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46화

Author: 손이영
온다연은 요즘 유강후와 지낸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뒤섞인 다양한 사람과 사건을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미어졌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강후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몰라 막막함에 이런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현재 그들 사이에는 아이가 있고, 유강후도 주희를 구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으니 전과 똑같은 태도로 그를 대하는 건 옳지 않은 행동인 게 분명하다.

적어도 더 이상 욕설을 더부으며 안된다.

온다연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미래가 걱정되었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에 신경 써야 할 일은 날로 들어가고 있으니 점점 한계치에 다다랐다.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않는 현재만 살고 싶었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할수록 피곤함이 밀려왔고 약 때문인지 온다연은 천천히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영원시로 돌아갔다.

고유정이 단검을 손에 든 채 미친 듯이 달려왔고 곧바로 유강후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지켜줬다.

특수 훈련을 받아 일반인은 접근조차 못하는 날렵함을 가졌음에도 유강후는 피하거나 막기는커녕 오히려 두 손으로 온다연을 꽉 끌어안은 채 온몸으로 단검을 막았다.

그렇게 고유정의 칼부림을 몇 차례나 견뎌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온다연은 잠결에 흘린 눈물로 인해 두 눈이 팅팅 부어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녀와 유강후에게도 짧지만 달콤한 나날들이 있었다.

설레는 느낌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게 온몸에 와닿는 가슴 벅찬 감정은 진실했다.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 온다연은 침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뛰쳐나갔다.

입구의 간호사들은 감히 막을 수가 없어 마지못해 그녀의 뒤를 따랐다.

병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채혈실 입구에 도착했다.

그 시각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유강후의 양팔에는 혈액주머니가 걸려있었다.

온다연이 이곳으로 온 걸 보고 유강후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온다연이 안으로 뛰어갔다.

그녀는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유강후의 허리를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47화

    유강후는 두 눈이 빨갛게 부어오른 온다연을 보고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또 울었어? 눈 부은 것 좀봐.” 온다연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꿈꾸다가 울었어요.” 유강후는 감정이 요동치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꿈에서 내가 또 다쳤어? 그래서 이렇게 팅팅 부어 오늘 정도로 운 거야?” 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눈을 내리깐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아저씨라고 불러도 돼요?” 유강후는 고개를 숙여 온다연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당연하지.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맘껏 불러도 돼.” 온다연은 그의 시선을 마주칠 엄두가 나지 않은 듯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린...” 이때 입구에서 쭈뼛쭈뼛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인기척에 고개를 든 유강후는 그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선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요.” 온다연도 입구에 선 사람에게 시선이 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난번 전통 한옥에서 피팅할 때 알게 된 임청하라는 모델이었다. 심지어 영원시에서 유강후에게 수혈한 적도 있다. ‘여긴 왜 왔지?’ 온다연을 발견한 임청하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선 재빨리 눈길을 돌렸다. “대표님이 없었다면 전 대학도 다니지 못했을 거예요. 대표님은 제 은인인데 이 정도는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그리고 마침 이 근처에 있었어요.” “차에서 핸드폰 하다가 우연히 기사를 보게 된 거예요. 그래서 고민도 없이 바로 달려왔죠.” 유강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죠.” 말을 이어가던 유강후는 고개를 돌려 이권을 바라봤다. “전에 제시한 금액대로 청하 씨한테 넘겨줘. 제일 먼저 도착했으니까 2억 더 보태.” 임청하는 입술을 깨물며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돈은 필요 없습니다. 염치 불고하고 대표님께 부탁 하나를 드려도 될까요?” 조명 아래 비친 그녀의 얼굴은 유난히 창백했고 얇은 옷 한 장을 걸치고 있어서 그런지 꽤나 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48화

    유강후는 눈을 반짝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왜?”온다연은 극도로 내성적인 사람이라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거의 표현하지 않는다.직설적으로 누군가가 싫다며 말하는 건 유강후도 처음 봤다.더군다나 온다연과 임청하 사이에 그 어떤 교집합도 존재하지 않는다.그러니 온다연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임청하에게 적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온다연이 적대감을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유강후 때문 일 것이다.유강후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태연하게 물었다.“전에 알던 사이야?”온다연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아니요. 그냥 싫어요.”“싫어하는 이유는 뭐야? 나한테 접근하려는 것 같아서?”온다연은 말없이 그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었다.방에 들아온 후, 유강후가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물어볼 게 있는데 솔직하게 대답해 줘요.”유강후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말해봐.”사실 온다연이 어떤 질문을 할지 대충 예상이 갔다.닫혀 있는 그녀의 마음을 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거듭되는 고난 속에서 온다연의 마음에는 족쇄가 겹겹이 채워져 있었는데 그걸 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주한이다.이제 주한이 없으니 온다연은 또다시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겹겹이 방어기제를 쌓았다.그동안에 겪었던 일만큼 하고 싶었던 말도 많았을 텐데 이제야 조금씩 솔직해지는 그녀의 모습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었다.유강후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무도 모른다.온다연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죄책감 때문에 미안해서 이러는 거죠? 그걸 갚으려고 절 잡아두는 거예요?”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 시트를 붙잡고 차마 유강후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정적이 흘렀다.유강후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온다연이 이해되지 않았다. 진심은 물어보지도 않고 그저 죄책감이라는 단어에 꽂혀 무작정 본인의 생각을 단정 지으니 답답하기도 했다.온다연은 그가 말을 하지 않자 눈을 내리깔고 다시 말을 이었다.“정말 그 이유라면 괜찮으니까 이만 놓아줘요.”유강후는 그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49화

