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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8화

Author: 금추
임유진은 애옹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간단히 국수를 끓였는데, 닭고기를 넣은 건 애옹이를 위한 것이었다. 바깥의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었다.

유진은 소파에 웅크려 애옹이를 안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지만, 오늘은 마음이 산만했다. 아무리 흥미로운 줄거리도 유진의 주의를 끌지 못했고, 자꾸만 밖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렇게 비가 심하게 내리고 어두운데, 운전하는 게 위험하지 않을까?’

그때 휴대폰에서 뉴스 알림이 울렸다.

[폭우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워 어떤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

이에 유진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은정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운전 중인 그를 방해할까 걱정됐다.

10시가 넘자 유진은 아예 은정의 집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드라마 한 회가 끝나자 임유진은 깊이 잠든 애옹이를 고양이 침대에 눕혔다. 막 일어나서 물을 가지러 가려는데,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

온 집안이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밖에선 천둥 번개가 치며 번쩍이는 빛이 집안을 스쳐 지나갔고, 어두운 실내가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유진은 두려움에 꼼짝 못 하고 심장이 마구 뛰었다. 서둘러 문밖으로 나가 복도의 불도 꺼졌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급하게 문을 열자마자 바로 앞에 서 있는 검은 그림자와 마주쳤다.

“꺅!”

유진이 크게 비명을 질렀다.

“임유진!”

은정의 긴장된 목소리가 들렸고, 곧장 한 발짝 다가와 놀란 그녀를 품에 안고 다독였다.

“무서워하지 마, 나야!”

“나 돌아왔어!”

“괜찮아!”

유진은 은정의 품에 기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여전히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삼촌?”

“응, 괜찮아. 정전일 뿐이야.”

은정이 낮게 말했다.

한 시간 전, 은정은 관리실에서 보낸 메시지를 이미 받았다. 날씨로 인해 한 시간 후 아파트 내에 정전이 있을 예정이며,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했다.

유진이 무서워할까 봐 은정은 속도를 최대한 높여 정전 전에 돌아오려 했지만, 몇 분 늦고 말았다. 하필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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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79화

    유진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래도 안 돼요.”은정은 마치 인생의 업보라도 돌아온 듯 가슴이 시리게 아팠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흔들림 없이 유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만약 나이니 집안이니 다 빼고 생각하면, 날 좋아하긴 하는 거야?”“아니요.”유진은 거의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답하자, 은정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는 잠긴 목소리로 되물었다.“정말 싫어?”유진이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순간 은정은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아픔을 느꼈고, 은정의 눈빛에는 슬픔이 가득 차올랐다. 그러나 체념할 수 없는 듯 다시 한번 물었다.“조금도 좋아한 적 없어?”유진은 그를 더 상처 입힐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침묵은 때론 더 잔인한 답이 되기도 한다.은정은 검은 눈동자를 내리깔았고, 그 큰 체구는 어둠 속에 외로운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결국 유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전 이제 갈게요.”그리고 은정은 유진을 붙잡지 않았다.유진은 은정의 옆을 천천히 지나갔지만 끝내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곧 그녀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공기 중에는 유진의 향기만 희미하게 남았다.집에 돌아온 유진은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간 듯 현관문에 기대어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방 안은 짙은 어둠뿐이었다.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희미한 불빛이 오히려 집안의 텅 빈 공허함을 더 깊게 만들었다. 유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발코니 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이 조금 더 밝아서였다.넓은 발코니에 서자, 멀리서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자 등 뒤의 어둠이 조금 덜 무섭게 느껴졌다.유진은 은정이 했던 말을 떠올렸고,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바로 그때 등 뒤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다가오는 발소리, 그리고 유진의 뒤에 멈춰 선 은정의 기척이 느껴졌다.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잠시 후, 은정은 유진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와 마찬가지로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80화

