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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1화 햇살 아래의 약속

Author: 손이영
남하윤은 눈가의 눈물을 황급히 훔치고 계단을 내려갔다.

그녀가 나오자 하인이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남하윤 씨, 이제 일어나셨군요. 대표님께서 밖에서 아침 식사 자리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나가서 한번 보세요.”

남하윤이 대문을 지나 마당으로 나서자 넓은 정원 한가운데 흰 식탁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정성스럽게 차려진 아침 식사가 가득했다.

강민규는 식탁 옆에서 방금 꺾은 장미 한 다발을 꽃병에 꽂고 있었다.

아침 햇살 아래 그는 단정한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평소처럼 머리를 깔끔히 빗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더 젊어 보였고 어딘가 소년 같은 분위기마저 풍겼다.

남하윤은 문득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매일 학교 정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그 모습, 그때도 지금처럼 온화하고 진지했다.

그녀의 발소리에 강민규가 고개를 들었다.

“일어났어? 잘 잤어?”

남하윤의 긴 원피스 자락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고 아침 햇살 속의 그녀는 마치 한 송이 백합처럼 청초하고 맑았다.

강민규의 마음이 순간 흔들렸다.

“우리 하윤이는 정말 예쁘네.”

남하윤이 웃으며 말했다.

“또 일부러 그런 말 하지.”

강민규는 진지하게 답했다.

“난 그냥 사실을 말한 거야. 원래부터 예뻤잖아. 어렸을 때 네가 할아버지 따라 군부대 관사에 살던 시절에 거기 있는 남자애들이 너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

어릴 적 이야기가 나오자 남하윤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그때 나 혼자 여자였잖아.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강민규가 웃으며 말했다.

“봐봐. 네가 웃으니까 얼마나 예뻐. 그렇게 자주 웃어야 해. 넌 아직 스물다섯이잖아. 이렇게 젊은데 왜 맨날 서른 넘은 사람처럼 굴어. 나이에 안 맞게 너무 딱딱하단 말이야.”

남하윤은 미소를 지으며 식탁 쪽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아침이 정말 푸짐하네.”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중식 요리와 서양식 메뉴 그리고 잘 익은 과일들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었다.

강민규는 갓 쪄낸 계란찜을 그녀 앞으로 밀어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이건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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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남씨 가문을 찾아갔지만 남하윤은 없었고 남씨 가문의 할아버지는 그에게 단 한 번의 따뜻한 시선조차 보내지 않았다.다시 그들이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갔지만 하인은 남하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전했다.남하윤이 어디로 갔는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강민규와 함께 있었다.이 생각에 주희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또 강민규야. 이 사람은 왜 이렇게 귀신처럼 끈질기게 나타나는 걸까.’그때 이권의 전화가 걸려 왔다.“찾았습니다. 강민규는 지금 경원시 동쪽 해화구의 별장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쪽 사람들 말로는 남하윤 씨도 그곳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CCTV 확인 결과 두 분 모두 지금 외출 중이라고 합니다.”주희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속 초조함을 눌렀다.“고마워, 이 비서. 강민규 차 위치도 확인해 줘.”잠시 후 위치 정보가 전송되었고 주희는 화면을 흘낏 본 뒤 곧바로 출발했다.경원시 최고의 명문고 정문 앞 거리 맞은편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는 검은색 페라리가 오랫동안 서 있었다.운전석의 남자는 커다란 패션 선글라스를 써 얼굴의 절반을 가렸지만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 잘생긴 윤곽이 눈에 띄었다.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속속 생겨났다.주희는 현재 최고의 인기 스타 ‘화제의 중심’ 주혜성이었다.사람들이 다가와 사인을 요청하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지만 그는 모두 정중하게 거절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안에서 한 쌍의 남녀가 걸어 나왔다.주희는 차 문에 기대어 남하윤과 강민규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정말 두 사람이 함께였다.남하윤도 그를 보았다.그는 느슨한 흰색 실크 셔츠를 입고 밑단을 검정 슬랙스 안에 단정히 넣은 모습이었다.깨끗하고 서늘한 인상, 바람에 셔츠가 부풀 때마다 그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눈부셨다.그는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존재였다.남하윤의 마음 한편이 쓸쓸하게 저려왔고 그녀가 걸음을 멈추자 강민규도 함께 멈춰 섰다.강민규가 낮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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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올 때 손에는 골든 카드 한 장이 쥐어져 있었고 강민규가 카드를 내밀며 말했다.“이건 내 카드야.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뭐든 사. 우리 하윤이는 절대 억울하거나 속상하면 안 돼.”남하윤은 눈물이 고인 채 웃으며 카드를 받았다.“그럼 사양하지 않을게. 일단 이 일들 다 정리하고 나면 쓴 돈은 꼭 갚을게.”강민규가 못마땅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왜 그렇게 나한테 예의를 차려? 물건 좀 사는 돈 그 정도는 나도 감당할 수 있어.”남하윤이 장난스럽게 웃었다.“그럼 전부 명품으로 보석이랑 귀금속을 사도 괜찮아?”강민규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기며 말했다.“잊었어? 나는 강씨 가문의 후계자야. 남씨 가문보다 부자라고. 내가 그 정도 돈도 못 쓰겠어?”남하윤은 달콤하게 웃었다. 볼에는 깊은 보조개가 생겼다.“그럼 오늘 오후에 제대로 쇼핑하러 갈래.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걸 직접 사보고 싶어. 너무 오래 자신을 상자 속에 가둬놨더니 이제는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져.”강민규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사면 되지. 마음에 드는 건 전부 사. 원하면 백화점 통째로 사줄 수도 있어.”남하윤은 기름에 바싹하게 튀겨진 꽈배기를 집어 강민규에게 내밀었다.“오빠, 이거 좋아했잖아. 먹어봐.”강민규가 그녀의 손끝에서 꽈배기를 받아 한입 베어 물었다.“맛이 익숙하지 않아? 네가 예전에 좋아하던 그 집 거야. 일부러 사람 시켜서 사 오게 했어.”남하윤은 순간 멈칫하더니 한입 베어 문 꽈배기를 조심스레 다른 접시에 내려놓았다.강민규가 낮게 말했다.“하윤아, 예능 프로그램 그만둬. 그건 너한테 안 어울려.”남하윤은 조용히 대답했다.“지금 고민 중이야. 그때는 내가 먼저 나가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하차하면 좀 이상하잖아. 그래도 말 안 맞는 것 같아서 아마 그만두게 될 것 같아.”“그리고 주희 씨 매니저 일도 너한테는 맞지 않아.”남하윤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그건... 진짜 그만둬야겠어. 며칠만 기다려줘. 조금만 정리하고 지금 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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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990화 감동의 눈물

