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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or: 무명
현초연이 고개를 들자, 문 앞에 서 있는 류시진과 류모현이 한눈에 들어왔다.

류시진의 품에서 내려온 류모현이 짧은 다리로 달려와 현초연의 품에 와락 안겼다.

“엄마, 방금 누가 떠난다고 한 거예요?”

이에 현초연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엄마 친구가 결혼 생활이 깨져서 남편과 아들을 떠나겠다고 그러더라고.”

그러자 류모현은 고개를 들어 현초연의 뺨에 힘껏 입을 맞췄다.

“엄마 친구 너무 불쌍해요. 그래도 저랑 아빠는 엄마를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류시진은 외투를 내려놓고 다가와 두 사람을 품에 안았다.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다정했다.

“모현이 말이 맞아. 초연아, 우리 가족은 영원히 함께할 거야.”

현초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길게 드리운 속눈썹이 눈동자에 어린 씁쓸함을 가렸다.

‘영원이라...이제 둘과의 영원은 없어.’

류모현은 테이블 위에 놓인 케이크를 발견하자, 서둘러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내밀었다.

“엄마, 이거 아빠랑 제가 골라 온 선물이에요!”

류시진이 쇼핑백에서 선물 상자를 꺼내 열자, 안에는 에메랄드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목소리에는 미안한 기색이 살짝 묻어났다.

“초연아, F국에서 일이 너무 바빠서 모현이랑 조금 늦게 돌아왔어. 우리한테 화내지 마.”

류시진은 말하면서 목걸이를 꺼내 현초연의 목에 직접 걸어 주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현초연의 코끝에 짙은 향수 냄새가 훅 퍼졌다.

향수를 전혀 쓰지 않았던 현초연은 독한 냄새에 속이 뒤집혔다.

이를 참지 못하고, 현초연은 두 부자를 밀쳐 낸 뒤 화장실로 달려가 연신 헛구역질을 했다.

류시진은 평소에도 현초연의 건강이라면 지나칠 만큼 신경을 썼다.

가볍게 기침만 해도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굴던 사람이었다.

그런 류시진이기에, 지금 현초연의 이런 모습을 보자 다급하게 휴대폰을 꺼내서 의사에게 전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때 현초연이 류시진의 손을 눌러 막았다. 헛구역질 때문에 붉어진 두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류시진을 바라봤다.

“괜찮아. 그냥 내 친구의 남편과 아들을 생각하니까, 그 사람들이 하는 짓이 너무 역겨워서.”

“네가 만약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럴 리 없어!”

현초연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류시진이 곧바로 말을 끊었다.

곧바로 앞으로 다가온 남자가 현초연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마치 자신의 몸속에 녹여 넣어서 다시는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처럼.

“초연아, 아직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나는 평생 너 한 사람만 사랑할 거야. 절대로 내 곁을 떠나게 두지 않을 거야!”

류모현도 주먹을 꽉 쥐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아빠는 절대 엄마한테 상처 주는 일은 안 할 거예요.”

“제가 아빠도 잘 감시할게요. 아빠가 엄마한테 못된 짓을 하면 제가 바로 알려 줄 거예요! 저는 영원히 엄마 편이에요.”

그 말에 류시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녀석아, 네 눈에 아빠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류모현은 류시진을 흘겨봤다.

“흥, 어쨌든 저는 엄마를 제일 사랑해요. 제가 엄마를 지켜 줄 거예요.”

...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현초연의 얼굴에는 조금의 웃음기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날카로운 칼 한 자루가 심장을 마구 휘저으며 갈기갈기 찢는 것만 같았다.

류시진은 현초연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밖에서는 다른 여자와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류모현은 현초연을 지켜 주겠다고 말하면서, 류시진의 거짓말을 함께 숨겨 주고 있었다.

이제 현초연은 두 사람의 말이 거짓인지 진심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류시진은 여느 때처럼 직접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눈에는 애정이 가득한 채 음식을 현초연 앞에 가져다 놓았다.

“초연아, 아침 먹고 우리 가족끼리 스키장에 갈까?”

