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를 새로고침.

로맨스를 새로고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3
By:  이구름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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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의 아픔 뒤로 조용히 살아가던 홍이수. 별안간 그녀 앞에 나타난 역대급 비주얼의 불청객, 남현준. 생전 처음 보는 미남이 알은 체 하며 다가왔다.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숨긴 지난 과거의 모습을 안단다. 필사적으로 피했지만 생애 첫 알바에서 그 미남을, 남현준을 트레이너로 만났다. 사람들은 이걸 운명의 장난이라 명하던가. 뭐든 느린 이수의 속도에 맞춰 서로에게 스며든 관계는 이수의 엉뚱한 자아를 심폐소생시키고, 급기야 그를 향한 아찔한 욕망까지 피어오르게 되는데. 불같이 뜨거웠던 성탄의 밤. 축복인 줄 알았던 사랑이 잔인한 저주로 변해버렸다. 서툴고 미숙했던 스무 살, 얼룩진 첫사랑의 기억. 다시 새로고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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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화. 재회 (1)

"홍이수! 진짜 혼자 가도 돼? 일본에서 필요한 거 제대로 사 올 수 있는 거지?"

 

"걱정 말아요-"

 

"그래, 안 되면 일본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니까 거기서 사면 되겠지, 뭐. 잘 다녀와!"

 

 

이제 일주일 뒤면 더 이상 대한민국 서울이 아닌, 일본 오키나와에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일 년짜리 워킹 홀리데이.

 

 

필요한 것들을 양손 가득 사들고 동네로 돌아오는 길이 평소보다 멀게 느껴졌다. 머리카락을 짧게 쳐냈음에도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은 멈출 기미가 없어 보였다.

 

 

마지막 계단을 힘겹게 올라선 이수는 슈퍼 앞 평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집까지 고작 백 미터 남짓 남았건만, 기름이 다 떨어진 기계처럼 이수는 더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슈퍼에서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들고 몸을 뜨겁게 달군 더위를 식혀야만 했다. 

 

 

"홍이수~!"

 

 

티셔츠 자락을 펄럭이며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던 이수를 부른 사람은 수진 이모였다. 이수의 엄마, 재희의 동네 베프이자 재희가 일에 복귀한 후 바쁠 때마다 어린 이수를 살뜰히 챙겨주었던 다정한 동네 어른이다.

 

 

이수의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고 홀연히 사라졌다. 

 

 

"또 얼마나 멋지게 성장할지 기대된다~! 근데, 거기서 막 로맨스 생기는 거 아니니? 어머~ 설렌다 설레! 드라마처럼 멋진 남자랑 썸 타고 그런 거 꺄-!"

 

 

로맨스는 무슨,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할 거예요. 

 

 

수진 이모가 ‘로맨스’라는 말로 이수의 마음을 어지럽힌 뒤 추억의 편린들을 털어내듯 이수는 아이스크림을 무심하게 베어 물었다.

 

 

그때, 저장되지 않은 낯선 번호가 액정 위에 뜨며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징— 지잉— 징—

 

 

누구지? 설마 리조바 쪽? (*리조바(리조트 바이트): 휴양지(리조트, 호텔, 스키장 등)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일하는 모든 형태의 아르바이트를 일컫는 말.)

 

 

리조바 관련 행정상 절차는 완벽히 마무리되었기에 보이스피싱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짧게 스쳤다. 하지만 적은 확률이라도 혹여나 입사 과정에 문제가 생겼을까 염려된 이수는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여보세요?"

 

{ …… }

 

"…홍이수입니다. 말씀하세요."

 

 

이수는 미간을 좁히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이수야. }

 

 

그 순간 이수의 동공이 커지고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중저음의 목소리는 기억보다 더 선명하고 생생한 남현준의 음성이었다.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으며 숨이 턱 막혀왔다.