    은정은 천천히 일어나 말했다.“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이웃이니까,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임유진은 목이 잠긴 듯한 느낌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말투는 여전히 공손하고 거리감이 있었다.“고마워요.”은정은 말없이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 그가 떠난 뒤, 방 안은 여전히 대낮처럼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지만, 유진의 마음은 어둠 속에 남겨진 듯 무거웠다. 오히려 깊은 허탈감과 상실감만 더 짙어졌다.유진은 괜스레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고백해서 모든 걸 이렇게 만들어 버린 걸까?’결국 애옹이도 다시는 못 보게 됐고, 저녁 식사도 같이할 수 없게 됐다.유진은 풀이 죽은 듯 한숨을 쉬며 두 다리를 모아 껴안고 턱을 손에 괴었다. 창밖에서 쉬지 않고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유진의 마음속에도 차가운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한편, 은정은 집으로 돌아와 소파 위에서 눈을 비비며 일어난 애옹이를 바라봤다. 잠에서 깬 고양이는 멍한 눈으로 은정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은정의 가슴은 바늘로 찌르듯 아려왔다.어쩌면 오늘은 고백할 타이밍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참지 못하고 감정을 터뜨린 건 결국 그 자신이었다.“좋아해요.”“오늘부터 정식으로 좋아한다고 말할게요. 사장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요. 단지, 날 거절하지만 않으면 돼요.”“사장님, 이번 생엔 사장님만 바라볼래요.”아직 자신의 귓가에는 생생히 울리는 유진의 고백이 남아 있었는데, 그 말을 했던 유진은 어디로 간 걸까?유진이 좋아한 건 서인이었고, 지금 그는 구은정이었다. 그렇다면 은정은 다시 서인으로 돌아가 유진을 기다려야 할까?이름을 바꾸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그녀를 향해 있었다. 묵직하고 설명할 수 없는 통증이 가슴을 짓눌렀다. 은정은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마음은 여전히 그 어두운 밤에 머물러 있었다.며칠이 흘렀지만, 유진은 정말 다시는 은정을 마주치지 못했다. 예전엔 출퇴근길에 가끔 엘리베이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81화

    유진은 순간 당황한 듯 쇼핑백을 내밀었다.“애옹이 간식이에요. 아주머니께서 대신 좀 먹여주세요.”이성화는 봉투를 받아들며, 유진이 애옹이를 정말 아끼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말했다.“안으로 들어와서 잠깐 쉬었다 가요.”“괜찮아요.”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그때 방 안에서 애옹이가 유진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 나왔다. 두 발로 유진의 다리에 매달리듯 안기며 꼬리를 흔들었다.유진은 코끝이 시큰해졌지만, 그저 허리를 숙여 애옹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을 뿐, 안아 들지는 않았다.“착하지.”그렇게 한마디를 남긴 뒤, 애옹이를 살며시 떼어내고는 이성화 아주머니에게 공손히 미소 지으며 인사하고 돌아섰다.야옹. 애옹이는 이해하지 못한 채 유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마치 왜 떠나는지 알 수 없다는 듯, 작고 슬픈 눈으로.눈 깜짝할 사이에 금요일이 되었다. 이날 저녁, 여진구와 방연하, 장효성 등이 유진의 집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다.가장 먼저 도착한 연하와 효성은 포장해 온 해산물 무침, 매콤한 새우 요리 등 다양한 안주를 식탁 위에 정성스레 올려놓았다.막 세팅을 끝내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내가 열게!”효성이 재빠르게 일어나 문을 열었고, 문이 열리자 그녀가 환하게 인사했다.“선배!”진구는 유진의 직장 동료인 추연설과 함께 들어왔다. 두 사람은 다양한 술과 음료를 들고 있었다. 진구는 고개를 돌려 거실 쪽을 둘러봤다.“유진이는?”“전화 중이에요!”효성이 진구에게 슬리퍼를 건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퇴근했는데도 또 일하고 있어요. 유진이 워커홀릭 되는 거 아니에요? 선배 유진이를 너무 혹사시키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면 나 가만 안 있을 거예요!”그 말에 연하가 주방에서 얼굴만 빼꼼 내밀며 현관 쪽을 흘끗 보고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유진이를 괴롭히다니.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퇴근 후에도 일 시키는 사람, 나라도 혼내줄 거야!”진구가 농담처럼 말하며 거실로 향했다. 그러다 마주친 건 방연하였다.지난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82화

    그쪽에서 구은정의 짧은 침묵이 흘렀고, 두어 초 뒤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바로 갈게요.]방연하는 기쁜 듯 환하게 말했다.“네, 기다릴게요!”전화를 끊은 연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일부러 여진구의 굳어진 표정을 외면한 채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온대. 집에 있었나 봐.”유진은 무심코 입술을 깨물었다. 문득 긴장된 기분이 밀려왔다. 막상 다시 마주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스쳤다. 역시 어떤 일은 한 번 벌어지고 나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몇 분 뒤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연하가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네가 나가 봐.”유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일어나 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자, 익숙한 남자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일주일 가까이 지나 있었지만, 마주하는 순간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흘렀던 것만 같았다. 시선이 부딪치는 찰나, 유진은 본능적으로 숨을 멈췄다.은정은 막 퇴근한 듯 흰 셔츠에 짙은 색 슬랙스를 입고 있었다. 특유의 차가움은 여전했지만, 어딘가 더 단정하고 안정된 느낌이 감돌았다. 깊은 눈동자엔 이전보다도 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은정은 한 손에 와인 한 병을 들고 있었고, 살짝 웃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들어가도 될까?”유진은 얼굴이 붉어지며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섰다.“물론이죠.”연하가 다가와 반갑게 인사했다.“어서 오세요!”은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한 말투로 답했다.“안녕하세요.”모두 함께 식탁 쪽으로 이동했다. 70평 남짓한 넓은 집답게 주방은 크고 여유로웠고, 열 명이 넘는 인원이 모이기에도 충분했다.연하는 효성과 추연설에게 은정을 소개했다. 진구는 모르는 척 무시했고, 연하는 일부러 유진과 은정이 나란히 앉게 자리를 배치했다. 진구는 그 의도를 모를 리 없었고, 냉소를 흘렸다.“은정 씨가 가져온 술, 가격이 장난 아니네요. 오늘 유진이 덕분에 억대짜리 술 맛보게 되네요.”연하는 웃으며 주방으로 가서 와인병을 땄다.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83화

