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돌이킬 수 없는 우리

돌이킬 수 없는 우리

Por:  무명Completado
Idioma: Korean
goodnovel4goodnovel
26Capítulos
1.4Kvistas
Leer
Agregar a biblioteca

Compartir:  

Reportar
Resumen
Catálogo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시스템, 나 집에 가고 싶어.” 그러자 시스템은 곧바로 대답했다. [네, 숙주님. 이탈 절차를 시작할게요. 보름 후면 이곳을 떠날 수 있어요.] 늘 기계적으로 반응하던 시스템이 드물게 몇 초 동안 멈칫하더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덧붙여 물었다. [여기에는 숙주님을 아껴 주는 남편과 무슨 일이든 숙주님 편에 서는 아들이 있는데 여기가 숙주님의 집이 아닌가요? 두 사람이 바로 숙주님의 가족이잖아요.] ‘가족’이라는 두 글자를 듣는 순간, 현초연의 시선이 천천히 TV 화면으로 향했다.

Ver más

Capítulo 1

제1화

이때 TV에서는 L그룹 대표 류시진과, 아들 류모현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류시진은 아들 류모현을 품에 안은 채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이때 기자가 종종걸음으로 뒤따라가며 질문했다.

[류 대표님, 어제 F국에서 회의를 마치자마자 밤새 비행기를 타고 급히 돌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서둘러 귀국하신 이유가 뭔가요?]

[중요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재계에서는 늘 웃음기 하나 없이 냉정하기로 유명한 류시진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카메라를 향해 한없이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이 제 아내 생일이라서요. 그러니 저희 부자가 당연히 돌아와서 함께 보내야죠.]

[저한테는 아내와 관련된 일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어린 류모현도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흔들어 보였다.

[엄마, 아빠랑 제가 선물 준비했어요. 우리 금방 돌아갈게요.]

기자가 더 질문하려고 했지만, 류시진은 시간이 없다며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카메라에는 황급히 자리를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만 남았다.

이에 기자는 부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류 대표님의 사모님을 향한 마음은 정말 한결같으시네요.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깊이 사랑하고 있으시잖아요.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남편이네요.]

[도련님도 대표님을 그대로 닮았네요. 이런 남편과 아들이 있으니 사모님은 분명 행복하시겠죠.]

현초연은 TV를 끄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행복하냐고?’

한 달 전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행복하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말하려고 해도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아무도 모르지만 사실 현초연은 이 세계 사람이 아니었다.

10년 전, 현초연은 이 세계에 왔다.

현초연에게 주어진 임무는 어린 시절 부모가 눈앞에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목격한 류시진을 구원하는 것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류시진은 자신을 세상과 단절한 채 누구와도 소통하려 하지 않는 우울한 사람이었다.

현초연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류시진을 조금씩 어둠 속에서 끌어냈고, 마침내 오늘날의 L그룹 대표로 성장시켰다.

류시진이 L그룹을 완전히 장악한 순간, 현초연의 임무도 끝이 났다.

하지만 시스템이 이 세계를 떠날 것인지 물었을 때, 현초연은 잠시 망설였다.

머릿속에는 류시진이 자신을 꽉 끌어안고 떠나지 말라고 붙잡던 모습이 끊임없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미 한 번 부모를 잃은 류시진이 사랑하는 자신마저 잃는다면 어떻게 변할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결국 현초연은 이 세계에 남아서 류시진과 결혼하기로 선택했다.

결혼식 날, 현초연은 류시진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언젠가 자신을 배신하는 날이 온다면 이 세계에서 사라지겠다고.

그때 류시진은 현초연의 손을 꼭 잡고서 약속했다.

그런 날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며, 현초연을 향한 사랑은 영원할 거라고.

결혼한 뒤에도 결혼식에서 했던 맹세처럼 류시진의 사랑은 여전히 뜨거웠다.

크고 작은 기념일마다 모든 일을 미루고 현초연의 곁을 지켰다.

접대 자리에서 여자가 접근하기라도 하면,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고 사람을 시켜 끌어내게 했다.