 

 

쿵쿵쿵- 

 

 

눈치 없이 요동치는 심장 소리는 오래된 괘종시계처럼 요란하게 귓속을 파고들었다. 마치 고막이라도 찢어 놓을 듯이 울려댔다.

 

 

그의 목소리는 변함없이 부드러운 온기를 머금은 채 이수를 감싸안았다. 고작 휴대폰의 작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소리일 뿐인데, 그것은 순식간에 이수의 마음에 거대한 불씨를 지폈다.

 

 

대학 캠퍼스에서 그를 처음 마주했던 봄날부터 오해로 얼룩졌던 잔인한 마지막 날까지. 두 사람의 서사가 주마등처럼 이수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 나야. 잠깐 휴가 나왔어. }

 

"......"

 

 

덥고 습한 7월의 대낮. 머리 위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데 이수의 머릿속은 폭설이 내린 듯 하얗게 번졌다. 모든 사고 회로가 정지해버렸다.

 

 

{ 지은 누나 통해 들었어… 오키나와 간다며. }

 

"아… 들었구나."

 

{ 멋지다. }

 

 

전화기를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덜덜 떨리는 손끝은 이수의 통제를 이미 벗어난 수준이었다.

 

 

"......"

 

{ 떠나기 전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

 

 

어떡하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이수는 아랫입술을 꽉 말아물고 차오르는 눈물을 삼키려 부단히 애를 썼다.

 

 

"....왜?"

 

 

이수의 목소리 끝이 가늘게 떨려왔다.

 

 

{ ...보고 싶었어. 정말, 많이… }

 

 

보고 싶었다는 그 짧은 고백에 간신히 버텨온 감정의 둑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수도꼭지가 완전히 고장 난 것처럼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쏟아져 내렸다. 날카로운 도구로 심장을 사정없이 헤집어 놓는 것같이 가슴이 쿡쿡 쑤시고 욱신거렸다.

 

 

이수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지만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느라 말 대신 묵직한 소리만 내뱉었다.

 

 

"...으윽…윽…윽…"

 

 

공공 장소라는 사실도 잊은 채 이수는 아이처럼 꺽꺽거리며 울음을 토해냈다. 응축되었던 감정이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처럼 폭발해버렸다. 한참을 그렇게 무너져 내리다 겨우 숨을 고를 때쯤, 수화기 너머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진정이 좀 됐어…? }

 

 