    하지만 남하윤의 예상과는 달리 일이 흘러가지 않았다.조금이라도 온다연과 관련된 것이 나타나면 주희는 이상하게 변했고 아마 그 사진도 오래 바라보았을 것이다.그 순간 남하윤은 갑자기 지쳐 있었고 세상의 일에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차는 결국 성동의 한 별장 단지에 도착했다.이곳은 최근 임정아가 구입한 풀옵션 별장이었다.문을 열자 눈앞에는 새 가구들로 가득 찬 공간이 펼쳐졌고 임정아는 남하윤을 안으로 안내하며 전화를 걸었다.“가정부 두 명 보내고 생활용품도 내가 주로 쓰는 브랜드로 두 세트 보내요. 그리고 요리사 한 명 보내고 식재료도 함께 빨리 보내 줘요. 오늘 밤 제가 이곳에서 지낼 거니까요.”남하윤은 그의 옷자락을 잡으며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까지 안 해도 돼요. 며칠만 잠깐 지낼 거고 혼자 있어도 괜찮아요.”임정아는 전화를 끊고 거실의 모든 창문을 활짝 열었다.“1년 동안 비워둔 곳이에요. 이제 입주할 수 있고 모든 게 새것이라 피곤하다면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지낼 수 있어요.”남하윤은 “고마워요”라고 말하고 욕실을 찾았다.욕실에서 나왔을 때 이미 누군가가 새 옷을 잔뜩 들고 들어와 있었다. 모두 고급 브랜드 제품이었다.임정아가 말했다.“옷을 안 가져왔길래 임시로 좀 보내라고 했어요.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골라보세요.”남하윤은 감사 인사를 하고 몇 벌을 대충 골라 휴식을 취하려 했다.그러자 임정아가 그녀를 붙잡았다.“먼저 잠들면 안 돼요. 먹을 걸 미리 준비해 놨거든요. 요즘 많이 말랐으니 제대로 못 먹었을 테니까 먼저 든든히 먹고 쉬어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큰 도시락을 들고 들어왔다.곧 식탁 위에는 열 가지가 넘는 요리가 놓였고 모두 남하윤이 이전에 좋아하던 음식이었다.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남하윤의 미각을 일깨웠다. 그녀는 배는 고팠지만 먹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임정아는 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식탁 앞으로 밀어 앉혔다.“특별히 만들어서 보내라고 했어요. 음식 버리면 안 돼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989화 지쳐버린 영혼