현초연이 아이를 낳을 때 난산으로 하루 밤낮을 수술실에서 보냈다.

그러자 류시진은 수술실 밖에서 꼬박 하루 밤낮 동안 무릎을 꿇은 채, 아내가 무사하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현초연이 수술실에서 나오자, 류시진은 이미 감각을 잃은 두 다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틀거리며 병상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현초연의 손을 꽉 붙잡았고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 되어 말했다.

“초연아,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하지 말았어야 했어.”

“앞으로는 절대 아이를 낳는 일은 없을 거야. 다시는 널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그 결심을 행동으로 보여 주기 위해서 류시진은 바로 그날 정관수술까지 받았다.

아들의 이름을 지을 때도 류시진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류모현이라는 이름을 골랐다.

그 이름이 현초연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뜻한다고 했다.

아들 류모현 역시 아버지를 보고 자란 덕분에, 어린애답지 않게 제법 듬직하게 엄마를 챙겼다.

어린 나이에도 과일을 먹기 좋게 자른 뒤 이쑤시개에 꽂아 현초연의 입가로 가져다줄 줄 알았다.

현초연이 실수로 손가락을 베기라도 하면 곧바로 안타까운 얼굴로 상처에 입김을 불어 주고, 부리나케 밴드를 찾아와 상처를 감싸 주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농담 삼아 말하곤 했다.

류씨 집안에서는 보살핌을 받아야 할 사람은 류모현이 아니라, 오히려 현초연 같다고.

그 말을 들은 류모현은 자랑스럽게 가슴을 쭉 펴고 말했다.

“엄마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당연히 제가 엄마를 챙겨야죠.”

그러자 류시진도 웃으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얼굴에는 자랑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초연이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요. 우리 부자가 다 하면 되니까요.”

현초연은 한때 자신은 영원히 이렇게 행복할 거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맹세는 바람에 흩어졌고, 세월의 긴 흐름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한때 그토록 현초연을 사랑했던 부자는 이제 밖에서 여비서와 또 다른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수도 없이 현초연 몰래 그 여자와 가족 모임을 가졌다.

결혼한 지 5년 된 류시진은 하연서의 허리를 끌어안고 다정하게 ‘자기야’라고 불렀다.

그리고 현초연이 열 달 동안 품어 낳은 아들은 하연서의 품을 파고들면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연서 누나’라고 불렀다.

심지어 어제도 두 사람은 F국으로 회의하러 간 것이 아니라, 하연서와 함께 S국으로 스키를 타러 갔을 뿐이었다.

결혼식 날 했던 말은 이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엇나가 버렸다.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순간, 현초연은 결심했다.

이 세계를 떠나기로, 입만 열면 거짓말을 늘어놓는 이 부자를 떠나기로 말이다.

현초연은 눈앞에서 서서히 녹아내리는 케이크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제 두 사람은 내 가족이 아니야. 두 사람한테서 떠날 거야.”

“누가 떠난다는 거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Expandir
Siguiente capítulo
Descargar

