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고등학교 시절, 따돌림으로 마음의 문을 닫은 이수의 일상에 눈부신 불청객 '남현준'이 등장한다.그는 그런 이수에게 지독한 순애를 바치고, 그에게 스며든 이수는 아찔한 첫 연애를 시작한다.두 사람의 사랑이 정점에 달했던 크리스마스가 한순간에 지옥으로 바뀌어버리는 사건이 터진다.현준은 지독한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빠지고, 이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채 입대한다.그의 빈자리를 파고드는 준호에게서 이수는 도리 현준을 향한 마음을 확인한다.하지만 오해와 엇갈림은 깊어지고, 이수는 결국 첫사랑을 끝내기 위해 그와 여행하기로 약속했던 오키나와로 떠난다.타국에서 성장해 나가는 이수 앞에 제대한 현준이 나타나고, 그들은 비극의 시작이었던 크리스마스를 다시 맞이하며 진정한 구원에 이른다.
もっと見る초인종을 앞에 두고 이수의 검지는 사시나무 떨 듯이 떨리고 있었다. 분명 주변은 한여름의 습도 가득한 진득한 날씨인데도 말이다.
이수는 다른 손을 가슴 위에 올려 힘을 주었다. 손가락만큼이나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려 애 쓰는 중이었다.
후….우…….
내뱉는 긴 숨의 끝은 입술을 파르르 떨게 만들었다.
정확히 일 년하고도 반 년 전, 바로 이 곳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 이수에게 일어났다. 그것은 묵직한 트라우마가 되어 그녀의 발목을 늘어지게 잡아 끌었다.
시야를 가린 눈꺼풀 뒤로 그 날의 일이 선명하게 피어올랐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 고막을 찢을 듯 두드리는 절박한 외침과 함께.
“현준아!! 아니야! 이러지마, 제발!!!!!”
“끼아아아악!! 이러지마!”
“정신 차려, 남현준!!!!!”
느린 이수를 위해 걸음을 맞춰주던 다정한 사내였다. 항상 이수가 그에게 첫 번째였다. 언제나 온마음 다해 이수를 대했던 그였다. 그러나 인생을 처참히 뒤흔든 시련 앞에 그런 사내는 간데없이 사라졌다.
처음 마주하는 건장한 성인 남자의 힘이었다. 이수의 몸 위에 올라타 그녀를 강하게 짓누르던 현준은 자기혐오와 죄책감으로 무너져있었다. 자신은 본능에 충실한 추잡한 괴물이어야만 한다는 듯, 자신의 생각을 더럽혔다.
그날의 충격은 황홀하도록 아름다웠던 이수의 첫 경험을 무참히 찢어버리고 짖밟아버렸다.
이수는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매달리는 그를 밀어냈지만, 현준을 향한 갈망까진 지워내지 못했다. 마음을 외면할수록 도리어 감정이 켜켜이 쌓였다. 지독하게 묵직했다.
끝내 어긋나는 타이밍과 계속 되는 오해로 처참히 무너졌다. 이수는 다시는 마음을 펼쳐보지 못하도록 실로 칭칭 감아 저 멀리 던져버렸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며칠 전 우연히 평상에 찾아온 그의 얼굴을 본 순간이었다. 이수의 귀에 어디선가 뚝- 하고 실이 끊어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오래 묶여 있던 감정의 매듭이 그렇게 풀렸다.
지독한 첫사랑 남현준. 지금 그의 집 앞에 서 있다.
이수는 이제 곧 오키나와에서 새로운 삶을 앞두고 있었다. 최소 일 년은 서로 볼 수 없다. 머릿속에서는 ‘이게 맞는 걸까’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굳이 잠잠해진 감정에 다시 상처를 낼 필요가 있을까.
그럼에도 이수의 갈망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묵직했다. 매듭이 풀어진 순간, 오래 눌러 담었던 마음이 댐이 무너진 것처럼 와르르 터져 나왔다.
