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3화

Author: 곽오
아직은, 아직은 때가 아니야.

생각을 마친 이강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너를 격려한 거지. 진짜 이유는 그 강상인한테 있는 거 아닐까?”

강상인?

그 이름을 들은 최순이 눈살을 찌푸리며 흥분해서 물었다.

“우리 딸, 정말 그 사람이랑 관련있는 거니?”

“아니, 멋대로 생각하지 마, 우리 아무 관계도 아니야!”

말을 마치자마자 눈을 부릅뜬 그녀가 이강현을 잡아당겨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고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

“방금 그 말, 무슨 뜻이야? 당신도 나를 의심해?”

화가 난 고운란의 얼굴이 붉어지고 눈가에 눈물이 약간 맺히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 사람을 의심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지금 자신을 이렇게 의심하고 있다니. 비꼬는 거야 뭐야?

“당신은 남자도 아니야, 나 이제부터 당신 부인 아니야!”

화를 내며 주먹으로 그의 가슴팍을 치는 그녀를 껴안고 이강현이 말했다.

“당신이 오해한 거야. 내 말은, 지난번 그 일 말이야. 강상인은 당신이 경찰에 신고할까 봐 두려웠을 거야. 강성 그룹은 상장회사고 대기업인데 당신에게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예상컨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과하러 올 거야.”

고운란의 두 눈이 깜박거렸다.

“정말?”

“바보야, 내가 어떻게 당신을 의심할 수 있겠어. 사랑하기도 바쁜데.”

고운란의 볼이 새빨개지는 동시에 갑자기 무언가 깨닫고 그를 세게 밀친 뒤 눈가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무슨 헛소리야, 무슨 사랑!”

말을 마치자 곧 몸을 돌려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며 입가에 웃음기가 떠오른 이강현은 휴대폰을 들어 강빈에게 연락했다.

거실에 있던 최순은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아이고, 여보, 우리 운란이가 정말 그 강성 그룹 도련님과 어떤 관계가 있다면 좋은 일 아니야?”

최순의 머릿속에는 딸이 부자에게 시집가서 자신도 덩달아 덕을 볼 생각으로 가득하다. 고건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당신은 우리 집안이 온 도시에서 멸시와 조소를 당했으면 좋겠어?”

“무슨 뜻이야? 내가 창피하고 싶어서 이래? 우리 운란이가 정말 그 이강현 같은 찌질한 놈이랑 평생 살아야 해? 걔가 우리 집에 뭘 해줄 수 있는데? 나는 상관없어. 우리 딸이 그 놈이랑 이혼했으면 좋겠어!”

고건민이 또 무언가 말하려 하다가, 그냥 고개를 저으며 신문을 들고 일어나 떠났다.

저 여자가 또 이상한 소리 하네, 말도 안 되지.

이때, 이강현은 솔이를 보러 병원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방금 장모의 말을 모두 들었지만, 이미 익숙한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장모님, 저 병원 갈게요.”

“꺼져, 밖에서 죽든가 말든가!”

다음날.

고씨 집안 운생 제약회사.

어제 연회의 일로 회사 전체가 매우 정신없고, 여기저기서 토론 중이다.

“아이고, 언제 우리 고 본부장님이 강성 그룹과의 계약을 따냈대?”

“허허, 어떻게 했겠어? 고 본부장이 사석에서 그 집단 도련님이랑 만났다는 말 못 들었어?”

“아, 역시나! 그런 여자인 줄 몰랐네, 너무 더러워.”

흠흠!

갑자기 기침소리가 들려오자 다들 혼비백산했다.

고흥윤이 다가와 불쾌한 표정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다들 뭐 하는 거야, 아침부터 귓속말이나 해대고! 일이나 해!”

어젯밤의 일로 지금까지도 기분이 좋지 않은 고흥윤이 직원들에게 몇 마디 욕을 던지고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들어서자마자 강상인과 고운란이 시차를 두고 다이아 하우스에 들어간 동영상을 편집해 회사 메신저로 퍼뜨렸다.

순식간에 난리가 나서 고운란에 대한 각종 추측과 욕설이 모니터에 가득하다. 고흥윤이 이 장면을 보며 다리를 꼬고 기대자 뒤에 있던 비서가 그의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시원하네! 고운란, 네가 강성 그룹과의 계약을 따낸 게 뭐 어쨌다고? 결국 이렇게 너의 명예가 추락했으니 이번 계약과 관련된 일은 내가 이어서 계속 진행하게 되겠지!”

동시에,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 소식을 들은 고운란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분노하며 휴대폰을 들어 설명을 적으려 했지만 결국 그냥 삭제했다. 이내 억울한 듯 책상에 엎드려 잠시 울고서야 마음을 가다듬고 일을 계속했다.

어떤 일은, 변명할수록 다른 사람에게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때, 고청아가 갑자기 서류 한묶음을 안고 사무실에 뛰어들었다.

“이거 다 서명하서야 해요.”

회사에서 지위가 높지않은, 그저 마케팅 부 팀장일 뿐이라 모든 일에 고운란에게 지시를 청해야 하는데… 이런 차가운 태도는 사람을 너무 불쾌하게 만든다.

