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그 말은 만만하지 않다는 건가? 난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 그리고 어떻게 이름도 계의당이야. 참 유별나.”황석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계의당, 그런 이상한 이름을 붙이다니 말이야.”“그러니까.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지었는지 모르겠어.”뒤에 서 있던 흰옷을 입은 남자는 아주 신나게 떠들어댔다. 그는 이류 세가 도련님이었고 황석호와 사이가 좋다는 이유로 매일 황석호와 어울려 다니며 온갖 나쁜 짓을 해댔고 결국엔 완전히 황석호의 개가 되어버렸다.“열화 씨, 선 넘지 말라니까요!”장청아의 눈동자가 빨개졌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지만 감히 그들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계의당이라는 세 글자 때문에 그들은 항상 놀림거리였다. 심지어 많은 사람이 그들의 뒤에서 험담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장청아는 항상 분통이 터졌다.특히 당시 미친 어르신은 그녀에게 여자 제자들만 받으라고 했고 그로 인해 계의당은 전부 젊고 예쁜 여자들뿐이었다. 게다가 계의당이라는 이름까지 있으니 사람들은 그들이 그런 종류의 장사를 한다고 생각했다.장청아 뒤에 있던 장로와 호법들 또한 다들 노기등등했다. 그들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손을 쓸 수는 없었다.비록 상대방의 경호원들은 내공이 높지 않았고 두 재벌도 내공이 높지 않았지만, 그들은 모두 세가 자제였기에 집안에 강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무리 분통이 터져도 그냥 참아야 했다.“다들 죽고 싶은가 봐?”그런데 바로 그때, 이태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 이 자식 간덩이가 부었나. 우리가 누군지 알아?”흰색 정장을 입은 김열화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거만하게 말했다.“난 이류 세가 김씨 가문의 도련님이야. 그리고 이분은 일류 세가 황씨 가문의 도련님이지. 그런데 지금 우리한테 죽고 싶냐고 한 거야?”황석호의 안색도 좋지 않았다.“이 자식, 죽고 싶은 건 너겠지. 저 여자들이랑 같이 밥을 먹어
“쿵쿵쿵!”둔탁한 소리가 몇 번 나더니 그 경호원들은 전부 죽임을 당해 바닥에 쓰러졌다.“말도 안 돼!”계의당 사람들은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렸다. 그들은 자신들이 꿈을 꾸는 건 아닐지 의심했다. 감히 그들을 죽이다니, 태상장로는 아주 거침없었다. 비록 그들은 속 시원하긴 했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떠올리자 다들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직 그들 사이에 서 있던 백지연만이 팔짱을 낀 채로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덤덤히 말했다.“속 시원하네요. 저런 인간쓰레기들은 전부 죽여야 해요!”“그...”호텔 홀 매니저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런 갑작스러운 사건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비록 그들 또한 어느 세가 아래의 산업이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진혁아, 저놈 죽여버려! 감히 열화를 죽여?”황석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자신의 뒤에 서 있던 민머리 남자에게 말했다.이태호는 민머리 남자를 보았다. 그는 3급 무왕으로 황석호 부하 중에서 내공이 가장 높은 편이었다. 그 정도 내공이면 나쁘지 않았다.조금 전 이태호가 죽인 김열화와 그의 부하들은 전부 기사였다.“네, 도련님!”진혁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사나운 얼굴을 한 그는 목소리도 낮고 우렁찼다.곧이어 그는 순식간에 잔영이 되어 이태호의 앞에 나타났다.이태호는 주먹을 쥐고 그를 공격하려 했으나 등 뒤에서 전해지는 파동에 주먹을 풀었다. 예상대로 장청아가 갑자기 끼어들어 이태호의 앞을 막아섰고 진혁과 주먹을 맞부딪혔다.장청아는 어쩔 수 없이 손을 쓴 것이었다. 그녀는 계의당이 아주 빠른 속도로 강해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태상장로를 잃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예상이 맞는다면 태상장로는 아마 2품 고급 연단사일 것이다.이태호의 도움이 있다면 그들은 빠르게 강해질 기회가 있었다.그래서 이태호가 죽임당할까 봐 걱정된 장청아는 어쩔 수 없이 상대를 공격했