어...? 이상하다.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가 아닌,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기묘한 감각. 이수가 의아함에 고개를 들려던 찰나 시선 끝에 걸린 투박한 물체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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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재회 (2)
시선 끝에 들어온 시커먼 군화 한 켤레.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현준의 것이었다. "머리… 잘랐네. 예쁘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요동쳤다. 이수는 아주 천천히 떨리는 심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시야 가득 들어찬 것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현준의 얼굴이었다. 입을 틀어막은 이수의 두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 바르르 거렸다. 곱상하던 얼굴선은 군에서의 시간을 증명하듯 전보다 굵직하게 각이 져있었다. 그에 맞춰 벌어진 어깨와 단단하게 두꺼워진 몸, 화가 나있어 보이는 전완근은 묘하게 조금 아니, 분명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는 남자가 되어 이수의 눈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간신히 멈췄던 눈물이 다시 뺨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현준은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엄지로 이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고된 훈련의 흔적인지 얼굴을 감싼 그의 감촉은 예전보다 거칠어져 있었다. "울지 마, 이수야. 응? 울지 마." 달래주는 현준의 눈시울도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당장이라도 이수를 품에 끌어안고 싶었지만 혹여나 그녀가 다시 자신을 거부할까 두려워 가볍게 머리를 쓸어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들썩이던 이수의 어깨가 서서히 진정되자 현준은 고개를 숙여 눈을 맞추고 얼굴을 살폈다. 이수는 눈물범벅인 모습을 보이기 싫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얼굴 좀 보여주지… 얼굴 보고 싶은데. 아무 사이도 아닌 사이에서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쉬운 대로 현준은 이수의 곁에 나란히 앉았다. 상체를 숙여 허벅지에 팔꿈치를 대었다. 긴장한 손을 깍지를 꼈다가 손을 맞대어 비비기도 했다. "다행이다. 가기 전에 볼 수 있어서…" 나직이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이수의 마음을 두드렸다. "내가... 싫어진 거 아니었어...?" 이수의 물음에 현준이 상체를 들며 고개를 돌렸다. 이수의 떨리는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내가 어떻게 그래. 난... 너랑 구준호가 사귀는 줄로 오해해서 억지로 지워내려고 노력했어. 결국 못 잊었지만." 현준은 시선을 발끝으로 떨어뜨리며 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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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다시, 너에게 (1)
사실은 어떤 약속도 없었다. 하지만 현준은 그 자리에 더 오래 머물 수 없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떠나는 이수에게 행여 자신이 부담스러운 짐이 될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현준은 예기치 못한 이수와의 조우를 짧지만 강렬한 선물이라 여기며 쓰디쓴 속내를 애써 달랬다. 출국이 다가올수록 이수의 일상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그러나 온 신경을 출국 준비에 쏟아붓는 와중에도, 이수의 머릿속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 있었다. 불과 며칠 전, 기적처럼 마주했던 현준의 모습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그의 모습이 불쑥 떠올라 이수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질 때, 머리를 쓰다듬을 때, 손을 맞잡았을 때, 그때마다 소름이 돋았던 이수는 다시 깨달았다. 자신이 그를 얼마나 그리워해 왔는지. 그의 온기를, 그의 다정함을. 