Último capítulo

Más capítulos

A los lectore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Sin comentarios
26 Capítulos
제1화
이때 TV에서는 L그룹 대표 류시진과, 아들 류모현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었다.류시진은 아들 류모현을 품에 안은 채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이때 기자가 종종걸음으로 뒤따라가며 질문했다.[류 대표님, 어제 F국에서 회의를 마치자마자 밤새 비행기를 타고 급히 돌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서둘러 귀국하신 이유가 뭔가요?][중요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재계에서는 늘 웃음기 하나 없이 냉정하기로 유명한 류시진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카메라를 향해 한없이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오늘이 제 아내 생일이라서요. 그러니 저희 부자가 당연히 돌아와서 함께 보내야죠.][저한테는 아내와 관련된 일이 가장 중요하거든요.]어린 류모현도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흔들어 보였다.[엄마, 아빠랑 제가 선물 준비했어요. 우리 금방 돌아갈게요.]기자가 더 질문하려고 했지만, 류시진은 시간이 없다며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카메라에는 황급히 자리를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만 남았다.이에 기자는 부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류 대표님의 사모님을 향한 마음은 정말 한결같으시네요.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깊이 사랑하고 있으시잖아요.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남편이네요.][도련님도 대표님을 그대로 닮았네요. 이런 남편과 아들이 있으니 사모님은 분명 행복하시겠죠.]현초연은 TV를 끄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행복하냐고?’한 달 전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행복하다고 대답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말하려고 해도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아무도 모르지만 사실 현초연은 이 세계 사람이 아니었다.10년 전, 현초연은 이 세계에 왔다.현초연에게 주어진 임무는 어린 시절 부모가 눈앞에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목격한 류시진을 구원하는 것이었다.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류시진은 자신을 세상과 단절한 채 누구와도 소통하려 하지 않는 우울한 사람이었다.현초연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류시진을 조금씩 어둠 속에서 끌어냈고, 마침내 오늘날의 L그룹
Leer más
제2화
현초연이 고개를 들자, 문 앞에 서 있는 류시진과 류모현이 한눈에 들어왔다.류시진의 품에서 내려온 류모현이 짧은 다리로 달려와 현초연의 품에 와락 안겼다.“엄마, 방금 누가 떠난다고 한 거예요?”이에 현초연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엄마 친구가 결혼 생활이 깨져서 남편과 아들을 떠나겠다고 그러더라고.”그러자 류모현은 고개를 들어 현초연의 뺨에 힘껏 입을 맞췄다.“엄마 친구 너무 불쌍해요. 그래도 저랑 아빠는 엄마를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류시진은 외투를 내려놓고 다가와 두 사람을 품에 안았다.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다정했다.“모현이 말이 맞아. 초연아, 우리 가족은 영원히 함께할 거야.”현초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길게 드리운 속눈썹이 눈동자에 어린 씁쓸함을 가렸다.‘영원이라...이제 둘과의 영원은 없어.’류모현은 테이블 위에 놓인 케이크를 발견하자, 서둘러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내밀었다.“엄마, 이거 아빠랑 제가 골라 온 선물이에요!”류시진이 쇼핑백에서 선물 상자를 꺼내 열자, 안에는 에메랄드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목소리에는 미안한 기색이 살짝 묻어났다.“초연아, F국에서 일이 너무 바빠서 모현이랑 조금 늦게 돌아왔어. 우리한테 화내지 마.”류시진은 말하면서 목걸이를 꺼내 현초연의 목에 직접 걸어 주려고 고개를 숙였다.그러나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현초연의 코끝에 짙은 향수 냄새가 훅 퍼졌다.향수를 전혀 쓰지 않았던 현초연은 독한 냄새에 속이 뒤집혔다.이를 참지 못하고, 현초연은 두 부자를 밀쳐 낸 뒤 화장실로 달려가 연신 헛구역질을 했다.류시진은 평소에도 현초연의 건강이라면 지나칠 만큼 신경을 썼다. 가볍게 기침만 해도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굴던 사람이었다. 그런 류시진이기에, 지금 현초연의 이런 모습을 보자 다급하게 휴대폰을 꺼내서 의사에게 전화하려고 했다.그러나 이때 현초연이 류시진의 손을 눌러 막았다. 헛구역질 때문에 붉어진 두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류시진을 바라봤다.“괜찮아. 그
