였다.그래서 이전처럼 온화한 스승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리안 씨, 더 이상 모른 척하지 말죠? 지난번에 내 아내를 호텔로 부른 다음, 몰래 사진 찍은 것도 리안 씨 사람들이죠?”오경후의 외도 사실은 리안만 알고 있었고, 아내의 연락처 역시 리안만 가지고 있었다.따라서 그날 일이 이씨 집안이 일부러 아내를 불러내 사진을 찍고, 자신을 압박하기 위한 증거를 만든 것이라는 결론은 어렵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그 사진을 공개한 것도, 결국 리안을 지키라고 협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이에 리안은 다급하게 해명했다.[그거 저희 집안에서 한 거 아니에요.]그러자 오경후는 믿지 않는 다는 듯 냉소적으로 웃었다.“리안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잘 알고 있어요.”리안은 목소리를 높였다.[제가 정말 교수님 약점을 쥐고 있었다면, 굳이 인터넷에 올릴 이유가 있었을까요?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됐잖아요.]그 말에 오경후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리안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저희 둘 다 이용당한 거예요.]연이은 사건들로 오경후는 판단력이 흐트러진 상태였고, 그제야 당황한 기색으로 물었다.“
명우는 희유를 한 번 바라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윤정겸과 기문식은 서로 아는 사이였고, 그런 인연이 있었기에 기문식에게 희유를 잘 부탁했던 것이었다.자기 며느리를 도와주는 일이니 유전겸은 분명 매우 신중하고 진지하게 임했을 것이었다.그리고 사람 보는 눈 역시 틀리지 않았다.차가 건물 아래에 도착하자 희유는 안전벨트를 풀고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오늘 명길 씨 못 와서 직접 감사 인사는 못 드렸지만, 제 마음은 꼭 전해 줘요.”어둑한 불빛 아래에서 명우는 깊은 눈빛으로 희유를 바라봤다.“굳이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다들 기꺼이 한 일이니까요. 걔들한테는 희유 씨는 이미 가족이니까요.”그러자 희유는 시선을 내리며 살짝 웃었다.“그렇게 말하시니까 더 미안해지네요.”명우는 고개를 숙인 채 눈썹을 내린 희유를 보자 마음이 약해졌고, 무심코 손을 들어 얼굴을 만지려 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고...”손이 막 닿으려는 순간 희유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고, 약간 경계하는 눈빛으로 명우를 바라봤다.그 반응에 명우는 손을 주먹 쥔 채 내려놓았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희유 씨, 난 다른 사람 건드린 적 없어요. 그러니 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그러나 희유는 이 상황이 어색했는지 그저 웃으며 몸을 뒤로 기대더니 곧바로 차 문을 열었다.“저 올라갈게요. 운전 조심해요.”희유는 말을 마치자마자 문을 밀고 내려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명우는 시야에서 허둥지둥 사라지는 희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그 눈빛은 한층 더 깊고 어두워졌다....인터넷에는 의혹의 목소리가 넘쳐났지만, 프로그램 제작진과 박물관은 여전히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리안이 올린 영상은 원래 이호필의 명성을 이용해 자신을 입증하려던 것이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내며 더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지금의 리안은 감히 더 움직일 수도 없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영상을 삭제하면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다고 욕을
그러자 희유가 다시 대답했다.“그런 것도 아니에요.”석유의 말투에는 드러나지 않는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근데 지금 되게 행복해 보이는데?]희유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밤빛 아래 화려하게 빛나는 거리와 도시를 바라봤다.그러자 눈동자에는 별빛처럼 반짝이는 불빛들이 비쳤다.“언니, 명우가 없던 지난 2년 동안 이 도시는 저한테 죽은 곳이었어요. 여기서 살고 있었지만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어요.”“그런데 그 사람이 돌아왔어요. 무사히 이 도시에 돌아왔어요.”“그 사람이 이 도시 어디에 있든, 우리가 만나든 안 만나든,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이 도시도 다시 살아난 것 같아요.”