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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6화

Author: 손이영
말을 마친 후 정연석은 바로 일어나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지예솔이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하지 말아요, 그래도 소용없을 거예요.”

정연석이 몸을 돌리기도 전에 그녀는 갑자기 뒤에서 그를 껴안고 등에 얼굴을 묻었다.

뜨거운 눈물이 신속히 정연석의 옷을 적셨고 그 바람에 추운 겨울 아침은 그날따라 유난히 뜨거웠다.

정연석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지만 돌아서서 무릎을 반쯤 꿇은 채 지예솔을 꼭 껴안고 마치 어린애를 달래듯 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

“일단은 한 번쯤은 해봐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 나머지는 내게 맡기고 울고 싶으면 울어. 어떻게든 방법은 있을 거야.”

지예솔은 마치 남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그의 옷깃을 꽉 움켜쥐고 손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정연석의 호의는 단지 그녀를 위로하려고 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예솔은 남동생이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연석은 현재 그녀가 이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지인이었다.

한참을 지난 뒤 지예솔은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았고 그제야 정연석의 옷깃을 놓아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눈물로 얼룩진 그의 옷을 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방금은 제가 실례했어요.”

정연석은 지예솔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솔아, 날 너무 남처럼 대하지 마. 우리 사이가 이렇게 서먹서먹한 사이는 아니잖아.”

지예솔은 자신의 손을 빼가며 말했다.

“제가 까먹고 오빠의 외투를 집에서 가져오지 못했어요. 병원 내부에는 에어컨이 있어서 괜찮지만 밖은 추우니 나가지 마세요.”

“괜찮아, 내가 이미 비서를 시켜 사 오라고 했으니 곧 가져올 거야.”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어 말했다.

“우리 그냥 병원 옮기자. 여기는 의료 시설도 따라가지 못하니 최소한 읍내에 있는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해. 아니면….”

그는 또다시 머뭇거리더니 계속하여 말했다.

“아니면 경원시로 돌아가자. 거기 가면 나도 더 편하고 의사든 기술이든 더 좋고 잘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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