Leer más
제3화
지난 5년 동안 류시진은 현초연에게 수많은 보석을 선물했기에 현초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저 팔찌와 어젯밤 받은 목걸이가 원래 한 세트라는 것을 알아차린 현초연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어렸다.“연서 씨, 가족들이 정말 많이 사랑해 주나 봐요.”류시진 부자는 한 세트인 액세서리를 둘로 나눠 절반은 현초연에게, 나머지 절반은 하연서에게 주었다.마치 두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반으로 나눌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곧 하연서는 눈꼬리가 휘어지도록 환하게 웃었다.“네. 늘 저를 제일 사랑한다고 해요. 어린애처럼 예뻐해 주기도 하고요.”현초연이 뭔가 눈치챌까 걱정됐던 모양인지, 류시진과 류모현은 가는 내내 현초연을 살뜰히 챙겼다.현초연이 가볍게 기침하자, 류시진은 곧바로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외투를 벗어 여자의 어깨에 둘러 주었다. 이어 텀블러에 든 따뜻한 물까지 따라 다정하게 입가에 가져다주었다.류모현도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서 제법 능숙하게 현초연에게 둘러 주고는 마치 어른이라도 된 것처럼 따뜻하게 하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하지만 현초연은 향수 냄새가 밴 물건들을 몸에 걸치고 싶지 않았기에, 호텔로 돌아가 쉬고 싶다고 말한 뒤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이어 류시진 부자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현초연과 함께 호텔로 돌아가서 쉬기로 했다.그렇게 저녁이 될 무렵 류시진의 휴대폰이 울리자, 남자는 재빨리 무음으로 바꿨다.그리고 침대에 누운 현초연이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화면에는 하연서의 이름이 계속해서 깜빡이고 있었고, 옆에 있던 류모현이 류시진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목소리를 낮췄다.“아빠, 저 연서 누나 보고 싶어요.”류시진은 얼른 입가에 손가락을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곧 부자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뒤 발소리를 죽이면서 방을 나갔다.방문이 닫히는 순간, 눈을 뜬 현초연이 겉옷을 걸치고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류시진 부자는 서둘러 걸음을 옮겨서
Leer más
제4화
다음 날 아침 현초연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마침 류시진과 류모현이 아침 식사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현초연이 깨어난 것을 본 류시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침 식사를 손이 닿는 곳에 놓아주며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너 좀 더 자게 해 주려고 모현이랑 내가 일부러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가져왔어.”류모현은 짧은 다리를 움직여서 침대 위로 올라오더니 현초연의 어깨에 기댔다.“엄마랑 잠깐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도 너무 보고 싶었어요.”곁에서 느껴지는 두 사람의 차가운 체온에 현초연의 눈빛에는 씁쓸한 자조의 기색이 드러났다.밤새 돌아오지도 않고 방금 하연서의 침대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가지러 갔다 왔다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두 사람의 연기가 이토록 뛰어난 걸 현초연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아침을 먹고 나자 두 부자는 쉴 틈도 없이 현초연을 데리고 스키장으로 향했다.하연서 역시 일찌감치 스키 장비를 모두 갖춰 입은 채 입구에서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현초연은 스키를 탈 기분이 아니었다. 류시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여자를 바라봤다. 또한 목소리에는 조심스럽게 떠보는 기색이 묻어났다.“초연아, 요 며칠 왜 그래? 혹시 나랑 모현이 기분 상하게 한 게 있어?”현초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냥 요즘 친구 일 때문에 기분이 좀 안 좋아서 그래.”그제야 류시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현초연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걱정하지 마, 초연아. 그런 일은 절대로 우리 가족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야.”“스키 타기 싫으면...”말을 끝내기도 전에 하연서의 머뭇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하연서의 눈에 어린 간절한 기색을 본 류시진의 목젖이 움직이더니, 입 밖으로 뱉으려던 말도 순식간에 삼키면서 대충 얼버무렸다.“그러면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우리 둘이 하 비서하고 몇 번 타고 금방 돌아올게.”류모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썰미가 좋은 현초연은 류모현의 손이 이미 몰래 하연서의