“어제 아들이랑 늦게 돌아왔으니까 오늘은 네 곁에 제대로 있어 줄게. 생일도 다시 챙겨 주고.”

류모현도 갓 짜낸 주스 한 잔을 건네면서 현초연의 허리를 끌어안고 애교를 부렸다.

“가요, 엄마. 우리 가요. 스키 진짜 재미있어요.”

현초연은 스키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아침을 먹는 그 짧은 사이에 류시진 부자는 이미 모든 장비를 챙긴 뒤 현초연을 차에 태웠다.

스키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현초연은 두 부자가 왜 그토록 이곳에 오려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스키장 입구에 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하연서가 눈에 들어왔다.

류시진과 류모현이 차에서 내리자 하연서의 눈이 환하게 빛났다.

곧바로 종종걸음으로 달려온 하연서는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자연스럽게 풀어서 류모현의 목에 둘러 주었다.

곧이어 텀블러 하나를 류시진에게 건네며 반짝이는 눈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현초연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연서의 행동을 말없이 지켜봤다.

류모현은 아직 어렸지만, 원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 외에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손대는 것을 싫어했다.

류시진 역시 6년 전 누군가 음료에 약을 탄 사건을 겪은 뒤로는 현초연 말고 다른 여자가 건네는 음료는 절대로 받아 마시지 않았다.

류시진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목소리에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기색이 묻어났다.

“초연아, 내 비서 하연서 씨. 이번 스키장 일정은 하 비서가 준비했어. 같이 있으면 여러모로 편할 것 같아서 함께 오자고 했어.”

류모현도 때맞춰 말을 보탰다.

“맞아요, 엄마. 우리는 그냥 신나게 놀기만 하면 되니까 얼마나 좋아요?”

‘정말 편의를 위해서일까? 아니면 한시도 하연서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 걸까?’

현초연은 이제 이 부자의 진짜 속마음을 파헤칠 기력조차 없었다.

그제야 하연서는 마치 이제야 현초연을 발견한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가족끼리 보내시는 시간은 방해하지 않을게요.”

눈썰미가 좋은 현초연의 시선에 하연서의 손목에서 언뜻 짙푸른 빛이 비쳤다.

“손목에 차고 있는 건 뭐예요?”

그 말을 들은 하연서가 새하얀 손목을 드러냈다. 손목에는 전체가 짙은 녹색의 옥팔찌 하나가 채워져 있었다.

이에 하연서는 행복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가족이 선물해 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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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제26화

    “초연아, 네가 우리를 용서할 수 없다고 해도 모현이는 네가 열 달 동안 품어서 낳은 아이잖아.”“우리는 이제 가야 해.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 주면 안 될까?”류모현은 조심스럽게 현초연의 옷자락을 잡았다.“엄마, 내가 정말 잘못한 거 알아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 주면 안 돼요?”고진혁은 고아린을 안은 채 옆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고아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엄마, 이 오빠가 정말 엄마 아들이에요?”옆에 있던 고진혁도 그 질문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졌다.그러나 현초연은 잠시 생각했다.“예전에는 엄마 아들이었어. 지금 엄마한테는 아린이 하나뿐이야.”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류모현은 견디지 못하고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엄마, 싫어요. 내가 엄마 아들이잖아요.”고아린은 류모현이 너무나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쓰였다.“엄마, 오빠가 잘못한 거예요? 용서해 줄 수 없는 거예요?”현초연은 조금 웃음이 나오는 듯이 고아린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아린아, 나중에 크면 알게 될 거야. 어떤 잘못은 용서할 수 없는 거야.”그 말은 류시진과 류모현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두 사람은 영원히 현초연의 용서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결국 현초연은 두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고진혁의 품에서 고아린을 받아 안고 함께 그곳을 떠났다.“엄마, 나 버리고 가지 마요!”멀어져 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류모현은 손을 뻗으며 필사적으로 외쳤다.그리고 류시진은 그런 아들을 그저 꼭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서 바닥으로 떨어졌다.류시진은 자신과 아들이 예전에 꾸었던 악몽이 정말로 눈앞에서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현초연은 결국 자신들을 떠났다.곁에는 엄마라고 부르는 다른 아이가 생겼고,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현초연은 돌아보지 않았다.후회가 거센 파도처럼 류시진을 집어삼켰다.‘그때 내가 하 비서를 밀어냈더라면...’‘모현이를 데리고 초연이 몰래 하 비서를