    그러니 고개를 숙이고 물어볼 수밖에 없다.“예전에...”유강후는 그녀가 나은별에 대해 물어보려는 줄 알고 재빨리 답했다.“말했듯이 나은별이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좋아한 적 단 한 번도 없어.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과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아요. 만약 죄책감 때문에 결혼하려는 거면 절대 안 할 거예요.”“만에 하나 우리가 결혼하게 되어도 회장님을 포함한 유씨 가문 그 어떤 가족도 만나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리 아이는 온씨 성으로 짓는 게 어때? 강씨도 괜찮고.”온다연은 어두운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온씨는 안 좋아요.”어려서부터 부모에게 버림받는 것도 모자라 오랜 시간 동안 괴롭힘에 시달렸으니 이제는 온씨 성마저도 불길하게 느껴졌다.“강씨로 해요. 아이 이름은 아저씨가 지었어요?”유강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듯 멈칫했다.“아직... 외할아버지한테 여쭤보려고. 우리 엄마가 외동딸이시거든. 그러니까 이 아이가 강씨 가문의 유일한 후손인거지. 이름 짓는 것조차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실 거야.”유강후의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가질 비범한 운명이다.그러나 지금은...유강후는 심호흡하며 애써 마음을 진정했다.“아직 무균실에 몇 달은 더 있어야 하니까 나중에 아이 나오면 다시 얘기하자.”아이에 대해 말하자 온다연의 눈빛은 곧바로 부드러워졌다.“딱 한 번 보긴 했지만 정말 괜찮을까요? 너무 작아서 무서워요...”유강후는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했다.“많이 좋아졌으니까 걱정하지 마.”유강후는 그웬을 포함한 모든 의사, 간호사들과 비밀유지 계약서를 체결했다. 그들에게 평생 먹고살 수 있을 만큼의 금액으로 입막음을 했으니 만에 하나 이 비밀이 누설된다면 그들의 목숨이 날아가는 거나 다름없다.그러기에 아이의 일이 새어나갈까 봐 걱정하는 것보다 지금 더 중요한 건 비슷한 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50화

    유강후의 반응을 보니 믿지 않는 게 분명하다. 오랜 세월을 함께 보냈고 목숨을 내어줄 정도로 소중한 사람인데 아무 관계가 아니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유강후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온다연의 부드러운 입술을 쓰다듬어며 물었다. “그 사람이랑 몇 번이나 입맞췄어?” 온다연은 그의 엄지손가락을 잡으며 말했다. “한 번도 없다고 하면 안 믿을 거죠? 아무튼 아저씨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요. 주한이는 특별한 사람이거든요.” 그녀의 목소리는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그 속에 담겨있는 무언의 슬픔이 느껴졌다. “이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고 따뜻한 사람이에요. 목숨 걸고 저랑 주희를 지켜준 사람이기도 하고요.” 이 세상에서 주한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게 유강후라 해도 불가능하다. 유강후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뭐가 다른데?” 사진 속의 주한은 확실히 청초하고 깔끔하게 잘생겼다. 하지만 외모만으로 봤을 때 유강후는 본인이 주한을 능가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온다연이 주장하는 차이점이 뭔지 이해하지 못했다. 온다연의 눈에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무의식적으로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쥔 채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냥 달라요. 이제 그만 물어봐요... 정말 신경 쓰이는 거면 날 이렇게 붙잡아둘 필요가 없잖아요. 차라리 그냥...” 유강후는 입술로 그녀의 말을 막고선 벌을 주듯 세게 깨물었다.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런데 생각 없이 함부로 말하는 그 버릇 좀 고쳐.” 온다연은 겉보기에 부드럽지만 실제로는 고집이 엄청 세서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은 칼로 입을 비틀어도 절대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유강후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 온다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호소했다. “아파요. 살살해요.” 유강후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또 함부로 말하면 다음에는 이렇게 안 넘어간다?” 그 말을 끝으로 유강후는 온다연에게 입맞춤했다. 이어진 키스는 유강후처럼 격렬했고 온다연이 숨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51화