살아 있는 사람만이 심장이 뛰고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석유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희유가 다시 말했다.“언젠가 누군가를 진짜로 사랑하게 되면 알게 될 거예요.”석유가 담담하게 말했다.[나도 지금은 알아.]“아니에요, 아직 그 느낌은 모를 거예요.” 희유는 낮게 웃었다.“그래도 언젠가는 저처럼 될 거예요.”희유는 천천히 다가오는 차를 보며 말했다.“저 이제 가야 해요, 언니랑 우한의 몫으로 야식도 사 왔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요.”석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래.]희유는 휴대폰을 넣고 명우의 차 쪽으로 걸어갔다.차에 올라탄 뒤 희유는 남자의 얼굴을 스치듯 바라보다가 창밖의 불빛과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밖이 되게 북적이네요.”명우가 한 번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연예인이 와서 행사 중인가 봐요.”희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그렇구나...”“내려서 볼래요?”명우의 질문에 희유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덥고 사람도 많아서 싫어요.”차 안에서 느끼는 정도면 충분했다.그러자 명우가 옅게 웃었다.“덕질하는 건 한 번도 못 본 것 같네요.”희유는 눈썹을 살짝 움찔거렸다.그리고 마음속으로는 자기 옆에 있는 이 남자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있냐고 묻고 싶었다.명우는 잘생긴 얼굴도,
희유는 웃으며 몸을 옆으로 기울여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말했다.“교수님이 제 말을 그대로 이씨 집안에 전할까요?”명우는 웃으며 희유를 곁눈질했다.“정말 리안 씨 고모가 되고 싶은 거예요?”희유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환하게 웃었다.“그쪽에서 받아주면 생각해 볼 수도 있어요.”명우는 낮게 웃으며 다시 물었다.“관장님이 전화했어요?”희유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조금 사라졌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이번 일의 진실은 기문식이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일이 이 지경까지 커졌으니 기문식도 차마 희유에게 연락하기 어려웠을 것이 분명했다.이에 명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관장님이 전화해도 무슨 말을 하든 절대 받아들이지 마요. 제가 처리할게요.”희유는 명우를 힐끗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이틀 동안 가족과 오빠도 희유에게 전화를 했지만 여자는 무의식적으로 명우를 믿고 있었기에 가족들에게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희유의 입맛은 명우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차를 몰아 희유가 좋아하는 식당으로 데려갔다.두 사람은 자리를 잡고 앉았고. 명우는 희유에게 주문을 맡겼다.그러자 희유는 웃으며 말했다.“명길 씨 아직 안 왔으니까 조금 기다릴까요?”이에 명우가 말했다.“명길이 일이 있어서 오늘 밤에는 못 올 것 같대요, 기다리지 말라고 했어요.”“그럼...” 희유는 말을 꺼내려다 곧 상황을 알아차렸고 얼굴에 살짝 짜증이 스쳤다.“이제 거짓말도 하네요.”명우의 눈동자는 밤처럼 깊고 어두웠다.“명길이 있어서 나온 거예요? 아니면 내가 불렀으면 안 나왔어요? 제가 그렇게 덜 중요한 사람이에요?”희유는 말을 잇지 못했고 한참 뒤에야 낮게 말했다.“그런 건 아니에요.”“그럼 된 거죠.” 명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뭐가 그렇게 고민이에요?”희유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주문해요.”메뉴판을 한참 보던 희유는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저 속인 거죠?”명우는 희유를 바라보다가 잠시
