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있던 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고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한눈에 늙은이와 젊은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게다가 천안술로 두 사람의 내공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어 그 두 사람이라는 것을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신수민도 얼굴이 어두워진 채 앞에 있던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아가씨, 당신들 너무 염치없는 것 아닌가요? 오전에 우리와 끝까지 경쟁하지 않고 밤에 우리가 사는 곳에 와서 뺏다니,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요?”그러자 백지연도 한마디 보탰다.“그러게 말이에요. 내공이 그렇게 높은데 우리 물건을 뺏으러 오다니!”진연주는 입꼬리를 몇 번 씰룩였다. 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상대방이 그들의 정체를 알아채게 될 줄은 몰랐다.옆에 있던 문경욱이 곧 대답했다.“허허, 아가씨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냥 이 오룡도를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여기 경매장에서 오늘 연단로를 경매에 내놓았다는 말을 들었어요. 우리는 이 보물이 매우 마음에 드니 그냥 주시죠?”말을 마친 후,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태호에게 말했다.“자식, 그 연단로를 내놔. 네가 그 연단로를 내주면 우리는 너를 살려줄 수 있고 8000만 영석도 줄 수 있어. 우리가 너에게서 산 거로 생각해.”이태호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이따위 핑계를 어떻게 믿겠는가?하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생김새와 종문의 신분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니, 이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적어도 그들이 상대가 아니라면 종문 사람들을 데리고 자신을 귀찮게 할 일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상대방이 그렇게 말하니 이태호도 상대방의 말을 믿는 척하며 그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허허, 거기 둘, 허튼소리 듣지 마. 경매에 가본 적도 없는데 누가 알려준 거야? 말해봐, 내가 가서 물어볼게. 분명 잘못 찾은 걸 거야. 나는 분명 너희들이 찾는 사람이 아닐 거야.”진연주는 문경욱과 눈을 마주쳤다. 속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이 녀석이 시치미를 떼고 있을 줄은 몰랐다.“이 자식, 시치미 떼지 말고 순순히 그 연단로를 내
이태호도 빙긋 웃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 그대로 한 대 맞받아쳤다.뛰쳐나올 때 이태호는 상대방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는데 아마 잠시 후 실수로 자신을 죽일까 봐 일부러 그랬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은 상대방이 그 연단로를 보고 왔을 것이고, 그를 죽일 생각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쾅!둔탁한 굉음이 나더니 아래쪽에 있던 진연주가 뒤로 날아가 몇 걸음 물러서 겨우 몸을 가누고 발걸음을 다졌다.이태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는데, 이태호의 실력이 예상을 조금 웃돌았음이 분명했다.“어때요? 미녀분, 우리 형부 물건을 그렇게 뺏기 쉬운 건 아니죠?”이태호가 쉽게 우위를 점하자 신수연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문경욱은 얼굴이 굳어진 채 진연주를 향해 말했다.“아가씨, 방심하지 마십시오. 제가 잘못 보지 않았다면 저쪽에 있는 네 사람은 용성 연합국의 4대 군신일 것입니다. 이 네 사람이 모두 여기에 있는 것을 보니 이 자식의 신분도 간단치 않고 실력도 약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진연주도 고개를 끄덕였다.“방금은 상대방의 실력을 시험해본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아예 자신의 기세를 풀었다. 갑자기 보이지 않는 힘이 이태호의 쪽을 향해 밀려왔다.이태호도 이 힘을 느꼈지만, 곧 냉소하며 전혀 마음에 두지 않는 것 같았다.이태호는 정신력을 움직이면서 더욱 강력한 기운을 밖으로 내뿜더니 상대방을 향해 날려버렸다.“뭐야!”잠시 후, 진연주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는데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인해 그녀는 견딜 수 없었다.“젠장, 이 자식 무슨 내공인데 정신력이 이렇게 강한 거지?”문경욱도 이 보이지 않는 압박감을 느끼고 곧 정신력을 풀어준 뒤 진연주를 도와 함께 막아냈다.두 사람이 함께 이태호의 정신력 공격을 막아내자 비로소 그 압박감이 조금 줄어들었다.“저 자식의 내공이 우리보다 높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연단사이니 정신력이 보통 사람보다 강할 것입니다. 함께 공격합
