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연의 부름에 사람 여럿이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그녀는 바닥 위 시체를 보고 말했다.“임정군의 시체를 처리해!”그러나 이태호는 이렇게 말했다.“일단 처리할 필요 없어. 소요당에 빚 갚으러 가야 하잖아. 이 늙은이 시체도 가지고 가는 거야. 아무래도 그쪽 사람이잖아. 시체는 그들이 처리하게 놔두자고.”그 말에 한성연은 깜짝 놀랐다.“주인님, 그래도 될까요? 어쩌면 소요당에서 엄청 화를 낼지도 몰라요!”이태호는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영기 보호막을 시전하는 사람과 화를 내지는 못할걸?”한성연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지금껏 그녀의 눈에 소요당은 아주 대단한 존재였고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그녀는 줄곧 소요당을 두려워했고, 조금 전 이태호가 임정군의 시체를 가져간다고 했을 때 깜짝 놀랐다.그러나 그녀는 이태호가 무황급 내공을 갖춘 강자라는 걸 깜빡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태호가 대수롭지 않게 내뿜는, 오직 9급 무왕 이상이어야 내뿜을 수 있는 영기 보호막을 본다면 소요당은 아마 겁을 먹을 것이다.“가지!”그렇게 이태호는 한성연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내 한성연의 안내에 따라 이태호 일행은 소요당 본부에 도착했다.같은 시각, 소요당 당주는 장로들과 함께 화원에서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문을 지키던 사람들은 겁을 먹은 건지 곧바로 달려 들어왔다.“당주님, 장로님들. 큰일입니다. 큰일이에요. 우의당 사람이 왔어요. 그것도 대호법의 시체를 가지고 왔어요!”그중 한 남자가 곧바로 무릎을 꿇으며 그들에게 보고했다.“뭐라고!”소요당 당주 임소요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동자에 놀란 기색이 가득했다.“무슨 상황이지? 우의당 사람이 왜 대호법의 시체를 끌고 온 거지? 설마 한성연이 대호법을 죽인 건가?”대장로는 잠깐 생각하더니 깜짝 놀라며 말했다.나장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불가능해요. 한성연이 어떻게 임정군의 상대가 될 수 있겠어요? 그건 불가능해요. 임정군이 한성연을 죽였다는 말은 믿어도 한
“이 자식, 간이 부었네. 감히 우리 대호법을 죽여? 죽고 싶어?”한 장로가 앞으로 나서면서 분노에 찬 눈길로 이태호를 노려보았다.임소요는 한성연을 죽어라 노려보다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한 당주, 무슨 뜻이야? 이 자식은 한 당주랑 같이 왔잖아. 그런데 저 사람이 죽였다고? 설마 한 당주의 사람이 죽였다는 말이야?”한성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머쓱하게 말했다.“임 당주, 정말 죄송해요. 이분은 저희 편이 맞아요. 하지만 임정군은 죽어 마땅했어요.”“죽어 마땅하다고? 내 사람을 당신들이 마음대로 죽여도 된다는 말이야?”그 장로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주먹을 쥐었고 그 위로 영기가 넘실거렸다. 그는 이태호를 노려보며 말했다.“이 자식, 간이 부었네. 상황을 보니 내공이 약한 편이 아닌가 봐. 그렇지 않으면 우리 대호법을 죽이지도 못했겠지.”말을 마친 뒤 그는 앞으로 몇 걸음 나서며 이태호에게 말했다.“하지만 오늘 여기 왔으니 살아서 우리 소요당을 떠날 생각은 하지 마.”다른 장로도 앞으로 나서며 그 노인에게 말했다.“노홍규,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 바로 죽이면 되잖아.”“좋아, 우선 실력 좀 봐야겠어!”노홍규는 날아서 이태호에게로 향했다.그러나 그 순간, 강대한 위압감이 느껴짐과 동시에 이태호가 순식간에 영기 보호막을 시전하여 보호막으로 자신을 감쌌다.노홍규는 날아가던 도중에 허공에 멈춰 섰다. 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9급 무왕이네. 세상에, 이 자식 무려 9급 무왕이야!”이태호는 상대방을 힐끗 본 뒤 노홍규를 향해 손을 뻗었다.“노 장로, 덤벼 봐. 나와 싸우고 싶다면 끝까지 상대해 주지!”노홍규는 원래 성질이 불같았다. 그러나 지금 그는 무척 뻘쭘했다. 그는 허공에 멈춰 선 채로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그는 멋쩍게 웃더니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이곳에서 내공이 가장 강한 편이었는데 그마저도 겨우 8급 무왕이었다.이태호 같은 강자 앞에서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천해시에 이러한 고수가 나타날 줄은 꿈에도