Leer más
제5화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는 이미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현초연이 깨어난 걸 보자, 간호사가 반색하며 서둘러 의사에게 알리고 검사를 준비했다.“사모님, 드디어 깨어나셨네요!”“대표님과 도련님이 거의 온 시내 의사들을 전부 다 찾아다니셨어요. 사모님의 무사함을 빌기 위해 류 대표님은 자선재단에 20억 원까지 기부하셨고요.”“그 선행이 모두 사모님께 돌아가서 하루라도 빨리 깨어나시기만을 바라셨어요.”“두 분도 사모님이 깨어나신 걸 알면 정말 기뻐하실 거예요.”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류시진과 류모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깨어난 현초연을 보자, 뒤늦게 밀려오는 두려움에 두 사람은 곧바로 여자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 또한 눈에는 감출 수 없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초연아, 드디어 깨어났어? 지난 일주일 동안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류모현도 눈시울이 새빨개진 채 울먹였다.“엄마, 다시 못 깨어나실까 봐 너무 무서웠어요.”남자는 쉽게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순간 현초연의 손등 위로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류모현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그러나 두 사람의 눈물에도 현초연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위험이 닥쳤을 때 두 사람이 본능적으로 지킨 사람은 하연서였다.그 광경을 직접 봤을 때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었다.현초연은 류시진에게 자신의 진심을 온전히 내줬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고 자부했다.또한 아들 류모현 역시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을 직접 챙기면서 키웠다.그런데 고작 몇 달 전에 나타난 하연서가 너무도 손쉽게 그 모든 것을 지워 버리고 현초연의 자리를 차지했다.아무런 반응도 없는 현초연을 보자, 류시진 부자는 이유 모를 불안감을 느꼈는지 두 사람은 다급히 변명하기 시작했다.“초연아, 그날은 상황이 너무 급해서 순간적으로 누가 너인지도 제대로 못 봤어. 그래서 사람을 잘못 구한 거야.”“엄마, 저랑 아빠는 다시는 엄마를 위험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이번에는 전
Leer más
제6화
아마도 그동안 오랫동안 외면당했던 탓에 하연서가 위기감을 느낀 모양이었다.결국 하연서는 가면을 벗어 던지고 본색을 드러냈다.다음 날 아침, 현초연이 눈을 뜨자마자 보게 된 것은 어젯밤 하연서가 연달아 보내온 도발적인 메시지였다.[사모님, 다 본 거 알아요. 어때요? 남편이 다른 여자한테 키스하는 걸 두 눈으로 보고, 아들은 옆에서 그 둘을 감싸 주는 기분은 좋아요?][대표님은 제가 우는 걸 제일 좋아해요. 제 눈물을 보면 색다른 만족감이 든대요. 특히 침대에서는요.][제가 울기만 하면 유난히 더 거칠어져요. 목이 다 쉬도록 울어도 멈추지 않죠.][하루 24시간 내내 저랑 붙어 있고 싶다고도 했어요. 대표님이 사모님한테는 이렇게 한 적 없죠?][사모님 아들도 제가 곁에 있어 주는 걸 좋아해요. 저랑 같이 있으면 유난히 편하고 자유롭대요. 한번은 제가 잠든 줄 알고 몰래 엄마라고 부르기도 했어요.][정말 사모님은 아내 노릇,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 하셨네요.]도발적인 메시지들을 바라보던 현초연은 가슴속에서 거세게 요동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면서 메시지를 전부 캡처해 저장했다.이제 이 세계를 떠나기까지 사흘밖에 남지 않았고, 이것들은 류시진 부자에게 남겨 줄 마지막 선물로 삼겠다고 마음먹었다.오전이 되자 현초연은 퇴원을 요청했고, 병원은 류시진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류시진에게 전화가 걸려 왔고,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묻어났다.[초연아, 요즘 회사에 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사람을 보내서 집까지 데려다주게 할게. 모현인 내가 잘 챙기고 있으니까 집에서 푹 쉬어.]현초연은 두 부자가 하연서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래.”이 세계를 떠나기 사흘 전, 집으로 돌아온 현초연은 도우미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전부 정리해 버리라고 지시했다.그러자 도우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사모님, 전부 새것으로 바꾸시려고요?”현초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사람들은 몰랐다.새것으
Leer más