군 생활을 거치며 달라진 현준의 외모는 예전의 모습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전보다 더 굵직해진 골격과 단단해진 근육에서 짙은 남성미가 뿜어져 나왔다. 어딘가 더 남자다워진 그를 떠올릴 때마다, 이수의 기억은 저도 모르게 뜨거웠던 순간들로 돌아갔다. 찰나의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거칠게 요동치고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때로는 억누를 수 없는 본능적인 반응에 속옷 끝이 살짝 젖어 들기도 했다. 이수는 다른 생각으로 시선을 돌리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그의 실루엣은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을렸음에도 여전히 수려한 그의 이목구비와 손을 맞잡았을 때 불거진 팔의 근육, 그리고 군복 너머로 느껴지던 단단한 체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이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어떡하지… 너무 보고 싶어… 도저히 이 인연을 끝낼 수 없는 사람은 어쩌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일 년간 떠나 있는 동안 그를 붙잡아두는 건 자신의 이기심이 분명해 보였다. 마음을 다잡고 워킹홀리데이에만 집중하려 애써보아도 결심은 이내 흐트러졌다. 너무나 쉽게 무너지는 자신의 다짐 앞에서 이수는 결국 자조 섞인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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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다시, 너에게 (2)
딸깍, 소리 뒤로 묘한 침묵이 흘렀다. 긴장한 이수가 침을 꼴깍 삼켰다. 그가 집에 있었다. 심장이 마비가 올 듯이 세차게 쿵쾅거렸다. 공동 현관문이 열리는 기계음은 천둥소리처럼 이수의 귓바퀴를 때리며 긴장을 더욱 부추겼다. 어찌나 떨었던지 문이 닫히기 전에 발을 떼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았다. 과연 그의 집 안까지 무사히 들어설 수 있을지 스스로 의문이 들었다. 트라우마라는 검은 손이 자꾸만 발목을 낚아채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를 보고 싶다는 열망이, 그와 숨결을 섞고 싶다는 간절함이 끝내 발걸음을 안으로 이끌었다. 언젠가 한 번은 이 벽을 넘어서야 그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수는 눈을 질끈 감고 두 주먹을 움켜쥔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숫자 8을 누른 뒤 구석으로 몸을 붙여 섰다. 8층에 다다르자 넘어가지도 않은 마른침을 억지로 삼키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좁은 사각 공간을 경쾌하게 울리는 엘리베이터 도착음조차 요동치는 이수의 심장 소리를 덮지 못했다. 눈앞에서 문이 열리고 이수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한 발을 내딛는 순간, 시선 끝에 슬리퍼도 신지 않은 채 맨발로 뛰쳐나오는 발이 보였다. 곧이어 몸이 휘어질 정도의 묵직한 압박이 이수의 온몸을 감싸안았다. "이수야. 돌아와 줘서 고마워."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깨를 들썩이는 그의 몸을 이수가 떨리는 팔로 마주 안았다. 사무치게 그리워했던 그의 향기, 온기, 그리고 단단한 몸의 감촉이 비로소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 이수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낼 생각도 못 한 채 그저 온 마음으로 그를 받아냈다. "보고 싶었어, 정말 미치도록…" 흐느끼는 이수의 말에 현준은 잠시 몸을 떼고는 이수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엄지로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자신의 눈시울도 붉게 젖어 있었으면서 현준은 이수를 진정시키려 허리를 숙였다. 촉촉해진 이수의 눈을 맞췄다. "울지 마, 이수야." 현준은 다시 이수를 품에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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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프런트 훅 브래지어