장청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녀는 황씨 일가를 적으로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황씨 일가는 물론이고 김씨 일가도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그러나 조금 전 상황에서는 도저히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황석희 씨, 우리는 황석희 씨에게 잘못한 게 없어요. 이분은 우리 계의당의 태상장로예요. 조금 전 그가 죽인 사람은 김열화 씨죠. 우리가 누군가와 척을 졌다고 해도 그 상대는 김씨 일가지 황씨 일가가 아닐 텐데요?”황석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렇긴 하지. 조금 전 저 자식이 죽인 건 우리 황씨 일가의 사람이 아니니까. 하지만 김열화는 내 친한 친구야. 그런데 그가 내 앞에서 죽었으니 내가 뭐라도 좀 해야지 않겠어?”장청아는 황석호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김열화가 죽은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황씨 일가까지 나서려 하다니, 계의당은 이제 곧 사라질지도 몰랐다.그러나 뒤에 있던 이태호는 그런 그녀의 마음도 모르고 말했다.“그러면 그를 위해 뭘 할 생각인데? 그의 좋은 친구라면 뭐라도 해야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면 이렇게 하자고. 넌 저 자식의 시체를 거두는 거야. 어때?”황석호의 입가가 심하게 떨렸다. 안색도 어두워졌다.장청아 또한 기가 막혔다. 이태호는 계의당이 김씨 일가와 황씨 일가를 건드릴 수준이 안된다는 걸 모르는 것일까? 지금 이렇게 말하는 건 황석호를 도발하는 것과 다름없었다.황석호는 장청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김씨 일가와 황씨 일가에 강자가 꽤 많기는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그들이 없었다. 그리고 김씨 일가 사람들은 아직 김열화가 죽은 사실을 몰랐다. 그러니 지금 이곳의 상황을 본다면 진혁은 절대 장청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계산을 마친 황석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장 당주, 저 말 좀 들어보라고. 저게 사람이 할 말이야? 오늘 이 일은 내가 그냥 넘어가 줄 수도 있어. 계의당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도 있지. 하지만 김씨 일가 쪽은 어떨지 모르겠
주영현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휴, 태상장로가 된 지 몇 시간이 됐다고 벌써 이렇게 큰 사고를 치다니. 당주님, 저 지금 좀 후회돼요. 오늘 그를 데리고 오지 말 걸 그랬어요. 전 제가 큰 공을 세운 줄 알았어요. 이 일 때문에 저희 계의당이 사라진다면 저는 죄인이 될 거예요.”장청아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휴, 이젠 우리도 어쩔 수가 없어. 그냥 지켜봐야지.”다장로는 장청아를 끌어당기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주님, 당주님이 나서서 저 진혁을 죽여버려요. 이미 일은 벌어졌어요. 우리가 지금 진혁을 죽이고 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을 벗어난다면 늦지 않을 거예요. 도망친 뒤에 인적 드문 곳을 찾아 수련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아요. 태상장로는 2품 연단사니까 우리에게는 앞으로 강해질 기회가 있어요.”장청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망설였다.“아뇨, 우리는 도망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도망치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우리 계의당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통보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많이 들 거예요. 우리는 김씨 일가뿐만 아니라 황씨 일가까지 건드렸으니 두 집안의 강자들이 우리를 찾는다면 아마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거예요. 내공이 약한 제자들까지 데리고 도망치려고 한다면 아주 빨리 잡히겠죠.”거기까지 말한 뒤 장청아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계의당은 제 심혈을 쏟은 곳이에요. 그러니 전 절대 계의당을 나 몰라라 하고 도망칠 수 없어요. 당시 신전 주인님께서 절 구하지 않았더라면 전 이미 죽었을 거야. 신전 주인님은 제게 계의당을 계속해 발전시키고, 더 강하게 만들라고 했어요. 전 신전 주인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요. 그리고 신전 주인님은 언젠가 저를 찾아올 거라고 했어요.”이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태호가 상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그 순간 무시무시한 검기가 곧장 앞으로 뻗어나갔다.진혁이 시전한 몇 미터 높이의 영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호랑이는 손쉽게 공격당해