제7화
그러자 류시진과 류모현이 동시에 대답했다.“안 힘들어!”류모현은 현초연의 손을 잡고 눈을 반짝이며 바라봤다.“엄마랑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 하나도 안 힘들어요.”류시진은 애정 어린 손길로 현초연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초연아, 일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널 보는 순간 피곤했던 게 전부 다 사라져.”“게다가 오늘은 우리 결혼기념일이잖아. 매년 함께 기념하기로 했으니까 회사에 아무리 일이 많아도 내가 꼭 돌아와야지.”현초연은 그저 웃기만 할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류시진은 케이크를 내려놓자마자 주방으로 들어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오늘은 도우미들에게 모두 휴가를 줬다. 직접 현초연이 좋아하는 요리 몇 가지를 만들어 결혼기념일을 축하할 생각이었다.류모현도 질세라 작은 의자를 가져와서 그 위에 올라가 과일을 자르고 주스를 만들기 시작했다.한참을 분주하게 움직인 끝에 점심때가 되어서야 모든 음식이 식탁 위에 올랐다.류시진은 숫자 7 모양의 초에 불을 붙이고 현초연의 손을 잡았다. 눈에는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듯한 사랑이 가득했다.“초연아, 그때 네가 내 곁에 없었더라면...”류모현은 옆에서 신이 나 손뼉을 쳤다.“우와, 아빠랑 엄마 너무 로맨틱해요!”하지만 갑작스럽게 울린 벨 소리가 따뜻했던 분위기를 깨뜨렸다.현초연은 잡혀 있던 손을 빼내고는 화면에 하연서의 이름이 떠 있는 휴대폰을 류시진에게 건넸다.류시진이 웃으면서 오늘은 누구에게 전화가 와도 받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현초연은 계속 휴대폰을 내밀었다. 곧 류시진은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자 잠시 망설이다 결국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초연아, 내 비서한테 온 전화야. 혹시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을 수도 있으니까 받을게.”말을 마친 류시진은 한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전화를 받았다.잠시 후 돌아온 류시진의 얼굴에는 예상대로 또다시 익숙한 미안함이 떠올라 있었다.“초연아, 미안해.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내가 가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아.”류모현은 전화기 너머에서 무
Leer más
제8화
10년 전, 현초연과 류시진은 교외에 있는 한 사설 요양원에서 처음 만났다.이제 요양원은 폐허가 되어 버렸다. 건물 벽을 빼곡하게 뒤덮은 담쟁이덩굴만 남아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현초연은 기억 속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는 동안 류시진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던 류시진의 모습부터, 조금씩 현초연의 존재에 익숙해지던 모습이 떠올랐다.마지막에는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현초연을 꽉 끌어안고 끝내 놓아주지 않던 모습도 떠올랐다.현초연의 발걸음은 후원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멈췄다.10년 전에도 가지와 잎이 무성했던 느티나무는 지금도 여전히 생명력이 넘쳐 보였다.현초연은 이제는 거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희미해진 나무줄기 위의 두 사람 이름을 손끝으로 천천히 쓸어 보았다.그러자 고집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으면서도 눈빛에는 사랑과 긴장감이 가득했던 그 소년이 다시 눈앞에 나타나는 듯했다.남자는 말했다.“초연아, 난 평생 너 하나만 사랑할 거야.”그러고는 또 말했다.“절대 널 내 곁에서 떠나게 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거야.”그러고는 한 획 한 획 정성스럽게 두 사람의 이름을 나무에 새겼다.하지만 훗날 하나였던 류시진의 마음은 반으로 갈라졌다.절반은 현초연에게 주고 나머지 절반은 하연서에게 주었다.또한 류시진이 말했던 영원도 고작 10년밖에 가지 못했다.19살의 소년 류시진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29살이 된 자신이 현초연을 영원히 잃게 되리라는 것을.현초연은 돌멩이로 조금씩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든 뒤, 손에 들고 있던 서류 봉투를 그 안에 넣고 다시 흙으로 꼼꼼하게 덮었다.류시진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자 남자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다정했다.[초연아, 왜? 무슨 일 있어?]현초연은 눈앞의 커다란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요양원에 있던 그 느티나무 기억나?”
Leer más
제9화