    도무지 소화가 안되고, 위가 아파왔다.‘예전엔 왜 저 방연하가 이렇게까지 불쾌한지 몰랐던 걸까.’장효성이 끼어들어 말을 꺼내자, 두 사람 사이의 팽팽한 분위기가 조금 풀렸다. 여진구는 아예 몸을 틀어 효성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효성은 평소보다 한결 밝은 모습이었다.사람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직장 이야기나 최근의 시사 뉴스 등을 주제로 담소를 나눴고, 식사도 비교적 편안하고 유쾌하게 마무리되었다.식사 도중, 구은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연하는 화장실에서 나와 베란다에 있는 그를 발견하곤,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은정이 담배를 끄려는 걸 보고, 연하가 서둘러 말했다.“괜찮아요, 저도 담배 피우거든요. 이 냄새 싫어하지 않아요.”은정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어려 보이는데, 담배도 피우는구나?”연하는 두 손으로 난간을 짚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직장 생활하고 나니까 스트레스도 많고, 담배 피우면 좀 풀리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그렇게 심하게 의존하는 건 아니에요.”은정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더 이상 그 주제로는 이어가지 않았다.연하는 솔직한 표정으로 말했다.“오해하지 마세요. 이제 저는 구은정 씨한테 아무 감정 없어요. 예전엔 유진이랑 무슨 일이 있는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좀 미안했어요.”은정은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괜찮아요.”연하가 기억을 떠올리듯 말했다.“사실 예전부터 유진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근데 잘 안됐다고만 하고, 끝까지 누구인지 말해주질 않더라고요.”“그래도 전 알아챘어요. 얼마나 좋아했는지. 가끔 이야기할 때마다 눈이 반짝반짝 빛났거든요. 저희는 너무 어렵게 느껴지면 그만두라고도 했었어요.”“유진이는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그 남자가 보는 눈이 없다고...”“미안해요. 그냥 농담한 거예요.” 연하가 웃으며 덧붙이자, 은정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에요. 그땐 제가 보는 눈이 없었죠.”“그러면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84화

    모임은 밤 11시가 돼서야 끝났다. 진구는 술을 꽤 많이 마셨지만, 은정이 집에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끝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방연하는 그의 팔을 붙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왜 이렇게 질질 끄는 거예요? 다들 졸려 죽겠는데 선배를 기다려야 해요?”진구는 싸늘한 눈으로 연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손 놓지?”“싫은데요?”연하는 완강하게 진구의 손목을 움켜잡고, 유진을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우리 갈게. 잘 자!”그러곤 진구를 질질 끌다시피 하며 현관 밖으로 나갔다. 이에 진구는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방연하, 남녀 간에는 선이 있어야 하는 거야. 제발 손 좀 놓지?”그러자 연하는 비웃듯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선배, 혹시 조선시대에서 오신 거예요? 내가 좀 만졌다, 어쩌라고요. 혹시 내가 결혼이라도 해줘야 해요?”진구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이를 악물었다. 추연설은 연하의 농담에 배를 잡고 웃다가, 장효성에게 말했다.“유진이 말고는, 연하 씨밖에 없죠. 우리 사장님한테 이렇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사람은.”효성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띤 채, 연하가 진구의 손목을 꽉 잡고 있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엔 알 수 없는 어두운 기색이 스쳤다.곧 몇 사람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났고, 은정도 유진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는 잠시 머뭇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애옹이 보러 갈래? 애옹이가 엄청나게 그리워하더라고.”유진은 처음엔 거절하려 했지만, 애옹이가 보고 싶은 마음을 도무지 억누를 수 없었다. 한 번만 보고 돌아오자고 자신에게 다짐했다.옆집으로 돌아가자, 이미 잠들어 있던 애옹이는 인기척에 눈을 뜨더니, 유진을 보자마자 졸음을 잊은 듯 반갑게 달려왔다.유진은 허리를 숙여 애옹이를 안아 들었다. 눈웃음을 지으며 안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밝게 빛났다.은정은 유진의 품에서 애옹이가 마음껏 놀며, 그녀의 턱과 목덜미를 핥는 모습을 보며 눈빛이 깊어졌다. 모든 게 그의 것이었다.“애옹이랑 잠깐 놀아줘. 내가 꿀물 좀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85화