거기까지 말한 뒤 노홍규는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갔다.“선배님, 제가 너무 성급했습니다. 대체 어떤 상황인지 묻지도 않고 충동적으로 굴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이태호는 상대방이 이렇게까지 얘기하자 그들을 더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그저 웃으며 말했다.“하하, 그래? 나도 이 늙은 놈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해. 우리는 생각이 비슷하네!”“그럼요, 그럼요. 옳은 말씀입니다!”임소요가 곧바로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이태호는 상대방을 보며 말했다.“이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당신들 탓은 아니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잖아. 하지만 그래도 이 사람은 소요당의 호법이니 사람을 시켜 시체를 가져온 거야. 우리 사람이 처리하게 놔두지 않았지. 설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옳은 말씀입니다. 임정군의 시체를 가져와 줘서 고맙습니다!”조금 전까지 거만을 떨던 장로도 곧바로 말했다.이태호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러면 이 일은 이렇게 넘어가지. 내가 오늘 이곳에 온 건 따로 볼일이 있어서야.”“다른 볼일이요?”임소요는 심장이 철렁했다. 그는 조금 걱정이 됐다.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한 당주 말을 들어 보니 우의당이 전에 소요당에서 2,000억을 빌리고 아직 안 갚았다면서? 난 오늘 대신 돈을 갚으러 온 거야. 빚을 졌으면 갚아야 하는 법이니까.”임소요는 진땀을 뺐다. 소요당의 호법이 한성연을 희롱해서 죽임당했다. 그러나 상대방은 그 일로 소요당을 탓하지 않았고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런데 2,000억의 빚을 어떻게 갚게 한단 말인가?그리고 이태호가 그들을 떠보는 것인지 아닌지 누가 알겠는가? 혹시라도 그들이 돈을 받아서 이태호가 언짢아하면 어떡한단 말인가?“아뇨, 아뇨, 아닙니다. 그 돈은 갚지 않아도 됩니다. 저희 잘못이니 오히려 저희가 사죄해야죠!”대장로도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겨우 2,000억인데 괜찮습니다. 저희가 사죄의 의미로 드리는 거라 생각해주세요.”이태호는
이태호가 사람을 데리고 떠난 것을 확인하고 나서 한참 후에야 임소요는 비로소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젠장, 깜짝 놀랐네, 9급 무왕이라니, 상대방이 봐줘서 다행이야. 임정군의 일로 우리 소요당에 화를 내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 세상에서 사라졌을 거야!”대장로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상대방이 사리가 밝은 사람이라 다행이네요.”이때 이태호는 사람을 데리고 돌아가는 길이었다.어차피 시간도 이르니, 그는 다시 쇼핑하려고 했다.걸으면서 예전의 일을 떠올린 이태호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아까 그 녀석들, 하나같이 나를 죽이려 들더니 결국 돈도 받지 않았군!”한성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주인님의 내공이 너무 높아서 그래요. 오히려 주인님이 화내실까 걱정할 건데 돈을 달라고 어떻게 그래요?”잠시 뜸을 들이던 한성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휴, 내공이 높으니 정말 좋군요. 내공이 충분히 높으면 많은 일이 쉽게 풀려요.”이태호가 웃으며 말했다.“너희들은 요 며칠 동안 우의당의 일부 산업을 처리하고 나중에 남운시로 옮겨. 나와 지연이는 여기서 며칠 더 묵을 거야. 며칠 동안 기회를 잡아 내가 너희에게 준 단약을 먼저 정련하고, 내공을 좀 높여.”한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밤 그 단약을 사용할 생각이었어요. 우의당 사업에 대해서는 대장로와 나장로 그들에게 맡겼어요.”한성연은 생각 끝에 한마디 했다.“참, 그들에게 먼저 돌아가라고 할게요. 제가 일이 없을 때 두 분을 제대로 모실게요.”그 말을 들은 백지연은 순간 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좋아요, 우리도 이쪽을 잘 몰라서 걱정이었는데 마침 잘됐네요.”한성연은 빙긋 웃으며 자신도 모르게 이태호를 슬쩍 쳐다보고는 붉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태호는 연속 두 번이나 그녀를 구했기에 속으로 딴마음이 생기지 않을 리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까지 많은 남자를 만났지만 믿을 만한 남자가 한 명도 없었다. 만날수록 그녀는 그 남자들이 모두 그녀의 예쁜 얼굴