    유강후는 그녀가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가장 좋아해서 참지 못하고 그녀를 꼭 붙들어 찐하게 입을 맞추고 나서야 말했다. “계약 세 가지 맺자고 했지? 남은 두 가지는?” 온다연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그리고 저도 제 친구가 있는데 제가 친구들을 사귀는 걸 막지 말아 줘요.”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그래.” 입으로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천만 가지 대책들이 떠올랐다. 각각의 계획이 그녀를 벗어날 수 없는 덫으로 가둘 생각이었다. “세 번째는 뭐지?” 온다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기가 좀 더 괜찮아지면 저도 정상적으로 일을 하거나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마치 유강후가 동의하지 않을까 두려운 듯 온다연은 얼른 덧붙였다. “만약 아저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아기를 데리고 아저씨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갈 거예요.” 유강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일하거나 학교에 다니는 거 허락할게.” 그에게는 친구 사귀는 문제보다 일이든 학교든 훨씬 통제하기 쉬운 일이었다. 특히나 임혜린 같은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친구는 온다연에게서 멀리 떨어지게 할 생각이었다. 온다연은 그가 너무 쉽게 동의하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동의한다고요? 그렇게 빨리요?” 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소용이 있어? 어차피 몰래 할 거잖아.” 온다연은 가느다란 손가락을 꼬며 조용히 대답했다. “알고 있다면 됐어요.” 그때 이권이 밖에서 들어왔다. “셋째 도련님, 주희 씨의 상태가 좀 나아졌습니다. 헌혈자도 몇 명 도착해서 이제 온다연 씨도 안심하셔도 됩니다. 또한, 혈액 전문의도 국내에 도착했습니다. 앞으로 두 시간 정도면 경원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주희 씨도 운이 참 좋네요. 이 정도로도 살아남다니!” 온다연은 그 말을 듣고 가슴에 걸려 있던 돌이 한순간에 내려앉았다.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꽉 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안심됐어?” 온다연은 침대에 무릎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52화

    이날 밤 온다연은 깊이 잠들어 있어 유강후가 언제 떠났는지도 몰랐다. 동이 트기 직전, 여러 대의 헬리콥터가 병원 옥상에 요란하게 착륙했다. 유강후는 인큐베이터를 직접 안고 급히 헬기에서 내려 미리 대기하던 그웬에게 상자를 건넸다. 그웬을 제외하고는 병원의 모든 인원이 회의에 불려간 상태였기 때문에 작은 아기가 언제 무균실에 들어왔고 언제 구조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그웬뿐이었다. 사무실에서 로운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고 유강후를 보자마자 키가 190cm에 달하는 큰 체격의 로운이 즉시 무릎을 꿇었다. “셋째 도련님, 우리 어린 주인님은 당신께 맡기겠습니다.” 유강후는 그를 일으켜 앉히고 상황을 물었다. 새벽에 유강후는 갑작스레 전화를 받았다. 양준구에게 사고가 발생하여 공항으로 사람을 맞이하러 와달라는 것이었다. 양준구는 유강후의 생사를 함께한 친구이자 동남아시아 최대 부동산 사업자이자 조직을 이끄는 인물이었다. 이 전화가 오자마자 유강후는 큰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공항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가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주한 것은 아기 인큐베이터를 품에 안은 양준구의 측근 로운뿐이었다. 로운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저희 주인님께서 사촌 동생 양시안에게 배신당했습니다. 부인 하이연 씨는 독을 먹고 위험에 처했으며 주인님께서는 그저 어린 주인님이라도 구하기 위해 아기를 조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인님께서는 어린 주인님을 당신께 맡기고 부인 곁으로 가셨습니다...” 로운은 울음을 참지 못하고 이어 말했다. “지금 양 씨 가문은 양시안이 장악했습니다. 그 자는 원래 주인님이 키운 사람이었는데 결국 악랄한 늑대를 키운 셈이 되었습니다. 저는 구 어르신을 대신해 반드시 복수를 해야겠습니다!” 그는 열쇠 모양의 옥패를 꺼내어 두 손으로 정중히 내밀며 말했다. “이것은 구 어르신과 부인께서 어린 주인님에게 남긴 유품입니다. 이는 양 씨 가문의 삼대에 걸친 재산이 보관된 금고의 열쇠이니 어린 주인님이 성인이 되면 꼭 전해주십시오.” “구 어르신께서 말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53화