“슉!”남은 검기의 위력이 진혁의 복부를 강타했다. 진혁은 허공을 날다가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그는 연신 뒷걸음질 쳐서야 겨우 중심을 잡았다.“너무 잘됐어요, 이겼어요!”장청아 등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그제야 조금 안도했다. 적어도 이태호가 죽지 않는다면 계의당에는 아직 기회가 있었다.주영현은 저도 모르게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리며 중얼거렸다.“태상장로님이 이렇게 강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태상장로님의 전투력은 저희 당주님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어요.”계의당의 다른 강자들도 다들 희색을 드러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더 걱정하던 일이 또 한 번 벌어졌다. 고개를 숙인 진혁은 자신의 복부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걸 발견했다. 상처 하나가 그의 복부 전체를 관통한 것이다.“말, 말도 안 돼!”진혁은 미약하게 그 몇 글자를 내뱉고는 그렇게 쓰러졌다.“이 자식, 감히 진혁을 죽여?”황석호는 이를 악물고 이태호의 앞으로 걸어가 주먹을 꽉 쥐고 그를 노려보았다.그에 반해 이태호는 덤덤히 웃을 뿐이었다.“하하, 황석호, 아까는 목숨을 건 싸움이라면서? 목숨을 건 싸움이면 어느 한쪽은 죽어야 끝나는 거잖아. 그러니 내가 저놈을 죽이지 않을 수가 없잖아?”장청아는 뒤늦게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곧바로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그래요. 황석호 씨, 약속은 지켜야죠. 당신은 일류 세가 도련님이잖아요? 저희 쪽 사람이 이겼으니 황석호 씨는 이제 저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어요.”황석호는 이를 악물었다. 그 또한 알고 있었다. 자신의 경호원들이 장청아와 이태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결국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 너희들 대단하네. 난 이만 갈게!”말을 마친 뒤 황석호는 부하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그들이 떠난 뒤에야 대장로가 말했다.“태상장로님, 비록 태상장로님은 진혁을 죽일 정도로 강하지만 이제 저희는 황씨 일가와 김씨 일가와 적이 되었어요. 이젠 어떡해요?”계의당의 나장로가 말했다.“태상장로님, 저
이태호는 여전히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지금 밥을 안 먹으면 배고파서 죽을 것 같거든요.”“그게 무슨...”주영현은 순간 말문이 막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황석호는 사람들을 데리고 멀리 떠나지 않고 한 골목길로 들어가서 그곳에 숨었다.“도련님, 저 자식 간덩이가 부은 것 같아요. 정말로 우리 진혁 팀장님을 죽였잖아요!”한 경호원이 그 일을 떠올렸다. 그는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지금껏 황씨 일가의 이름만 대면, 황석호가 황씨 일가의 도련님이라는 것만 알면 아무도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이런 놈을 만날 줄은 몰랐다.황석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은 김씨 일가에 이 사실을 알려. 그리고 나머지는 이곳에서 지켜보고 있어. 저놈들 아마 잠시 뒤에 도망칠 거야. 우리는 몰래 숨어서 지켜보다가 어느 방향으로 도망쳤는지 알아내는 거야. 그러면 김씨 일가 강자들이 저놈들을 찾아내 죽이는 게 훨씬 쉬울 거야.”말을 마친 뒤 황석호는 또 한 번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저 자식과 장청아는 확실히 대단해. 그렇다고 해도 겨우 4급이나 5급 무왕일 뿐이지. 그들을 죽이려고 우리 황씨 일가가 나설 필요는 없어. 김씨 일가의 강자들만 오면 충분해.”“네!”두 경호원은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황석호는 잠깐 생각한 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혁은 내공이 약하지 않았는데 지금 진혁이 죽었으니 반드시 가족들에게 얘기해야 했다.“응, 알겠어. 내가 지금 강자 몇 명을 보내 네 개의 성문을 지키고 있으라고 할게. 계의당의 사람이 도망치는 걸 발견한다면 그 자리에서 죽일게!”황씨 일가 가주는 상황을 알게 된 뒤 곧바로 화를 내며 명령을 내렸다.“좋아요, 아버지. 헤헤, 그러면 전 여기 남아서 재밌는 구경이나 할게요. 하하!”황석호는 전화를 끊은 뒤 히죽 웃었다. 오늘 그를 화나게 한 그놈이 누구든지, 계의당의 장청아 등 사람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이내 이태호 일행이 사람들을 죽여놓고도 곧바로 도망치지 않고 그