[두 사람의 손은 또 어떻게 된 걸까?]네티즌들은 리안을 향해 직접 나서서 확실하게 답하라고 요구했다.더 이상 할아버지를 방패로 삼지 말고, 만약 여인도가 정말 본인이 복원한 것이라면 라이브 방송을 켜서 증명하라고 했다. 그러면 모든 의혹은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영상이 공개되자 가장 당황한 사람은 오경후이었다.오경후는 곧바로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 분노하며 따져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희유 녹화 영상이 어떻게 밖으로 유출된 거죠? 대체 어떤 직원이 흘린 건지, 조사 결과는 나왔어요?”제작진 역시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희유가 녹화했던 회차 영상은 내부 자료에 속하는데, 그것이 공개적으로 인터넷에 올라가 버린 것이니 지금 제작진 내부는 이미 난리가 났다.하지만 영상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직원을 몇 차례나 조사했음에도 유출자를 찾지 못했다.그래서 더 큰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그 영상은 도대체 어떻게 유출된 걸까?]네티즌들은 방송에 나온 손과 리안이 올린 영상 속 손을 비교했다, 둘 다 여자 손이라 비슷해 보이긴 했지만 결국 같은 사람이 아니었고, 허점이 매우 분명했다.여론은 다시 뒤집어지며 제작진과 박물관에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했다....희유는 자신의 영상이 공개된 것을 보고 단번에 누가 한 일인지 떠올렸다.그래서 바로 명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영상 어떻게 구한 거예요?”명우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명길한테는 그 정도는 별거 아니에요.]희유는 깨닫고는 가볍게 웃었다.“대신 명길 씨한테 고맙다고 전해줘요.”명우는 잠시 침묵했다가 부드럽게 말했다.[전해달라고 하지 말고 직접 감사 인사 해요. 오늘 저녁에 밥 사요.]이에 희유는 시원하게 답했다.“좋아요. 제가 살게요.”[좋아요. 이따가 데리러 갈게요.]희유는 급히 말했다.“괜찮아요, 장소만 알려주면 제가 차로 갈게요.”[내가 데리러 갈게요. 그게 더 안전하니까요.] 희유는 지금 인터넷 상황을 떠올리고는
수업을 마치고 소희는 임구택을 찾아 2층으로 갔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자, 임구택은 창가 쪽 책상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소희가 들어오자 잘생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 뭐 하러 노크까지 해.”소희는 손에 든 인삼을 책상 위에 놓으며, 부드럽게 웃음을 지었다. “어머님이 보내셨어, 먹어!”이에 구택은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네 몸을 잘 돌보라고 준 건데, 매번 나한테 주면 엄마가 나랑 말도 안 하실 거야.”“내가 주는 거니까, 어머님이 화낸다면 나한테 화내라 해.”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고 자신의 품에 앉히고 가
고명계 부사장은 우청아의 차분하고 겸손한 태도에 약간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청아가 자만하지도 않고 조급해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흡족했다. “그러면 이 프로젝트는 전부 당신에게 맡길게요. 성수현 사장님과의 후속 작업과 세부 사항도 당신이 직접 협의해 주세요.”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감이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오늘 오후에 중요한 고객이 방문할 예정인데, 보통은 회사의 고급 디자이너만이 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있지만, 청아 씨도 함께 오세요.” 청아는 고명계 부사장이 자신을 발전시키고
그러니까 그 뒤에서 사진을 찍은 사람이 그렇게 정확하게 성연희를 추적할 수 있었던 건 김영이 인적 위치 추적기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소희가 김영을 의심한 적이 있었는데, 본인은 소희가 용병으로 오래 일해서 지나치게 예민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소희는 정말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아니지, 그래도 말이 안 돼.” 연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가 이선유를 좋아한다면 왜 노명성과 잘되게 도와줘? 넌 삼각관계를 원하는 거야?”연희의 말에 명성이 황급히 고개를 들었고,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에 김영은 얼굴이 빨개져서
“참나, 정말 융통성이 없네!” 성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취하면 어때서, 여기서 고급 스위트룸을 열어 줄게. 원하는 만큼 머무르면 돼!”성수현의 강요에 우청아는 어쩔 수 없이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러자 기분 좋아 보이는 성수현에 고명기가 청아에게 말했다.“담배가 없네요. 청아 씨 나가서 담배 한 갑 사다 줘요, 말보로 레드로.”이에 성수현 사장이 바로 말했다. “여기 시가렛 있는데 내 걸로 피워요.”“아닙니다. 전 이 담배가 익숙해져서 청아 씨보고 사오라고 하면 됩니다.”고명기의 말에 청아는 담배를 사러 일어났고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