    잠시 후 소형 헬리콥터 한 대가 병원 옥상에서 빠르게 이륙해 하늘로 사라졌다. 이곳은 유강후의 개인 병원이라 헬리콥터의 이착륙이 잦았기에 이번 이륙도 특별한 주목을 끌지 않았다. 헬리콥터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이권이 말했다. “셋째 도련님, 그 조직은 십 년간 심혈을 기울여 쌓아 오신 것입니다. 그 가치는 말로 다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유강후는 먼 하늘을 보며 말했다. “양준구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준구가 이토록 나를 신뢰하며 아기를 맡겼으니 계정 하나쯤은 별것 아니야.” 이권이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유강후가 가로막았다. “다연이는 깼어?” 이권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직 아닙니다. 장 집사가 막 만든 아침 식사를 가져왔으니 조금 드시죠.” 유강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 쪽으로 향했다. 병실에 들어서자 온다연이 침대에 기대어 멍하니 앉아있는 게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유강후를 보자 약간 더 정신이 들었는지 먼저 그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작게 속삭였다. “어디 갔었어요?” 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좀 일 있어서 회사에 갔었어. 왜? 나 보고 싶었어?” 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아요.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했거든요.” 그녀는 유강후의 옷자락을 잡고 불안한 듯 물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해 줘요. 아기 지금 어떻게 된 거예요?” 유강후는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안심시켰다. “많이 좋아졌어. 아까 가서 그웬 박사와 얘기했는데 아기도 조금 더 자랐고 상태도 훨씬 안정됐대.” 온다연은 금세 기운을 차리며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럼 문밖에서라도 아기를 한 번 더 볼 수 있을까요?” 유강후가 대답이 없자 급해져서 말했다. “한 번이면 돼요! 딱 한 번만!” 하지만 의외로 유강후는 바로 동의했다. 온다연은 믿을 수 없었다. “진짜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554화

    유강후는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참지 못하고 살짝 고개를 숙여 붉어진 그녀의 귀 끝을 가볍게 깨물며 속삭였다. “더한 것도 이미 했는데 이 정도는 괜찮잖아?” 그는 그녀를 들어 올려 세면대 위에 올려놓고 젖은 머리카락을 천천히 정성껏 닦아주며 말했다. “그리고 네가 내 아기를 낳아주었으니 내가 직접 돌봐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아기가 언급되자 온다연의 눈에 작은 반짝임이 더해졌다. 그녀는 기쁜 듯이 말했다. “빨리 먹고 우리 가서 문밖에서라도 아기를 잠깐 봐요.” 그녀가 아기를 기대하는 모습이 어딘가 가슴 아팠던 유강후는 손을 그녀의 부드러운 뺨에 올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연아, 앞으로도 우리에겐 아기가 더 생길 거야.” 온다연은 그의 말이 어딘가 이상하게 들려 긴장된 눈빛으로 물었다. “혹시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죠?” 유강후는 그녀를 바라봤고 눈빛에는 슬픔이 담겨있었다.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나중에 아기가 더 많이 생길 거라고. 너도 아기를 무척 좋아하지 않아?” 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아기들은 너무 귀여워요. 정말 착하고 사랑스러워요.” 유강후는 그녀의 귀에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리 두 명 더 낳을까?” 그의 따뜻한 숨결이 온다연의 목덜미를 간지럽히자 그녀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 “세 명은 너무 많지 않나요?” 유강후는 부드럽게 그녀를 유혹하듯 말했다. “아니야. 내 아기는 네가 낳아줘야만 해. 그러니까 몸을 잘 회복하고 우리 함께 노력하자.” 온다연은 얼굴이 더욱 빨개졌고 목까지 빨개졌으며 부끄러운 듯 작게 말했다. “제발 그만 말해요...”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가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덮으며 깊은 키스를 나눴다. 공간 안은 속삭임과 그의 낮고 부드러운 유혹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한참 후 유강후의 품에 안겨 나온 온다연은 입술이 빨갛게 부풀고 한쪽이 살짝 트여 있었다. 죽을 한 입 마셨지만 아픈 듯이