이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현준에게 몸을 실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숨결이 거침없이 뒤엉켰다. 현준의 커다란 손이 이수의 얼굴을 감싸 쥐더니 그녀의 입술을 사정없이 집어삼켰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로의 콧등이 뺨 위로 짓이겨졌다. 눅진하고 뜨거운 타액이 입가에 번지며 끈적하게 뒤섞였다. 이수는 까치발을 든 채 떨리는 팔로 그의 곧은 목을 감싸안았다. 이수의 얼굴을 감싸 쥐던 현준의 손이 이내 등허리를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가더니 엉덩이를 받쳐 그대로 그녀를 들어 올렸다. 이수는 본능적으로 그의 허리를 다리로 감아올렸다. 공중에 뜬 몸의 무게가 오롯이 현준에게 실리자 맞닿은 가슴으로 요동치는 심장이 서로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심장 소리와 맞물려 정적 속에 울려 퍼졌다. 침대 위에 이수를 조심스레 눕힌 현준이 그 위로 몸을 겹치며 그녀의 눈동자를 잠시간 들여다보았다. "... 여기, 내 침대에서 하는 거... 괜찮아?" 그날의 악몽, 자신이 통제력을 잃고 이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던 바로 그 침대였기에 현준은 걱정되었다. 이수는 현준의 질문이 자신을 배려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눈동자 속에서 어쩐지 자신 없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천천히... 천천히 우리 새로 시작하자." 가만히 자신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에서 흔들림 없는 진심이 읽혔다. 이수는 떨리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느릿하게 쓸어내린 뒤 입술을 손끝으로 부드럽게 덧그렸다. 그러고는 팔을 뻗어 현준을 제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기며 먼저 그의 입술을 깊숙이 삼켰다. 단단히 걸어 잠갔던 마음의 빗장이 풀리자 서로를 향한 갈망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다. 이미 눅진하게 젖어버린 속옷은 이수가 얼마나 간절히 그를 원하고 있었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현준은 이수의 입술을 집어삼킬 듯 깊게 머금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가슴팍에 맞닿은 이수의 풍만한 가슴은 현준이 단 한순간도 잊지 못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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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왜 이렇게 야할까
문득 현준이 처음 브래지어 후크를 채워주던 그날이 떠올랐다. 캠핑 다녀온 뒤 부모님이 집에 안 계셨던 날이었다. 자신의 방에서 뜨겁게 첫 경험을 하고 호기롭게 브래지어를 채워보겠다던 현준에게 맡겼었더랬다. 그를 위해 자신의 머리를 한쪽으로 넘겨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몇 번의 시도에도 결국 실패한 현준은 울상을 지어 보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손에 비해 후크가 너무 작아 채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했다. 게다가 이수의 가슴이 자꾸 눈에 들어와 집중이 안 된다며 울상을 지었더랬다. 그런 현준이 미치도록 귀여워 이수는 고개를 돌려 그의 입술을 깊게 머금었다. 그러고는 다시 뜨거운 사랑을 나눴더랬다. "웃지 말라구…" 또다시 브래지어 여밈 장치로 울상을 짓고 있는 현준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건장해진 체격에 그을린 근육들이 제아무리 섹시미를 발산해도 귀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자꾸 피식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삼킨 이수가 예전 그날처럼 그의 입술을 쪽, 소리 나도록 머금었다. 그러고는 현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스스로 풀었다. 거친 숨을 내쉬자 가슴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더니 앞여밈이 열린 브래지어가 족쇄가 풀린 것처럼 양옆으로 스르르 흘러내렸다. 마침내 현준의 눈앞에 진분홍색의 어여쁜 꽃봉오리가 드러났다. 그 이쁜이는 그의 손길을 기다렸다는 듯 한껏 솟아올라 살랑이고 있었다. 현준의 심장은 폭동이 일어난 것처럼 요란하게 가슴 벽을 내치기 시작했다. 현준은 그대로 입을 벌린 채 다가가 꼿꼿한 유두를 진득하게 베어 물었다. 쪽 소리 나도록 빨아 삼키며 혀로 꼭지를 부드럽게 굴렸다. 이미 뜨겁게 달아오른 현준이었지만 행여나 이수가 무서워할까 봐 속도를 조절해야만 했다. 천천히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느릿하게 숨결을 섞고 싶었다. 하지만 수차례 결심한 다짐이 무색하게 이수가 너무 고팠던 현준은 가슴을 만져달라는 그녀의 신음에 폭주하고야 말았다. 입안 가득 머금은 이수의 가슴은 역시 달았다. 춥, 빨아 올린 뒤 손으로 세차게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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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잘생긴 똥