한 손으로 손바닥을 펼치고 영기를 손바닥 위에 모은 다음 앞을 향해 내뿜었다.갑자기 그의 앞쪽에서 거대한 영기 손바닥이 나타나 휙휙 바람 소리를 내며 달려나갔다.“이놈, 무기를 안 쓴 건가?”문경욱은 이태호의 공격을 자세히 보고 나서야 이태호가 무기도 사용하지 않고 손바닥 하나로 뭉쳐 그들의 무기에 저항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흥, 우리를 우습게 여긴다면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진연주는 냉담하게 소리쳤다. 그녀가 이렇게 무시당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자신과 문경욱의 공격이 이태호의 응집된 손바닥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안타깝게도 그녀는 이태호의 실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두 마리의 거대한 영기 용이 이태호의 거대한 손바닥과 충돌한 후 가루가 되었고 양측은 곧 그렇게 상쇄되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두 사람 모두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닌지 의심했고 자신의 무기 공격이 이태호가 마음대로 휘두른 한 방만도 못하다는 사실에 경악했다.이태호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돌아 가, 너희들은 내 상대가 아니야. 내가 너희를 죽이도록 강요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전에 이태호가 그런 말을 했다면 두 사람은 당연히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까의 힘겨루기를 통해 두 사람은 이태호가 정말 두 사람을 죽일 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 자식, 네가 대단하다고 쳐. 우린 그만 가요!”문경욱은 이를 악물더니 한마디를 던지고 날아올랐다.진연주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날아올라 문경욱과 함께 빠르게 날아갔다.“형부, 형부는 너무 대단해요. 왜 방금 그들을 죽이지 않았어요? 저자들이 너무 했잖아요.”신수연이 이태호에게 다가가 물었다.그 말을 들은 이태호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처음부터 날 죽일 마음이 없었어요. 그래서 나도 저자들을 죽이지 않은 거예요.”잠시 머뭇거리던 이태호가 말을 이었다.“더구나 그 두 사람의 내공이 그렇게 높으니 종문 안에서도 당연히 보통 역할이 아니었을 거예요. 분명 어떤 종문의 중
문경욱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음, 우리는 확실히 존자의 내공을 지닌 강자를 만난 게 분명하군요!”“허허, 그놈이 존자의 내공을 지닌 강자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던 걸 생각하니 진연주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지금 보니 정말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때린 격이었다.문경욱은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모두 가면을 쓴 덕분에 그놈이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네요. 그 연단로는 분명히 그 자식의 몸에 있었을 텐데 시치미를 떼고 있어요. 허허, 만약 그 물건이 그의 몸에 없었다면 왜 그의 사물 반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지 못했겠어요?”진연주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눈살을 찌푸렸다.“처음에는 우리를 오늘 경매에서 본 게 아닌가 의심하는 것 같더니 나중에는 우리 말을 믿는 것 같았어요. 우리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요.”문경욱은 고개를 끄덕였다.“신분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좋은 일이죠. 아무래도 그만두는 게 좋겠어요. 이런 강자를 만났으니 우리가 운이 없는 셈이에요. 아가씨 아버지가 알게 돼도 우리를 탓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진연주는 생각 끝에 자기도 모르게 추측했다.“저놈이 다른 종문의 사람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렇게 높은 내공을 가지고 이 세속에 있을 수 있겠어요?”문경욱은 잠시 생각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음, 그럴 수 있어요. 그 녀석은 아마 어느 종문의 사람일 거예요. 아마 여기에 연단로가 있다는 것을 알고 경매에 참여하러 온 것일지도 몰라요.”“됐어요. 이번엔 우리가 못 잡은 거니 이미 충분히 창피해요. 장로들에게 뺏으라고 할 순 없어요. 존자의 내공을 지닌 자라 만만하지 않은데 이번에는 우리가 운이 없는 셈이에요.”진연주도 이태호가 자신을 놓아준 것을 눈치챘다. 그래서 이제는 추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처음 이런 꼴을 당했으니 기분이 언짢았다.“태호야, 저 두 사람은 종문의 사람들인 것 같은데 우리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해?”다시 방