Latest chapter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3화

    잠시 후 봉현수가 나왔다.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는 비록 야위어 보였지만 적어도 사람같이 보였다.유강후는 테이블 위에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먼저 밥부터 먹어.”봉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먹고 싶지 않아. 지금 바로 예솔이 엄마의 산소에 가봐야 해.”유강후가 말했다.“내가 이미 사람을 보냈어. 조금 있으면 소식이 올 거야, 먼저 밥 먹고 있어. 네 모습 좀 봐봐. 찾았다고 해도 정연석이 그 자리에 있으면 주먹 하나로 너를 이길 수 있어.”봉현수는 대충 몇 입만 먹고 가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제대로 식사하지 않은 탓에 몇 걸음을 가지 못하고 체력이 달려서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유강후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전면 검사를 받았다.검사를 받고 보니 장기 음주한 탓에 위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게다가 몸에 있는 상처들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일부는 염증이 생기고 헐어서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이런 말을 들을 기분이 아니었던 봉현수는 주삿바늘을 뽑자마자 가려고 했다.유강후는 그에게 경고했다.“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예솔 씨를 찾는다고 해도 소용없어.”그는 사람을 시켜 거울을 가져오라 하고 봉현수를 거울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지금, 이 거짓꼴을 봐봐, 어딜 봐서 사람 같아 보여?”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본 봉현수는 멍해졌다.거울 속의 남자는 말라서 모양이 빠졌고 이전에 건장했던 몸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몇 달 전 산 셔츠는 마치 빌려서 입은 옷처럼 헐렁하게 몸에 걸쳐있었다.얼굴은 여전히 그대로였으나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눈언저리가 푹푹 꺼져 들어가 있었다.머리는 너무 오래 정리하지 않은 탓에 스타일이 하나도 없었다.“내가 왜 이렇게 된 거야?”봉현수의 비서인 안시현이 말했다.“대표님, 최소 30근은 빠지셨어요. 사람이 달라 보여요.”“제가 지금 바로 가서 몸에 꼭 맞는 옷을 사 올게요.”봉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직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가 있다가 한참 후에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2화

    봉현수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그 당시 나는 솔이를 다치지 않았지만, 온몸이 항상 상처투성이였어. 그 사람들이 한 짓인가? 그러나 솔이는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을까?’“하지만 나와 헤어졌다고 하여도 바로 정연석이랑 함께 있으면 안 되는 거야.”유강후는 실망스러운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직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 넌 정말 구제 불능이야. 예솔 씨는 너에게 괴롭힘을 당해 죽을 지경에 이르렀고 또 아픈 동생까지 데리고 있었어. 오직 정연석만이 그녀에게 잘해줬고 도움을 줄 수 있었어. 예솔 씨가 정연석의 호감을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면 동생이 죽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해?” “나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그해는 너의 생일이었어. 우리가 호텔에서 너의 생일을 축하해줬는데 중간에 주연아가 왔어. 넌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예솔 씨를 난처하게 하면서 화나게 하려고 했어. 너는 그때 예솔 씨에게 기어 와서 술을 마시라면서 너무 지나치게 괴롭혔었지, 누가 너처럼 그렇게 사람을 괴롭혀?”봉현수는 중얼중얼 말했다.“솔이는 돈을 위해서 그랬어. 나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달라고 했어...”유강후가 말했다.“그래서 빌려줬어?”봉현수는 머리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유강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러면 네가 지금 이렇게 돼도 싼 거야. 그때 그렇게 싸운 상황에서 예솔 씨가 너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던 건 너에게 희망을 품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돈이 간절히 필요했다는 거야. 네가 예솔 씨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면 분명 정연석이 돈을 빌려줬을 거야.”“네 손으로 직접 예솔 씨를 밀어낸 거지.”“현수야, 네가 지금 여기서 죽든지 말든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 예솔 씨는 볼 수 없으니까.”“그 정력이면 예솔 씨를 찾으면서 그때 일을 다시 한번 조사해 봐. 오직 그때 일을 낱낱이 파헤쳐서 밝혀야 모든 오해가 풀릴 수 있고 화해할 기회도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전혀 기회가 없어.”“아니면 찾아서 뭘 할 건데? 계속 죽을 때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1화

    봉현수는 무기력해서 말했다.“차라리 거지였으면 좋겠어. 제정신이 아니라면 마음이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을 거니까. 나는 솔이가 지금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끝난 것만 같아.”“함께 지옥에나 가라!”자포자기하는 봉현수의 모습을 본 유강후는 퉁명스럽게 웃으면서 샤워기를 들고 그를 향해 마구 물을 뿌렸다.“얼른 죽어버려. 예솔 씨가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곧 돌아올 거야. 네가 남겨준 재산으로 너의 별장에서 기생오라비들과 함께 매일 같이 술을 먹고 애도 낳아서 행복한 삶을 살 거야.”봉현수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중얼중얼 말했다.“네 말이 맞아. 이미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어. 아마 솔이 옆에는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유강후는 투지가 전혀 없는 봉현수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그를 또다시 한번 발로 찼다.“일어나!”“예솔 씨가 진짜 결혼했다면 넌 포기 할 수 있어? 만약 포기할 수 있다면 이 죽을상은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그러는 거야?”“예솔 씨 옆에 다른 사람이 생겼다면 너도 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 서로 각자 자신의 갈 길을 가면서 서로에게 미련 버려.”“안, 안돼!”봉현수는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솔이가 결혼하고 애를 낳았다고 하여도, 나는 솔이를 내 곁으로 돌아오게 할 거야.”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미 반년도 지났어. 만약 예솔 씨가 결혼했다면 너는 가정 파괴범이라도 될 생각인 거야?”봉현수의 몸은 굳어져 버렸고 눈빛은 마치 넋 나간 듯 어두웠다.“아닐 거야. 솔이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어.”유강후는 일부러 그를 자극했다.“너한테 그렇게 학대받았는데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면 애초에 도망을 왜 갔겠어?”유강후의 말에 어리둥절해진 봉현수는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아니야, 솔이는 나를 속이지 않을 거야. 절대 속이지 않겠다고 나랑 약속했어.”유강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0화