출국을 이틀 앞두고, 결국 이수는 마음에서 놓지 못한 그를 향해 한 번 더 자신을 던져 보기로 했다.
삑삑삐-익.
세대 호출기의 숫자 버튼은 분명 이수의 손가락보다 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번호를 정확히 조준하는 것이 어려웠다. 떨림이 멈추지 않아, 한번 주먹을 움켜쥐었다 펴고는 숫자를 천천히 눌렀다.
뚜우-뚜우
그의 집으로 이어지는 경쾌한 연결음은 오히려 이수의 긴장을 부추겼다.
딸깍, 전화를 받는 소리 뒤에 묘한 침묵이 흘렀다. 이어서 아파트 공동현관문이 요란한 기계음을 울리며 열렸다.
어찌나 떨었던지, 문이 닫히기 전에 발을 떼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았다. 그를 향한 뜨거운 열망과는 반대로 몸에 각인 된 그 날이 이수를 움직이지 못하게 꽉 붙들었다.
이수는 눈을 질끈 감고 두 주먹이 하애지도록 꽉 움켜쥐었다. 용기를 내어 발을 떼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이수는 떨리는 시선을 숫자판에 고정시켰다. 1부터 시작한 숫자가 8까지 이르는 속도가 생각보다 더뎠다. 7에서 8로 넘어가는 순간, 바짝 마른 입술을 말아 물고 수분을 보충했다.
넘어가지도 않는 마른침을 어렵게 넘기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좁은 공간을 경쾌하게 울리는 엘리베이터 도착음은 이수의 뛰는 심장 소리를 덮지 못했다.
문이 열리자 이수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고 천천히 한 발을 내딛었다.
그때, 슬리퍼도 없이 맨발로 뛰쳐나오는 다리가 이수의 시야 끝에 들어왔다. 곧이어 몸이 휠 정도로 무거운 압박이 더해졌다.
“이수야, 돌아와 줘서 고마워…”
그의 단단한 살갗이 손에 닿는 순간이었다. 일 년 반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손끝에 그의 촉감이 분명하게 기억되어 있었다. 그걸 인지한 찰나, 이수의 몸에 나있는 작은 솜털마저도 쭈뼛 썼다.
사무치게 그리웠던 그의 체향이 코끝에 번졌다. 그 향은 이내 고여 있던 이수의 눈물샘을 터트리고 말았다.
보고 싶었어, 현준아. 정말 미치도록.
기다리던 종강이 왔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재희와 저녁을 함께 먹은 뒤 간단히 티타임을 가졌다.“엄마, 나도 알바해 볼까?”“좋지. '모스 문' 엄마가 자주 가는 카페 있잖아. 거기서 구인하더라. 한번 가 봐. 가까우면 좋잖아?"버스 정류장 조금 지나 있는 모스 문(Moss Moon)은 우드엔 화이트로 모던한 스타일의 카페였다. 이수가 두어 번 테이크 아웃으로 들렸던 곳이었다. 카페 인테리어가 상당히 근사했다. 그곳에서 일할 자신의 모습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일단 내일 면접을 위해 일찍 잠에 들기로 했다.***“카페 아르바이트 경험 있나요? 이거 꽤 힘들어요. 그냥 시간 때우며 음료만 만드는 게 아니거든.”웃는 얼굴로 반겨 주었던 카페 사장은 면접이 시작되자 냉정한 눈빛으로 돌변했다.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수의 손끝은 잘게 떨렸다.“아... 경험은 없지만, 전 본래 한가로운 일보단 빡빡한 일이 좋아요. 돈 받으며 가만히 시간 보내는 건… 제게 맞지 않아요. 레시피도 잘 외울 자신 있어요!”사장은 이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수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래요, 혹시 바로 일 시작할 수 있어요? 한 친구가 사정이 생겨서 곧 그만두는데 그전에 인수인계받았으면 해서요. 우리 카페 에이스였던 친구에게 이수 씨가 잘 배워줬음 좋겠네, 잘 부탁해요!”첫 5일은 연속으로 출근해 교육을 받기로 했다.다음 날, 카페 문을 조심스레 열고 카페 바(bar)에 있는 선임 아르바이트 생에게 인사했다. 선임은 이수를 향해 활짝 웃었다. 거짓 없는 미소였다. 그 미소를 보니 어딘가 안심이 되었다. 시작된 교육은 생각보다 숙지해야 할 사항이 많았다. 사장의 말대로 몇 번의 시범만으로 그녀가 카페의 에이스라는 걸 알 수 있었다.바리스타 자격증이 없는 이수는 간단한 음료 제조부터 차근차근 배우기로 했다. 청소부터 제조까지 그녀의 손끝에 벤 꼼꼼함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생각보다 적성에 맞았다. 수학 공식처럼 레시피의 정확도에 따라