이튿날 오전 이태호 일행은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타고 오룡도를 떠났다.남운시에서 신민석은 이미 사람들과 함께 여러 대의 고급 차를 몰고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하하, 드디어 돌아왔구나. 난 여기서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렸어.”이태호 등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신민석은 사람들과 함께 다가갔다.이태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이 인플루언서, 지금 너의 시간은 정말 소중해. 여기서 그렇게 오래 우리를 기다리면 손실이 엄청나지 않겠어?”신민석이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마중 나오라고 하면 영광이지 손해 볼 건 없어. 게다가 너희만 없었더라면 나 신민석의 오늘도 없었을 거야.”잠시 뜸을 들이던 신민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게다가 너희가 오기 전에 생방송을 했어. 대단한 사람을 마중 나간다고 해서 선물을 많이 받았어. 잠깐 했는데 생방송 수입이 몇억이더라고.”“그렇게나 많이?”이태호는 어리둥절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오늘 밤에 제대로 얻어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신민석이 웃으며 대답했다.“칫, 까짓거 어려운 일이 아니야. 미리 레스토랑을 예약했으니 걱정하지 마, 너희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어.”“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백지연이 옆에서 호호 웃으며 말했다.곧 일행은 차를 타고 군주부로 돌아갔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이태식과 연초월 두 사람이 다가왔다.이태식은 이태호를 보고 말했다.“2, 3일 전에 돌아와야 하지 않았어? 왜 이제야 돌아왔어?”옆에 있던 신수민이 웃으며 말했다.“태호 씨가 단약을 만들 재료가 별로 없었는데 마침 그쪽 경매장에서 경매가 있어서 2, 3일 더 머물렀어요. 이번에 경매에 참여해서 많은 것을 낙찰받았어요.”그러나 이태호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태식에게 말했다.“왜 그래요? 아빠, 무슨 일 있어요?”이태식은 그제야 솔직히 대답했다.“어떤 미인이 또 너를 보러 왔어. 네가 떠난 지 얼마 안 돼서 왔는데 너도 없고 우리도 그녀와 친하지 않아서 홀대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또 왔어요? 누군데요? 어디 있
그 말을 들은 이태호는 표정이 이상해졌다. 지난번에 그는 백정연이 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길이었는지, 아니면 일부러 그를 보러 왔는지 의심했다.하지만 그녀가 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길이라고 하니 그는 자신이 쓸데없는 오해 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미녀가 또 찾아왔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니라면 정말 좋아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하하, 그냥 받아줘요. 난 전부터 정연 씨가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이 오빠한테 정말 진심인 것 같아요.”백지연은 옆에서 입을 가린 채 슬며시 웃기 시작했다. 이태호의 표정을 본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웃어 버린 것이다.“자, 일단 들어가. 당신을 그렇게 많이 기다렸잖아. 아마 마음속으로 매일 당신을 보고 싶어 했을 거야.”신수민 역시 이제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지난번에 이태호와 백지연이 단둘이 나갔을 때 수련하느라 바빴지만, 수련이 없을 때는 이태호를 자주 떠올리곤 했다.“쿨럭, 두 사람 무슨 헛소리야. 나는 지금 백정연 씨와 친구 사이일 뿐이야. 벌써 넘겨짚지 마.”이태호는 어색한 듯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갔다.신수연은 뒤에서 일부러 크게 소리쳤다.“그게 형부 마음대로 되는 거잖아요. 형부가 동의만 한다면 틀림없이 문제가 없을 거예요.”이때 백정연은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가 이곳에 온 후 이태호가 오룡도 쪽으로 가서 대왕자의 생일잔치에 참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이태식 등은 그녀를 이곳에 머물게 하고, 곧 이태호가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기다림이 며칠이나 이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 매일 수련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그녀는 더 지루했을 것이다.“백정연, 정말 너구나!”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시자 이태호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백정연은 깜짝 놀라 바로 일어섰다. 정말 이태호가 돌아왔다는 것을 본 그녀는 순간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돌아왔어요? 참, 왕자의 생일 파티는 정말 시끌벅적했겠군요?”백정연은 무슨 말을 해