    현관 앞에 서 있던 몇몇 사람들이 유강후를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반색하며 달려들었다.“유 대표님, 드디어 오셨네요. 봉 대표님이랑 봉씨 가문이 지금 엉망진창이에요. 대표님은 안에서 안 나오고 우리한텐 들어오지도 말라고 하니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유강후는 굳게 닫힌 대문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문 열어.”그러자 집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열쇠가 저한테 없어요. 대표님이 직접 챙겨가셨어요. 누구든 들어오려고 하면 때려죽이겠다고 하셨어요.”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이딴 식으로 손 놓고 있다가 진짜로 저 안에서 죽기라도 하면 책임질 거야? 당장 열쇠 따는 사람 불러와.”“네. 지금 바로 부르겠습니다!”곧이어 자물쇠를 따는 기술자가 도착했고 특수 잠금장치가 되어 있던 그 문을 여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잠금장치가 풀리는 순간 유강후는 힘껏 문을 발로 차서 열어젖혔다.문을 여는 동시에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밀려왔다.술 냄새, 곰팡냄새, 그리고 피비린내까지... 도저히 숨쉬기 힘들 지경이었다.유강후는 얼굴이 굳은 채 거실을 훑어보았다.거실 안은 술병과 깨진 도자기 조각으로 아수라장이었고 소파 옆 바닥엔 사람이 하나 쓰러져 있었다.죽은 건지 산 건지도 알 수 없었다.유강후는 바닥의 술병을 발로 밀어내며 다가갔다. 그리고 그 사람을 발끝으로 툭 찼다.“죽었어?”바닥에 누운 사람이 조금 움찔하더니 갑작스러운 빛에 눈이 부신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씨X... 누가 들어오래? 다 꺼져!”그가 얼마나 엉망이 되었는지 확인한 유강후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발로 툭 찼다.“죽긴 뭐가 죽어. 안 죽었으면 일어나. 이 자식아.”비로소 얼굴을 들어 유강후를 확인한 봉현수는 욕을 내뱉으며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일어날 기운도 없어요.”유강후는 싸늘하게 받아쳤다.“정말 죽고 싶으면 한강 다리 밑으로 데려다줄까? 여기서 죽으면 집만 더럽혀.”몇 달 만에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9화

    유강후는 온다연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안타깝게 말했다.“이런 여자랑 그렇게 길게 말할 필요 없어. 온준휘 엄마에 대한 걸 알고 싶으면 그냥 바로 로운한테 넘기면 돼.”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사람 마음이 이렇게까지 썩을 줄은 몰랐어요. 우리 엄마 돌아가시기 전까진 겉으로는 저한테 잘해주는 척했거든요. 근데... 설마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내가 온준용이 동남아에서 데려온 아이란 것도 알고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녀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떨궜고 유강후에게 안기며 얼굴을 그의 코트에 묻으면서 깊은 한숨이 내쉬었다.유강후는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안고 외투를 열어 온다연을 안쪽으로 감쌌다. 그러고는 옆에 서 있던 비서에게 말했다.“다희랑 단오 데리고 들어가서 아버지 뵙게 해. 나는 좀 이따 들어갈게.” “네, 대표님.”아이들이 병실로 들어간 뒤 유강후는 온다연을 품에 안은 채 차 안으로 데려갔다.온다연이 겪었던 모든 고통은 이제 유강후의 가슴속 깊이 새겨진 상처이자 죄책감이 되었다.그는 수도 없이 바랐다.‘시간이 되돌려질 수 있다면 어린 시절의 다연 곁으로 돌아가 직접 품어주고 상처 입은 다연을 안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았고 그는 앞으로의 시간으로 그녀를 보살펴주고 보상해 줄 수밖에 없었다.병원을 나서자마자 유강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봉현수의 비서였다. “유 대표님,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대표님 상태가 심각합니다. 저희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요.”그제야 유강후는 자신이 몇 달째 봉현수를 보지 못했다는 걸 떠올렸다.“무슨 일인데요?”상대방 목소리는 다급하기 짝이 없었다.“대표님께서 자택에 자신을 가둔 지 벌써 2주째예요. 몸에 상처도 심각한데 치료도 거부하고 약도 안 드세요. 지금은 아예 일주일째 방문도 안 열어줘요. 계속 두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고요...”“주소 보내.” “그... 영운산에 있는 별장입니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8화