*이번 화는 ‘학폭‘과 관련된 소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련 트라우마가 있으시거나 정서적으로 힘드신 독자님들께서는 감상에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역시 홍이수! 너희들 이수 좀 본받아! 수업 시간에 졸. 지. 않. 고 집중하면 너희들 중 절반은 성적 오를 거야! 사교육 자랑 아니다! 너희들이 깎아먹는 성적, 이수가 채워서 반 평균이 유지되는 거다! 꼴지반이라는 타이틀, 들으면 기분 좋니? 눈 깜빡일 새, 금방 고3 된다! 잘하자!”선생님의 그 ‘칭찬’이 모든 것의 시작이 되었다.“졸라 부럽네, 뭘 해도 이쁨 받고.”“공부 잘하는 누구 때문에 누구는 등급 떨어진다며? 하, 짜증.”이수의 평화롭던 고등학교 생활은 그날로 끝이었다.“이수야, 괜찮아. 신경 쓰지 마…”역시 해리뿐이야. 너와 같은 반이란 게 참 감사해.“…근데... 너 정말 학원 하나도 안 다녀...? ““어...? 무슨 뜻이야…?”“아... 아니야, 우리 매점이나 가자, 떡볶이 먹어야지.”해리의 태도는 평소와 사뭇 달랐다. 하지만 그녀가 곁에 있어주는 것 자체로 이수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웅성—웅성—“아이고, 어떡해? 교과서가 다 찢어졌네? 사교육도 안 한다면서, 이제 공부는 어쩔?”“존나 불쌍, 쩔.”“박핼! 어째 홍이수 친구는 이름까지도 hell이냐? 크크크 야, 쟤 교과서 빌려줄 거야?”“우리 반 성적 골로 나락 가지 않으려면, 박핼이 책 양보해야지. 홍이수는 학원 하나 안 다닌다던데, 안 그래?”“학원 안 간다는 거, 다 개 구라 아냐?”어깨를 한 번 끌어올리며 무리들은 이수를 향해 조소를 터트렸다.휴우… 쉽지 않다. 정말. 대꾸할 가치가 없다. 이수는 대답 대신 침묵을 택했다.***“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야자 할 사람은 남고, 집에 갈 사람은 싸게싸게 가라! 반장 인사해!”이수는 지옥 같은 교실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선생님의 종례 후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해리야, 집에 같이 갈까?”항상 집에 같이 가던 해리에게 이수가 물
5년 전, 3월.“이수야, 오늘 입학식, 우리 안 가도 되지?”기대하던 고등학교 입학식 날이었다. 재희는 아침부터 질문을 가장한 결정을 툭 던졌다. 누가 봐도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둔 말이었다. 그 말에 아빠 상열은 길길이 날뛰었다. 이수는 상열을 방 안으로 밀어 넣고 한 번 꽉 끌어안았다.“아빠 딸, 홍이수. 이제 더 이상 중학생 소녀가 아니니까, 괜찮아. 오늘도 잘 다녀오겠습니다!”상열은 한숨을 한 번 훅 내쉬며 이수의 어깨를 꽉 잡았다.“이수야, 이수 뒤엔 늘 아빠, 엄마가 있어! 오늘도 화이팅이야!”상열은 언제나 아빠 엄마 순으로, ‘아빠‘ 에 강세를 넣었다. 딸을 향한 애정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성실한 딸 바보, 홍상열 파파와 따뜻하지만 똑 부러진 김재희 여사. 이수는 맞벌이였던 부모님에게 언제나 우선순위 일 번이었다.학교를 가기 위해 이수는 집을 나섰다. 입춘이 지난 날씨는 아직 쌀쌀했다. 잇새로 새어 나오는 따뜻한 입김이 몽글몽글 꽃처럼 피어올랐다. 