  •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제25화

    류시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내가 어떻게 초연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지?’현초연이 떠난 뒤로 그는 단 한 번도 편히 잠든 적이 없었다. 현초연을 찾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대가로 내놓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았다.‘그런데 초연은 어떻게 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단 말이야?’현초연을 바라보는 류시진의 눈에는 끝없는 고통이 서려 있었다.“초연아, 내가 어떻게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현초연은 그저 가볍게 웃었다.“나 몰래 하 비서와 만나고 다닌 게 사랑이야?”“내 생일에 둘이 하 비서와 S국에서 스키를 탄 게 사랑이야?”“눈사태가 났을 때 망설임 없이 하 비서부터 지킨 게 사랑이야?”한마디 한마디 이어질 때마다 류시진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현초연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류시진의 가슴을 꿰뚫었다.이 순간 류시진은 자기 자신이 한없이 혐오스러웠다.그때 자신이 끝까지 마음을 지키고 하연서를 밀어냈더라면, 이후의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었다.류시진의 눈에 어린 비통함을 바라보면서도 현초연의 마음에는 아무런 동요도 일지 않았다.“두 사람이 날 데리고 돌아가려고 여기까지 온 거 알아.”“류시진, 류모현. 이제 똑똑히 들어. 내가 떠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더 이상 아무 관계도 아니야.”류시진은 현초연의 단호한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비틀거렸다. 남자의 얼굴에는 절망만이 가득했다.“초연아, 정말 우리를 다시는 용서해 줄 수 없는 거야?”어린 류모현은 앞에서 오간 말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현초연이 마지막으로 한 말만큼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엄마가 자신을 버린 것이다.하지만 류모현도 포기하지 않고 애원하는 눈빛으로 현초연을 바라봤다.“엄마, 나랑 아빠가 정말 잘못한 거 알아요.”현초연은 고개를 저었다.“용서할 수 없어. 너도 이제 나를 엄마라고 부르지 마.”말을 마친 현초연이 몸을 돌려 문을 닫아 버리자, 밖에서 들려오던 울음소리도 함께 차단됐다.다음 날은 고아린의

  •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제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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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제23화

    하지만 류시진과 류모현은 두 달 만에 다시 만난 현초연이 이런 모습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현초연을 만나기 전까지 류시진은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두 사람은 10년 동안 서로 사랑했고, 류모현 역시 현초연이 열 달 동안 품어서 낳은 아이였다.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더라도 자신들이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현초연은 분명 용서해 줄 것이리라 생각했다.그러면 세 식구가 반드시 예전처럼 행복했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류시진은 앞으로 온 마음을 다해 현초연만 사랑하고, 다시는 다른 여자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각오였다.하지만 불과 두 달 만에 자신의 초연이 곁에 다른 남자가 생겼을 줄은 몰랐다.그 남자의 품에는 아이가 안겨 있었다. 아이가 현초연을 엄마라고 부르는 걸 보면, 누가 봐도 영락없는 세 식구의 모습이었다.순간 류시진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했고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류모현의 마음은 서러움으로 가득했다.자신을 그렇게 사랑했던 엄마가 떠난 지 두 달이 되었고, 자신과 아빠는 어렵게 엄마를 찾아냈다.그런데 이제 다른 아이가 자신의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고 있었다.류모현은 작은 폭죽처럼 곧장 달려가서 현초연의 품에 뛰어들려고 했다.“엄마, 나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이미 처음의 당혹감에서 벗어난 현초연은 몸을 옆으로 피하면서 류모현을 피했다.“둘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그때 현초연은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시스템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되었다.[숙주님, 임무 세계에 붕괴 조짐이 나타나서...]시스템의 설명을 듣고 난 뒤에야, 현초연은 자신이 떠난 뒤 류시진이 다시 세상과 단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심지어 부모를 잃었던 당시보다 상태가 더욱 심각했다.현초연에 관한 소식이 들어와서 찾으러 나갈 때를 제외하곤, 줄곧 자신을 비밀방에 가둔 채 지냈다.회사까지 내팽개쳤고, 결국 오래전에 은퇴한 류철한이 직접 나서서 무너지기 직전이던 L그룹을 간신히 안정시켰다.류모현 역시 현초