    은정은 조금도 기죽지 않았고, 오히려 거침없고 대담하게 말했다.“좋지. 오히려 잘됐네. 모두가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게 되고, 나도 당당하게 너 쫓아다닐 수 있잖아.”유진은 눈앞의 이 남자가 예전에 알던 은정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아는 구은정은 차갑고 도도하며, 세상에 무관심한 듯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남자는, 얼굴에 철판을 깐 수준이었다.유진은 은정을 노려보며 마치 화난 아기 표범처럼 들끓었지만, 상대는 덩치 큰 맹수 같았다. 결국 아무것도 못 하고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문을 세게 닫고 들어오자마자, 유진은 소파에 주저앉아 씩씩댔다.다른 여자들은 다들 손에 받들어지며 사랑을 받는다는데, 왜 자신만 이렇게 불에 던져진 기분인 건지. 폭죽처럼 터질 듯한 감정에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저게 어떻게 사랑 고백이야.’상황만 바뀌면 스토커 취급을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절대 안 받아줄 거야. 죽어도 안 돼.’유진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천천히 내쉬며 마음속의 답답함을 함께 토해냈다.다음 날 아침, 유진은 짐을 챙겨 임씨 저택으로 돌아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마침 은정이 나가려다 맞닥뜨렸다. 유진은 은정을 못 본 척하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그리고 은정은 조용히 그녀를 따라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주말이라 조용했고, 둘 사이에는 캐리어 하나가 놓인 채 나란히 섰다.은정이 유진의 캐리어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언제 돌아올 거야?”유진은 뾰로통한 얼굴로 대꾸했다.“안 돌아올 건데요?”은정은 유진의 불만 가득한 얼굴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집에 가서 할아버지한테 나가지 말라고 전해. 곧 우리 아버지가 직접 찾아뵐 거니까.”“왜요?” 유진이 되묻자, 은정의 눈빛이 깊어졌다.“내 아버지가 직접 찾아가서 말씀드릴 거야. 아들이 유진이랑 결혼하고 싶어 한다고.”유진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이를 악물었다.“그럴 용기 있어요?”유진은 전날 구은태한테 찾아간다는 말로 은정을 겁주려 했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86화

    임씨 저택에 도착한 유진은 동생 유민에게 사온 피규어를 건넸다. 유민은 책상 앞에 앉아 숙제하던 중이었고, 피규어를 받아 디테일을 살펴보다가 맑게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유진은 유민의 책상 위에 놓인 갓 채점된 시험지를 보고 다가가서 들춰보았다.“요즘 성적은 어때?”“별로 안 늘었어.”유민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유진이 본 것은 수학 시험지였다. 만점에 추가 점수 10점까지 있는 문제였고, 그 10점은 마지막의 경시 문제였다.확실히, 지난번에도 만점이었고 이번에도 만점이었다. 성적이 늘었다고 보긴 어려웠다.유진은 시험지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구은정에게 마지막으로 수업해준 날, 자신이 농담 삼아 이렇게 말했었다.“이렇게 오래 가르쳤으면 시험 한 번 봐야 하지 않을까?”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넘겼지만, 그게 두 사람의 마지막 수업이 될 줄은 몰랐다.유민은 유진이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장난스럽게 물었다.“시험지에 거울이라도 있어?”유진은 시험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너 공부 열심히 해. 소희 곧 돌아올 거야. 나 거실에서 기다릴게.”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아빠도 오늘 점심쯤 도착하신대.”유진도 알고 있었다. 어제 우정숙에게서 직접 전화가 왔으니까. 우정숙과 임지언은 2주간의 출장 후 집으로 돌아왔고, 소희와 임구택도 함께 돌아왔다.저녁엔 온 가족이 함께 외식하러 나갔다. 장소는 명우가 예약한 호텔. 분위기 있고 조용한 환경이 가족 모임에 안성맞춤이었다.약 30평 정도 되는 룸은 휴게 공간과 식사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고, 모든 시설이 구비되어 고급스럽고 편안했다.넓고 높게 트인 유리창 너머로는 형형색색의 야경이 펼쳐졌고,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룸에 딸린 정원이 이어졌다.정원에는 해당화 향기가 은은히 퍼지고 있었고, 작은 물줄기가 구불구불 흐르며 부드러운 밤바람과 어우러져, 흔들의자에 앉아 야경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우정숙은 정원의 라탄 의자에 앉아 소희와 함께 담소를 나누었다. 유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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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54화