“참, 23일이 당신 딸 생일이네요. 이강현 그 사람은 올해 또 그 불쌍한 딸과 함께 생일을 보낼 수 없게 됐어요.”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 고청아가 이어서 말했다.

“어떤 부자는 자기 딸 생일을 축하하려고 서울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인 카이사르 호텔을 빌렸다던데, 공교롭게도 같은 23일이더라구요. 같은 아버지인데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날까.”

경멸과 비웃음의 얼굴을 보며 고운란도 화가 났다.

“23일이 뭐 어쨌다고, 같은 날인 게 뭐 어때서.”

이런 그녀의 반응을 보고 계속 조롱이 이어진다.

“같은 날인 게 뭐 어떻냐구요? 중요하죠! 같은 딸인데, 어떤 남편은 도시 전체에서 가장 비싼 호텔을 빌려서 딸의 생일을 축하하고, 당신 남편은? 3년 동안 같이 생일을 보낸 적이나 있긴 한가? 하하, 자기 딸도 딸이라고 하지 못하다니, 정말 쓰레기가 따로 없죠!”

고청아가 무자비하게 비웃었다.

“이렇게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너랑 무슨 상관이야?”

“저랑은 상관없죠, 당신하고 상관이 있지! 당신이 이강현의 부인이고 솔이의 엄마잖아요. 23일, 온 도시 사람이 그 부자 딸의 생일을 축하하러 가면, 당신 딸은? 병원에 누워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죠, 하하!”

“고청아, 그만해!”

고운란은 마침내 소리를 질렀다. 나에게 욕하는 건 상관 없지만, 그렇게 어린 아이에게 상처입히는 건 안 돼.

“흥! 23일, 고운란 당신이 온 도시가 보는 앞에서 추태를 보이길 기대할게요!”

차갑게 몸을 돌린 고청아가 문을 나섰다. 그녀가 떠난 후에야 고운란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힘을 잃은 듯 자리에 앉았다.

너무 억울해. 하지만 저 말도 틀린 건 아니야. 3년동안 그는 솔이와 함께 생일을 보내지 않았어.

매년 이맘때면 모든 친척들과 서울 사람들에게 조롱을 당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솔이는 이강현의 딸이지만 그가 딸이라고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조롱거리가 될 수밖에! 마음을 가다듬고 고운란은 계속 일했다. 3년이나 지났는데 뭘 더 무서워하겠어. 그녀도 이미 적응이 된 일이라 생각했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이강현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왔을 때, 고건민과 최순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오늘 바깥은 카이사르 호텔의 소식으로 시끄러웠고, 어디를 가든지 누구나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매년 이맘때면 항상 당하는 일. 그래서 일단 23일만 되면 집 문을 닫고 손님도 받지 않는다.

고운란과 이강현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최순이 가장 먼저 달려들어 비난을 시작했다.

“너 지금 뭘 잘했다고 집에 들어와? 오늘 우리가 너 때문에 체면 다 잃은 거 알기나 해?”

“장모님, 어떻게 된 거예요?”

이해하지 못하는 이강현을 뒤로 한 채, 고운란은 좋지 않은 기분으로 침실로 들어갔다. 어차피 매일 저녁마다 이렇게 꾸짖는 소리를 지겹도록 들었다.

“물어보긴 왜 물어봐? 모레가 23일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

“저도 알아요.”

이강현의 안색이 가라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23일, 솔이의 생일. 고운란의 안색이 가장 어두운 날이다. 최순은 이강현을 쫓아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다고 생각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알긴 무슨! 내일 운란이랑 같이 가서 이혼이나 해, 지긋지긋한 놈!”

이강현이 멍해져서 입을 열었다.

“장모님, 저랑 얘기…….”

착!

뺨을 한 대 후려친 최순이 독설을 퍼부었다.

“장모님이라고 부르지 마! 너 같은 쓸모없는 사위 둔 적 없다! 모레, 우리 집은 또 온 도시의 웃음거리가 될 거야. 다른 사람들 봐, 카이사르 호텔도 빌리잖아! 너는 무슨 자격으로 솔이의 아빠가 될 수 있겠어? 내일 운란이랑 이혼하러 가기로 약속해!”

고개를 숙인 이강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몰랐다.

바로 그때, 침실의 문이 열리며 고운란이 눈물자국이 가득한 얼굴로 문 앞에 서서 울었다.

“엄마, 나는 이혼안할거야! 이 사람이 내 남편이고 솔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거야. 23일인 게 뭐 어쨌다고, 어차피 3년이나 지났는데, 나는 익숙해.”

그녀는 말을 마친 뒤 복잡한 눈빛으로 이강현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순간, 이강현이 진지하게 소리쳤다.

“운란아, 나를 믿어. 23일, 너를 온 도시에서 가장 주목하는 사람, 가장 눈부신 어머니가 되게 해줄게. 솔이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공주가 될거야!”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도도하고 귀여운 나의 와이프   제1086화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도도하고 귀여운 나의 와이프   제1085화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 도도하고 귀여운 나의 와이프   제1084화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 도도하고 귀여운 나의 와이프   제1083화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 도도하고 귀여운 나의 와이프   제1082화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 도도하고 귀여운 나의 와이프   제1081화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