이수의 첫 로맨스가 시작된 건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대학 신입 때였다. 이수는 불필요하게 사람들과 섞이는 걸 선호하지 않았다. 마치 알레르기 반응이라도 일어나는 것처럼 피해 다녔다. 조별 과제든 뭐든 필수 불가결한 것이 아니라면 그어 놓은 선을 넘는 일은 만들지 않았다. 친구가 몇 명 없던 이수는 완벽한 외톨이였다. 남들은 대학교만 들어가면 해봐야 하는 버킷리스트들이 가득했지만, 이수는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 오히려 암담했던 고등학교 시절이 이어진 것 같아 정을 붙이기 싫었다. 덕분에 참 지루하고 따분한 대학 생활이 되었다. 그래서 그 생활이 싫었냐고? 아니, 오히려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고 편안했다. 하지만 그것이 일순간에 180도 뒤바뀔 줄 누가 알았을까. 최대한 외부인을 차단하고 지켜낸 이수만의 세상이 있었다. 소박하지만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평화로운 공간, 완벽한 무풍지대 인클레이브. 그런 곳에 어느 순간 눈부신 불청객이 등장했다. 바로 현준이었다. 현준을 처음 봤던 순간이 이수에게 아직도 선명했다. 한창이었던 벚꽃잎이 다 떨어진 직후, 아마도 봄이 막 끝나갈 무렵이지 않았나 싶다. 긴 세월 고요하고 잔잔했던 호수 위로 마치 작은 돌멩이 하나 ‘툭’ 떨어지는 것 같았다. 모든 정적을 깼던 신선한 충격이었다. 땅에 떨어진 벚꽃을 무심하게 밟으며 평소처럼 시선을 떨군 채 걷고 있었다. 그 순간 별안간 작은 벌레 하나가 이수의 눈에 들어갔다. 이물감에 안경을 머리에 살짝 얹고는 눈을 비비며 걸어갔다. 쿵—! "아야…" 단단한 무언가와 꽤 세게 부딪혔다. 고개를 들어보니 커다란 남자의 등이 이수의 시선을 모조리 가려버렸다. 눈이 매우 나빴던 이수는 이게 뭔가 싶었다. 널따란 패널, 비어있는 게시판 같은 건 줄 알았다. 밤새 책을 읽었더니 똑바로 걷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니, 죽을 때가 됐나 싶었다. 한숨을 푹 쉬었다. 등통사고를 내고는 여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냅다 깊은 한숨을. 안 그래도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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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이수의 이야기 (1)
5년 전, 3월."이수야. 오늘 입학식, 우리 안 가도 되지?"기대하던 고등학교 입학식 날이었다. 재희는 아침부터 질문을 가장한 결정을 툭 던졌다. 누가 봐도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둔 말이었다. 그 말에 아빠 상열은 길길이 날뛰었다. 이수는 상열을 방 안으로 밀어 넣고 한 번 꽉 끌어안았다."아빠 딸, 홍이수. 이제 더 이상 중학생 소녀가 아니니까, 괜찮아. 오늘도 잘 다녀오겠습니다!"상열은 한숨을 한 번 훅 내쉬며 이수의 어깨를 꽉 잡았다."이수야, 이수 뒤엔 늘 아빠, 엄마가 있어! 오늘도 화이팅이야!"상열은 언제나 아빠 엄마 순으로, ‘아빠‘ 에 강세를 넣었다. 딸을 향한 애정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성실한 딸 바보, 홍상열 파파와 따뜻하지만 똑 부러진 김재희 여사. 이수는 맞벌이였던 부모님에게 언제나 우선순위 일 번이었다.학교를 가기 위해 이수는 집을 나섰다. 입춘이 지난 날씨는 아직 쌀쌀했다. 잇새로 새어 나오는 따뜻한 입김이 몽글몽글 꽃처럼 피어올랐다. 친한 친구들과 떨어져 홀로 학교에 배정되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슬펐지만, 운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래도 건너건너 아는 친구 몇은 있겠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이수는 입김에 희망을 담아 공기 중에 날려 보냈다. 하늘에 닿기를 기원하면서.중학교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커다란 강당의 공기가 차가웠다. 낯선 환경은 익숙했던 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위축되었다. 몸을 부르르 떨던 이수는 아는 얼굴이 혹 있을까, 이리저리 둘러봤다.같은 중학교 출신은 이수와 박해리, 둘뿐이었다. 이게 말이 되나? 마치 신이 작정하고 이수에게 장난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됐다. 수많은 졸업생 중 단 두 명만 같은 학교로 배정받는 확률이라니.갓님, 진심 이건 너무 하잖아요. 됐고, 해리가 저랑 결이 잘 맞는 친구이길 바라봅니다.관상을 믿지 않지만, 인상은 좀 본 달까.물론 인상이 그 사람의 인성을 모두 말해주진 않지만, 어느 정도 맞는 듯.이수는 자신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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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이수의 이야기 (2)