    구은서의 말은 애절했고, 눈물 가득한 얼굴은 누가 보아도 가련했다. 구은태는 자신이 이십 년 넘게 아끼고 사랑해온 딸을 바라보며 격했던 감정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임유진과 구은정은 눈빛을 마주쳤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반드시 서선영 모녀를 끝장내야 한다는 예감이 동시에 스쳤다. 다시는 숨 쉴 틈을 줘선 안 된다.유진이 입을 열려던 찰나, 휴게실 문이 갑자기 열리고 몇 명의 경찰이 들어왔다. 방 안 상황을 본 경찰들은 잠시 놀란 듯했지만, 곧 차분히 물었다.“서선영 씨는 누구시죠?”서선영은 여전히 바닥에 무릎 꿇고 있던 참이라 얼굴에 눈물이 범벅된 채로 당황스럽게 대답했다.“저예요. 무슨 일이죠?”경찰은 단호하게 말했다.“현재 한 유괴 사건에 연루되셔서, 저희와 함께 경찰서로 가주셔야겠네요.”“유, 유괴 사건이요?”서선영은 얼이 빠진 듯 말을 더듬었고, 은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경찰이 왜 여길 찾아온 거지?’‘분명히 손기수를 시켜 장말숙 가족에게 절대 신고하지 말라고 위협했고, 따로 사람도 붙여 감시하게 했는데, 분명 신고는 없었어. 그런데 대체 어떻게 경찰이?’유진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때가 왔고,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만큼은 서선영 모녀에게서 도망칠 구멍조차 허락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이에 구은태도 놀라 물었다.“유괴라니, 무슨 소리죠?”경찰은 구은태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지금 서선영 씨께서 유괴 사건에 관련된 정황이 있어 조사 차 동행을 요청드려요. 협조 부탁드릴게요.”은태는 다시 서선영을 바라보았다.“또 뭘 꾸민 거야, 이 악마 같은 여자가.”은태의 목소리는 얼어붙은 듯 차가웠다. 서선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은정이 나섰다.“같이 가죠. 조금 전까진 은서가 우리 가족이라며 감쌌잖아요? 가족이면 함께 있어야죠.”그 말에 구은서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무언가 아주 불길한 일이 다가오고 있었다.원래 오늘 구씨 파티가 끝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53화

    서선영은 곧장 구은태에게 달려가 그를 붙잡았다.“여보!”구은태는 휘청였지만 몸을 간신히 지탱했고,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쉰 목소리로 고함쳤다.“꺼져, 이 악독한 년!”서선영은 힘없이 문 쪽으로 내동댕이쳐졌고, 그 순간 문이 열리며 구은서가 들어왔다. 방 안의 참혹한 광경을 본 은서는 당황한 듯 물었다.“무슨 일이에요?”구은태는 핏발 선 눈으로 서선영을 가리키며 외쳤다.“네 엄마한테 물어봐. 대체 뭘 한 건지!”은서는 아버지의 분노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은정을 모함한 일이 들킨 건 아닌가 싶어 애써 표정을 감추고 서선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무슨 일이야?”서선영은 그저 얼굴을 감싸 쥐고 울고 있을 뿐이었다.그때, 구은태는 갑자기 은서를 향해 시선을 돌리더니 서선영을 바라보고 물었다.“사실대로 말해. 은서, 이 애가 정말 내 딸이 맞아?”“맞아요!”서선영은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은서는 당신 딸이에요. 그건 정말 확실해요!”“좋아. 지금 제대로 말 안 했다가 내가 친자 검사로 진실을 알게 되면, 그땐 죽여버릴 거야!”구은태는 분노로 이를 갈며 말하자, 서선영은 흐느끼며 소리쳤다.“정말이에요! 제 목숨 걸고 맹세해요. 제가 거짓말이면 천벌을 받아도 좋아요!”그제야 은서는 상황이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건 은정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문제였다.은서는 구은정에게 맞아 쓰러져 있는 최이석을 돌아보았다. 그 순간, 어떤 장면이 뇌리를 스쳐갔고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서선영은 엉금엉금 기어가며 구은태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다.“여보, 제가 배신하고 잘못한 건 맞아요. 하지만 은서는 정말 당신 딸이에요. 그렇게 똑똑하고 예쁜 아이잖아요.”“당신도 얼마나 예뻐했어요. 은서 봐서, 제발 이번만 용서해 주세요!”그제야 은서는 모든 걸 직감했다. 온몸에서 힘이 빠지며,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그러나 임유진은 이를 꽉 물고 단호하게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52화