    그러자 심미진의 눈빛이 흔들렸다.“아... 아냐. 난 그런 거 몰라. 그냥 네가 언니 친딸이 아니라는 것만 알고 있어. 집에 데려왔을 때 벌써 한두 살쯤 됐었지. 근데... 그때 네가 입고 있던 옷이 최고급 명품 아동복이었어. 몸에 착용한 액세서리들도 다 외국 브랜드였고. 온준용이 그거 팔아서 꽤 많은 돈을 챙겼어. 그걸로 그 시절 경원시에 작은 집 한 채는 살 수 있었을 거야. 난 그 정도만 알아. 진짜로.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전부 다 온준용이 한 짓이야.”온다연은 냉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심미진, 넌 정말 끝까지 구제 불능이야. 내 진짜 신분... 넌 분명히 알고 있었지? 그런데 왜 신고하지 않았어? 왜 온준용과 함께 짜고 다 숨겼냐고? 설마 너랑 온준용이 같이 잤다는 걸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어?”심미진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다연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온준용은 내 형부야. 내가 어떻게 형부랑 그런 일을 해!”온다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응수했다.“너희 둘 사이가 어떤 사인지는 관심 없어. 하지만 유씨 집안 사람들이 바보라고 생각하지 마. 널 왜 갑자기 내쫓았을 것 같아?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너 자신이 제일 잘 알잖아.”심미진은 얼굴이 새하얘져 거의 몸을 못 가눴다.“아니야... 난 그런 일 없었어. 온준용은 그냥 양아치잖아.”온다연은 서늘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온준용은 예전에 동남아에서 마약 유통으로 큰돈 벌었어. 넌 우리 엄마가 그런 사람 따라다니며 돈 쓰는 거 보면서 질투가 났고 결국 네 형부를 꼬셨어. 언니를 두 번 죽이는 짓을 해놓고 온준용이랑 같이 엄마를 협박했지. 경찰에 신고하거나 내 출생 관련한 말을 꺼내기만 하면 둘 다 죽이겠다고 말이야.”“우리 엄마는 약한 사람이었어. 내가 친딸이 아닌 걸 알면서도 날 진심으로 아끼고 지켜줬어. 하지만 너... 심미진, 넌 인간도 아니야. 네 형부를 꼬시고 또 네 선생님 남편까지 건드려? 겉으론 착한 척하면서 날 친딸처럼 키워주겠다고? 네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7화

    유재성의 상태는 며칠간 고비를 반복하다가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유민준은 유자성의 장례를 정리한 뒤 줄곧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엔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유자성의 죽음은 둘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특히 유재성에게는 타격이 더 컸다. 비록 유자성은 친아들이 아니었고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도 많았지만 그래도 40년 가까이 곁에서 함께해온 사람이었다.그를 일으켜 세운 것도 하나하나 가르치고 이끌어온 것도 유재성이었다.심지어 유강후에게 쏟은 시간보다 더 많은 정성과 노력을 들인 존재였다.그나마 위안이 됐던 건 유강후와의 관계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었다.요 며칠은 쌍둥이들도 종종 병문안을 왔다.막 말을 배우고 걷기 시작한 시기인지라 유재성을 보면 할아버지하고 앵앵거리며 다가와 안기곤 했다.그 모습에 유재성의 마음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두 아이는 너무나 사랑스럽게 생겼기에 마치 광고 속 아기 모델처럼 예뻤고 병원 안에서도 늘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아이들이 병실에 나타날 때마다 간호사들이 몰려들어 구경하는 게 일이었다.그럴 때마다 유강후는 은근히 신경 쓰였다.속으로는 우리 애 좀 그만 봐요라고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아이들을 꼭 끌어안고 놓지 않으려 했다.일주일이 지나 유재성의 건강이 더 안정되자 유강후는 병문안을 조금씩 줄였다. 그리고 유민준에게 지분 문서를 돌려주며 단 한마디만 남겼다.“경원시에서 떠나.”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더는 유민준을 만나지 않았다.유민준은 그 말을 곱씹으며 유재성이 퇴원하자 네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경원시를 떠났다.그리고 유재성 퇴원 당일에 온다연은 두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그런데 병원 복도 끝에서 낯익은 얼굴을 마주쳤다.바로 심미진이었다.몇 년 전만 해도 화려한 명품으로 치장하며 번쩍거리던 여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낡은 옷차림에 머리는 하얗게 변했고 얼굴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초췌해졌다.병원 입구에서 경비원들에게 붙잡혀 있는 그녀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온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6화