한성연은 헤벌쭉 웃더니 얼굴에 수줍음이 더했다.다음 날 아침 천해시 공항, 홍서희와 임해윤, 임석구 등이 마침내 홍경훈을 맞이했다.홍경훈은 딸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서희야, 요즘 잘 지냈어? 기분이 좀 나아졌어?”그러자 홍서희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아빠, 저놈이 안 죽었는데 내 기분이 어떻게 좋아지겠어요? 그나마 위로가 되는 유일한 것은, 그 녀석이 아직 떠나지 않고 이 천해시에 있다는 거예요. 하하, 이건 정말 좋은 일이죠.”홍경훈은 이를 듣고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오늘 9급 무왕 세 명과 8급 무왕 여덟 명을 데리고 왔어. 게다가 나는 2급 무황 내공을 지닌 강자잖아. 그 녀석 하나쯤 손봐줄 수 없진 않을 거야.”홍경훈의 뒤를 이어 대머리의 사내가 머리를 만지더니 거칠게 말했다.“아가씨, 안심하십시오. 오늘 반드시 복수해 드리겠습니다. 그 녀석은 반드시 도망갈 수 없을 겁니다.”홍서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여러분, 감사합니다. 잠시 후에 바로 가서 손봐주세요. 그러고 나서 호텔에 가서 축하합시다.”임석구가 다가와 홍경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홍 통령님, 호텔은 이미 예약해 놓았어요. 미리 대절하고 홍 통령님이 오시기만 기다리고 있었어요.”홍경훈은 마음속으로 매우 만족하면서도 겸손하게 말했다.“별말씀을요. 가시죠, 저놈은 어디에 있어요? 지금 바로 데려가 주세요!”곧 일행은 차를 몰고 우의당 본사로 향했고, 수십 명이 곧 우의당 입구에 도착했다.“이태호와 백지연은 당장 나와 죽음을 받아라!”대문 앞에 이르자 임석구가 큰 소리로 패기 넘치게 소리쳤다.경호원 몇 명이 힐끗 보더니 놀라서 다리가 나른해졌다.“여러분, 저희가 곧 들어가서 전해드리겠습니다!”경호원들은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들은 이태호가 군주부의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고, 군주부의 군주뿐만 아니라 홍 통령 같은 인물까지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당주님, 당주님, 큰일 났습니다.”그들은 곧
“뭐, 주인님께서 군주의 미움을 샀다고? 그래서 통령까지 왔어? 그것도 강자들을 많이 거느리고?”대장로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그는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의심했다.나장로는 자신의 뺨을 후려갈겼다.“맙소사, 꿈이 아니네, 나는 꿈을 꾸는 줄 알았네요. 이거 어떡하죠?”다장로 역시 당황하며 말했다.“망했어요, 그들이 우리 우의당까지 없애려는 게 아니에요? 이거 큰일인데요, 주인님께서 어쩌다가 이렇게 많은 거물을 건드린 거예요?”한성연 역시 깜짝 놀랐지만 당주였으니 당황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다들 당황해하지 말아요. 당황해해도 소용없어요. 그들이 주인님을 찾아 왔으니, 주인님을 찾아가라고 해요. 주인님께서 도대체 무슨 내공을 지니고 있는지는 우리도 잘 몰라요. 대처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대장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주인님께서 무황은 아니시겠죠. 무황의 내공을 지닌 강자는 손에 꼽을 정도라 세상에 알려져 있는데 저는 이런 무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어요.”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하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어요. 주인님께서 대처하실 수 있기를 바랄 뿐이죠.”곧 그들은 이태호와 백지연을 찾아갔는데 하나같이 얼굴에 걱정으로 가득 찼다.걱정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태호의 표정은 오히려 담담했다.“괜찮아, 이따가 나한테서 떨어져 있어. 내가 먼저 가서 그들을 만날게. 홍경훈이 나를 괴롭힐 것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네.”말을 마친 후 이태호는 일행을 데리고 나갔다.100m 가까운 거리를 두고 한성연은 더는 앞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모두를 멈추게 했다.이태호는 혼자 미소를 지으며 느릿느릿 걸어가 맞은편 사람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임석구, 임해윤, 우리가 이렇게 빨리 또 만날 줄은 몰랐네? 지난번에 너희들을 충분히 혼내지 못했나 봐? 감히 또 사람을 데려온 걸 보면?”옆에 있던 홍서희와 홍경훈 등은 순간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태호에게 무
