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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2화

Author: 금추
우청아는 전화를 하고 있었기에 이지현의 행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둘은 잠시 마주쳤을 뿐, 곧 각자 할 일로 바빠졌다.

지현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다른 일을 하는 척 연기하다가, 시간이 좀 지나자 주위를 둘러보고 송미현이 준 도면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한 장씩 넘기며 도면을 살펴보던 지현은 점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아가 만든 설계 도면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비록 준비 시간이 짧았지만, 청아는 도면을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했다. 심하 회사의 기업 문화와 요구 사항을 충분히 반영하면서도 그녀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담고 있었다.

지현은 스스로 생각했다. 설령 자신에게 두주일이나 주어진다고 해도 이런 도면을 완성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이 도면을 심하 측 담당자에게 제출해도 충분히 통과될 만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아직 초안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

‘송미현은 왜 굳이 우청아를 이렇게 몰아붙였을까?’

지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깨달았다. 미현은 회사에 오기 전부터 이미 이 회사의 상황, 특히 고명기가 본래 총감독으로 내정되어 있었던 사실을 파악했을 것이다.

미현은 새로 부임한 팀장으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구축해야 했고, 동시에 명기를 견제할 필요도 있었다. 그리고 청아는 명기가 신뢰하고 밀어주던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미현의 첫 번째 타깃이 되었던 것이다.

지현은 그제야 미현이 자신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그녀에게는 선택의 순간이 왔다. 우정인가, 아니면 앞날의 성공인가?

지현은 손에 쥔 도면을 더 꽉 쥐며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녀는 이미 선택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도면을 건네받는 순간부터 지현의 길은 정해졌기 때문이다.

조금은 죄책감이 들었지만, 지현은 동시에 현실을 깨달았다. 청아와 명기는 언젠가 이 회사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직장 내 인간관계란 그런 것이었다. 서로 친하게 지내는 척은 하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녀의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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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044화

    슬윤은 진구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서둘러 말했다.“그럼 내가 회사로 찾아갈게요. 디저트도 사서 가고.”[필요 없어.] 진구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오늘 늦게까지 바쁠 거야. 먹을 시간도 없고, 너랑 있을 시간도 없어. 오지 마. 주말 잘 보내.”마지막 말을 하자마자 진구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곧 슬윤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고 여자는 휴대폰을 탁자 위에 내던졌다.한편, 술자리에서 유진은 뜻밖에 방연하와 마주치자 유진이 조금 화가 난 듯 말했다.“언제 돌아온 거야? 나한테는 말도 안 하고!”그러자 연하는 장난스럽게 유진을 껴안으며 응석을 부렸다.“아이고, 우리 아가씨, 화 풀어! 어제 막 돌아왔어. 이틀쯤 시차 적응하고 나서 너 보려고 했지.”“근데 얄미운 자본가 사장님이 오늘 당장 불러내서 어쩔 수 없이 나온 거야.”유진은 금세 웃음을 되찾았다. 연하의 얼굴에 열심히 바른 파운데이션 너머로 드러난 짙은 다크서클을 보고는 걱정스레 물었다.“어제 잠을 못 잤구나?”연하는 어깨를 으쓱였다.“잠이 안 오더라.”유진은 연하를 바람 쐬러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이제 자신은 은정의 아내라는 위치였다. 연하의 상사 입장에서는 은정과의 인맥이 더 중요했으므로 여자가 잠시 빠져 있는 걸 개의치도 않았다.두 사람은 야외 카페에 앉아 담소를 나눴고 유진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주문해 건네며 말했다.“오늘 바람 좀 차. 속이라도 따뜻하게 해.”이에 연하는 유진의 어깨에 살짝 기대며 웃었다.“역시 넌 늘 나 챙겨주네.”유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치, 말이나 잘해.”그러곤 물었다.“이번에 여기에 얼마 동안 있을 거야?”연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이젠 안 돌아가. 아버지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서, 옆에서 효도 좀 하려고.”그러자 유진은 놀라며 물었다.“아버님이 어디가 안 좋으신데?”연하가 답했다.“심장에 문제가 있으셔. 여안병원 전문의에게 진료 예약했는데, 대기 순번이 너무 길어.”유진은 문득 생각이 났다.“여안병원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043화

    박슬윤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랑 진구 오빠가 사귄 지도 거의 석 달이 되었는데, 데이트한 횟수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예요.”“다른 사람들은 연애 시작한 지 한 달이면 벌써 같이 잠자리도 하는데, 우리는 입맞춤조차 없고요. 유진 씨, 이런 게 정상이라고 생각해요?”이때 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선배가 워낙 바쁘잖아요. 특히 제가 출산휴가에 들어가면서 새 비서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니, 직접 챙겨야 할 일이 많았을 거예요.”슬윤은 눈을 반쯤 가늘게 뜨며 환한 미소를 띄었다.“오빠도 일이 바빠서 데이트할 시간이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늘 그게 변명처럼 들리더라고요.”“오히려 오빠는 임씨 저택에 가서 아기를 몇 번이나 보고 갔다고 들었는데요?”유진의 가슴이 순간 덜컥거렸고 자신의 짐작이 맞았던 것이다. 이 모든 게 단순한 우연일 리 없었다. 아마 슬윤은 여씨그룹에 찾아갔다가, 예전에 진구가 자신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떠본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유진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자신과 진구는 몇년간 친한 선후배였고 언제나 돈독한 우정을 나눠왔다. 하지만 지금은 확신할 수 있었다. 진구에게 자신에 대한 남녀 간의 감정은 이미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진구가 몇 차례 집에 와서 아기를 본 것도 그저 친구로서 관심에 불과했다. 그때마다 은정도 함께 있었고 불순한 기색은 단 한 번도 없었다.이때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시간이 있으면 내 아들을 보러 가지, 굳이 박슬윤 씨랑 데이트할 생각은 없었던 거겠죠.”“그런데 왜 진구 씨가 싫어하는 이유를 스스로 돌아보지 않고, 내 아내를 찾아와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거죠?”익숙한 목소리에 유진은 급히 돌아보았다. 은정이 서 있는 모습을 보자,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지며 눈빛이 환해졌다.은정은 짙은 남색 셔츠 차림에 차갑고 단정한 인상을 풍겼다. 강렬한 포스가 온몸에서 내뿜자 슬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회의 끝났어요?”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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