*이번 화는 ‘학폭‘과 관련된 소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련 트라우마가 있으시거나 정서적으로 힘드신 독자님들께서는 감상에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역시 홍이수! 너희들 이수 좀 본받아! 수업 시간에 졸. 지. 않. 고 집중하면 너희들 중 절반은 성적 오를 거야! 사교육 자랑 아니다! 너희들이 깎아먹는 성적, 이수가 채워서 반 평균이 유지되는 거다! 꼴지반이라는 타이틀, 들으면 기분 좋니? 눈 깜빡일 새, 금방 고3 된다! 잘하자!”선생님의 그 ‘칭찬’이 모든 것의 시작이 되었다.“졸라 부럽네, 뭘 해도 이쁨 받고.”“공부 잘하는 누구 때문에 누구는 등급 떨어진다며? 하, 짜증.”이수의 평화롭던 고등학교 생활은 그날로 끝이었다.“이수야, 괜찮아. 신경 쓰지 마…”역시 해리뿐이야. 너와 같은 반이란 게 참 감사해.“…근데... 너 정말 학원 하나도 안 다녀...? ““어...? 무슨 뜻이야…?”“아... 아니야, 우리 매점이나 가자, 떡볶이 먹어야지.”해리의 태도는 평소와 사뭇 달랐다. 하지만 그녀가 곁에 있어주는 것 자체로 이수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웅성—웅성—“아이고, 어떡해? 교과서가 다 찢어졌네? 사교육도 안 한다면서, 이제 공부는 어쩔?”“존나 불쌍, 쩔.”“박핼! 어째 홍이수 친구는 이름까지도 hell이냐? 크크크 야, 쟤 교과서 빌려줄 거야?”“우리 반 성적 골로 나락 가지 않으려면, 박핼이 책 양보해야지. 홍이수는 학원 하나 안 다닌다던데, 안 그래?”“학원 안 간다는 거, 다 개 구라 아냐?”어깨를 한 번 끌어올리며 무리들은 이수를 향해 조소를 터트렸다.휴우… 쉽지 않다. 정말. 대꾸할 가치가 없다. 이수는 대답 대신 침묵을 택했다.***“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야자 할 사람은 남고, 집에 갈 사람은 싸게싸게 가라! 반장 인사해!”이수는 지옥 같은 교실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선생님의 종례 후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해리야, 집에 같이 갈까?”항상 집에 같이 가던 해리에게 이수가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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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불편한 트레이너
기다리던 종강이 왔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재희와 저녁을 함께 먹은 뒤 간단히 티타임을 가졌다.“엄마, 나도 알바해 볼까?”“좋지. '모스 문' 엄마가 자주 가는 카페 있잖아. 거기서 구인하더라. 한번 가 봐. 가까우면 좋잖아?"버스 정류장 조금 지나 있는 모스 문(Moss Moon)은 우드엔 화이트로 모던한 스타일의 카페였다. 이수가 두어 번 테이크 아웃으로 들렸던 곳이었다. 카페 인테리어가 상당히 근사했다. 그곳에서 일할 자신의 모습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일단 내일 면접을 위해 일찍 잠에 들기로 했다.***“카페 아르바이트 경험 있나요? 이거 꽤 힘들어요. 그냥 시간 때우며 음료만 만드는 게 아니거든.”웃는 얼굴로 반겨 주었던 카페 사장은 면접이 시작되자 냉정한 눈빛으로 돌변했다.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수의 손끝은 잘게 떨렸다.“아... 경험은 없지만, 전 본래 한가로운 일보단 빡빡한 일이 좋아요. 돈 받으며 가만히 시간 보내는 건… 제게 맞지 않아요. 레시피도 잘 외울 자신 있어요!”사장은 이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수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래요, 혹시 바로 일 시작할 수 있어요? 한 친구가 사정이 생겨서 곧 그만두는데 그전에 인수인계받았으면 해서요. 우리 카페 에이스였던 친구에게 이수 씨가 잘 배워줬음 좋겠네, 잘 부탁해요!”첫 5일은 연속으로 출근해 교육을 받기로 했다.다음 날, 카페 문을 조심스레 열고 카페 바(bar)에 있는 선임 아르바이트 생에게 인사했다. 선임은 이수를 향해 활짝 웃었다. 거짓 없는 미소였다. 그 미소를 보니 어딘가 안심이 되었다. 시작된 교육은 생각보다 숙지해야 할 사항이 많았다. 사장의 말대로 몇 번의 시범만으로 그녀가 카페의 에이스라는 걸 알 수 있었다.바리스타 자격증이 없는 이수는 간단한 음료 제조부터 차근차근 배우기로 했다. 청소부터 제조까지 그녀의 손끝에 벤 꼼꼼함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생각보다 적성에 맞았다. 수학 공식처럼 레시피의 정확도에 따라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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