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실망한 듯 고개를 저었다.“휴, 이성적으로 얘기를 하면 당신 딸이 나에게 사과하게 할 줄 알았는데, 보아하니 그럴 수 없을 것 같구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알 수 없을 거야.”이때, 그 9급 무왕의 내공을 지닌 대머리 사나이가 곧장 앞으로 나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통령님, 이 녀석이 허세를 부리고 우리를 겁주려나 본데, 제가 좀 붙어보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이태호는 웃으면서 말했다.“확실해? 이따가 나한테 죽임을 당하면 후회하지 마!”“후회? 허허, 난 절대 후회하지 않아, 게다가, 난 네가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상대는 시큰둥하게 웃으며 곧장 공중으로 날아올라 이태호를 향해 손을 날렸다.“자식,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올라와 죽음을 받아라. 아래는 너무 좁아서 불편해!”“좋아!”이태호가 발을 내딛자 곧 상대편 맞은편에 나타났다.“마진태, 힘내, 이놈을 죽여, 하지만 너무 통쾌하게 죽이지는 마. 난 저자가 좀 아프게 죽어갔으면 좋겠어.”홍서희는 순간 흥분하며 대머리를 향해 소리쳤고 대머리는 웃으며 대답했다.“아가씨,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주먹과 발은 눈이 없습니다. 저는 이 자식의 실력이 어떤지 잘 모르는 데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그를 죽일 수도 있어요. 하하!”“주제넘게!”이태호의 입가에 시큰둥한 미소가 번졌다.“하하, 웃기는 소리!”대머리 남자가 손을 흔들자, 그의 앞에 뜻밖에도 영기 비검이 여러 자루 나타났다. 이 영기가 응집된 비검은 놀랍게도 백 자루가 넘었는데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이것이 바로 9급 무왕의 공격인가? 정신력이 너무 강한 거 아니야? 동시에 그렇게 많은 비검을 응집시키려면 영기가 풍부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강한 정신력도 있어야 해. 그래야만 모든 비검을 동시에 정교하게 컨트롤할 수 있어!”한성연은 그 비검들을 바라보며 감탄했다.뒤에 있던 우의당 대장로는 얼굴을 찡그리며 한발 앞으로 나아가 한성연을 향해 말했다.“
“자식, 어때? 이젠 너의 실력을 보여줘 봐, 하하!”대머리 남자는 이태호를 안중에 두지도 않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하하, 그래? 좀 이따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이태호가 하하 웃으며 마음을 다잡자 영기가 솟구쳤다. 그가 손을 흔들자 그의 앞에서도 여러 자루의 비검이 응집되었다.이 영기비검들은 상대편보다 훨씬 더 진실해 보였는데, 단번에 300자루 이상이 응집된 것처럼 보였다.“이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이태호는 빙긋 웃으며 앞을 향해 살짝 가리켰다.“가라!”“슉!”갑자기 그 영기비검들이 마치 비처럼 날아가 버렸고, 속도가 너무 빨라서 순식간에 상대편 앞에 나타났다.“뭐!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비검이 동시에 응집될 수 있어?”이태호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던 대머리 남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대신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이태호의 이 비검들은 수적으로 그의 세 배일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더 단단해 보이고, 위의 파동도 더욱 강렬해 보여 그는 이미 죽음의 위협을 슬슬 느꼈다.“마준태, 조심해!”아래에 있던 홍경훈도 깜짝 놀랐다. 이런 공격은 9급 무왕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일급 무황이라야 이런 공격을 할 수 있다.그는 돕고 싶었지만 지금은 분명 이미 늦었다.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챈 마준태가 앞을 향해 가리키자 그의 앞에 있던 비검들이 날아갔다.“쾅쾅!”안타깝게도 이태호의 그 비검들은 곧 그의 비검을 파괴했고, 아직 많은 비검들이 그에게 달려왔다.“아니, 싫어, 죽고 싶지 않아!”마준태는 놀라서 등골이 서늘해졌고, 곧 몸 주위에 영기 보호막이 응집되었다.안타깝게도 이 9급 무왕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영기 보호막이 이태호의 공격 앞에서는 너무 약했다.겨우 다섯 자루의 영기비검이 그 위에 떨어졌을 때, 그 영기 보호막에 금이 한 줄 갔다.그리고 이 균열은 눈에 보이는 속도로 퍼졌고, 마침내 ‘펑’하고 부서지더니 다른 검들이 그의 몸에 연달아 떨어졌다.“펑!”약간 둔탁한 소리가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