    최이석도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멍하니 있다가, 순간 정신을 차리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곧장 도망치려는 듯 문을 열었는데, 그 문 너머에는, 구은정의 날렵하고도 위압적인 실루엣이 서 있었다.은정은 말없이 다가오더니 그대로 발을 들어 최이석의 가슴팍을 걷어찼다.“컥!”이석은 뒤로 넘어지며 카펫 위에 엎어졌다.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냈지만, 그 울음은 진짜인지 연기인지 분간되지 않았다.그때, 숨을 거칠게 내쉬며 구은태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얼굴은 철저히 일그러져 있었고, 그 눈빛은 분노로 이글거렸다.그리고, 구은태는 서선영 앞에 멈춰서더니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서선영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뺨을 후려치는 소리와 함께 서선영은 그 충격에 그대로 몸이 비틀어졌고, 얼굴을 감싸 안으며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이 더러운 년!”구은태는 서선영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고 또다시 손을 들어 그녀의 반대쪽 뺨을 갈겼다.“제가 잘못했어요. 한순간, 제가 정신이 나갔었어요.”서선영은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구은태의 손을 붙잡고 오열했다. 그녀의 두 볼은 이미 시퍼렇게 부어오르고 있었다.“대체 너희 둘, 언제부터 이런 짓을 벌인 거야!”구은태는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그 순간, 최이석이 조롱 섞인 웃음을 흘리며 비틀비틀 일어섰다.“솔직히 말해줄까요? 서선영이 당신 만나기 전부터 벌써 나랑 자고 있었어요. 회사 들어간 이후로는 매주 만나서 몸 섞었고요.”“입 닥쳐!”서선영은 미쳐 날뛰듯 소리쳤지만, 최이석은 그녀를 보지도 않고 구은태만을 노려봤다.“저 여자는 당신을 사랑한 적 없어요. 사랑한 건 당신 지갑뿐이고요. 30년 전, 당신이 술 마시고 덮쳤다고 생각했죠?”“웃기지 마요. 전부 미리 짜놓은 대본이었으니까. 그때 은서가 생겼고, 도망친 척하면서도 사실 계속 강성에 있었어요.”“당신 바로 곁에서, 우릴 속이고 있었던 거죠. 참, 당신 원래 부인 왜 갑자기 병세가 악화됐는 줄 알아요?”“서선영이 일부러 임신한 배를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51화

    구은서는 서선영보다 훨씬 더 잔인했기에, 임유진은 점점 불안해졌다.“혹시 그 애까지 다치게 되는 건 아닐까요?”이번 일은 유진이 먼저 제안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은서가 장말숙을 압박하기 위해 그 손자를 납치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그럴 일 없어.”그러나 구은정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아이는 절대 다치지 않을 거야.”유진은 그제야 조금 안심했고, 은정은 이어서 설명했다.“장말숙은 처음부터 독을 품은 호랑이와 손잡은 셈이지. 이건 스스로 자초한 일이야.”“은서가 장말숙의 손자를 납치했다는 건 이미 그 집안을 완전히 조사해 놓았다는 뜻이야.”“내가 강성을 떠나지 않는 한, 언젠가는 아이를 이용해서 조종하려 했을 거야.”“그런데 네가 먼저 움직여준 덕분에 우린 미리 조치할 수 있었고, 결국 아이도 지켜냈지.”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은정을 바라봤다.“예전과 완전 딴사람이 된 것 같아요. 위로까지 이렇게 부드럽게 하다니?”은정은 애옹이를 옆으로 밀어내고 유진을 품에 끌어당겼다.“질문 하나 해도 돼? 너는 서인을 좋아해, 아니면 구은정을 좋아해?”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웃었다.“둘 다 같은 사람 아닌가요?”은정은 묵직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넌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했잖아.”유진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중얼거렸다.“사실 처음부터 한 사람이었어. 다른 건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의 차이였을 뿐이죠.”그리고 고개를 들며 은정의 눈을 마주 봤다.“내 말 맞죠?”이에 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럼, 예전의 내가 널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촉촉히 빛나는 눈으로 미소 지었다.“아니요. 오히려 시언 사장님이 날 사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나는 그게 정말 고맙거든요.”은정의 눈빛이 깊고 짙어졌다. 가슴이 저릿할 만큼 미안함과 애틋함이 가득 차올랐다. 은정은 고개를 숙여, 유진에게 입을 맞췄다.“유진아. 난 늘 널 사랑했어.”은정은 언제나 유진만을 마음에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50화