이태호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계의당 사람들은 살짝 감동했다.그들은 확실히 많은 모욕을 견뎌야 했고, 그동안 이를 악물고 다른 세력들의 비아냥을 감수해야 했다. 이태호는 장청아 등 사람들이 마음을 놓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었기에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진지한 얼굴로 장청아에게 말했다.“장 당주, 우리는 들어가죠. 잠시 뒤에 룸 안에 들어가면 내가 서프라이즈를 줄게요. 여러분이 완전히 안심할 수 있게 말이죠.”“정말이에요?”그 말에 장청아는 고민하는 얼굴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 이태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한없이 태연했다. 그래서 장청아는 어쩌면 그에게 히든카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태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 내가 여러분들 목숨으로 장난을 치겠어요?”장청아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안으로 들어가서 밥이나 먹죠.”“하하, 좋아요!”이태호는 크게 웃으며 백지연과 함께 앞에서 걸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유쾌한 뒷모습에 대장로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당주님, 정말 태상장로님의 말을 믿으세요? 우리에게는 도망칠 시간이 얼마 없어요. 이렇게 시간을 지체하면 도망치고 싶어도 기회가 없을지 몰라요.”장청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휴, 제가 보기엔 태상장로님을 믿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가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게 해준다고 했으니 그러길 바라야죠.”“저희를 룸으로 안내해 주세요!”안으로 들어간 뒤 주영현이 홀 매니저에게 말했다.이때 홀 매니저는 이미 호텔 지배인을 불러왔다.지배인은 그 말을 듣고 완전히 넋이 나갔다.“지금 식사하실 엄두가 나세요? 서둘러 도망가지 않아도 되겠어요? 여러분은 김열화 도련님을 죽였고 황씨 일가의 무왕을 죽였어요. 그런데 밥이 들어가세요?”장청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상대에게 말했다.“사람 시켜서 음식 준비하라고 하세요. 다른 건 더 묻지 마세요. 이 일은 당신들의 발목을 붙잡지 않을 테니 말이에요.”지배인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 저기, 김 매니
이태호는 싱긋 웃으며 바지 주머니에서 사물 반지를 꺼내 손에 꼈다. 그러고는 장청아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게 바로 내가 보여주려던 거예요.”“이게 뭔데요? 사물 반지일 뿐이잖아요.”계의당의 대장로는 이태호가 사물 반지를 하나 꺼내서 보여주자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했다.나장로 역시 차가운 표정으로 이태호에게 말했다.“태상장로님, 지금 장난하세요? 혼자 죽고 싶은 거면 말리지 않을게요. 그런데 우리 발목까지 잡았어야 했나요?”적지 않은 호법들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이태호는 오늘에야 계의당에 가입했는데 첫날부터 그들에게 폐를 끼쳤다.그러나 장청아는 달랐다. 그녀는 사물 반지를 바라보더니 감격한 건지 몸을 덜덜 떨었다. 곧이어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이, 이건 드래곤 링 아니에요?”결국 장청아는 더듬거리며 말했다.“뭐라고요?”장로들은 헛숨을 들이켰고 마지막에 대장로가 흥분해서 말했다.“당주님, 저게 드래곤 링이라고요? 저, 저 사람이 신전 주인님이란 말이에요?”나장로가 곧바로 말했다.“당주님, 저 반지를 낀 사람은 노인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 사람은 젊은이잖아요.”백지연은 사람들의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익숙했다. 그녀가 앞으로 나서며 설명했다.“간단해요. 태호 오빠가 바로 새로운 신전 주인님이기 때문이죠. 전대 신전 주인님은 태호 오빠에게 신전 주인 자리를 물려줬어요. 그러니까 태호 오빠가 여러분이 기다리던 그 사람이에요.”“드디어 왔군요, 정말 잘됐어요!”장청아는 흥분한 어조로 말하고는 곧바로 사람들을 데리고 무릎을 꿇었다.“계의당 당주 장청아, 신전 주인님을 뵙습니다!”“신전 주인님을 뵙습니다!”계의당의 다른 고수들도 따라서 말했다.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음, 다들 일어나!”일어난 뒤 장청아는 이태호에게 말했다.“신전 주인님, 뭐 하시는 거예요? 왜 저희 태상장로가 되겠다고 하신 거예요? 전 사기꾼인 줄 알았다고요.”대장로는 쓴웃음을 지었다.“신전 주인님도 참, 왜 오늘