    유강후는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를 숙여 온다연에게 입을 맞췄다.“이제 큰 문제는 없어. 네가 준 약 덕분에 상태가 꽤 안정됐어. 지금 병실 안에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그 약을 분석하느라 정신없어. 하나만 실험용으로 가져가겠다고 하던데 내가 거절했어.”온다연은 웃으며 말했다.“그건 곽 박사님이 주신 약이니까 당연히 귀하겠죠. 그러니 그 사람들은 아마 분석해도 별 소득 없을걸요.”“맞아.”유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꼭 필요하다니까 며칠 정도는 맡겨둘까 해.”온다연은 그의 옷깃을 가지런히 정돈해 주고 발끝을 살짝 들어 그의 턱에 입을 맞췄다.
“점심 준비가 다 됐어요. 일단 밥부터 먹어요. 그리고... 수염 좀 정리해요. 이따가 다희랑 놀다가 얼굴 찔리면 어쩌려고 그래요.”마침 그때 복도 끝에서 다희가 기어 나오더니 유강후를 보자마자 벌떡 앉아 흔들흔들 달려오기 시작했다.하지만 몇 걸음 채 가지 못하고 쿵 하고 넘어졌다.“다희야!”유강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바로 달려가 딸을 안아 올렸다.“아빠 보고 싶었어?”다희는 입을 삐죽이며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고 조그만 손바닥을 펴 보였다.
손바닥엔 희미한 붉은 자국이 두 줄 남아 있었다.유강후는 금세 눈치를 챘다.“엄마가 자로 손바닥 때렸어?”다희는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더니 입만 우는 소리를 내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리만 컸고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딸이 아빠에게 고자질하듯 안겨 있는 모습에 온다연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장난이 너무 심했어요. 큰 우유 잔을 통째로 내 노트북에 다 쏟아버렸어요. 지난 이틀 동안 만든 데이터가 다 날아갔으니 다시 해야 해요.”유강후는 아이 손을 잡고 후후 불며 말했다.“때리지는 말지. 아직 어려서 잘 모르잖아. 천천히 말해주고 가르쳐야지.”그의 딸바보스러운 모습에 온다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이러다가 얘 완전 버릇 나빠지겠어요. 지금도 거의 날뛰는 수준이죠. 서재 한 번 가보지 그래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5화

    겉보기로만 보면 유민준은 유강후의 저렴한 복사본 같았다.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는 감추지 못한 간절함이 담겨 있었고 온다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깊고 무거웠다.그는 더 이상 다가서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미안해. 내가 예전에 정말 많은 잘못을 했어. 하령이랑 같이 널 괴롭히기도 했고... 근데 난 그냥 장난인 줄로만 알았지. 그렇게 더럽고 비열한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좀 더 일찍 알아차렸더라면... 너 그런 고통 안 겪었을 텐데...”온다연은 한치의 감정도 없이 단칼에 잘랐다.“이제 와서 그런 말 해서 뭐해요? 원래는 오빠를 죽일 생각이었어요. 근데 오빠가 날 한 번 살려줬으니 그걸로 끝내고 싶어요. 이제부터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니 다시는 제 눈앞에 나타나지 마세요.”그 차디찬 말 한마디가 유민준 마음속 마지막 환상마저 산산이 부숴버렸다.
그는 손에 쥔 서류를 꼭 움켜쥐며 고개를 떨군 채 중얼거렸다.“처음... 네가 본가에 들어온 그날... 내가 널 지켜줬다면... 지금 이 결말은 달라졌을까? 네 곁에 있는 사람이 나였을 수도 있었을까?”온다연은 냉정하게 쏘아붙였다.“오빠는 유강후의 발톱 하나만큼도 못 해요. 그러니 오빠 손에 쥔 그 주식 들고 지금 당장 꺼지세요. 그게 오빠가 살길이에요.”유민준은 말없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자신이 완전히 끝났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든 서류를 이권에게 건넸다.“이권 씨, 이 서류를... 작은아버지께 전해주세요. 본가의 재산은 이젠 아무것도 갖고 싶지 않아요. 다만... 아버지 유골만이라도 묘지에 모시게 해주세요. 명절마다 인사드릴 수 있게만 해주시면 돼요.”그러자 이권은 냉정하게 답했다.“서류는 전달하겠습니다. 다만 대표님께서 받아들이실지는 모르겠고 부탁을 들어주실지도 장담 못 드립니다.”유민준은 고개를 숙였다.“알아요. 부탁드릴게요.”그와 말하는 동안 온다연은 이미 차에 올라탔다.“이권 씨, 출발해요.”차는 곧 조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