    “역시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될 줄 알았어요.”은서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하자, 손기수가 물었다.[이제 어떻게 하죠?]구은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장말숙한테 손자가 있잖아요. 그 애를 데려가요. 안전한 곳에 숨겨두고 지켜여.”이에 손기수는 비죽 웃으며 말했다.[그건 납치 아닌가요?]“이건 우리 엄마 뜻이에요.”은서는 그 말을 강조하듯 단호하게 말했다.“일만 제대로 끝내면, 보수는 두 배로 줄 거예요.”그제야 손기수는 만족스레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저한테 맡기세요.]은서는 다시 신신당부했다. “숨겨두기만 해야 해요. 절대 다치게 하면 안 돼요.”이에 손기수는 급히 말했다.[우리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하겠어요!]은서는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엄마 말씀만 잘 따르면,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예요.”모든 게 은정을 내쫓는 날까지만 버티면 그만이었다. 장말숙의 아들이 위협되지 않게 만들어야 했고, 지금 중요한 건 은정을 최대한 빨리 강제로 떠나게 만드는 일이었다.두 시간 후.오현빈이 급히 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 큰일이에요. 장말숙 아주머니 손자가 납치당했어요!”은정의 눈빛이 차갑게 되었다. 그와 유진의 계획은 장말숙의 아들이 철없는 무뢰한이라는 걸 이용해, 서선영 쪽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나게 만들고 그 사이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서선영은 한 수 더 앞질렀다. 직접 손자를 납치해 버린 것이다. 은정은 느긋한 듯 말했지만, 말투엔 서늘한 살기가 묻어났다.“왜 못 막았어?”현빈이 대답했다.[도착했을 땐 이미 데려가고 난 뒤였어요. 아이는 집에 혼자 있었고요.]장말숙은 요즘 일을 그만두고 손자를 돌보고 있었다. 자기 아들은 놀기 좋아하고 도박을 일삼으며 최근 큰 빚까지 졌고, 며느리는 친정으로 들어가 버렸다.장말숙이 서선영의 돈을 받은 것도 빚을 갚고 며느리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었다.그날 점심을 먹고 잠시 슈퍼에 다녀온 사이, 손자가 납치된 것이다.은정은 알고 있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49화

    “아주머니는 분명 그날 일에 대해 알고 있어요. 그 사람한테 직접 확인하러 갈 거예요!”임유진은 말을 끝내자마자 그대로 뛰쳐나갔다.“유진아!”구은서는 몇 걸음 뒤쫓았지만, 유진은 이미 계단 아래로 사라지고 있었다. 은서는 굳게 이를 악물며 눈살을 찌푸렸다.서선영이 집에 없다는 걸 알자, 그녀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장말숙 아주머니 잘 지켜봐요. 유진이 그날 일 알아보려고, 지금 그 사람 찾으러 갔으니까.”그러나 서선영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걔가 뭘 안다고 찾아?]은서는 차분히 말했다.“유진은 임씨 집안 사람이야. 찾으려면 못 찾을 사람이 없죠.”이에 서선영의 말투도 조금 무거워졌다.[알았어. 내가 금방 사람 붙여서 장말숙 감시하라고 할게.]은서는 이어서 냉랭하게 따져 물었다.“절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면서요? 근데 걔는 어떻게 안 거예요?”유진이 알았다는 건, 임씨 가족들까지도 이미 감지했다는 뜻이었다. 이에 은서는 불안감에 입술을 꾹 눌렀다.서선영은 얼버무리며 말했다.[아마 도우미 중 누가 말실수했을 거야. 다시 철저히 단속해 둘게. 걱정하지 마. 소문 좀 난다 해도 너한테까지 영향은 안 가. 넌 그냥 조용히 대본 연습이나 해.][이번 영화, 내가 네 외삼촌 꼬드겨서 겨우 투자받은 거 알지? 이번 기회 잘 잡아야 해. 딴 건 신경 쓰지 마. 연기만 잘하면 돼.]은서는 그 말에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번 영화는 유명 감독의 대작이었고, 은서에게는 이미지 회복의 유일한 기회였다. 그렇기에 서선영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나 곧 촬영 들어가요. 그러니까 이번 일 절대 망치지 마요.”[알았어!]서선영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유진은 급히 차로 돌아와 깊게 숨을 들이쉰 후, 곧장 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선영 쪽에서 곧 움직일 거예요.”[알고 있어. 이미 준비해 뒀어.]은정의 목소리는 침착했고, 유진은 안심하며 숨을 내쉬었다.이윽고, 은정이 조용히 말했다.[고생 많았어.]이에 유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48화

    “아파요!”유진은 짧은 비명을 내뱉으며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팔을 뻗어 구은정의 목에 매달리듯 안으며, 자기 얼굴을 숨기려 했다.이에 은정은 그녀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낮게 웃었다.“왜 예전 같지 않아? 예전엔 몰래라도 키스하려고 했으면서, 이젠 실컷 하라고 해도 도망치기 바쁘네.”유진은 은정을 꼭 안으며 눈가가 붉게 물들었지만 속은 터질 듯 행복했다. 이제는 몰래 키스할 필요가 없다.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할 수 있었다.은정은 유진의 발그레한 귀에 입을 맞추며 낮게 속삭였다.“전에 난 늘 걱정했어. 네가 그냥 어린 마음에 나한테 끌리는 거라고. 그저 신기하고 새로워서, 가질 수 없으니까 더 마음이 가는 거라고.”“우리가 진짜로 사귀게 되면 금세 질릴 거라고. 나는 사실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야. 총 쏘고 싸우는 것 빼곤 할 줄 아는 게 없어.”“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것도 몰라. 마음도 더 이상 젊지 않아.”“그래서 넌 언젠가 내가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걸 깨닫고, 그 마음이 식을까 봐 두려웠어.”유진은 목이 메어,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내가 기억 잃었을 때, 왜 다시 나한테 다가왔어요?”은정은 예전엔 그렇게 차갑게 거절했던 사람인데, 교통사고 한 번 났다고 갑자기 사랑하게 된 걸까? 혹시 죄책감 때문은 아니었을까?그런 생각이 유진을 계속 불안하게 했다. 잠시 침묵하던 은정이 조용히 말했다.“아마 너 없는 세상이, 정말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어둡고 차가웠기 때문일 거야.”그 말에 유진의 가슴은 요동쳤다. 그녀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마음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 어둠을 걷어내고 자신의 빛으로 은정의 세상을 덮어주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유진은 다시 한번, 은정에게 입을 맞췄는데, 이번엔 더욱 깊고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은정은 곧 유진을 세게 안았고, 불같이 뜨거운 열기가 유진을 감쌌다. 죽음 같은 어둠 속에서 되살아난 사람처럼, 은정의 키스는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47화