한편 다음 날 이른 아침, 류시진은 악몽에서 깨어났다.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킨 류시진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더니, 본능적으로 옆에 누워 있던 여자를 품에 끌어안았다.“어젯밤에 끔찍한 악몽을 꿨는데 네가 나를 떠나는 꿈이었어. 내가 뒤에서 죽을힘을 다해 쫓아갔는데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더라.”“다행이야. 그냥 꿈이라서. 눈을 뜨자마자 네가 내 곁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초연아.”류시진의 품에 안겨 행복에 젖어 있던 하연서는 남자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이내 하연서는 두 팔로 류시진의 목을 감싸며 서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어젯밤 대표님 곁에 있었던 사람은 저예요.”애틋했던 류시진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남자는 다시 몸을 일으켜 앉으면서 큰 손으로 관자놀이를 세게 눌렀다.“내가 왜 여기 있지? 어제 분명 모현이랑 집에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하연서가 다가가서 류시진의 허리를 끌어안으면서 맨몸을 남자의 등에 밀착했다.“대표님, 잊었어요? 어젯밤에 저녁 먹고 저를 안아서 방으로 데려왔잖아요. 그리고...”말을 이어 갈수록 하연서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얼굴은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류시진이 머리를 세차게 흔들자, 그제야 흐릿했던 정신이 맑아지며 어젯밤의 기억이 밀려들었다.어젯밤 하연서가 겉옷 안에 붉은색의 몸에 달라붙는 슬립 원피스를 입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순간 충동을 억누르지 못했고, 그대로...곧 류시진은 후회가 밀려왔다.‘어제가 결혼 7주년 기념일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정신 나간 사람처럼 굴 수 있었을까?’‘초연이 혼자 집에서 나랑 모현이를 얼마나 오래 기다렸을까? 서둘러 돌아가야 해.’류시진은 하연서의 손을 떼어 내고 옆에 놓인 옷을 집어 들었다. 몸에 남아서는 안 될 흔적이 없는지 확인한 뒤에야 옷을 제대로 갖춰 입었다.그 모습을 본 하연서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고, 눈에는 질투와 원망이 스쳤다.그래서 손을 뻗어 류시진을 붙잡은 하연서는 평소처럼 약한 모습을
Leer más
제10화
그런데 침대에는 아무도 없었다.이불은 주름 하나 없이 반듯하게 펼쳐져 있었다. 류시진이 다가가서 이불을 들춰 보았지만 손끝에 닿는 것은 싸늘한 냉기뿐이었다. 어젯밤 누군가 이곳에서 잔 흔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침실에 엄마가 보이지 않자, 류모현은 당황한 듯 류시진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아빠, 엄마 어디 갔어요?”오는 내내 류시진을 짓누르던 불안감이 이 순간 한꺼번에 터지고 말았다. 류모현의 질문에 대답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가 도우미들에게 물었다.“오늘 집사람이 외출하는 거 본 사람 있어요?”도우미들은 서로 얼굴만 마주보다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대표님, 오늘 저희가 온 뒤로 사모님을 뵌 적이 없어요.”“맞아요. 이 시간이면 사모님께서 아직 주무시고 계실 거라고 생각해서, 저희도 침실이 있는 2층에는 올라가지 않았어요.”...아무도 초연이를 보지 못했다면 초연이는 분명 아직 집에 있을 것이고, 분명 화가 나서 일부러 숨어 있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류시진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달래면서 휴대폰을 꺼내 현초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초연아, 어디 있어? 나랑 모현이 돌아왔어.][어젯밤에는 회사 일 때문에 정말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서 못 돌아온 거야. 미안해.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라고 약속할게. 응?][우리 H시로 휴가 가자. 그러면 아무도 우리를 방해하지 못할 거야. 우리 세 식구서 결혼기념일 제대로 다시 보내자.]...[초연아, 나 무섭게 하지 마. 응?]메시지를 연달아 보냈지만 대화창은 여전히 온통 읽지 않음 표시만 뜰 뿐, 아무런 답장도 돌아오지 않았다.류시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서둘러 현초연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기 너머에서는 차가운 기계음만 흘러나왔다.[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어린 류모현 역시 점점 불안함이 커지고 있었다. 전화마저 연결되지 않는 것을 보자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였다.“아빠, 엄마 도대체 어디 간 거예요? 우리
Leer más
Explora y lee buenas novelas gratis
Acceso gratuito a una gran cantidad de buenas novelas en la app GoodNovel. Descarga los libros que te gusten y léelos donde y cuando quieras.
Lee libros gratis en la app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