    강민규가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남하윤이 수십 명의 팬들에게 둘러싸여 쓰레기를 맞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당장 차로 들이받고 싶을 만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다행히 경비들이 즉시 달려와 광기에 휩싸인 팬들을 쫓아냈다.하지만 강민규는 속을 다스리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하려 했고 그 순간 남하윤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하지 마. 이건 제가 받을 벌이야.”강민규의 분노가 폭발했다.“무슨 헛소리야. 저 사람들은 미친놈들이야. 덕질한다는 이유로 무슨 짓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해? 한 번은 반드시 제재해야 해. 그래야 법이 뭔지 알지. 설령 너랑 주희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건 사적인 문제야. 저 사람들이 무슨 권리로 간섭하냐고?”남하윤은 낮게 지쳐버린 목소리로 말했다.“강민규, 나... 조금 지쳤어. 혹시 남는 방 있어?”강민규가 잠시 멈칫했다.“뭐라고?”남하윤은 힘없이 웃으며 속삭였다.“나 정말 지쳤어. 쉬고 싶어. 남씨 가문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지금 있는 곳도 싫어. 하지만 갈 데가 없어. 강민규 제발 부탁이야.”그녀는 너무나 처참했다. 마음은 이미 마비돼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이런 상황은 이미 여러 번 예상했던 일이었다.주희와의 관계가 드러난다면 어떤 일이 닥칠지 팬들에게 공격받는 건 가장 단순한 형태일 뿐이라고 스스로 수없이 되뇌었었다.그러나 그 단순한 벌조차 그녀를 초라하게 만들었고 더 이상 이 길을 이어가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은 이제 지킬 가치조차 느껴지지 않았다.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몇 걸음 앞으로 비틀거리며 나아가며 그녀가 힘겹게 말했다.“강민규, 나 데려가 줘.”강민규는 차에서 수건을 꺼내 그녀 몸에 달라붙은 쓰레기들을 털어내고 그녀를 차에 태워 그대로 병원을 떠났다.차는 앞으로 질주했다.마치 운명이 조롱하듯 신호등마다 주희의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그는 이제 정말로 유명해져 누구나 아는 스타가 되어 있었고 중앙 광장을 지나자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든 광경이 보였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988화 주희의 다짐

    온다연을 보자 주희는 갑자기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온다연은 원래 그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잠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임정아에게 기다려 달라 부탁하고는 주희와 함께 휴게실로 들어갔다.휴게실에서 온다연이 물었다.“정말 은퇴하려는 거야?”주희가 대답했다.“네. 누나 작품 촬영 끝나면 은퇴할 거예요. 유강후랑 얘기했던 것도 검토해 봤고요. 누나가 하는 학교에 지분을 넣을 생각이에요. 그러면서 제 옷 브랜드랑 화장품 브랜드도 같이 운영하려 해요. 업계에서 오래 있으면서 관련 자원도 좀 모아 놨거든요. 그냥 버릴 순 없잖아요.”어른스러워진 그의 얼굴을 보고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야.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내가 강후 씨께 가장 믿을 만한 전문 경영인을 붙여 달라고 할게.”주희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동안 가슴속을 짓눌렀던 감정이 어느새 잦아들고 있음을 느꼈다.온다연에 대한 마음은 더 이상 그를 괴롭히지 않았다. 지금 그가 걱정하는 건 남하윤이었다.“누나, 하나 부탁해도 될까요?”온다연이 경계하듯 물었다.“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주희가 말했다.“남하윤이 지금 곤경에 처했어요. 아버지랑 친동생이 그 사람을 몰아붙이고 있어요. 난 그 사람들 손에 있는 남씨 가문 지분을 모두 사들여 남하윤에게 주고 싶어요.”온다연이 대답했다.“그건 강후 씨와 상의해야 할 문제야. 그리고 강후 씨가 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사실이니까 설득이 될지는 네 태도에 달렸어. 다만 남씨 가문 지분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돈은 내가 도와줄 수 있어. 그 외는 네 몫이야.”주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누나. 난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에요. 누나 돈은 안 받을 거예요.”두 사람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휴게실을 나섰다.복도 끝에 앉아 있던 남하윤은 주희 얼굴에 번진 여유로운 미소와 밝은 눈빛을 보았다. 그 순간 가슴속에 맺혀 있던 답답함이 어느새 무감각으로 바뀌어 가는 걸 느꼈다.그녀는 평소처럼 온다연에게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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