    “그 사람들이 설마...”유진은 커다란 눈을 뜨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구은정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생각한 그대로야.”유진은 믿기지 않는 듯 놀람과 동시에 깊은 자책의 기색을 띄웠다.“결국 내가 이렇게 만든 거잖아요.”“자꾸 그런 식으로 네 탓 하지 마.”은정은 그녀의 뺨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너는 둘 사이의 더러운 사정도 몰랐잖아.”유진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서선영은 그래도 이해가 가. 근데 구은서는 왜 그렇게까지 자기 엄마한테 협조한 거예요?”“자기 명예가 달린 문제인데, 게다가 지금은 연예인이잖아요. 설령 피해자라 해도, 그런 얘기 퍼지는 게 좋을 리 없잖아요.”은정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대답했다.“십몇 년 전 그 일 땐, 은서는 진짜로 몰랐던 것 같아. 내가 샤워 끝내고 나왔을 땐 자고 있었고, 서선영이 소리 지르고 난리 쳐도 안 일어났거든.”“그땐 그냥 서선영한테 이용당한 거지. 근데 이번엔 서선영이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나도 몰라.”유진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서선영은 정말 너무 악랄했다. 자기 딸까지도 그런 식으로 이용한다면, 못 할 짓이 뭐가 있을까?더구나 서선영은 알고 있었다. 이런 식의 루머가 은정에게 가장 치명적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게 바로 구은태에게도 가장 아픈 약점이라는 것을. 그래서 서선영은 또다시 그 수를 썼다.유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그때 전화받은 아주머니, 그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찾을 수는 있어. 하지만 서선영한테서 돈을 받았고, 아마 협박도 받았을 거야.솔직히 말해줄 가능성은 작아.”은정은 냉정하게 말하자, 유진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그래도 찾아봐야죠. 당장 데리고 가서 집에 가서 진실을 말하게 해야 해요!”은정은 유진의 손목을 붙잡았는데,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웠다.“서두르지 마.”“어떻게 안 서둘러요! 지금 이미 밖에선 온갖 소문이 돌고 있다고요!”유진이 답답해하며 소리치자,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46화

    “그날 밤 전화했을 때 말이야.”유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게 바로 그날이었어요?”“그래.”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그는 서선영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몰랐다. 혹시 다시는 유진을 볼 수 없게 될까 두려워, 마지막으로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사실은 유진에게 자기 집으로 와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유진은 자책하듯 말했다.“나도 그때 뭔가 이상하단 걸 느꼈어. 근데 안 찾아갔어요.”은정은 유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그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고, 유진은 단지 모호한 한 통의 전화로 구씨 저택까지 달려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유진의 마음속은 여전히 무겁고 미안했다.“내가 갔더라면, 그 여자의 계략이 통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요.”“유진아, 우리 이제 과거에 대해 그만 후회하자. 응?”은정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며 말하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중요한 건, 서선영 모녀의 거짓말을 어떻게 밝혀낼지였다.“그 여자가 떠나라고 하니까, 진짜 떠나려던 거예요?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됐어?”유진이 화가 난 듯 말하자, 은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듯 부드러운 눈빛으로 대답했다.“내 명예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어. 네가 그 일 알고 나서 날 더 미워할까 봐, 그게 무서웠지.”호텔에서 유진이 여씨 집안 가족 모임에 참석한 걸 봤을 때, 그는 마음이 무너졌다.자신은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앞으로도 더러운 과거 때문에 손가락질받을 인생인데, 그런 자신의 곁에 유진을 두는 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유진은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픈 눈빛으로 은정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진은 두 손으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안개 낀 듯한 눈동자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은정의 어두운 그림자를 밀어내고 그 마음속까지 빛으로 채우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이번에는 유진이 먼저 입을 맞췄는데, 그 키스는 애틋하고 따스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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