친한 친구들과 떨어져 홀로 학교에 배정되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슬펐지만, 운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래도 건너건너 아는 친구 몇은 있겠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이수는 입김에 희망을 담아 공기 중에 날려 보냈다. 하늘에 닿기를 기원하면서.중학교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커다란 강당의 공기가 차가웠다. 낯선 환경은 익숙했던 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위축되었다. 아는 얼굴이 혹 있을까, 이수는 이리저리 둘러봤다.같은 중학교 출신은 이수와 박해리, 둘뿐이었다. 마치 신이 작정하고 이수에게 장난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됐다. 수많은 졸업생 중 단 두 명만 같은 학교로 배정받는 확률이라니.관상을 믿지 않지만, 인상은 좀 본 달까.물론 인상이 그 사람의 인성을 모두 말해주진 않지만, 어느 정도 맞지 않나?이수는 자신만의 뇌피셜임을 인정하면서도 해리의 얼굴 곳곳을 살펴봤다. 나쁜 친구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와 같은 반이 된 이수는 이것이 천운
이수의 첫 로맨스가 시작된 건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대학 신입 때였다.대부분 중고등학교 때 첫사랑을 만나지만, 이수의 고등학교 시절은 비참했다. 친구였던 모두가 손바닥 뒤집듯이 적이 되었고, 유일하게 남은 한 명마저 이수에게 등을 돌려버렸다. 첫사랑은 뒤로하고 친구조차 남질 않았다.이수는 완벽한 외톨이였다.남들은 대학교만 들어가면 해봐야 하는 버킷리스트들이 가득했지만, 이수는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 오히려 암담했던 시절이 이어진 것 같아 정을 붙이기 싫었다.참 지루하고 따분한 대학 생활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일순간에 180도 뒤바뀔 줄 누가 알았을까.최대한 외부인을 차단하고 지켜낸 자신만의 세계였다. 소박하지만 평화로운 공간에 어느 순간, 눈부신 불청객이 등장했다. 남현준. 이수의 첫사랑이다. 그 불청객은 그녀의 머리 한구석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현준을 처음 봤던 순간이 이수에게 아직도 선명했다. 봄이 막 끝나갈 무렵, 한창이었던 벚꽃잎이 다 떨어진 직후였다.긴 세월 고요하고 잔잔했던 호수 위로 마치 작은 돌멩이 하나 ‘툭’ 떨어지는 것 같았다. 모든 정적을 깼던 신선한 충격이었다.그 당시 이수는 사람 없는 한적한 길만 골라 다녔다.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버림받았던 기억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로인해 사람들과 불필요하게 엮이는 게 싫어졌다. 쓸데없이 에너지와 감정을 소비하게 될 테니까.그날도 평소처럼 시선을 바닥에 떨구고 걷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작은 벌레 하나가 이수의 눈에 들어갔다. 안경을 머리에 살짝 얹은 채로 눈을 비비며 걸어갔다.쿵—!“아야…”단단한 무언가와 꽤 세게 부딪혔다. 키가 커다란 남자의 등이 이수의 시선을 가렸다.남자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누군가 시간의 마법을 부린 듯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갔다. 영화 속 미장센처럼 배경들이 흐릿해지고 오직 이수의 눈에 남자만 화사하게 빛났다. 살면서 이렇게 빛이 나는 사람을 성별 통틀어 처음 봤다.윤기가 흐르는 그의 갈색 머리카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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