  •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제22화

    다시 한 달 동안 찾아 헤맸지만, 류시진은 여전히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이제는 그만 포기하라고 했다.진작에 은퇴한 류시진의 할아버지 류철한 회장마저 이젠 더 이상 찾지 말라고 손자를 설득했다.현초연이 떠나기로 굳게 결심했다면, 류시진이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어떤 흔적도 남겨 두지 않았을 것이었다.지금 회사는 무너지기 직전이라서 류시진은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하지만 류시진은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류시진과 류모현은 반드시 현초연을 찾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류철한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손자를 보고 화가 나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오늘처럼 고통스러운 상황에 빠질 줄 알았다면, 애초에 왜 제 아내에게 못 할 짓을 한 거야!’회사가 무너지는 모습을 두 눈을 뻔히 뜨고 지켜볼 수는 없었기에, 결국 류철한이 직접 나서서 다시 회사 업무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그 뒤로 류시진은 모든 시간과 힘을 현초연을 찾는 데 쏟아부었다.류모현 역시 온종일 아빠를 따라다니며 함께 현초연을 찾았다.현초연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봤다는 소식이 조금이라도 들어오면, 두 사람은 곧바로 그곳으로 달려갔다.하지만 한 달 동안 돌아온 것은 거듭되는 실망뿐이었다.한때 신도 부처도 믿지 않던 류시진은 급기야 류모현을 데리고 이름난 사찰을 모조리 찾아다녔다.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한 번씩 절을 올리면서, 오로지 현초연을 다시 만나게 해 달라고 빌었다.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부자의 머릿속에 동시에 시스템의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그 목소리는 현초연이 애초부터 이 세계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지금은 자신이 원래 속해 있던 세계로 돌아갔기 때문에, 두 사람이 아무리 찾아도 현초연을 찾을 수 없다고 알려 주었다.기계음을 통해 두 사람은 현초연이 원래 공략 임무를 수행하러 온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임무는 이미 7년 전에 끝났지만, 류시진 때문에 이 세계에 남는 걸 선택했다.그런 현초연이 완전히 마음을 접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로 결심

  •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제21화

    현초연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학교 사람들은 부모님이 현초연의 휴학 처리를 했다는 것만 알 뿐, 그 뒤로는 누구도 현초연을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고진혁에게 설명할 수 없었기에, 현초연은 미안해하며 미소를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고진혁은 끝까지 캐묻는 사람이 아니었다.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비밀은 있는 법이니까.고진혁은 그저 4년이 지난 뒤 현초연과 다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두 사람은 고아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현초연은 고진혁이 지금 의사로 일하고 있는데, 일이 바빠서 고아린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때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진혁도 도우미를 고용해 본 적이 있었지만, 처음 고용한 도우미가 고진혁 몰래 고아린을 학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일이 있은 뒤로는 더 이상 고아린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맡길 수가 없었다. 결국 고진혁이 일과 고아린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갈 수밖에 없었다.고아린은 어린 나이에도 무척 의젓했다. 학교가 끝나면 그네가 있는 곳에서 고진혁이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렸고, 주말에는 얌전히 집에서 지냈다.그 말을 들은 현초연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류모현이 네 살이었을 때, 현초연은 거의 한시도 아이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하지만 고아린은 자주 혼자 집에 있어야 했다.그 사실을 안쓰럽게 여기는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현초연의 얼굴을 바라보다, 고진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초연아,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아린이 널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 혹시 한동안 아린이를 돌봐 줄 수 있을까?”고진혁도 자신의 부탁이 갑작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젊은 여자가 어린아이를 돌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고아린을 매일 외롭게 혼자 집에 있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던 고아린의 모습을 떠올리자, 마음이 한없이 약해진 현초연은 흔쾌히 승낙했다.그리고 고진혁의 눈에는 반가운 기색이 스치면서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정말 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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