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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 화

Author: 동그라미
임슬기는 순간 얼어붙었다. 가슴 한가운데 뾰족한 바늘 하나가 박힌 것처럼 은근한 통증이 반복해서 밀려들었다.

한참 만에야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말한 거... 진짜예요?”

그제야 육문주의 감정도 조금 가라앉은 듯 그는 코끝을 훌쩍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나도 정우 형 그런 모습은 처음 봤어요. 그래서 말한 거예요. 그 사람은 슬기 씨를 해칠 사람이 아니라고.”

임슬기는 마치 스스로가 우스운 존재라도 된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을 본 육문주는 잠시 멈칫했다.

“왜 그래요?”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손을 내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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