지금 이태호가 선연을 얻어 성지 장로의 눈에 들어갔고 머지않아 그는 온 창란 세계에 이름을 떨칠 것이다.아마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도 있다....이태호는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신수민 등 아내들과 말하고 나서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다.이번에 그는 먼저 연단술을 진급시킨 다음 내공의 경지를 돌파하고 마지막으로 단탑에 가서 제9층에 있는 보물을 가져오기로 결정했다.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신식을 사물 반지로 방출한 후 손을 가볍게 흔들자 보물 내에 있던 수십 개의 영약이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타났다.20여 가지의 7급 영약은 다양한 빛을 발산하였고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은월초, 만년주과, 옥수영액이었다.이 세 가지 8급 영약은 모두 8급 파성단을 정제하는 원재료이었다.이태호가 성왕 경지로 되려면 아직 멀었다.그는 이 세 가지 8급 영약들을 잘 보관한 후 20여 개의 7급 영약 중에서 7급 고급 단약 강진단(降塵丹)을 정제하는 원재료들을 골라냈다.강진단는 태을 영단과 비슷한 약효를 가졌고 모두 성자급 수사가 경지를 돌파할 때 사용한 영단이었다.많은 중급 연단사 7급이 연단술을 높이기 위해 강진단을 정제하였다.7급 영약들을 모으고 나서 그는 왼손을 가볍게 휘젓자 단전 내에 있는 연천로를 꺼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연천로가 바닥 위에 나타나자 청련 이화가 순식간에 달려갔다.찌르륵.큰불이 단로를 감싸자 단로가 순식간에 달아올랐고 주변에 뜨거운 열기가 번졌다.단로가 거의 준비되자 이태호는 손을 뻗어서 만근이나 무거운 뚜껑을 향해 잡는 시늉을 하자 뚜껑이 허공에 떠 있었다.그러고 나서 신식으로 영약들을 조종해서 단로 안에 넣은 후 뚜껑을 닫았다.연천로 안의 영약은 영화에 의해 한순간에 순수한 영액으로 되었다. 이태호는 한눈도 팔지 않고 신중한 표정으로 연천로를 바라보았다.이렇게 두 시진이 지난 후 연천로 앞에 앉은 이태호는 두 손으로 결인을 하면서 큰소리를 질렀다.“응결하라!”곧이어 그는 단로를 향해
이태호가 연장생에게 나쁜 인상을 남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연장생은 개의치 않았고 심지어 이태호가 태일종에 더 오래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이 광경에 선우정혁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동시에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다급히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허허. 대장로님께서 원하신다면 태일종에 좀 더 오래 계셔서 못난 봉주, 장로들에게 가르침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에 연장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었다.“알았네. 자네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태일종은 어쨌든 우리 태일성지의 세력이니까. 만 년 전에 제9맥의 곽운정 사형이 성지를 떠나 천남에 와서 태일종을 세운 후로, 우리 두 곳은 그동안 자주 연락을 해왔지. 내가 모처럼 천남에 왔으니 당연히 문하 제자들에게 조언을 해줘야지.”이 말을 들은 선우정혁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태일종은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이지만 천남은 외진 곳에 있어서 성지의 고수들이 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만 년 전에 종문을 세울 때도 조사(祖師)가 있는 제9맥의 사람들이 많이 왔다.그 후로 종문 내의 천교 제자들은 성지에 가서 수련할 자격이 있으나 자질이 특별히 출중한 제자 외에 기타 사람들은 성왕 경지로 돌파하면 다시 천남으로 돌아와서 신임 종주나 장로로 되었다.천남은 중주에 비하면 산간벽지라 할 수 있고 영기의 농도도 매우 옅기에 성지는 천남을 개발하는 데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일성지의 역대 종주들은 태일종을 독립시킬 생각은 없었다.적어도 지금의 상황에서 성지는 그들을 지키고 있었다.신소문처럼 독립된 종문으로 된다면 성왕이 죽어도 복수해 줄 사람이 없었다.이태호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몰랐고 연장생이 허락한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그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 중주로 갈 생각이었다.지금 그는 머지않아 곧 돌파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그는 연장생을 향해 포권을 취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양해해 주셔서 감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