이태호는 잠시 머쓱해져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그건 아니지. 언제든지 와.”“아, 참, 일이 좀 있네요.”백정연은 무심코 신수민과 백지연 두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침내 핑계를 찾아낸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저한테 무기가 두 개 있는데 수민 씨와 지연 씨가 수련하기에 아주 잘 맞는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정연 씨, 어쩜 이리도 착해요?”그러자 백지연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모두 백씨 성을 가졌으니 앞으로 우리는 좋은 자매가 될 거예요.”“맞아요, 좋은 자매예요. 앞으로 우리 집에서 지내면서 일이 없을 때 우리 수련에 대해 가르쳐줘요. 우리가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봐도 되고 좋잖아요.”신수민은 눈동자를 굴리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났는지 백정연을 향해 말했다.백정연은 마음속으로 기뻐했지만 조심스러움에 쑥스러워하며 말했다.“그, 그래도 돼요?”“안 될 게 뭐가 있어요? 정연 씨만 괜찮다면요.”백지연도 백정연의 마음을 알아차리고는 두 손으로 팔짱을 낀 채 짐짓 화를 내며 말했다.백정연은 그제야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 앞으로 우린 좋은 자매일 뿐만 아니라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어요!”이런 광경에 이태호는 어이없었다. 백정연은 여기서 오래 살려고 하는 것 같았다.“저기, 정연아, 네기 여기에 사는 게 괜찮기만 하면 돼. 종문에 오래 있었으니 여기가 익숙하지 않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이태호는 잠시 생각한 후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말했다.그러자 백정연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적응돼요, 당연히 적응하죠. 그 종문의 산에서 오래 있자니 오히려 좀 지겨워요. 이런 성안에 와서 거리나 구경하고 기분 풀어주면 사실 더 좋아요.”신수연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물론 적응되죠.”“사부님, 사모님, 제가 왔어요.”이때, 남시후가 허허 웃으며 밖으로 걸어 들어왔다.이태호는 그를 힐끗 보고 웃으며 말했다.“시후야, 연단 능력은 어떻게 됐어? 늘었어? 보아하니 수연 씨가 우리 오늘 도착했다고 너한테 미리 말
신수연 역시 자신의 행동이 너무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남시후를 풀어준 후 자기도 모르게 볼이 빨갛게 된 채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아, 아까 너무 기뻐서 그랬어요. 나도 시후 씨가 벌써 2품 저급 연단사를 돌파할 줄은 몰랐거든요. 이 2품 저급 연단사는 1품 고급보다 훨씬 대단한 거잖아요.”이태호도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2품 저급 연단사는 신분과 지위가 완전히 다르긴 해요. 1품 고급 연단사는 많을지 몰라도 2품 저급 연단사는 별로 없거든요. 일부 연단사에게는 2품 연단사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가 평생의 꿈이기도 해요.”신수연은 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들었죠? 2품이 대단하다는 건 내 생각일 뿐만 아니에요. 형부도 2품 저급 연단사가 아주 대단하다고 하잖아요.”그러자 남시후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사부님과 비교하면 저는 아직 멀었지만, 지금의 성적을 낸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당연하죠, 우리 형부는 신과 같은 존재예요. 하지만 시후 씨도 이미 대단해요, 헤헤.”신수연이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남시후는 그제야 손바닥을 펼쳐 작은 도자기 병을 꺼내 이태호에게 건넸다.“사부님, 이것은 제가 지난 며칠 동안 제련한 단약입니다. 1품 고급 단약은 30여 알이고, 그 외에 2품 저급 단약도 십여 알 있습니다. 사부님에게 드리는 것은 제 성의예요. 저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이태호는 기분 좋게 도자기 병을 받아들었다. 뚜껑을 열어본 그는 비로소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마음만으로도 충분해, 단약을 잘 배워. 나는 네가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믿어.”말을 마친 이태호는 또 무슨 생각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남시후에게 말했다.“참, 너에게 중급이나 고급 단약 비법은 별로 없지?”남시후는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별로 없는 게 아니라 하나도 없어요.”이태호는 그제야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따가 단약 비법 몇 개를 써줄게. 2품 단약과 3, 4품도 다 써줄게.”“고, 고, 고맙습니다. 사부님!”그 말을 들은 남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